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5/11 15:53:48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 (수정됨)
코로나19에 대한 서방의 무능력함을 보며 유럽과 미국을 조롱하는 글이 온라인 상에 부쩍 많아졌습니다. 서구사회의 무능은 정말 비판받아 마땅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들 스스로 혁신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서구사회를 지나치게 무시하거나 이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서구사회의 지적유산은 여전히 막대하며, 또한 이들의 여론이 곧 세계의 여론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평가가 곧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먼저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서구의 평가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신문사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데,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3위라고 자부하는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일본도 서구인들의 평가에 굉장히 예민해하죠.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평가를 무기로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여론전을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 이들이 세계 여론을 좌지우하고 담론을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주요 신용평가사 또한 모두 미국에 위치해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 대부분 미국과 유럽 출신들입니다. 이들의 세계관과 인식, 지식과 편견은 모두 그들 주변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물론 객관적 지표로 계산을 한다고 하지만,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평가에 따라 국가의 신용등급이 매겨집니다. 따라서 서구사회에서 국가의 평판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주요 국제기구 모두 미국 또는 유럽에 위치해있습니다. UN을 비롯해 WTO, OECD, WHO, ICJ 등이 대표적이죠. 또한 주요 국제학회나 행사도 유럽에서 열립니다. 다보스경제포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인권운동가들도 유럽의 관심을 호소하며, 80년대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가들 또한 유럽과 미국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또한 세계의 경제인들이 모이는 국제 경제행사도 대부분 유럽에서 열리죠.

그리고 학문적 측면에서도 주요 학회지 모두 유럽 또는 미국에 위치해 있으며 이런저런 인증을 발급해주는 곳도 서구에 있습니다.

동아시아가 "물건을 제조"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면, 서구사회는 상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하거나 또는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득권이 때로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부당하다고 해서 이를 뒤엎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체제를 전복할 게 아닌 이상, 그 체제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이득을 볼 수 있는지 끊임 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하죠. 

물론 이 시스템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요즘 맛이 가서 세계가 동요하고 있지만, 단기간 안에 서구문명=지구문명으로 대표되는 현존 정치/경제/문화/사회/지식 기득권의 베이스가 바뀔 거라고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금번 코로나19 상황으로 대한민국의 위신이 서구사회에서 한 단계 더 상승한 것은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BTS와 기생충 그리고 투명하고 효율적 보건시스템. 이렇게 쌓아올린 인식을 십분활용하여 5G 협력이나 국제기구에서의 협력, 의료보건분야에서의 협력 등을 더욱 심화하면서 밸류체인에서 한 단계 높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practical한 측면과 더불어, 교육 측면에서 보다 거시적이고 글로벌한 관점을 심어줄 수 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여론을 선도할 수 있는 인문학자, 또는 국제문제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저널리스트가 나올 수 있게끔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서울을 더욱 푸르고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면서도 IT첨단문명의 이기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프랑스, 폴란드, 러시아,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민와서 일하고 싶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발전시켰음 좋겠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문화적인 곳. 개인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과거의 무게로부터 가장 자유롭기 때문에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큰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보편주의적 이상향과 한국적 실용주의를 결합시키면 분명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구밀복검
20/05/11 16:14
수정 아이콘
오히려 코로나 이후 세계는 서구에게 유리하면 유리하지 불리하지 않죠..
지금 기정 사실로 관측되고 있는 건
- 향후 제조업은 안보 산업으로서 각국마다 일정 수준 유지하게 될 것
- 국제 교역은 축소되고 무역 의존도는 감소하며 내수 시장의 비중이 커질 것
- 국제 분업을 통한 경제 효율성은 상실될 것이며 다소 비효율적인 거시적 자급자족이 행해질 것
- 정치외교적으로 자유주의는 후퇴할 것이며 고립주의가 탄력을 받을 것

