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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11 00:37:52
Name 붉은벽돌
Subject [일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기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는 의사이며 보건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지난 10여년간 눈팅하고 간간히 댓글은 달았지만 자게글을 쓴 적은 없었는데 코로나19 접종 후기를 남겨드리는건 도움이 될 듯하여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1) AZ 백신 접종 타임라인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2월말경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요 조사를 실시하였고 3월 첫째주에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접종 시간대를 신청하였으며 3월 둘째주 현재 접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일부 임상과 선생님들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대다수 인력이 AZ 백신을 접종받았으며 저 역시 AZ 백신을 접종 받았습니다.

저는 3월 7일 오후 첫타임으로 예약을 하고 접종을 받았습니다. 접종 직후 15분간 대기실에서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했으며 저는 큰 이상 없이 오후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다만 AZ 접종 후 발열을 주소로 저희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신 분이 상당히 있었다고 들었고, 군에서 먼저 AZ 접종을 받은 친구의 경험을 듣기도 해서 미리 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을 넉넉히 처방받아두었습니다.

접종 당일 저녁까지 컨디션은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퇴근길에 1시간 가량 운전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저녁을 먹으면서 메스꺼움과 피로감이 생겨서 미리 타이레놀 한알을 먹고 평소보다 이른 10시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새벽 1시가 되니 오한으로 깰 정도가 되었고 타이레놀 한알을 더 먹고 다시 누웠습니다. 그 이후로도 잠을 설치다가 출근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보니 38.6도의 발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체온에 비해서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타이레놀을 추가로 복용하자 정상 체온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접종 다음날인 3월 8일이 가장 힘들었는데 약기운이 떨어질 쯤 되면 오한이 오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타이레놀을 추가로 복용해서 결국 하루 권장 복용량을 꽉 채웠습니다. 오한과 함께 전신 근육통이 따라와서 좀 힘들긴 했지만 약을 적극적으로 먹은 덕분인지 업무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이부프로펜은 타이레놀이 안 들을 때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타이레놀의 효과가 좋아서 이부프로펜을 먹지 않아도 됐습니다.

접종 후 2일이 경과한 3월 9일에는 발열, 오한 등 심한 전신증상은 사라졌으나 피로감이 남아있었고 주사부위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주사 맞은 팔을 들 때 뻐근해서 불편한데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접종 후 만 48시간 정도 지나니까 평소 컨디션의 90% 정도는 회복이 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타이레놀도 전날 자기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그 뒤로 먹지 않았습니다.

2) AZ 백신 1차 접종에 대한 소회
AZ 백신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훑어보면서 AZ 백신이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며 단기 안전성 역시 확인되었다고 판단하여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 없이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시점에 접종을 받았습니다.

AZ 백신 접종 후 생긴 이상반응은 최근에 맞은 인플루엔자 백신에 비해 훨씬 심한 편이었습니다. 제일 증상이 심했던 접종 12시간 후는 폴리클때 A형 독감 걸려서 타미플루 먹으면서 자취방에서 골골거리던 날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저는 "내가 맞은 백신이 물은 아니구나"라고 위안하면서 타이레놀로 버텼는데 평소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시던 분들은 깜짝 놀라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당국에서 접종 이튿날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백신에 대한 신뢰도와 접종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후 AZ 백신 접종을 받으시는 분들은 이러한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시어 타이레놀을 미리 챙기시고 접종 다음날 일정을 가능한 비워두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3) 닫는 말
AZ 백신 접종 이후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상반응 위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반응에 의한 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의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건강한 성인 분들은 순번이 돌아왔을 때 예방접종에 동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코로나19의 종식을 바라며 피지알러 여러분들도 항상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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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1/03/11 00:42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추천!
붉은벽돌
21/03/11 00:48
수정 아이콘
응원 감사합니다!
병리학적자세
21/03/11 00:46
수정 아이콘
저는 이번주 월요일 낮 12시 좀 넘어서 맞았는데
맞은 당일 10시경부터 다음날 8시 정도까지
37.3 ~ 38.0도 발열, 전신근육통 있었네요.
좀 부대끼는 정도여서 타이레놀 안 먹고 버텼어요.
근데 주사부위 압통은 남아있네요
붉은벽돌
21/03/11 00:51
수정 아이콘
거의 비슷한 시점에 접종받으셨네요! 저는 38.6도 찍으니까 몸이 덜덜 떨려서 약 안먹고 못버티겠더라구요. 다행히 약이 매우 잘들었습니다. 저도 주사부위 동통이 현재까지 있습니다.
장헌이도
21/03/11 00:51
수정 아이콘
'이부프로펜은 타이레놀이 안 들을 때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에서 이부프로펜보다 타이레놀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붉은벽돌
21/03/11 00: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의협에서 이부프로펜 등의 비스테로이드소염제는 항체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접종 후 발열이 있을 때 타이레놀을 복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권고를 따른 것인데 정말 아프고 열이 안잡히면 항체 형성에 손해를 보더라도 이부프로펜을 먹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평소에 두통이나 근골격계 통증이 있을 때는 개인적으로 이부프로펜을 더 선호합니다.
장헌이도
21/03/11 00:57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쿠키고기
21/03/11 00:59
수정 아이콘
이런 접종 후기 좋습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붉은벽돌
21/03/11 01:02
수정 아이콘
직접 맞아보니 다른 분들이 어떠셨는지 궁금해서 저도 접종 후기를 찾아봤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카와
21/03/11 01:20
수정 아이콘
간호사사이에 돌고있는 루머라고해서 접종전에 삼겹살을 먹은 간호사팀은 멀쩡했다는 트위터발 소문이 돌고있는데 살짝 혹~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흐흐
붉은벽돌
21/03/11 01:27
수정 아이콘
의도한건 아니었는데 공교롭게도 백신접종 직전에 동료들이랑 삼겹살 도시락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고 다 같이 다음날 골골거렸습니다 크크
삼겹살 드실 핑계로 트위터발 소문 얘기를 꺼내시는건 매우 찬성입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1/03/11 05:47
수정 아이콘
아.. 삼겹살로도 안 되는 모양이군요.

