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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1/22 19:24:29
Name 실제상황입니다
Subject [일반] 페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feat 진격의 거인)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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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 인간입니다. 인간은 기계지요. 이런 기계적 인간관으로 세상을 사유해보면 그렇습니다. 다들 맥락에 갇혀 있을 뿐이죠. 인간이란 뭔가에 그저 떠밀려가는 존재일 따름입니다. 그게 유물론적 세계관의 논리적 귀결입니다. 한 개인이 환경 앞에서 역사 앞에서 뭘 그리 할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내 탓이 어딨나요. '나'라는 게 없는데. 자아가 허상이라면, 그 허상인 자아를 긍정할 수 있는 것일까요? 네 어쩌면요. 그러나 그 허상인 자아가 주체적이라는 것은 결정론과 양립 불가능합니다.

진격의 거인은 자유에 관한 만화이지요. 헌데 재밌게도 진격거의 세계에서 자유란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런 결정론을 베이스로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예정론이든가요. 에렌의 인지능력이 마치 기독교에서 상정하는 신의 전지성처럼 모든 시공간에서 작동하고 있거든요. 쉽게 말하면 그걸 예지예정이라 합니다. '아니! 그럼 사실상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라는 게 칼빈주의 예정론이구요.

결정론에서 갑자기 기독교 구원론으로 점프한 게 뜬금없으실 수도 있습니다. 근데 제가 봤을 때 정말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모든 게 정해져 있고 인간의 자유를 전면 부정한다는 차원에서 말입죠. 뭐 어거스틴 시간론 어쩌고 하면서 자유의지 있다고(그래서 느그들이 구원 못 받는 건 느그 책임이라고!) 커버치긴 하지만요. 근데 그게 그런 식으로 커버가 되겠습니까. 특점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어쨌든 선행 사건에 대한 후행 사건이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진데. 여하간 결정론과 예정론에 차이가 있다면 자유의지를 인정하냐 마냐 정도 되겠습니다. 헌데 말이죠. 얘네들이랑 비슷한 세계관이 대표적으로 또 하나 있지요. 바로 영원회귀입니다. 이놈도 아주 해괴한 논리로 자유를 긍정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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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 예거는 이른바 '안락사'를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자기 종족이 전부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지요. 어떻게 보면 비출생주의랑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였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이만큼 이해가 잘 되는 캐릭터도 없더군요. 요즘 세태가 그런가 봅니다. 뭐 요즘만의 이야기도 아니구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죠. "모두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여기서 지크는 말하자면 쇼펜하우어입니다. '증식'을 저주로 여기죠. 제가 봤을 때 영원회귀란 그걸 뒤엎은 사상이구요. 삶이란 덧없는 투쟁의 연속이지만 그만두지 말라고. 그런 게 생이라고 긍정하자 합니다. 본글 제목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요. 페미들도 그런 거였겠죠. 그만큼 억압받아 왔으니까. 남자들이! 억압했으니까! 느낌표 달아가며 비꼬듯이 과장하곤 있지만 저도 뭐 그렇게 느낄 만했다고는 봅니다. 그럼 남자들은? 억압 안 당하고 착취 안 당했냐? 싶지만요.

https://pgr21.com/freedom/91097#4229453
뭐 이런 얘깁니다.

여성을 더 보호하고 남성을 더 착취하는 건 그냥 생물학적 어쩌고로 퉁쳐 버리죠. 아니 뭐 그게 맞긴 할 겁니다. 근데 그러면서 여권신장 얘기할 때는 온당함을 논하죠. 얘기가 좀 새나갔는데 뭐 하여튼 저는 페미들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근데 이제 와서 이해한다 쳐도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들이 적인 것은 변함 없는데. "어쩔 수 없죠."

어쨌든 걔네들 족치면 자유로워진다고 하니까요. 그게 자유 맞냐구요? 아니 님들아... 자유란 게 그런 거라니까요? 지금까지 뭘 들으셨습니까? 자유란 적을 족치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이에요. 그게 해방이구요. 어떻게 보면 이게 현시대의 오이디푸스 신화입니다. 남근처럼 거대악 하나 세워두고 잘라버리기.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요?

페미 얘기 나오면 정반합 어쩌고 하던데 그래요 뭐 그런 거겠죠. 모든 게 다 그냥 그런 정반의 연속 아니겠습니까. 일베도 메갈도 다 그런 거겠죠. 아니 비단 페미 반페미 뿐이겠습니까. 설정놀음 하기 나름이죠. 일제강점기도 끝났고 군부독재도 끝났으니까요. 주적이라는 북한도 영 비실비실하구요. 그러니까 새로운 진짜 적을 찾아야죠. 우리 시대에 거대서사란 일종의 음모론적 sf 픽션인 것입니다. 근데 그래서 뭐요? 과몰입 하지 말라구요? 아니 그러니까 과몰입하는 게 자유라니까요?

