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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12 00:27:45
Name 두꺼비
Subject [일반] 나와 내가 아닌 자들의 투쟁
신채호 선생님은 조선상고사를 서술하면서 역사를 나와 내가 아닌 자들의 투쟁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근현대사의 맥락은 매우 개성적인 시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선 일제시대는 크게 보면 한민족과 일본 민족 사이의 투쟁으로 볼 수도 있고, 한국 내로 국한하여 본다면 독립과 친일간의 투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독립측에서 친일로 변절한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 류의 사람이나, 친일행적을 왜곡 , 윤색하여 독립운동가인양 행세하였던 사람들에게는 과연 아(我)가 어느 편이고 비아(非我)가 어느 편일지 사소한 궁금증이 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날개를 펴는 법이고, 그 시대를 분석하는 후학으로서, 우리는 현재의 시각과 자료들을 통해 과거의 문제점과 잘못을 파헤쳐 나아고 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과, 한계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행히도 승리자는 독립 지지자들이었고,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와 친일파들을 단죄하고 비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대한민국과 북조선 간의 투쟁 시대입니다. 승패가 갈리지 않은 채 휴전이라는 암울한 결과물만을 남겼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아직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록들을 보면, 적어도 그 당시에는 정의와 불의의 기준선이 명확하지만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로써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지상락원에 대한 환상, 혼란스러웠던 남한 정세에 대한 환멸, 당시에는 꽤나 힙한 사상이었던 공산주의에 대한 이끌림, 등등 다양한 이유로 빨갱이가 되어갔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으며 고향을 등지고 남으로 내려왔습니다. "공산당 놈들은 일본놈들보다도 악독하게 싹싹 털어갔다"라고 하시던 외할머니의 말씀은 저에게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참전용사이셨던 할아버지에게 과거 유명한 공산주의자였던 사람에 대해 물었을 때 나온 "그 사람 참 똑똑한 사람이었지" 라는 말씀은 저에게 약간의 당혹감과 함께 그 당시에는 어느 편이 선이고 악이었는지 분별하기 힘들었던 시대임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의 두 나라를 비교한다면, 우리는 맞고 그들은 틀렸습니다. 이게 뒤집히려면 좀 과한 음모론이나 SF적인 상상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다음 투쟁은 무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칫 넘을 수 없는 카테고리의 벽을 넘게 될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럽지만, 집권층 혹은 독재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간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부디 "지.역." 간의 투쟁이라고 지적하시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그 당시에 혹은 지금까지도 어떤 분들은 그 시대를 지역갈등의 시대로 기억하시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이해도 하지만, 그 당시 가장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던 현장은 어디였고, 서로 간에 목숨을 희생하며 대치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시선으로 잘잘못을 따져 보았을 때 어느 쪽이 더 옳았다고 할 수 있는지를 본다면 어느 정도는 명확하다고 봅니다. 저는 결코 지금의 무슨 정당은 어느 세력의 후신이고 어쩌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제발 살려주세요.
아무튼 이 시대 쯤 오면 세대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일제시대의 설움을 딛고 동족 상잔의 비극을 극복하며 조국 발전을 성취한 분들 입장에서는, 먹고 살만한 시대에 자기는 하고싶어도 할 수 없었던 공부를 내팽겨치고 테러를 일삼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들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언론에 따르면" 이 애들은 모두 빨갱이 김일성을 추종하고 지령을 받으며 정권을 전복하고 적화통일을 기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전 세대에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만든 사악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러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 "애들"은 분노를 터뜨렸고, 목숨을 걸고 투쟁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열사들이 생겨났고, 투표권이 돌아왔으며, 정권이 바뀌어갔습니다.

