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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29 20:14:51
Name 공기청정기
Subject [일반] 일 하면서 만난 별난 사람들.(클라이언트 편) (수정됨)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 유튜버 승우아빠님이 '주방에는 생각보다 미친사람들이 많습니다.' 라고 한적 있죠?

  기술자들도 생각보다 미친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미친건지 진상이 날 미치게 하는건진 모르겠습니다만...(...)

  0. 제작년 일인데...어떤 회사 건물에 사무실 전기 설비 공사 갔었습니다.

  당연히 브레이커, 그러니까 차단기 내리고 한참 배선 만지고 있었죠.

  그러다 밥때가 되서 팀원 애가 "팀장님, 밥 어쩌죠?" 라고 묻길래 "여기 구내 식당 오늘 닫았지? 먹으러 나갈까? 뭐 먹을래?" 하면서 잠깐 손을 때고 있었는데...

  전등에 불이 들어왔네?(...)

  이거 누가 브레이커 올린거지?

  놀라기도 엄청 놀랐는데 순간 머리에 열이 확 오르는게, 눈에 뵈는게 없는 기분이랄까...이게 그럴만도 한게 그 현장 가기 한 두달쯤 전에 비슷한 상황 있었거든요?

  진짜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브레이커 내리고 일하고 있는데 누가 브레이커 올렸다는 그 상황이.

  딱 하나 다른거라면 그때는 진짜로 감전되서 실려갔다는것 정도?(...)

  그것도 있고 해서 진짜 엄청나게 화가 났었는데...

  배전반으로 가 보니 붙여둔 공사중 표지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브레이커는 당연한듯이 올라가 있더라구요.

  브레이커 도로 내리고 거기 기다리고 서 있어 봤죠. 누가 나오나 싶어서.

  그러니까 거기 직원 하나가 오더니 절 보고는 왜 그걸 내리냡디다.(...)

  '요샌 글을 몰라도 취직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그거고, "아니, 공사중이라고 써 붙여 둔거 보셨을거 아니냐. 방금 까닥하면 사망 사고 날뻔 했다. 누가 브레이커 올려도 된다 그랬냐?"

  하니까 진짜 전기쟁이질 하면서 들은 개소리중 탑클래스 개소리가 튀어 나옵디다.

  "아니 220볼트에 누가 죽어요?"

  ...???

  순간 머리에 오른 열이 터져 나올거 같은걸 억지로 참고는 '아 이자식은 상대하면 안되겠다. 이거 재수 없으면 깽값으로 피같은 내 돈 물어줄라...' 싶어서(...) 그냥 다른 대처를 했습니다.

  "야, 장비 챙겨. 철수. 일 못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누가 여기서 일을 한대? 저분은 220 먹고 안죽는다니까 알아서 올려놓고 하라 그러고, 우린 죽으니까 철수. 빨리!"

  그냥 장비 챙겨서 빠져 버렸...(...)

  그러고 나와서 거기 사장님한테 "이러저러해서, 너무 위험해서 작업 못합니다. 저희가 아무리 목숨 내놓고 일한다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올려 버리면 못합니다 진짜. 아니 220 먹고 죽는놈이 어디 있냐는게 그게 말입니까 진짜?"

  라고 통보 하고 나니...이거 밥때가 지났네요?

  애들이랑 백반집 가서 밥 시켜 놓고 가만 생각을 해 보니...아 이거 사고는 쳤는데...사장한테 통보는 해야지...싶어서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또 

  "이러저러 해서 거기 직원이란 놈이 개소리 지껄이길래 그냥 나와 버렸슴다."

  "너 지금 어딘데?"

  "애들 밥먹이는데요?"

  "밥을 어디서 먹고 있냐고 자슥아!"

  "왜 거기 지난주에 같이 밥먹은 그 백반집..."

  "알았다. 밥먹고 어디 가지 말고 차에서 연락 기다리고 있어라. 근데 잘 했어. 나와버려 그런데."

  하고 있으니까 결국 거기 사장님이 연락와서 "금마 혼내 놨다. 애가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러는데 한번만 용서 해 주시라." 하시길래 도로 들어가니까 거기 사장님이랑 그 직원 있더라구요.

  걔가 죄송하다면서 사과하는거 받아 주고 나머지 일 마치고 나왔는데...서너시간 하면 될걸 여섯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참...(...)

  그날 끝나고 회사 들어가니까 사장님께서 말씀 하시길..."그런 사고를 쳤으면 나한테 먼저 연락을 해야지 왜 거기 사장님한테 니가 바로 박는데?" 라고 갈구셨...

  결국 제가 닭 한마리 사고 그거 안주로 맥주 한잔 하는걸로 퉁쳤죠 뭐.(...)