그래 그래 그러자, 이 무의미한 정반합의 축제를 즐기자. 그런 게 생 아니겠냐고! 이게 바로 열혈이라고! 소년만화라고!
"아마... 처음 태어날 때부터 이랬을 거야. 난 계속 나아간다. 적을 몰아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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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Moon
22/01/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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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합을 하더라도 그럼 "너네 다 죽어버려 나도 죽을 테니까" 라고 하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의 성별 갈등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결국 소멸로 가기전에 한탕 잘 빨아 먹겠다는 생각 말곤 없어 보이거든요.
제주삼다수
22/01/22 19:38
수정 아이콘
결국 국가와 사회를 인질삼아 본인들 원하는걸 얻어내겠다는거죠. 안해줘? 그럼 같이 망하든가~
22/01/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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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가 마오쩌둥 식 분탕 전술을 구사하는 일군의 여성 운동 세력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그 목적은 위장된 평화의 파괴일테고, 반대 세력이 그 폐지를 최대의 결실로 간주하는 여가부 또한 그것을 위장하는 위원회에 불과하며(사실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후퇴시키며 손발을 자르고 박제시킨 조직), 생존 전략은 모든 여성과 자신의 동일시일 것이며, 그렇게 보면 지금처럼 성공적인 때가 없죠.
실제상황입니다
22/01/2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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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세는 정체성 정치죠. 이미 그런 동일시가 만연한데 이제 와서 "어쩔" 수 있나 싶습니다. 이쪽도 동일시돼서 싸워보는 수밖에 없죠. 정체성 정치가 싫어서 정체성 정치를 한다는 게 대단히 모순적이고 이중적이긴 합니다. 근데 뭐 어차피 비합리적으로 돌아가는 판이라서.
22/01/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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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 같은 말이지만 강제 이니시...?
22/01/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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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할게 어디있나요? 가만히 앉아있다가 어떤 집단이 정체성 정치로 뭉쳐서 공격을 해오는데 맞고만 있는게 해답일까요?

툭 건들자마자 바로 발끈해서 후려갈겼으면 둘 다 똑같니 어쩌니 해도 이해할 여지라도 있겠지만 실상은 상당히 오랜기간 참 멍청하게도 계속 얻어맞으면서 가만히 있었지요

상대쪽이 비대칭 병기를 사용해서 공격을 가했으며 멈출 생각도 없다면 남은 방법은 같은 수단을 사용해서 반격하는것 밖에 없겠지요. 아닌말로 실제상황입니다 님도 자주 하시는 말씀이 결국 페미와 반페미의 대결은 이념 같은게 아니라 그냥 힘, 권력을 놓고 싸우는 거라고 하시지 않습니까?

사실 진짜 비합리적인건 이런 힘싸움으로 들어갔을때 페미세력이 이길거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페미가 스스로를 약자로 포지셔닝하면서 하는 행동은 강자라도 되는것마냥 힘으로 누르는거라니... 남자가 마초성 같은거 버리고 진짜 '치사하게' 똑같이 맞서싸우면 어쩌려고?

그게 진짜 비합리적인 행동이죠
abc초콜릿
22/01/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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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사회에서 정의 되었던 여성성이 강요되는 것이니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남자는 여전히 맨박스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기사도적으로, 신사적으로 여자를 대할 것이라고 믿는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죠. 그 얘기가 거의 10년 전부터 나왔던 거 같은데 끝까지 듣질 않더라고요
abc초콜릿
22/01/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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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항상 변명을 할 때 어쩔 수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데 스펙옵스 더 라인에서 루고가 그런 변명을 한방에 싸물게 만드는 말을 하죠.
"There's always a choice.(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본인이 선택한 거지 무슨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요. 개인적으론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 정말 싫습니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한 일에 대한 책임은 질 줄 알아야죠. 같은 의미에서 영화 몰락에서 괴벨스도 이렇게 말했죠.

