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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0/13 14:04:37
Name 토루
Subject [정치] 정의당 20대 대통령 후보로 심상정 의원이 선출되었습니다. + 알고보면 재미있는 정의당 이야기 (수정됨)
정의당 대선후보 결선 투표에서 심상정 의원이 51.12%를 득표해 48.88%를 득표한 이정미 후보를 꺾고 정의당의 최종 대선후보로 확정되었습니다.

심상정 의원과 이정미 전 의원의 인지도 차이를 생각해본다면 2.24%의 적은 득표율 차이는 분명 놀랄만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원인으로는 정의당이 일반 시민 선거인단을 받지 않고 당원투표 100%의 폐쇄적인 경선 방식을 택했다는 점, 정의당의 당 내 좌경화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 당 내부에서 심상정 리더십에 피로감을 느끼는 당원이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정의당은 과거 여러 세력의 연합으로 시작한 통합진보당 시절 경기동부연합(이정희, 이석기) 계파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가 터지고 해당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결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정의당은 태초부터 정치 연합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친노 참여계 (당내우파) +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노동운동계 (PD, 당내중도파~중도좌파) + 이정미 등으로 대표되는 인천연합, 광주전남연합 등 온건 NL (당내좌파) 의 구도가 대표적입니다.

2013-2014년의 이러한 구도에서 2021년으로 넘어오는 사이 정의당의 당내 권력 구도는 크게 좌경화되었습니다. 당내우파, 친노의 리더였던 유시민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탈당했던 것을 시작으로, 조국 사태와 박원순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당을 옹호하지 않는 정의당의 모습에 당내우파 역할을 주도하던 다수의 강성친노~친문 당원들이 탈당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진보 정치의 동지이자 라이벌인 노회찬-심상정은 각각 대중 지향의 노회찬 vs 조직 지향의 심상정, 온건 노선의 노회찬 vs 강성 노선의 심상정으로 진보 내부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었고, 이로 인해 노회찬 의원은 대중지지도가 심상정 의원에 비해 높았던 반면 당 내에서는 비주류였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인해 전반적인 정의당 조직의 지향점이 좌경화되고 강경 노선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또한 2016년 메갈리아 사태부터 시작하여 20대 여성, 페미니즘 세력이 정의당에 많이 입당하면서 당내 좌파에 해당하는 당원들이 추가로 유입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기존의 역학구도와 현재의 역학구도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역학구도
[당내우파] 유시민, 참여계 > 노회찬, 대중지향PD(노동운동) > 심상정, 조직지향PD > 이정미, 온건NL(민족운동) [당내좌파]

유시민 탈당, 참여계 다수 탈당, 노회찬 사망

2020년 역학구도
[당내우파] 심상정, 조직지향PD > 이정미, 온건NL 인천연합 > 류호정, 강민진 등 페미니즘 [당내좌파]

네, 놀랍게도 심상정이 가장 당내에서 대중성 지향의 우파 (혹은 중도파)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보다 급진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이정미 후보에게 인천연합의 조직표와 페미니즘 강성 지지표가 결집했고, 이것이 심상정 51.12% 이정미 48.88%의 근소한 격차로 드러났습니다. 이정미 의원이 리더인 인천연합은 온건NL로 시작했으나 지금 와서는 친북적 성향을 거진 전부 버리고 사실상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진보 소모임이 되었고 이정미 의원 정치색 따라 가는 편입니다.(조금 더 강경페미, 강경 생태)

또한 심상정 후보가 20대 국회에서 정치개혁을 위해 추진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에서, 정의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통과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게 많은 쟁점을 양보하는 태도를 취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통수(...)를 때려버리고 정의당이 완전히 호구취급받는 바람에 심상정 의원의 정치력에 의문부호를 가진 당원들이 많아지고 대안으로 이정미 의원에게 당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접전 끝에 그래도 아직은 심상정으로 결론이 났는데, 눈여겨봐야할 포인트는 정의당의 이번 대선 완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 있습니다. 더불어시민당 비례정당 사태로 인한 더불어민주당의 배신 + 조국 사태로 인한 당내 우파의 탈당으로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내의 목소리가 매우 작아짐 + 박원순 사태로 인한 강경 페미니즘 지지자들의 민주당 혐오 성향 +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단일화 협상을 묵살하고 표를 갈리게 만들어 정의당 유력 정치인들을 전부 몰락시키는 전략을 채택해 가지게된 정의당원들의 배신감 + 심상정 의원은 그렇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독자출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개인기로 자력 당선되어 심상정 개인이 단일화에 목맬 필요가 없어짐 + 심상정은 현재 고양갑 지역구 지지율 유지를 잘하고 있어서 추가적인 국회의원 연임은 거의 확정이라고 볼 때 노릴 수 있는 윗급의 직함은 대통령 밖에 남지 않았다는 개인적인 사유... 등으로 인해 현 상황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이 독자후보를 내고 단일화 없이 완주할 가능성이 거의 확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 사퇴 및 단일화를 할 가능성이라면 정의당 특성상 선거비 보전이 불가능해 금전적인 사유로 대선 완주를 못하고, 지선에서 민주당의 단일화를 약속받고 물러서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문제는 이미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배신한 전적이 있어 믿기 어렵다는 점과 지선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통해 당선될 수 있는 광역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급 체급을 가진 인물 자체가 없어서(...) 지선에서 민주당과 단일화가 이루어져도 사실상 실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게 점쳐집니다.

심상정이 19대 대선에서 6.17%의 득표율을 달성했다는 점, 그리고 그냥 비민주당계 진보정당에서 아무 선거나 완주해도 기본 3% 정도는 먹고 들어간다는 점, 사상 최대의 보수 vs 진보 양자 대결이었던 18대 대선이 51.6%대 48%로 3.6% 차이로 갈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의당의 완주는 꽤나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연 민주당과 정의당이 해묵은 앙금을 풀고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심상정 의원의 개인 득표율이 대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함께 알아보면 이번 20대 대선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일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전국 메가박스에서 노회찬 의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노회찬 6411'이 개봉합니다. 혹 노회찬 의원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함께 관람하며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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