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7/20 23:22:28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현대 일본의 국부 요시다 시게루는 누구인가?
Yoshida Shigeru - Gpedia, Your Encyclopedia

요시다 시게루. 전후 일본의 초대 총리가 되어 일본의 재건을 이끈 인물입니다. 현대 일본의 방향을 이 사람이 설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며, 전후 일본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지만, 의외로 우리나라에서 그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관련 책도 거의 없더군요. 한국어 위키피디아 항목도 빈약하기 그지 없고, 한국어 위키피디어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나무위키에서도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요시다 시게루라는 개인으로 말하자면, 그는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해 외무고시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즉, 일본제국의 힘이 절정기에 달했던 순간 커리어를 시작하였고, 한국에서도 근무했고, 중국에서도 근무했습니다. 게다가 처가 쪽이 오쿠보 도시미치의 차남 쪽이어서 인맥도 아주 빵빵한...돈, 혈연, 성적, 커리어 모든 면에서 일본제국의 엘리트 중 엘리트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외교관을 하면서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일본의 만주진출이나 중국에 대한 이권 등을 강력히 옹호하면서 제국의 위신을 드높이려고 했습니다. 물론 영국이나 미국과 개전을 하는 정신나간 짓에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아무튼 그런 그가 전후 미국의 지명을 받아 총리가 됩니다.

그런데 미국은 왜 그를 일본의 초대 총리로 지명했으며, 그는 어떻게 어제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미국과 미일동맹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다른 일본 제국주의자들 못지 않게 강경하고 동아시아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전후에 평화의 사도가 되어 일본평화헌법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가 되었는가?

결국 이를 알아보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빌리려고 예약을 걸어두었는데, 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일본전후사 관련 책 중에서는 가히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패배를 껴안고"의 저자, 존 다우어의 책인데, 무려 1979년에 나온 책이더군요. 제목은 Empire and Aftermath, 제국과 그 이후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요시다 시게루의 삶을 조명하는 평전입니다. 훨씬 나중에 나온 패배를 껴안고가 번역되었는데, 이 책이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다는 게 참 의아스럽습니다.

아직 책을 읽어봐야 뭐라고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만, 일단 먼저 몇가지 질문은 먼저 늘어놓겠습니다.

(1) 어제까지만 해도 일본을 인간이하의 존재이자, 악마라고 선전했던 미국은 어떻게 미일동맹을 정당화시키고 자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는가?

(2)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곧 바로 일본을 서독처럼 재무장화하려고 했었는데, 일본은 어떻게 그러한 재무장 압력을 견뎌낼 수 있었는가?

(3) 요시다는 전후 초토화된 일본을 어떻게 재건하고, 전범으로 낙인 찍힌 자국을 어떻게 국제사회에 복귀시킬 수 있었던 것인가?

(4) 제국주의적 논리에 친숙하고, 메이지 시대의 절정기를 모두 체험했던 요시다는 결국 전후일본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시다 입장에서 소련의 진출, 중국의 공산화, 그리고 한반도 이북의 공산화와 한국전쟁 등은 꽤나 두려우면서도 기회였을 것입니다. 공산국가가 아시아를 석권하면서 일본이 아시아에서 완전히 고립될 수도 있었으나, 이는 반대로 미국이 결국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요시다는 이 점을 이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한편 미국이 일본을 재무장화시키면 일본의 극우 제국주의자들은 좋아라 하겠지만, 이는 반대로 미일동맹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요시다는 만약 일본이 미국의 바람대로 재무장화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주일미군이 철수하고, 결국 일본 혼자서 북한, 중국 그리고 소련을 모두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예 배째라라는 식으로 평화헌법의 수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재무장 압력을 버텨내고 계속 미국을 억지로 일본에 남아있게 하는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습니다.