"Geben Sie sich keinen Illusionen hin. Wir haben das Volk ja nicht gezwungen. Es hat uns selbst beauftragt. Jetzt wird Ihnen eben das Hälschen durchgeschnitten.(스스로를 기만하지 마라. 우리는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그로 인해 모가지가 잘릴 것이다)"
22/01/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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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 체임벌린도 선택지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외치면서 돌아온 것이죠.
김재규열사
22/01/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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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같은데 보면 여러명 목숨 앗아가는 선택 해놓고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 내 가족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사 읊조리는 캐릭터 생각나네요
22/01/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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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변호인을 좀 해보자면, "스펙 옵스 더 라인"에서 루고의 대사는 정말 게임 내적으로는 멋진 일갈이지만 (그렇죠, 주인공 워커 대위의 고집 때문에 모든 비극이 일어났죠.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기 임무도 아닌데 알량한 정의감으로 나쁜 선택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전형적인 그리스적 '성격(hubris)' 비극이죠) 게임 외적으로는 '아니 이 게임에 선택지가 어디있어요? 인디게임도 아니고 당장 전원 끄라고?'라는 말을 많이 들은 대사였죠 크크크크.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괴벨스의 대사 역시 속칭 '국개론'적인 맥락에서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닌 정황이 있지만, 실제로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등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장면 자체가 베를린에서 시가전을 하는 것은 의미없는 발악이라는 현지사령관의 말에 괴벨스가 특유의 궤변을 하는 장면이니까요. "강요하지 않았다"라니요, 나치당은 SS, SA 정치깡패들을 이용해서 반대하는 수많은 독일인을 수용소에 가두고 거리에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결국 히틀러의 군사/외교적인 모험이 성공하면서 히틀러의 신화는 만들어졌지만, 당장 오스트리아 병합 때도 선전 사진에서 '하일'을 외치는 사람 말고도 수십퍼센트에 달하는 반대표가 있었지요. 그래서 괴벨스라는 인간은 투표함을 바꿔치기하고, 베를린관구장으로서 당투표가 있으면 매번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서 상대방 후보의 인품이나 핏줄을 헐뜯었습니다. 그래서 놓고서는 이제 베를린이 잿더미가 되고 청년은 전쟁에서 다 끌려가고 죽었으니, 장년과 꼬꼬마들을 모아서 소련군에게 총알받이로 던져주는 꼴을 보고서는 친위대 몬케 소장이 보다 못해서 한 말인데 거기에 저딴 말을 하는거죠. 심지어 '이제 머리가 잘려 죽을거다' 운운은 베를린의 민병대에게 하는 말도 아닙니다. 몬케에게 '어짜피 이거 끝나면 너도 죽는다. 여기까지 왔잖아. 너는 진짜 이럴 줄도 몰랐어?'라는 악마의 비웃음인거죠.

공산주의고, 페미니즘이고, 파시즘이고, 자본주의고... 어떤 이념을 믿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를 묻힐 각오를 했다면, 피를 보고 쫄지 말아야한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그게 결국 자기 피여도요. 몰랐다는 건 이 경우에는 결코 순진했다는 말이 더더욱 아니니까요.
22/01/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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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의 대사에 대해서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반쯤은 독일인들의 자기 반성이기도 하면서 나머지 반은 사회지도층에 속한다는 놈이 얼마나 바닥밑의 바닥이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지요. abc초콜릿님은 언제나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며 영화 몰락의 괴벨스의 발언을 예시로 들었지만 실은 저질러놓은 짓에 책임지지 않고 변명이나 늘어놓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abc초콜릿
22/01/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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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물론 괴벨스가 어거지를 부리는 장면이죠. 하지만 몽케가 그 말을 듣는 것 때문에 그런 국개론적 의미가 강하다고 봅니다. 영화 상에서는 몽케가 딱히 흠잡을 데 없는 군인인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1940년에 보름하우트 포로 학살 사건에 연루된 전범이고 여단장이라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너도 이 체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면서 지금껏 붙어먹은 주제에 이제 와 그런 말 자격 있냐?"라고 들리더군요.

나치 체제에 대한 일상사적 해석으로 가면 더욱 두드러지지만 당대 독일인들은 나치 체제 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지 않았습니다. 알면서도 나치가 가져다주는 것들에 취해 외면한 거고 나치가 무너지는 날까지 나치에 진지하게 항거(Widerstand)한 독일인은 극소수였죠. 전통주의적 해석은 "나치가 독일인들을 속이고 윽박질렀기 때문에 전쟁에 내몰렸다"고 도망갈 구멍이 있지만 일상사적 해석으로 가면 독일인들은 그 참상에 대해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죠. 영화의 그 장면에서 괴벨스가 지껄이는 말은 어거지 궤변이지만 그게 맞든 틀리든 나치랑 붙어먹고 깽판을 친 독일인들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제의식을 담은 장면이라고 해석합니다.

사실 그 대사도 괴벨스가 아니라 적군 장군으로 나오는 추이코프가 그런 말을 했으면 전혀 헛소리가 아니었을 겁니다. 추이코프는 비웃으면서 "당신들이 우리 입장이면 이런 걸(강화조약)을 받아 들이겠어요? 헛소리 하지 말고 당신네들 신정부에 무조건 항복 아니면 안 받는다고 전하시오" 하고 조약서를 휙 던져버리는 역할로만 짤막하게 나왔지만
22/01/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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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말씀해주신 내용을 읽다보니, 제가 본의 아니게.. 아니 제 본심이 수정주의적 해석을 비판하고 전통주의적 나치관을 내비치는 것이었군요.