그렇게 그 시대가 끝나가고 지금이 무슨 시대일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아직 황혼에 이르지 않았고,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잠자는 중입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지금의 투쟁이,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투쟁인 것일지 혹은 친중과 친미의 투쟁인 것일지는 한참 뒤에 알게 될 것이고, 이제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어버린, 찌들어가는 중인 저에게는 끓어오르는 분노도 냉철한 판단력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세상사에 관심이 많고 오지랖이 넓다 보니, 다 찾아보고 생각하고 한마디씩 해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어르신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니 이게 그렇게 열을 낼 일인가?' 하는 마음 속 작은 꼰대가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간만에 안병직 교수의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과거의 저를 잠시 혼절할 정도로 분노하게 하고 엄청난 집중력으로 반박글을 쓰게 하였을 그의 글이 그저 담담하게 읽히고 한편으로는 받아들여 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흐물흐물해진다는게 세월의 축복인지 저주인지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런 식으로 저는 과거의 저를 돌이켜 보면서 지금 이 사회의 흐름 사이에서 "나"는 어떤 자리에 서는 것이 옳은 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이상으로,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으며 지금은 승자를 알 수 없는 나와 내가 아닌 자들의 투쟁에서, 최전선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어느 소심하고 유치한 중년의 변명을 흘려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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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 펠릭스
21/04/12 00:41
수정 아이콘
사실 영웅의 시대가 아닌 시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시대이지요.

동아시아에서는 그 시대를 '치세'라고 부릅니다.

나라가 망하니 돌아올 수 없는 골이 어쩌니 하지만 어쩌면 지금 이정도 아젠다로 싸우는건 그만큼 싸움거리가 줄었다는 겁니다. 적어도 진짜 죽창으로 진짜 사람배를 찌르진 않잖아요?
두꺼비
21/04/12 01:21
수정 아이콘
거대한 적이 나타나서 서로 싸우던 어벤저스가 하나로 뭉치는 건 영화로서는 멋있을 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반죽음 인 법이죠.
특이점은 온다
21/04/12 10:33
수정 아이콘
생명이라는 기본 존엄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것 만으로도 지금의 토론? 진흙탕? 감정분출? 을 치세라고 표현하신건 정말 인정할만 하네요.
코로나 상황에서 전세계가 이만큼 안정됬다는데서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븐할둔
21/04/12 00:41
수정 아이콘
올려주신 장문의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청년으로서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를 느낀다는 건 좋은 일 같습니다.

한국 사회는 현대로 올 수록 싸움의 스케일도, 죽어가는 사람의 숫자도 적어져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두꺼비
21/04/12 01:30
수정 아이콘
현대 사회에 대해 수많은 타당한 비판들이 있을지라도, 그 비판자들의 대다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문제점은 많으며 극복해야 할 난제들은 산더미와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잘 발전해 왔기에 미래에 대해 절망적으로 생각하게 되지는 않네요.
나주꿀
21/04/12 00:51
수정 아이콘
아마 제가 아주 늙은 할아버지가 될 때 쯤이면 손주 나잇대의 젊은 청년들(아마 2090년대생들?)이

20세기 세대를 [초기 인공지능에게 바둑따위나 하게 둔 한심한 세대], [인공 인격체의 권리 및 결혼을 반대하는 꼰대 세대] 쯤으로

바라보지 않을까요.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2100년대 쯤엔 뭘 가지고 싸울지 상상도 안갑니다.
두꺼비
21/04/12 01:32
수정 아이콘
미래에 뭘 갖고 싸우게 될 지 보려면 지금부터라도 몸에 안좋은 것들을 끊어야 할텐데, 이런 쪽으로도 흐물흐물해지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특이점은 온다
21/04/12 10:38
수정 아이콘
인공물을 인격체라고 인정하는일 자체가,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토론중 가장 큰 진통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인공물이 인격을 주장하는 세상을 보고 싶긴 하네요.
실제상황입니다
21/04/12 01: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만큼 세상이 다원화되었다는 방증 아닐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여기 올린 글에서 전해들은 어느 블로거의 말을 공유해봅니다. "이창동 감독이 실제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무력감과 분노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하는 대상이 사실 명확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번에 산타바바라 영화제 인터뷰 때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답변을 하는데, 한 외국 기자가 꽤나 뜬금포로 혹시나 영화 기생충이 한국에서의 사회적 혁명의 어떠한 시발점이 되느냐를 묻는 꽤 급진적인 질문을 합니다. 근데 봉준호 감독은 오히려 그러한 혁명에서 멀어져 가는 것 같다, 혁명이라는 것은 타파해야할 대상이 명확하게 파악되어야 하는데 현 시대에는 그 대상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라고 말씀하시죠"