전후 일본의 외교는 흔히 무이념, 온니 경제라고 표현되어 왔습니다. 과거와 같은 무슨 거창한 그림따위는 필요 없고 오직 경제발전과 무역관계에만 매진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국주의적 이상을 한번은 꿈꿨던 자가 그리 쉽게 오직 경제만 바라보고 그 어떤 국제정치적 야심없이 한가지만 바라보고 매진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요시다는 과연 일본의 역할을 어떻게 그리고 있었던 것일까? 정말 오로지 경제만 바라본 것일까? 이 점이 여전히 궁금합니다.

한편 그는 몰래 가톨릭을 믿고 (일본에서 고위 정치인이 천주교 신자라는 것은 흠이었으니...어디서 양놈의 종교를!!) 임종 직전에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가 훗날 정말 평화국가를 진심으로 꿈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스브저그
20/07/20 23:41
수정 아이콘
학부때 일본 정치 관련 수업 들었는데요. 현대 일본국 정치 경제의 양대축인 평화헌법과 미일상호방위조약으로 일본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후계자들도 잘키운 노련한 인물로 배웠습니다. 군대를 포기함으로서 군비지출을 최소화하고 냉전의 최전선 기지로서 미국에게 안보와 전후 재건을 의존하는 국가모델이 자민당 주류 계파의 포기할 수 없는 기본정책이엇다 합니다.

후계자 격인 이케다 하야토 총리는 장관시절 막말 논란으로 내각붕괴를 초래햇지만 총리 집권 후 미칠듯한 고성장을 누린 인물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실권자인 총리에 대해서 알려진바가 너무나 적은게 아쉽긴합니다. 어쨋거나 한배를 탄 처지에 서로의 정치리더쉽이 어떻게 성공을 거두고 실패햇는지 알아보면 유용할거 같은데 말이죠.
aurelius
20/07/20 23:47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인 것 치고 우리가 일본의 정치사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 적습니다. 해방->미군정->이승만정권->4.19->장면정권->5.16쿠데타->유신정부->전두환쿠데타->5.18->군부독재->6.10->민주화->양김분열->노태우정권->김영삼정권 등 이런 기본적인 흐름을 아는 것처럼 일본정치사의 기본 흐름을 일반교양처럼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바로 옆나라 치고 너무 아는 게 적죠....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인 일반교양 수준에서는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48혁명 나폴레옹3세 파리코뮌 제3공화국 등 이런 거 말이죠. 아니면 미국의 루즈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등에 대해서 더 많이 알 거 같습니다. 정작 옆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변화하고 있고 또는 그대로 남아있는지...사실 1910년 병탄당한 입장이면 더더욱 일본에 대해 편집증 수준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해부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니스터
20/07/21 00:14
수정 아이콘
전공투 관련은 은근 많은거 같던데...
불굴의토스
20/07/21 00:28
수정 아이콘
신장의야망 시절이랑 제1차,제2차대전 시절 일본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전후 일본에 대해선 깜깜이이긴 하네요...
이민들레
20/07/20 23:44
수정 아이콘
왜 일본에 대해 무지한 저는 1234 질문에 대해 너무 쉽게 답이 나오는걸까요... 무지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아르비테즈
20/07/20 23:49
수정 아이콘
번역이란게......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이런 중요한 인물 평전 조차 번역이 안되어 있다니......