  1. 이건 뭐 진상이나 미친 사람은 아니고 좀 별난 클라이언트인데...

  조명 설비를 해 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러고 옆팀에 또 따로 한건 들어가고.

  그 클라이언트분이 은퇴하시고 하고 싶으신걸 하시려고 전원주택에 공방? 비슷한걸 붙여서 개조중이신 건물이었어요.

  그런데...조명 설비가, 보통 일반적인 실내조명 설비는 그냥 평범하게 전등 스위치 달아서 켜면 불 들어오고 끄면 꺼지고 이거잖아요?

  근데 그런거 싫대요.(...)

  그러고 좀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사흘을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그러고 가져오신게...그 로터리 스위치라고 있죠? 그걸 쓰겠대요. 침실에...;;;(모르면 구글링 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보시는 순간 '아 이거!' 하실거에요.)

  아...이건 또 뭐지? 이러고 있었는데...또 이게 조명이 하나만 넣는게 아니더라구요?

  그러니까 제로에 있으면 꺼지고, 1에 있으면 일반 백색 조명, 2에 있으면...이분이 가져 오신 되게 야시시한 조명 나오게 설치를 해 달라고...;;;

  뭐 결국 저랑 옆팀 기계 기사랑 같이 으쌰으쌰 설치 다 하고 시운전을 해 보는데...

  "야, 저 조명 생각보다 되게 분위기 묘하게 만든다."

  "그건 그렇고 저 침대 왜 돌아가냐?"

  "몰라 그렇게 해 달래..."

  사내놈 둘이 야시시한 조명+돌아가는 침대가 있는 방에 있으니까 뭔가 되게 민망해서 체크리스트만 후딱 확인하고 빠져 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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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20/12/29 20:16
수정 아이콘
로켓단은 피카츄 백만볼트(원작 10만볼트) 맞고도 매화 등장하는데 220볼트로 사람이 죽겠냐
라고 생각하셨나봅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시네..
공기청정기
20/12/29 20:33
수정 아이콘
진짜 그자식 전봇대에 널버리고 싶더군요.(...)
츠라빈스카야
20/12/29 20:17
수정 아이콘
220볼트에 누가 죽어요...라니....;;
아니 뭐 사람 죽는데는 전압보단 전류가 더 영향이 크다곤 하지만서도...;;;
공기청정기
20/12/29 20:34
수정 아이콘
너무 당당하게 말 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죠.;;;
MicroStation
20/12/29 21:22
수정 아이콘
220볼트가 위험한게 심정지를 유발하는 전류가 인체에 흐르게하는 전압이라서죠.
뒹굴뒹굴
20/12/29 20:23
수정 아이콘
가정용 220이면 죽죠..
이거 분명히 학교에서도 배우는데 ㅠㅠ
공기청정기
20/12/29 20:35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20/12/29 20:27
수정 아이콘
공청님과 사장님과는 닭이 빠질수 없군요. 크크
공기청정기
20/12/29 20:35
수정 아이콘
요샌 또 오리에 꽂혔더라구요 그양반.

그렇다고 닭을 덜 먹는건 또 아니고...(...)
20/12/29 22:05
수정 아이콘
요즘... 조류독감이긴 하져..
티모대위
20/12/29 20:38
수정 아이콘
0번 저직원은 220볼트에 감전은 돼 봤으려나 모르겠네요. 전 두번 감전돼봤는데, 0.1초만 감전돼도 정말 아프던데...