그러고보니 저는 스스로 '사람들이 나치를 지지한게 사실이다'라는 주장에 거부감이 좀 편향적으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자세하게는 요즘 들어서 "더 캡틴"이나 "죠죠 래빗" 같은 대중영화로도 다뤄지는 나치 체제의 일상사를 부정하고 싶다기 보다는, 왠지 '독일 국민과 나치가 한패였다'라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다보면, 나치가 '지지하지 않던 국민에게 가하던 폭력'이라는 서사가 뭔가 사라지고 폭력성이 사라진 달콤한 포퓰리즘적 미사여구의 평화로운 정권으로 들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습니다. 저는 일본의 군국주의나 네오나치가 진지하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원인에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 현 체제의 정당성, 국민적인 교육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또 동시에 '자국민에게도 무자비했던 파쇼적 폭력, 그렇기에 환상(허니문?)이 깨지고 나서 돌이켜봤을때 별로 그 시대를 다시 살아보고 싶지 않다는 자각'이 또 작동한다고 믿거든요. 그리고 또 주제와는 벗어나지만 이런 인식이 폭력적인 체제의 귀환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도 보고요.

그래서 저는 괴벨스가 몽케를 갈구는 맥락에서도 '독일 일반 국민'을 좀 빼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죄인이고 한패거리일지언정, 극단적으로 말해서 나치즘의 '현상'을 구성하는 피와 살일지언정, 결국은 나치즘의 폭력은 그들에게조차 무자비했고, 그 폭력의 악마는 그 순간에 도살자가 아니라 계약약관을 가져온 상담원의 말투로 '아니? 이걸 모르셨다고요 고객님? 너가 서명했잖아'라고 갈군다고요. 음... 적어놓고보니 같은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정말로 강렬한 장면이었고, 분명 주제의식이 있었지요.

그러고보니 추이코프가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려고 막 결제를 맡으러온 말단에게 장군제복을 나눠주며 테이블에서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던 코미디 장면들이 생각나네요. 파시즘의 항복에 걸맞게 웃음 연출이 생각해보면 거기 몰려있었죠 크크크. 덕분에 장면이 떠올라서 정말 이 영화가 대단했었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말씀해주신것들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태엽감는새
22/01/2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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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것은 반목한다
22/01/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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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말씀하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정말 시대를 앞서나간 작품인건지, 세상이 세컨드 임팩트 이후의 세상을 따라잡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특유의 정서가 지금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잡고 있다는 인식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웃긴게 20세기 작품인 에반게리온 특유의 '세기말적인 세계'는 '21세기'가 시대적인 배경이죠 지금 이걸 적으면서 저는 웃음만 나오네요 정말로)

저는 항상 그 작품을 보면서, 철이 들지 못한 아이들을 철든 세상에 던져놓은 부조리극이라고 생각했어요. 뭘 알지도 못하는 애들에게 '에바에 타라 신지'라는 삼진에바 같은 말을 하지 않나, 세컨드 임펙트니, 서드 임펙트니 왜 어른들의 이념적인 정치극에 애들을 팔아넣냐고요 크크크, 로봇을 조종할 줄 아는 용기도 자격도 없는 어른들. 그래서 저는 그 작품의 결말이 어떻게든 신지와 카오루의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끝날 거라 믿었지만.. 으윽..

최근에 제가 정말 '인생게임'을 외치게 만들었던, "디스코 엘리시움" 역시 비슷한 폐쇄감을 플레이어에게, 아니 또한 플레이어가 즐기는 세상에도 쑤셔넣습니다. '왕정', '쿠데타', '혁명', '공산주의의 붕괴' 모두 지나간 레바숄의 시민들은 전부 패배감과 기묘하고 막연한 권력욕이 뒤섞인 괴상한 감정을 분출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전부 '에이씨, 나에게 당해보지도 않고 그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로요. 과거의 일어난 사건들 속에 갇혀서 내가 무엇이라고 선택해본적이 있는가? 전부 과거에 실패했던 것들을 주워섬기면서 이번에는 다를거라고 주장하는 '원숭이들의 바보같은 디스코'만 남은 것이 아니냐? 라는 염세주의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진격의 거인" 역시 작품의 후반부에 있어서는 '학살자 고마워'가 아니라 사실 이런 메세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고요.

그래서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최인훈 작가의 "태풍"이 있는데요.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도 "진격의 거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거인만 없을 뿐이지, 정말로 비슷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로크'(조선)'사람이 '나파유(일본)' 제국의 일원으로서 '아이세노딘(인도네시아?)'이라는 섬나라에서 수용소를 운영하다가, 패망에 가까워지는 전황과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갑자기 수십년전에 망한 '애로크' 사람이라고 밝히는 동료들을 보면서 초반에 당황해하거든요 주인공이. '진격의 거인' 특유의 '거인의 척수액'으로 대표되는 인종론과 우생학이 도대체 무엇을 암시하는 것인지 이런저런 분석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르만적인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외모로 볼때, 2차 대전과 유대-시오니즘의 비꼬기라는 설, 그리고/또는 과거의 학살과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죄인이 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는 현대 일본 청년층을 투영한 것이라는 설 등등 다양했지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글을 읽다보는 생각이, 그냥 21세기의 시대정신이 이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도 '거인이 될 수 없는'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디스코 엘리시움'에서도 주인공이 공산주의자로서 '새로운 혁명'을 준비하자라고 주장하면 다른 사람들이 전부 코웃음을 치거든요 '왜? 너도 맘에 안드는 사람 수백만명 죽이고 니가 옳았다고 우기게? 우리 이미 그거 해봤거든?', 심지어 중간에 혁명의 시대에 살아있던 전설적인 인물을 만날 일이 있어도 코웃음만 치죠 '다음 혁명? 웃기는 젊은이일세, 혁명은 죽었어. 니들이 외세에 팔아넘겨서 아주 죽었어. 그리고는 모든 시체처럼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거야." '태풍'의 주인공 '오토메나크 중위'도 '나파유주의 (아시아주의/대동아공영권)'가 무너지고 자신이 '애로크인'으로서 자신이 방금까지 구금하던 '아이세노딘'인들과 같은 신세, 그러니까 시대를 잘못 태어나서 압제자의 무기로 쓰인 불쌍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당혹감을 느끼고 신경질을 부리기까지도 합니다. 학살자의 핏줄이라서 안락사가 필요하다면서요? "나도 그러면 죽기전에 학살좀 해보자, 그리고 안락사의 집행자라면 너말고 내가, 내 기준의 내 사상에 따라서 맞춰서 하자" 솔직히 이게 지크 예거의 안락사에 대한 엘런 예거의 대답이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세상의 대답이고요.

