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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11 23:59:58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729190022
Subject [일반] <민스미트 작전> -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스포?)

2차 세계대전은 그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 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가 제작되고 알려졌습니다.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동명의 첩보작전을 영화화했습니다. 시칠리아와 그리스를 두고 벌어진 정보전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마 이야기의 얼개는 언택트 톡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얘기한대로 포털 검색 몇 번이면, 조금 더 친근하게 표현하자면 우리의 친구 나무위키 검색 몇 번이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혹은 뭐, 역사가 스포일러하고 있기도 하구요.


민스미트 작전은 시체에 가짜 신분과 위조 서류를 통해 상대방을 속여 넘기는 이야기입니다. '민스'는 다진, '미트'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고기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구요. '민스미트'는 말 그대로 다진 고기 음식이지만, 정확하게는 고기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우리나라의 콩고기 마냥 고기인 '척'하는 음식인 셈입니다. '민스미트 작전'은 그런 점에서 가짜 신분과 가짜 서류를 통해서 상대방을 속이는 기만 작전인 셈입니다.(라고 언택트톡에서 말하더라구요)


하지만, (아마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 공감할 것 같은데) 영화의 진짜 재미는 작전을 세우고 작전을 성공시키는 데 있다기 보단, 그 가짜 신분과 가짜 서류를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작전을 세우고, 상대가 속아넘어 오도록 기다림을 가지고 미끼를 흔드는 과정도 물론 흥미롭고 재밌게 짜여져 있지만, 더 큰 재미는 그 신분을 만들고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아마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동의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진면목은 픽션과 논픽션 간의 경계에 있습니다. 각자는 각자의 모습을 우리의 '가짜 시체'에 대입합니다. 진짜인 것처럼, 혹은 진짜로 본인을 대입하죠.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사실과 가짜의 경계 위에 놓여있습니다. 어찌보면 그 경계가 희미해지는, 말 그대로의 '회색 영역'에서의 전쟁을 다룬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 포스터에 내건 것처럼 <이미테이션 게임>의 냄새가 짙게 풍겨오기도 합니다. 실화 기반, 실제 인물 바탕으로 재창조한 이야기, 차분한 이야기 등등. 하지만 이 영화는 어떤 점에서는 가면무도회를 떠올리기도 하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몇몇 영화들이 떠올랐어요. (훨씬 차분하고 정제된 버전의) <바스터즈>가 떠오르는 첩보전이기도 하고, 2차 대전과 콜린 퍼스를 보면서 <킹스 스피치>를 떠올리기도, 로맨스의 시작과 끝을 바라보면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 혹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007 시리즈>를 떠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겠네요. 여튼 이 영화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한두가지 요소를 제외하고서 정확하게 '이 영화다!' 하고 떠오르는 지점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말, 정말 이상하게도 지금 제가 걸어오는 동안, 생각이 난 세 편의 영화가 어쩌면 이 영화를 닮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인셉션>, <스트레인저 댄 픽션>, 그리고 <시라노: 연애조작단>. 어떤 분들은 제 생각이 어떤지 알아 채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픽션에 대한 픽션이자, 논픽션에 대한 픽션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에서 창조한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꾸며낸,(혹은 바라는,) 모습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인 동시에, 픽션과 논픽션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도 드네요.


자,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영화는 재밌습니다. 첩보와 정보, 기만과 속임수를 다룬 영화로써의 재미도 충분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영화 상의)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는 측면 모두 다요. 이동진 평론가님은 이 영화를 '갱생 드라마'로 정의했지만, 저는 이 영화를 창작자'들'의 대입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점에서는 평론가님의 말대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비유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어느 상황이든, 모든 것들은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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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22/05/12 11:31
수정 아이콘
민스를 우리는 민찌라고 많이 부르죠.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갈은고기..
aDayInTheLife
22/05/12 11:37
수정 아이콘
앗 그게 그거였군요. 크크 몰랐던 걸 알아갑니다.
흐헤헿레레헤헤헿
22/05/12 15:07
수정 아이콘
어제 닥스보기전에 시간이 애매해서 봤었는데 미스슬로운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연애감정도 몰입이 안되고 아이디어 공유씬들도 매끄럽지가 못한느낌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서로가 어거지를 부리는데 그냥 다 받아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나마 중반이후 작전이 실행되면서부터는 유머스럽거나 텐션이 올라가서 볼만했습니다
보통 주인공이든 서브든 감정이입이 몰입을 하게하는데 걸리는 어느 캐릭터에도 쉽게 감정이입이 안되는 아쉬움…
저도 쓰면서 정리하다보니 말씀하신대로 딱 무엇이다 정리하기가 힘든면이 장단을 동시에 가지는거 같습니다
aDayInTheLife
22/05/12 15:24
수정 아이콘
미스슬로운을 못 봤는데 괜찮은 작품인것 같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케이퍼 무비의 형태 위에서 이뤄지는 작품인데 몇몇 장면에서는 캐릭터들이 조금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더라구요. 어느 정도는 적극적 각색이 있었으면 더 흥미로웠을 수도 있을것 같은데 무난하고 안전한 각색의 느낌도 없잖아 있었던 거 같아요.
엘에스디
22/05/13 15: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매킨타이어의 책에서보다 이안 플레밍의 비중을 많이 확대시켰는데... 왜 홍보에 안써먹은지가 의문이네요 크크크
aDayInTheLife
22/05/13 16:30
수정 아이콘
앗 그런가요. 크크 근데 이언 플레밍 해봤자 아는 사람만 알고 나머지는 글쎄… 할거 같긴 해요. 크크 아는 사람만 어? 저 사람? 싶은 느낌이긴 할거 같아서…
엘에스디
22/05/13 16:46
수정 아이콘
나름 힘줘서 연출했는데... ㅠㅠ
영화 재밌으셨으면 원작 서적도 한번 찾아보세요 영국놈들식 디테일한 역사서술이 아주 꿀맛이예요 크크
aDayInTheLife
22/05/13 17:04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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