답은 목살이다!
김연아
21/03/11 08:31
수정 아이콘
국내1호(?) 접종자입니다

답은 소고기입니다
스타나라
21/03/11 07:28
수정 아이콘
트위터의 순기능이군요 크크크

삼겹살을 먹어야할 이유가 늘었어!
다용도테이프
21/03/11 01:32
수정 아이콘
다음주 수요일인데...
겁도나고, 후딱 맞고싶고 그러네요.
다음날 연가 써둬야겠죠..?
병가는 안되려나
붉은벽돌
21/03/11 01:40
수정 아이콘
연가 가능하시면 하루 푹쉬시는게 좋을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약먹으면서 일하니까 크게 지장은 없었습니다. 안전하게 백신 접종 받으시길 바랍니다.
21/03/11 03:53
수정 아이콘
확실히 AZ가 유난히 부작용이 심한 듯 하네요.
붉은벽돌
21/03/11 07:53
수정 아이콘
힘들다는 주관적인 증상만 있는게 아니라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버리더라구요. 일반 대중 접종 시에 이러한 부분이 확실히 안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스타
21/03/11 04:46
수정 아이콘
접종 후 12.5시간 지났습니다.
발열은 없는데 전신 근육통이 미약하게 생겼습니다.
독감백신 맞을 때마다 앓아눕는 사람으로서, 아직까지 큰 차이 없습니다.
붉은벽돌
21/03/11 07:56
수정 아이콘
제 경우에는 접종 후 12시간 지났을 때부터 가장 힘들었습니다. 우스타님은 모쪼록 편안하게 지나가기를 빌겠습니다!
다레니안
21/03/11 09:32
수정 아이콘
저는 3월 10일 오전 10시15분에 접종했고 그 날 23시부터 오한과 두통이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도 워낙 피곤했던지라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오한과 근육통으로 깨서 한참을 끙끙대다가 다시 잠들었습니다.
확실히 후유증이 심하긴 하네요. 연세가 높으신 분들일수록 더 고통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붉은벽돌
21/03/11 10:02
수정 아이콘
오히려 젊은 사람에서 면역반응이 격렬해서 부작용도 더 심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를 접종 대상에 포함시킬지에 대해서는 쌓이는 데이터를 보면서 디테일하게 조정하는게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cruithne
21/03/11 11:11
수정 아이콘
63세이신 저희 어머니는 가벼운 몸살 정도로 끝나시던데 오히려 젋은 사람들이 후유증이 더 심한가보군요
히이짱
21/03/11 10:18
수정 아이콘
백신으로 인한 통증에 타이레놀보다 덱시부프로펜 계열이 훨씬 효과가 좋던데 항체 형성에 영향이 생긴다고 하니 참 아쉽네요.
붉은벽돌
21/03/11 10: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 경우에는 다행히 타이레놀로도 효과가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이레놀을 기본으로 쓰되, 임상적인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라면 제한적으로는 NSAID를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고한 지침이 나오려면 결국 충분한 데이터가 모여야 될 것 같습니다.
잘트랩
21/03/11 11:18
수정 아이콘
NSAIDs 가 항체 형성에 영향이 있을 거라는 건 추정일뿐이지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타이레놀은 항체 형성에 영향 없다는 것도 NSAIDs 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이지, NSAIDs 가 항체 형성에 영향 있을거라고 보는 가설 기전 (면역 관련된 전달 물질 형성 저하) 은 타이레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all or none 이 아니라는 뜻. 따라서, 항체 형성에 정말 아무 영향도 주고 싶지 않다면, 약 먹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하루 이틀 버티거나 그냥 푹 쉬는 것이 가장 좋겠고, 일을 해야 해서 쉴 수 없는 상황이거나, 이상 반응이 너무 심해서 약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으면, 그나마 영향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타이레놀 최소한으로 복용하는 방법이 제일 나을 것 같네요
붉은벽돌
21/03/11 12:01
수정 아이콘
현재 WHO, 의협은 NSAID는 피하고 타이레놀을 사용하라고 권하고 CDC에서는 타이레놀, NSAID 둘다 권고하고 있더라구요. 아직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아서 확언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씀하신대로 all or none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신순응도의 측면에서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이득이 더 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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