물론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또한 '살아있는 존재의 꿈틀거림'이겠지요. 경외롭고, 신기하고, 재밌고, 역겹기도 한 것이요. 시체거름에서 꽃이 핀다고 꽃이 더럽다고나 살인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디스코 엘리시움'이 말한대로, 세상은 디스코테코나 디스코 LP판은 만들줄도 모르면서 쓰레기통에서 주워서 그것에 맞춰서 춤이나 추는 '원숭이'들의 기괴한 댄스쇼인지도 모릅니다. 마르크스의 유령, 콜론타이의 유령, 데리다의 유령이 진정한 세계를 지배하는 생물체이고, 나머지는 빙의되서 춤추는 언데드들일지도요. 하지만 웃기게도 동일 게임에서 이런 주장을 하면 민족 볼셰비즘적 우생학에 찌들어있는 근육질의 파시스트가 유일하게 반박을 합니다. "역시 코이코-노동주의에 오염된 핏줄이군, 너희 족속에게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말장난이지. '정반합', '갈등,' '실존'. 변명덩어리들, 누군가를 두들겨패서 세상을 바꿀 광배근으로의 신경연결이 뒤떨어지는 존재들"이라고요. '행동하냐, 행동하지 않느냐'.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철부지 청년을 다룬 작품이고 결국은 고민 끝에 귀신의 말을 들어서 인생을 그르치더니, 이보다 21세기적인 작품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아직도 제가 기묘하게 생각하는 점은, '진격의 거인'의 결말은 세상에 내던져진 거인 개개인의 실존주의적 발악이 아니라, 칼 프리츠의 가부장(Paternalism, 지도자가 다수에게 나아갈 길을 정해줘야한다는 의미의)적인 결론과 수미상관이 되어버린단 말이죠. 정말로요? 아무도 거인이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거인이 된 사람이 한다는 일이 그렇게 다양하지 못합니까? 작가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우리 앞에 주어진 결론이 결국 일본 애니메이션적인 '안락사'라는 동양인의 고견일까요?
실제상황입니다
22/01/22 23: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런 미흡한 글에 고견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재밌게 읽었습니다. 햄릿만큼 21세기적인 작품이 어딨겠냐는 부분에서는 진짜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저는 작가가 내린 결론이 안락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삭제당하긴 했지만 진격거 리뷰글은 전에도 한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썼던 내용을 옮겨보자면 이렇습니다.

"저 한남들만 다 박멸해버리면 해방될 수 있겠지. 저저 페미년들만 다 죽어버리면 자유로워지겠지. 수구꼴통들만 다 죽어버리면, 종북좌빨들만 다 죽어버리면, 중국놈들만 다 죽어버리면, 미제 앞잡이들만 다 죽어버리면, 헤게모니를 잡고 휘두르는 영미언론 저 귀축 코쟁이 새끼들, 중동 난민들, 조선족들, blm 강요하는 범죄자 깜둥이들, 네오나치나 kkk 빨아대는 백인 쓰레기들, 퀴어충들, PC충들... 세상에는 죽어야 할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도 영원히 계속될 바로 그 배드 엔딩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피아도 있는 겁니다. 적도 있고 아군도 있습니다. 선악도 없는 게 아니라 있습니다. 입장 차이에 따라 달라질 뿐이죠. 세상은 가치게임 같은 것이고, 패배하는 순간 내가 동의하지 않는 가치관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저항하는 거겠죠. 저는 더이상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커보니까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루프하는 거더군요. 돌이켜보면 그걸 믿었던 때가 순진했던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이 또한 어리숙하고 모자란 생각일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말이죠. 차라리 모두가 다같이 죽어버리자는 것보다는 서로 싸우면서 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허상이든 뭐든 간에 자아뽕이나 빨고 과몰입이나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 아니겠냐구요. 영원회귀적인 관점으로다가 우리 인생이 한치도 틀림없이 반복되고 있는 거라 치면, 그래도 삶이 계속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순간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살고 싶은 순간 하나쯤은 있겠죠. 다같이 거세나 당하자던 지크 예거가 쿠사바와의 캐치볼을 떠올리며 문득 다시 태어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듯이 말입니다."
22/01/2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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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오... 말씀해주신 생각은 공교롭게도 '파시즘'의 정수를 담고있군요. (정치적인 욕설로서의 '파시즘'이 아니라 정말로 정치적인 사상으로서의 무솔리니의 그 '파시즘'이요) 특히 "패배하는 순간 내가 동의하지 않는 가치관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저항하는 거겠죠. 저는 더이상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커보니까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루프하는 거더군요."라고 적은 부분이요.

