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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1/04/17 01:12:55 |
Name |
마늘빵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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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일반] 일론 머스크가 만든 미친 도지 코인 열풍.jpg |

어린 시절 보았던 우화 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있다.
이것은 두 머슴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명의 머슴이 마침내 주인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주인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일거리를 주었는데 그것은 하룻밤 동안 새끼줄을
가늘게 꼬아달라는 것이었다.
떠나기 전날까지 부려먹는다며 한 명은 대충 꼬았고
한 명은 성실하게 밤을 새워가며 가늘게 꼬았다.
그리고 다음날 주인은 금화가 가득한 창고에 두 머슴을 데려가
그들이 꼬인 새끼줄 안쪽에 금화를 꼬아서 가져가라는 말을 했다.
유종의 미, 성실한 사람은 결국엔 복을 받는다.
딱히 유교적인 가정 속에서 교육을 받은 건 아니 였음에도
동화책을 졸업하고 교복을 벗고 흰머리가 늘어 날때까지
내 머리 속에는 어떤 점잖은 착한 선비가 들어있었다.
자신의 성과에 대해서 겸손하게 감추는 미덕이 있었고
하란 대로 따르는 착함이 있었고, 불합리하거나 보상이 없어도
성실하게 밤을 새울 수 있는 노력형 인간.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우화나 일화나 말씀에 의하면
그것은 능력이 부족한 내가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공식이나 다름 없었다.
어쨌거나, 최소한 내가 동네 골목길을 뛰어다니던 시절에는 그랬다.
새벽에 일어나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버지들의 성공 신화는 그랬다.
고되고 힘든 일이었지만 최소한 집 하나는 살 수 있었다.
최근에는 그런 게 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코인판은 합법적인 국제 도박이나 다름 없다.
코인 으로 많은 돈을 버는 사례 중에서 실제로 졸업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성실한 선비의 가르침은 돈을 모으는데 유효할 것이다.
나중에 늙어서 병원비로 대체가 될지언정, 잃지 않고 확실하게
시드를 모으는 다른 방법 따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코인이든
우리가 도약이 아닌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라면
셋 중에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상사에게 맞추는 비위나, 때로는 불합리한 업무에 관습에 젖어 드는 노력보다
사실상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방식에 더 많은 시간과 투자와 공부를 했던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연 0.9%의 이자로 꾸준히 복리의 마법을 중얼거리면서
저축을 하는 개미인 나에게 절대적으로 행복하고 안전한 미래가 기다린다는 보장이 없다.
기나긴 시간동안 합법적으로 착취당하면서 조금씩 티끌을 모으는 게
실제로는 무지성 침팬지보다 나쁜 효율을 보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회사는 야근 수당도 없이 몸을 갈아 가면서 열심히 하는 머슴에게
금화가 가득한 창고를 기꺼이 열어 줄 것인가?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다른 곳으로 떠난 머슴이 사람 다운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과연, 나는 자식에게 그 우화를 들려줄 것인가?
지금에 와서는 조금 꺼려진다.
코인 같은 도박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돈을 제대로 버는 방법은
성실한 머슴들을 가차 없이 부려먹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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