약간 오버해서 ..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번영(솔직히 단군이래 최고의 번영이라고 생각됨)이 사상누각이 아닌가도 생각 됩니다.
안스브저그
20/07/21 00:00
수정 아이콘
한국에 번영에 대해 자조할 필요까지야 잇겠습니까? 국가존립의 목적이 구성원들인 국민의 전반적이고 기초적인 삶의 질 향상에 촛점을 두고 있다면 현재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정치인 평전 번역이 안되잇는건 국민의 독서취향과 관련된 문제가 크죠. 라노벨류는 번역 잘되잇습니다.
아르비테즈
20/07/21 00:01
수정 아이콘
그렇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댓글은 오버임...흐흐흐
불굴의토스
20/07/21 00:28
수정 아이콘
콘라트 아데나워 같은 사람인가요?
Je ne sais quoi
20/07/21 00:35
수정 아이콘
책 읽으신 후 글 기다리겠습니다.
Jedi Woon
20/07/21 00:43
수정 아이콘
아마 한국에서는 6.25 터지자 환호했다는 총리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여러모로 운빨은 참 잘 타고난 사람 같아요
양념반후라이
20/07/21 04:07
수정 아이콘
이 사람 가게도를 내려와보면 외손자가 바로 아소 다로더군요.
요시다 시게루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런거 보면
일본 정치의 세습 문제는 영원히 해결 불가능일듯 합니다.
及時雨
20/07/21 10:13
수정 아이콘
입이 닮았네요
20/07/21 08:57
수정 아이콘
앞으로 이 시리즈 이어가주신다는 거죠? 티져라 생각하고 잘 읽었습니다. 후속편 기대해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1468 [일반] [잡담] 한국인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미일관계 [84] aurelius17849 21/04/22 17849 43
91147 [일반] [역사] 일본 외교관 하야시 다다스, 영일동맹의 주역 [7] aurelius8374 21/01/05 8374 4
91089 [일반] 1868년생 할머니와의 인터뷰.Youtube [16] 나주꿀9917 21/03/26 9917 7
90741 [일반] [역사] 19세기 말 조선과 중국의 지식인들을 매료시킨 책 [76] aurelius15149 21/03/07 15149 17
90727 [정치] [이슈] 요즘 핫하다는 앱 클럽하우스 후기 [12] aurelius13688 21/03/07 13688 0
90688 [일반] 두 번째 운좋은 발견 - 호프 산도발 (유튜브) [2] 아난7681 21/03/04 7681 0
90668 [일반] 일제시절 전일본대회 2연패를 했던 경성축구단이야기 (2) [2] Yureka8638 21/03/03 8638 6
90651 [일반] 일제시절 전일본대회 2연패를 했던 경성축구단이야기 (1) [14] Yureka8306 21/03/02 8306 6
90307 [일반] 유도 사상 최강. 영상으로 알아보는 사이고 시로의 기술들 [12] 라쇼12331 21/02/05 12331 7
89668 [일반] [역사] 미국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었나? [75] aurelius13513 20/12/28 13513 26
89663 [일반] [도서] 아시아를 둘러싼 강대국흥망사: 1902-1972 [2] aurelius7320 20/12/28 7320 10
89117 [일반] [도서] 일본을 이해하는 데 좋은 책 몇권 소개합니다. [36] aurelius12187 20/12/07 12187 22
88282 [정치] 태평양전쟁 이후부터의 일본 정치의 기조, 그리고 일본 극우화의 근원에 대하여 [5] akizora9818 20/10/04 9818 0
88218 [일반] [역사] 어원으로 보는 서양어와 번역어, 그리고 사고방식의 차이 [9] aurelius9543 20/09/26 9543 14
87681 [일반] [칼럼] 日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되어야 한다 [152] aurelius17835 20/08/17 17835 50
87656 [일반] [역사] 일본이 기억하는 8월 15일 [67] aurelius13748 20/08/15 13748 21
87443 [일반] [단상] 일본 주류의 역사관과 대외관에 대한 몇가지 생각 [37] aurelius11973 20/07/30 11973 28
87440 [일반] [번역] 일본 NSC차장 - 역사의 교훈 - 조선 식민 지배 [17] aurelius10420 20/07/30 10420 6
87436 [일반] [번역] 일본 NSC차장 - 역사의 교훈 - 조선이란 무엇인가? [19] aurelius8864 20/07/30 8864 4
87431 [일반] [번역] 일본 NSC차장 - 역사의 교훈 - 서장 [19] aurelius8954 20/07/29 8954 5
87397 [일반] [잡담] 여러분은 어느 지역/주제의 역사에 관심있으신가요? [82] aurelius9789 20/07/27 9789 9
87387 [일반] [도서] 일본 NSC 차장이 보는 "역사의 교훈" [9] aurelius9887 20/07/26 9887 9
87314 [일반] [역사] 현대 일본의 국부 요시다 시게루는 누구인가? [14] aurelius10201 20/07/20 10201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