그렇습니다. 세상은 오징어 게임인 것이지요. 이긴 사람이 정치적인 헤게모니를 쥐고 패배자에게는 오직 남는 건 굴욕 뿐이지요 (로마말로 "Vae victis"). 특히 이데올로기가 개개인의 머리속에 머무는 시골 공동체도 아니고,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오직 남는 것은 '결단'뿐입니다. 많은 정치적 '낭만주의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죠. 예를 들어 어떤 '낭만주의자'는 나라가 가진 박하꽃을 어린이에게 먼저 줘야한다고 뜬구름을 잡습니다. 누군가는 노년층에게 늦기전에 박하를 나눠줘야한다고 생각하죠. 하! 어리석은 존재들! 정치에서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결단'입니다. 누군가가 정치에서 권력을 잡는다면 그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국민에게 강제로 먹인다는 '결단'을 내려도 아무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권력을 잡는가, 재화를 어디에 사용하겠다는 그의 (개인적이고 독선적일 수도 있으나 그래도 별 상관은 없는) 의지를 관찰시키느냐, 제도적으로 정당성을 만들 수 있는가, 어떻게 반대파를 탄압할 수 있느냐죠. 그런데 어떤 샌님들은 '민트란 무엇인가? 민트는 누구에게 줘야하는가?' 따위의 쓸때 없는 논쟁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세상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중요한건 개개인이 민트에 대한 호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며, 필요한 것은 개개인이 민트에 대한 자신의 투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도자' (그리고 이 지도자가 뛰어난다면 자연스럽게 나라의 지도자도 겸하겠죠)가 돕는 것입니다. (제가 방금 적은 이 표현들과 생각전개는 제 것이 아니라 카를 슈미트의 '결단주의'입니다. 그는 나치의 어용학자였죠)

저도 사실 이런 파시즘적인 접근법에 있어서, 애석하게도 꽤나 동의하는 권위주의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문화적으로는 꽤나 리버럴이라고 자처합니다만, '사회적'으로는 좀 꽤나 개인적으로 복잡미묘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떠들기 좀 그런 극단주의도 많이 흡수한게 제 사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크크크) 하지만 동시에 파시즘의 사상이 꽤나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문학비평이 세부전공이긴 합니다만... 으윽... 좀 들은 풍문이 있어서요 (그래서요 철학과분이 들으시면 제 얕음에 기겁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니체가 '투쟁'이라는 개념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독교의 정당성은 붕괴되면서도 ("신은 죽었다!") 사회의 보수주의나 도덕주의에서 기독교 도덕이 또 간판만 바꿔서 ('기능주의'라던가 '일국 보수주의'라던가...)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옳아매려고 했던 시대에 반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무기를 제시한 것이고요. 하나는 '노예도덕'이라는 단어로 순응과 복종을 강조하는 기독교 도덕 (이건 세계화 이전의 일이니 그냥 '과거의 도덕 전부 몽땅!')을 부정한 것이지요. 그리고 두번째는 '초인 (요즘은 '극복인'이라고 번역해달라는게 추세긴 합니다)'이 될 수 있으니, 그 방법은 '투쟁'이라고요. 이미 말씀하신 '영원회귀'를 하더라도 '삶을 사랑하겠다 (=투쟁을 하겠다 = 아모르 파티)'라는 매혹적인 구원의 말씀이요.

그러나 '극복인'이 되기 위해서는 '삶'을 통제할 수 있어야합니다. 의도와 현실이 맞아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은 니체의 세계관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방금까지 제가 장광설을 떠든 '데리다의 유령들'을 전부 자신의 삶에서 몰아낼 수 있는 인간이여야합니다. 어떤 불합리한 일을 당하여도, 절대로 남의 탓으로 당해서는 안되는 삶인것이죠. 자 그리고 이말을 방금 슈미트의 결단주의랑 같이 두고 생각해보세요 크크크크. 괜히 니체의 철학을 읽고,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이라는 소설을 쓴 것이 아니고, 그걸 소재로 다시 에반게리온에서 '나기사 카오루'가 등장한 것이 아니죠. 저는 그래서 '카오루'를 철학적으로 사모합니다. 어쩌면 신지가 극복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지요. 그래서 신극장판에서 우리 카오루가 받은 대우에 너무나도 화가 나네요!