이런 건데 결국 이건 앞으로의 각국의 생존력 이꼴 체급력으로 전환된다는 소리고
저런 환경에서 미국과 유럽이 다른 문화권보다 유리하면 유리하지 불리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화와 국제 분업과 자유주의와 제조업 외주라는 틈새시장에서 꿀을 빠는 식으로 무역 의존도를 높여 버텨왔던 한국 같은 국가에겐 하등 좋을 게 없는 변화고요.
코로나가 창궐하는 세계에선 한국의 진화전략이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다들 그 부분을 따라하게 되면 한국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이점은 사라지게 되죠.
서구놈들 정신차리라고 할 때가 아니란 것.. 당장 우리 코가 석자입니다.
루트에리노
20/05/12 14:58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을 보니 우리나라가 그동안 살아왔던 방법이 느껴지네요. 위기가 아닌 날이 없어요.
아웅이
20/05/11 16:55
수정 아이콘
어.. 음 갑자기 추상적인 결론으로 끝나는 느낌이네요.
개인적으로 유럽과 미국은 왜 여전히 서구 혹은 서양으로 묶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소필위
20/05/11 17:02
수정 아이콘
한국이 딱히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지는 모르겠네요...
문화적으로 남눈치 많이보고 검열과 참견이 많고 엄숙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카스가 미라이
20/05/11 17:22
수정 아이콘
[아시아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나라 맞죠
20/05/11 17:36
수정 아이콘
정치적으로 절차적민주주의에 강박관념 비슷한게 있는거지 솔직히 자유롭고 개방적인 나라는 아닌것 같습니다.
대만이나 태국 같은나라 빼놓고 그 다음 순위일거 같은데 개방적인걸로는 일본보다도 아랫순위 같네요. 민족주의가 이렇게 강한데요.
Chandler
20/05/11 17:37
수정 아이콘
검열과 참견이 문화적 차원에서만 그치고 법이나 국가 제도적으로는 나름 자제되고 있는 편이죠.[아시아에서]는요
닉네임을바꾸다
20/05/11 17:50
수정 아이콘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 보면 뭐 더하면 더할걸요...
앙겔루스 노부스
20/05/11 23:01
수정 아이콘
서방이 진짜 끝장났는지 아닌지는, 분명히 다시 올 다음 전염병 때의 대처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데, 이번 사태만으로 급발진 하는 사람들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정부를 지지하고, 정부가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리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따위보다 월등히 뛰어난 정권이라도, 메르스로 사전 '예방접종'을 맞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잘 해내었을까? 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미군이 강한게 끊임없는 실전경험때문이라고 하죠? 이번 상황은 한국은 실전경험이 있는데, 다른 서방국가는 사실상 없었던(신종플루는 치료제가 있었으니까) 상황에서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팬데믹때는, 이번에 겪은 게 있으니 서방국가들이 그 때도 이딴식으로 대처하진 않을겁니다. 동아시아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잘 대처한건, 시도때도 없이 병이 터져대는 중국(사스, 돼지열병)이 옆에 있으니 긴장도가 높아서 그런면이 크기도 하니까요. 다음 팬데믹때도 서방이 이딴식으로 대응하면 그 때가서 아 쟤들 이젠 븅신 다 됐구나 해도 되는데 다들 판단을 너무 서두르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459 [일반] [역사] 건축으로보는 기독교 성당의 역사 [7] aurelius9511 20/05/29 9511 9
86425 [일반] [역사] 로마대법전으로 보는 기독교의 위세 [7] aurelius7448 20/05/27 7448 8
86408 [일반] [역사] 1919년 한 중국 지식인의 유럽생각 [6] aurelius8836 20/05/26 8836 10
86396 [일반] [단상] 유럽인이란 무엇인가? [22] aurelius9363 20/05/25 9363 18
86285 [일반] [도서] 북중머니커넥션 - 구찌는 왜 북한에 1호점을 오픈했을까? [34] aurelius9676 20/05/17 9676 10
86213 [일반] [잡글] 유럽사가 너무 재미있는 이유 [45] aurelius10365 20/05/13 10365 12
86166 [일반] [단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 [9] aurelius9404 20/05/11 9404 14
86143 [일반] [역사] 중세의 대성당들은 누가 지었을까? [21] aurelius8738 20/05/10 8738 11
86134 [일반] [사진] 하기아 소피아 내부는 어떻게 생겼었을까? [38] aurelius12737 20/05/09 12737 13
86090 [일반] [도서] 경제전쟁으로 읽는 세계사 [3] aurelius8257 20/05/07 8257 2
86079 [일반] [외신] 코로나19 음모론 관련 미국-호주 갈등 [51] aurelius12695 20/05/07 12695 3
86011 [일반] [그림]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찬란한 영광 [22] aurelius8878 20/05/04 8878 8
86007 [일반] [역사] 로마는 사실 전염병 때문에 멸망했다? [27] aurelius12413 20/05/03 12413 27
85942 [정치] [단상] 태영호는 이제 글로벌 인사가 되었습니다 [185] aurelius17336 20/04/29 17336 0
85891 [일반] [유튜브] 프랑스의 국제관계 전문 채널 [10] aurelius9787 20/04/27 9787 8
85869 [일반] [도서] 1914-1945년은 프랑스에게 무엇이었을까? [3] aurelius7538 20/04/26 7538 1
85807 [일반] [알쓸신잡] 교황청과 대한민국의 간략한 역사 [6] aurelius9521 20/04/22 9521 16
85792 [일반] [단상] 지금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60] aurelius15782 20/04/22 15782 1
85733 [일반] [유럽] 프랑스, 새로운 제국의 설립을 주장하다 [86] aurelius17356 20/04/17 17356 5
85720 [일반] 제 인생에 국제기구. (aurelius 님의 글에 덧붙여) [5] boslex8420 20/04/16 8420 6
85717 [일반] [도서] 노트르담, 프랑스의 영혼 [3] aurelius8351 20/04/15 8351 1
85716 [일반] [도서] 글로벌 파워로서의 바티칸 [21] aurelius9686 20/04/15 9686 1
85715 [일반] [단상] 국제기구는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78] aurelius15845 20/04/15 15845 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