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3/31 10:00:12
Name 쩜삼이
Subject [일반]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 (수정됨)
* 평어체로 써서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부디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

"갑작스럽지만 지금  어머니 보내드렸다 얘들아"

어제 저녁 친구들 단톡방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빠르게 돌아가신 분이 되셨다.

이미 그 전에 코로나 감염되신 이후 폐 섬유화로 인해 에크모로 연명치료중이셨지만 이젠 가망이 없다는 말에 가족들이 의논해 목요일에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들어서 마음의 준비는 해 놨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연락이 하루 전에 올 줄은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목요일 연명치료 중단과 동시에 사망처리 및 장례를 치르기로 예정해서 휴가를 미리 금요일 오후로 올려놨었지만 급하게 목요일 연차로 하는 것으로 팀장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욕좀 먹긴 했지만 뭐 어떠리. 내 목숨을 한번 살려주셨던 분이고 20년이 넘도로 봐온 친구의 어머님 상인데 안 갈수가 있나.

그런데 참 생각할수록 씁쓸한 감정이 들 수 밖에 없다.
고작 하루인데, 뭐가 그리 급하셔서 하루 먼저 떠나신걸까. 남편과 자식들에게 연명중단서류를 쓰고 본인들 탓을 하게 되는걸 보고 싶지 않으셔서 그러셨을까.

친구는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자기 책임인 것 같다고 계속 울고 있다고 카톡으로 이야기했다. 전화로는 도저히 이야기 못하겠다고 해서 며칠간 계속 카톡으로 위로해주는 이야기를 했지만 어디 당사자 입장에서 그게 받아들여지기 쉬울리 없지... 지금도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이지만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평소에 핑계는 귀신같이 만드는 잔머리도 안 돌아가는 꼬라지 하고는 참...

숙소를 나오면서 챙긴 부조금 10만원을 보니 더 착잡할 따름이다. 뭐, 예상했었다면 모르지만 그전에 취미생활때문에 폰을 폴드3로 바꾸느라 여윳돈이 없다보니 고작 10만원밖에 준비 못한 내 자신에 대해 스스로도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뿐이다. 쩝...


그 전까지 하더라도 회사에서 코로나 감염으로 쉬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좀 걸려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젠 그러지도 못하겠다.

코로나 환자 사망자 숫자. 친구에게 연락받기 전까지는 남의 일일 뿐인 숫자놀음이였지만 이젠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당사자도 아닌 제3자인 나도 이리 서글프고 힘든데 직접 관련되어서 상을 치르고 아직도 황망하고 고통스러울 코로나 관련 사망자의 유족들. 친구가 그 대열에 합류해 마지막 인사조차 드리지 못했다면서 우는걸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가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정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ilver Scrapes
22/03/31 10:07
수정 아이콘
며칠전에 할머니 보내드리고 왔는데 화장장 잡는게 일이더라구요.. 원활하게 진행하시길 기원해봅니다.
하우두유두
22/03/31 10:36
수정 아이콘
ㅠㅠ
22/03/31 11:33
수정 아이콘
제친구 어머니도 지난주 금요일에 에크모 연명치료 중단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오미크론이 젊은사람들한테는 가볍게 지나가도 어르신들 한테는 위험하더라구요.
요새 사망하는 사람이 많은지 화장장도 못잡아서 사망5일후에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 잡혔구요.
어르신들 있는 집은 진짜 조심하셔야해요 ㅠ ㅠ
메타몽
22/03/31 11:45
수정 아이콘
많은 사람에게 오미크론이 감기처럼 지나가다보니 우습게 보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에게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원히하얀계곡
22/03/31 23:09
수정 아이콘
저는 방금 작은 아버지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
올해는다르다
22/04/01 01:23
수정 아이콘
가족들 면회도 못오게 하는 병원에서 원내감염으로 돌아가시는거 겪으니 회의감이 들더군요.
노인들이 가족들 면회를 못받는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알만한 사람들이 관리는 개떡같이도 하는 걸 보면 참. 즈그 가족은 1인실 쓰려나 싶은.
22/04/01 06:16
수정 아이콘
제 고모 두분도 그렇게 가셨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게, 교도소 면회실처럼 아크릴칸막이 놓으면 얼마든지 감염우려없이 면회되쟎습니까. 그 정도 시설도 못 갖추면 1층 창밖에서 유리창 사이에 두고 보시라고 하던지.
왜 그러나 모르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348 [일반] 뭐지? 하다가 지금 알았네요. [30] 루카쿠9234 22/04/01 9234 1
95347 [일반] <모비우스> - 키 비주얼은 좋았지만... [11] aDayInTheLife7990 22/04/01 7990 0
95346 [일반] 어제, 오늘, 來日 [17] 올해는다르다12298 22/04/01 12298 7
95345 [일반] [스포일러 주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 16권 감상평 [40] 김티모8905 22/03/31 8905 3
95344 [일반] 후쿠야먀가 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자유주의는 결함이 있지만 지켜져야 한다" [46] 숨고르기12880 22/03/31 12880 8
95343 [일반] [WWE] 전혀 기대되지 않는 레슬매니아 38 (로먼-브록매니아) [51] Love.of.Tears.11145 22/03/31 11145 1
95342 [일반] 재택근무, 자율출퇴근 근무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52] BRco9913 22/03/31 9913 6
95341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4) [86] 공염불11208 22/03/31 11208 29
95340 [일반]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 [7] 쩜삼이5937 22/03/31 5937 12
95339 [일반] 속이 좀 쓰리긴한데 좋은제품 쓰고있어서 올립니다. [20] 키토13573 22/03/30 13573 0
95338 [일반] 그알 가평계곡 다이빙 익사 사건 결론 나왔습니다. [95] 깐부17953 22/03/30 17953 9
95337 [일반] 피자헛 페이코인 이벤트 [28] 바둑아위험해8562 22/03/30 8562 6
95336 [일반] 전 정신 질환으로 공익을 갔습니다... [19] 산딸기먹자14025 22/03/30 14025 23
95335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3) [17] 공염불10326 22/03/30 10326 33
95334 [일반] 충청남도 1인당 GRDP(GDP) 통계 [12] 버들소리7801 22/03/30 7801 1
95333 [일반] 울산 아파트도 분양가 8억 시대 접어들었네요. [49] 1029987 22/03/30 9987 0
95332 [일반] 자동차 블루투스 연결 여우짓(feat. 유게) [92] 카미트리아10118 22/03/30 10118 6
95331 [일반] 소소한 학부시절 미팅 이야기 [45] 피우피우10527 22/03/30 10527 37
95330 [일반] 되도 않는 오션뷰보다는 성냥갑뷰가 좋다 [44] 나쁜부동산13995 22/03/29 13995 18
95329 [일반] 분유포트 관련 잡담 [41] 랑비12450 22/03/29 12450 14
95328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2) [26] 공염불10072 22/03/29 10072 24
95327 [일반] 오늘로 등업됐습니다 [10] 리뷰모아5592 22/03/29 5592 11
95326 [일반] [테크 히스토리] 결국 애플이 다 이기는 이어폰의 역사 [41] Fig.1108025 22/03/29 108025 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