흠흠흠... 다시 니체로 돌아가서, 그러니까 파시즘은 되게 니체를 욕보이는 니체 추종자들인것이지요. '개개인의 투쟁'이 신성하다고 운운해두고서는 '그러나 현대사회의 정치과정은 개개인이 직접 투쟁하기에는 복잡하므로 남는 것은 성공한 투쟁자인 영도자의 결단이다'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니까요. 이러니 정치적 반대를 만나면 '이럴 수가 우리 투쟁을 하자, 너는 '낭만주의적인' 선동에 빙의된 것이고, 나는 철학적이고 역사적인 투쟁을 하는 것이지만'이라는 내로남불을 하는 것이고요. 제 논리를 다시 말씀드리자면 저는 개개인에 있어서는 니체 철학을 정말 긍정하고 보급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현상세계에서는 (파시즘 논리의 일부를 받아들여) 도저히 그게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투쟁을 해서 칼자루를, 공권력을, '결단'을 쥔다면 그것만큼 투쟁이 천박한 농담이 되는 시대가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또 "마조프주의 사회경제학"을 신봉하는 제 좌파적인 자아는 또 '누군가 사회에서 투쟁에서 승리했다고? 기득권 중 한명이구나!'라는 이중사고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투쟁은 어쩔 수 없다고 보는 파시스트이면서도 동시에 '칼 프리츠'나 '땅울림'을 보면 분노를 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자기 혼자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대중들의 사슬에 대한 증오를 원기옥으로 받아서 유일하게 '반푼이 극복인'이 된 세속적인 권력욕의 노예가, 노예도덕에서 해방되어 다른 사람들을 극복의 길로 이끄기는 커녕 세상에 또다른 노예제를 강제하고서는 자신의 투쟁만 숭고하다고 우기고는 다른 투쟁자들의 투쟁과 자아를 빼앗아서 자기 혼자 잘났다고 으스대는 꼴을 말이지요. '카리스마'인지 '결단'인지 '혁명'인지 '통치행위'인지 '거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흔한 독재자가 어디서 니체를 들먹이고 극복인을 들먹입니까. 결국 다른 사람들의 '삶'은 '극복인'이 되기 위해서 그런 거대서사를 부정하려고 들 것입니다. "결코 너희가 내 삶을 좌지우지 하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 일어난 좋은 일 그리고 나쁜 일 마저 내가 삶을 꾸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노라!" 라고요.

그리고는 그 중에 다시 성공한 지도자가 있을 것이고요. 만명이면 만명, 백만명이면 백만명이 모인 곳에서 '두체'인지 '퓌러'인지 다시 나오겠죠. 그리고 처음부터 반복되겠지요. 인류의 문명이 끝나는 그날까지.

"다시 태어나도 좋을 것 같다"라... 이 사이클을 깨달은 변증법적인 인류가 앞으로 미치광이 독재자나 학살자 말고 다른 무언가가 될 수나 있을지 저는 가끔씩 심심하면 대안을 찾아보려고 망상을 해보고는 합니다. 음... 그러니까 해주신 말씀 덕분에 "진격의 거인" 작가분도 왠지 결말부에 와서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이런 결말을 쓴것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또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01/23 03: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헌데 진격거는 애당초 그렇듯 다함께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는 상황 설정이잖아요? 네 그렇죠... 실상 니체의 초인주의는 현실에 가능한 모델이 아니었던 겁니다! 와우 이거 놀라운 발견 아닙니까!! 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긴 하죠. 이미 대다수가 세상을 그런 식으로 보니까요. 그쵸 유령에 씌인 거죠. 그럴 바에는 적극적으로 언데드가 되자는 것이고 적극적으로 디스코 위에 오르자 하는 거구요. 근데 그게 적극적이라니 말이 되나? 말이 안 되죠. 이 세계는 결정론이고 영원회귀라서 자유 따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자아뽕이나 빨면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게 바로 자유라는 거 아닙니까~ 아 어쩌라고 페미 척살 안 할 거냐고~

제가 보는 실상은 이렇습니다. 모두가 "결코 너희가 내 삶을 좌지우지 하지 못할 것이다!" 하고 일갈 중이라구요. 서로가 서로를 "잠재적" 거인들, 악마들, 엘디아인!이라 규정짓고 투쟁을 벌이죠. '언에듀케이티드' '젊은이들 일베화됐다' 뭐 이런 얘기 심심찮게 나오지 않습니까? 이쯤되면 에렌이 "너와 같다"라고 했던 게 십분 이해되죠.