이제 그 적은 명확한 게 아니라 다양합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명확한 적들이 다양하게 있을 뿐이죠. 글쎄요 세대가 더 지나고 나면 페미 대 반페미의 대립이 훨씬 더 뚜렷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봤을 때는 사회가 고도화되고 다원화되면서 모든 게 옅어져가고 또 사라져가는 것 같습니다. '별'도 사라져가고 '길'도 사라져갑니다. 그래서 각자가 다양한 적들을 가지게 되어 분열하고, 공동의 적을 가진 분들의 정체성은 또 강화되고... 그러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들 진짜 적을 찾아내고 싶어하지만, 메타포 같은 우리 세상에서 진짜 의미(원관념)가 그러하듯이 진짜 적이라는 것 또한 미스테리이고 수수께끼이고... 음모론이나 SF적인 상상력을 필요로하는 픽션적인 존재겠죠. jj 에이브럼스의 풀리지 않는 떡밥 같은 것이고... 그리고 그 떡밥에 낚여서 다들 부들부들 떨어대며 파닥거릴 뿐입니다. 하여튼 다들 자신들의 적을 찾아내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건승들 하자구요. 그러다 보면 비기기는 할지도 모르죠.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비기기는 해야할 거 아니겠습니까.
다크 나이트
21/04/12 14:45
수정 아이콘
어떤 하나의 이데올로기 어떤 하나의 집중된것을 타파한다는것은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아노미 현상을 불러오는 계기 이기도 하죠.
현재 한국이 딱 이 위치이긴 합니다. 정권의 교체, 세대의 교체에 어떤 이데올로기의 붕괴 이후 아직 어떤 중심이 들어서지 못한 상황. 그나마 사회를 엮고 있던 민족주의도 평균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좋게 말하면 다원화 나쁘게 말하면 조직의 붕괴가 이루어 지는 중이죠. 페미 대 반페미의 대립도 이런 다원화 과정에서의 대립 중 [하나]라고 보고요.