1번 저분은... 저도 저렇게 해보고 싶네요
공기청정기
20/12/29 21:24
수정 아이콘
솔직히 1번 클라이언트님이 뭔가 예술가 감성이 넘치는 분이시긴 했죠.(...)
cruithne
20/12/29 20:45
수정 아이콘
죽네 안죽네가 문제가 아니라...감전되면 아픈거 모르나? 안죽으니 좀 아픈건 괜찮다???
공기청정기
20/12/29 21:24
수정 아이콘
보니까 아예 관련 지식이 없는 애 같았습니다.(...)
20/12/29 20:51
수정 아이콘
혹시 그 직원분 직업이 트레이넌가요?
공기청정기
20/12/29 21:25
수정 아이콘
그냥 회사원이긴 한데...그 사건 아는 사람들 끼리는 그양반 보고 사이어인이라고 부르죠.(...)
요슈아
20/12/29 20:52
수정 아이콘
감전 이야기 나오면 항상 말 하는 거지만
0.1A 라도 진짜 재수없어서 심장 페이스메이커 쪽으로 흐르면 심장마비로 한큐에 사망한다구요....
공기청정기
20/12/29 21:25
수정 아이콘
저도 참 몇번을 죽을뻔 했는지 말이죠.;;;
설사왕
20/12/29 22:34
수정 아이콘
0.1A 라도가 아니라 그 정도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제법 됩니다.
디쿠아스점안액
20/12/29 20:58
수정 아이콘
현장에서 일하시는 전문가분들을 좀 더 존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이 하시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공기청정기
20/12/29 21:26
수정 아이콘
참 보면 지가 맞고 제가 틀렸다는 사람 많아요...
아마추어샌님
20/12/29 20:58
수정 아이콘
로터리 스위치라니 배우신 분이군요!!
좋은 것 배우고 갑니다.
혹시 모르지만 나중에 전원주택 이사가게 되면 돌아가는 침대와 로터리 스위치를...
공기청정기
20/12/29 21:25
수정 아이콘
의외로 기믹 자체가 참 재미있긴 했습니다.
20/12/29 21:03
수정 아이콘
야시시 + 침대 + [로터]리... 전 썩었습니다...
공기청정기
20/12/29 21:26
수정 아이콘
어우...;;;
여우별
20/12/29 21:10
수정 아이콘
별의 별 인간들이 다 있네요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공기청정기
20/12/29 21:27
수정 아이콘
뭐 하루이틀도 아니고 요샌 그러려니 하는데...참 일 힘든거보다 정신적으로 소모되는게 더 크더라구요.
MicroStation
20/12/29 21:26
수정 아이콘
220이면 사람 잡는 전압이죠. 잘 하셨습니다.
공기청정기
20/12/29 21:28
수정 아이콘
사실 이분야의 전설은 330V를 정통으로 먹고 말짱했던 모 기사님이...(...)
MicroStation
20/12/29 21:32
수정 아이콘
고압실험중 왼팔에서 왼발로 전류가 관통해서 안 죽었다는 전설의 선배도 있었습니다 크크
공기청정기
20/12/29 21:34
수정 아이콘
참 그런거 보면 천운이라는게 있긴 있어요 진짜...

저 330 먹고 쓰러지는거 보고 식겁해서 달려갔는데 '어우...' 하면서 벌떡 일어서는거 보고 더 놀랐었...;;;
ComeAgain
20/12/29 22:46
수정 아이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로터리 스위치
공기청정기
20/12/29 23:03
수정 아이콘
진짜인줄...;;;
스타나라
20/12/29 23:01
수정 아이콘
로터리스위치로 조명 변경이라니... LED 달고 디머로 해결할 생각은 안해보셨대요? 크크
공기청정기
20/12/29 23:03
수정 아이콘
그...자기 주관이 아주 확고하시더라구요.

설치 예상도 그려 오셨던데 어우 잘 그리시던데요...(...)
외국어의 달인
20/12/29 23:07
수정 아이콘
110V 장난치다 저세상 갈뻔 했는데...
공기청정기
20/12/29 23:10
수정 아이콘
저는 장난치다 아버지한테 죽는줄...(...)
영양만점치킨
20/12/30 00:45
수정 아이콘
모를순 있는데 모르면 그냥 입닫고 따르면되지 뭐 안다고 빡빡 우기는지.. 220v 전기먹었는데 손이 안 떨어지고 차단기가 떨어지는 경험을 시켜줘야하나..
metaljet
20/12/30 01:04
수정 아이콘
통전 15mA 이상이면 자력으론 손을 못떼고 50mA 면 빼박 죽습니다. 손에서 심장까지 저항을 2500ohm 쯤으로 가정했을때 125V면 이승탈출...
드라카
20/12/30 10:39
수정 아이콘
이 글 보니까 어렸을 때 정말 죽을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후덜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집에서 라디오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았다가 빼면서 플러그의 금속 봉(?) 2개가
콘센트에 그대로 꽂혀있고 고무 손잡이부분만 빠져나왔었는데
어린 나이에 위험하다는 생각은 못하고 플러그의 금속 봉을 손으로 만져보다가 금속 봉 두개를 동시에 만지는 순간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저린 느낌이 나더라구요. 감전된줄도 모르고 이게 왜 아프지 아프지 했는데

그 다음에 제가 내린 선택은 한번 더 만져본다 였습니다. 역시나 아픈건 마찬가지.
그리고 그 다음에 제가 내린 선택은 한살 위 친누나를 데려와서 만져보라고 권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네 저는 왜 그모양이었을까요.
요슈아
20/12/30 15:26
수정 아이콘
....저기;;;; 두 분 다 멀쩡하셨던 거 맞죠 그럼????
드라카
20/12/30 16:30
수정 아이콘
네. 저와 달리 현명했던 누나는 콘센트 만지는걸 강하게 거부했고
저도 큰 부상 없이 멀쩡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만 다행이네요. 아찔합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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