전에 써주신 표현을 빌리자면 메타버스 현대의 시민들은 미치광이 독재자나 학살자 말고도 페미나 반페미 정도는 될 수 있을 겁니다. pc나 반pc 정도는 될 수 있을 거구요. 에렌의 정신을 이어받은 거죠. 스스로를 핍박 받은 엘디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자들이, 스스로 땅고르기라 믿어 의심치 않는 혐오놀이를 해대면서 말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소위 좌파적 운동이란 게 그런 거였다고 보구요. 자기네들만 새롭고, 또 영원히 새로울 것처럼 굴어대며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남근을 세웠죠. 교조주의와 깨시민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누굽니까. 유교탈레반의 후손들 아닙니까. 신도 죽었고 군부독재도 끝났지만 그런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아니 그런 민주주의 사회에서야말로 진짜 시작입니다. 나를 옭아매는 바로 니녀석이 죽여야 할 신입니다. 니녀석이 나를 억압하는 구조이고 판옵티콘입니다. 빅브라더입니다. 뭐 빅브라더? 너 요즘에도 그런 거 믿니? 대세는 리틀시스터야~ 포스트모던 어쩌고 하는 사람들 말처럼 거대서사의 종말이죠. 근데 소수자담론에도 거대서사와 같은 음모론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목하는 니녀석이 최종보스가 된다는 거지요. 이 얼마나 공평한 신살게임이고 불편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까? 그래요 꼬우면 꼽다고 해야죠. 가령 페미들이 가려는 길은 필시 벽을 만들어낼 겁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문화를 만들어내서 강제될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해방이고 누군가에게는 억압이죠. 그밖에도 퀴어, 동물권, 채식주의 등등 많기도 많습니다. 근데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고들 하니까요. 뭐 하여튼 지켜보도록 합시다. 이 파시스트적인 세계가 어디로 나아갈지. 저는 루프물이라고 봅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저는 그래서 아스카랑 이어진 거라고 봐요. 카오루랑 이어지기에는 너무나도 초월적이었으니까요. 니체 사상이 현실에 적용가능한 모델이 아님과 같은 이치라 봅니다. 말하자면 창세신화에서 아담이 신이랑 맺어지는 꼴이죠. 아니 뭐 신앙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 메시지는 이브와의 화해를 통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기분 나쁘더라도요.
22/01/23 00:57
수정 아이콘
(수정됨) .
실제상황입니다
22/01/23 02:24
수정 아이콘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온 거긴 한데... 이런 리뷰성 글에서는 익스큐즈되곤 하잖아요. 그래도 안 된다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22/01/23 10:33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는 건 맞는데 최악의 패러다임입니다. 페미는 황건적이 개독교가 차라리 선녀에요. 페미파도가 코로나보다도 더 하루빨리 잠잠해지길 바랄뿐입니다. 근데 어차피 시간문제에요. 말씀대로 그 다음 파도가 올겁니다. 인구절벽에 이민자증가로 이슬람, 중화문화권, 파키스탄 그들도 자기 권리 주장할만큼 수가 늘어날 때가 올 거니까요. 양당 정부는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또 그때가서 우세한 집단에 숟가락 얻으면서 표팔이나 하겠죠
바보왕
22/01/23 12:25
수정 아이콘
요약하면 남 탓이 많을수록 내 자유는 희미해진단 얘기죠. 판단의 기준에 환경요인이 강하다고 해석할수록 내 의지는 의미가 없는 거고. 모든 불행이 내 탓이고 내 잘못일 순 없습니다만, 적어도 내가 누굴 미워할지 말지 정도는 준거집단이나 쌩판 타인이 던져주는 핑계에 끌려다니느니 내가 정한 규칙으로 판단하는 게 재밌어보입니다. 그게 착각이라도요. 어차피 인생은 수동사냥임
-안군-
22/01/23 15:40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건, 광신은 "돈이 된다"는 점입니다. 사이비종교가 끝없이 생겨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일단 성공하면 떼돈을 벌거든요. 덤으로 여신도들의... 읍읍...
사실 꼭 특정 사상이나 종교가 아니더라도 덕후들의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고, 서브컬쳐, 스포츠, 명품... 등등도 한명의 덕후가 소비하는 양이 머글 100명을 커버합니다. 그러니 전체의 10%도 안될 골수페미들을 그렇게 물고빨고 한거에요. 문제는 페미들이 일반적인 덕후들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거죠. 생각 이상으로 상품가치가 떨어져요. 82년생 김지영은 성공했지만 진보당은 망했죠. 아, 어쩌면 상품개발을 잘못한걸수도 있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정치계에서도 슬슬 페미 손절각을 볼거라고 생각합니다. 덕후들만큼 결집력이 높은것도 아니고, 주머니를 열지도 않아요. 사이비종교에 빠지면 집문서도 갖다바치는데, 페미들은 그럴 각오가 안보이니 매력이 없죠. 크크크...
겟타 아크 봄버
22/01/23 18:52
수정 아이콘
페미들의 화력이 대단하다 대단하다 가스라이팅이 되었었죠
하지만 현실은 디씨의 야갤 하나만도 못한 화력이었다는거...
그나저나 혜화동 시위는 대놓고 성범죄 2차가해였는데 그거 안잡고 뭐한대요? 지금이라도 잡으려면 잡을수 있을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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