다만 두번쨰 문단의 마지막에 대해선 조금 의견이 다른데 이기고 진다는건 어떤 정답이 있다는건데 답이 있다 라고 생각하는게 문제를 더 크게 야기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사회는 답이 없었고 없고 없을 것이며 이떄문에 타협이 등장했고 하고 있으며 할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4/12 16:44
수정 아이콘
정답이 있죠 왜 없나요!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그렇죠 답은 없죠 개개인의 답이 저마다 다를 뿐이겠고요. 그러니까 싸우는 거 아니겠습니까. 근데 이기고 지는 것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것들의 승패가 갈려왔습니다. 일종의 가치게임이고 선전선동전이죠. 적어도 조금이라도 더 이기고 조금이라도 더 지고 그런 것들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저항해야 한다는 거고요. 패배하는 순간 내가 동의하지 않는 가치관이 대세가 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덜 지거나 비기기라도 해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투쟁의 결과로 타협, 조정 뭐 그런 게 이뤄지는 거겠죠. 그래서 저는 승패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너무 일방적이거나 압도적이면 양심의 자유 같은 게 성립하기 어렵겠죠. 물론 극단적인 가치관일수록 지기도 쉽겠습니다만. 맞습니다 이걸 나쁘게 말하면 아노미 같은 거겠죠. 근데 다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요? 저는 차라리 당위를 포기하고 혼란을 받아들이는 게 더 낫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위를 내세우고들 싶어서 또 저마다 싸우고 그러는 거겠습니다. 사회적 합의? 그런 거 엿이나 먹어라 이거예요. 내가 꼬우면 불편충 되는 거지 흐흐... 근데 불쾌할 때 불쾌하더라도 어차피 여기에 별다른 당위 따위 없다는 건 인정하고 시작하자구요. 원관념 따위 안 보이는 거죠. 다들 그냥 상상을 하는 거고 소설 한번 써보는 거고... 너도 나도 자유로워지고 싶은 거 아니겠냐구요. 그래서 다들 대필작라도 돼서 페미니즘 받아써보고 반페미도 한번 받아써보고 그러는 거고...
다크 나이트
21/04/12 16:49
수정 아이콘
음 그러한 승패라는게 사실은 이기고 지는게 아니라 서로 타협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죠. 이걸 승패라고 생각하면 모순에 빠지기 쉬워 집니다.
당위를 포기하고 혼란을 받아 들이는건 인간의 역사와 본능상 안될겁니다. 인간은 안정되고 싶어하고 혼란을 결국에는 제어하고 싶어 할겁니다.
그게 힘들어진다면 다른 어떤걸 포기하더라도 안정을 찾고 싶어할것이고 그 결과는... 이미 20세기 중반에 보여줬죠. 님의 의견이 단순히 개개인에게는 생각해 볼만 할 지라도 이게 더 낫다고 하면 안되고 역사도 그렇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엿먹어지면 음... 말이니까 쉽게 할수 있는거죠.
실제상황입니다
21/04/12 17: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거야 다크나이트님의 세계관이 저랑 다를 뿐이죠. 그 차이만으로도 벌써 갈등입니다. 타협의 결과로 승패가 나오는 게 아니라 싸우다 보면 타협할 때가 오는 거죠. 그러다 타협됐다 싶으면 또 싸우는 거고. 그런 끝없는 경쟁의 연속선상에서 조정이 오는 거고요. 이건 합의와는 다릅니다. 합의란 표현은 훨씬 집단주의적이고 경직적이죠. 물론 인간은 당위를 사랑하고 질서를 사랑합니다. 혼란만으로는 견딜 수 없어하죠. 그래서 각자의 선을 들고 나와 논리로 싸워도 보고 감성을 건드려도 보고 그러는 거겠죠. 그렇지만 다원화된 세상에서 선은 저마다 다른 법이고 따라서 논리도 감성도 서로 다른 법입니다. 관점이 다른데 어떻게 그게 같을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소통 가능하기 때문에 타협도 되는 거고 조정도 오는 거겠습니다만 그러다가도 또 갈라서고 또 분열합니다. 인간이 당위를 사랑하는 만큼 그 당위도 제각각이라 세상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죠. 합의라는 것도 한낱 백일몽이구요. 그것은 언제나 도전받습니다. 실상 세상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거죠. 복잡하고 동태적이란 거구요. 개개인이 아무리 안정을 바라더라도 저마다 꿈꾸는 안정의 상태가 다 다릅니다. 그러니까 안정이 안 되고 자꾸 또 싸우는 거고... 그래서 양보니 배려니 존중이니 맨날 가르치지만 그게 어디 잘 되던가요? 아니 애초에 꼭 그렇게 양보하고 배려하고 존중해줘야 하나? 내가 양보하고 싶을 때 하는 거고 배려하고 싶을 때 하는 거지 내가 지금 하기 싫다는데? 이래라 저래라 나한테 당위를 강요하지 마셈! 네 우리는 저마다 자유롭고 싶은 겁니다. 양보할 수 없는 가치들이 다 각자 있는 거구요. 이른바 전통 가치들이 그래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이제는 수많은 가치들 중의 하나일 뿐이죠.
실제상황입니다
21/04/12 17:28
수정 아이콘
덧붙이자면 물론 세력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서 승패가 갈리는 거죠. 세력이 큰 쪽이 항상 더 합리적이진 않지만요. 하여튼 그래서 모두가 걱정하는 그런 대혼란까지는 안 오는 거겠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럽지만요. 가령 뭐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워낙 공고한 구호들이죠. 그만큼 애매성도 떨어지구요. 그러나 요즘에는 애매모호한 문제들이 넘쳐흐릅니다. 문제가 그만큼 다양하고 뒤얽혀 있으니까 복잡한 세상이란 거죠. 또 그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판단이 이뤄지니까 다원적이란 거구요. 이 전부가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극단적인 것들은 적당히 배척받고 추방당하지만 덜 극단적이거나 덜 행동적인 것들은 적당히 생존합니다. 추방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구요.
마법사
21/04/12 02:26
수정 아이콘
글은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첫문단을 그냥 원문 그대로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 아무래도 한문이다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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