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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3/09 16:52:34
Name 새님
Subject [일반] 임신 초기 이야기

15주차, 막 임신 안정기로 들어선 30대 중반 임산부입니다.
아, 네, 뭐, 그렇습니다. 어차피 여기 연령대가 다들 그렇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몸이 되어 심심한 김에 그간의 일이나 간단히 적어보려구요.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아무래도 여초 사이트니까 ^^ 대충 미래에 내가 겪을 거다 생각해 주세요.

크게 3+1가지 정도일 것 같네요.





0. 잠

잠이 늡니다. 엄청 늡니다. 사무실에서도 틈만 나면 자괴감 느낄 만큼 졸았어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신발만 벗고 롱패딩을 침낭 삼아 현관 입구에 그대로 드러누워 잤습니다. 저는 제가 미친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임신했었더라구요... 구충제 사다 놓고 안 먹은 게 다행이었지요. 하지만 대체 왜 그렇게 잤을까요? ㅠㅠ 지금도 잠이 적진 않지만 초기엔 정말 미친듯이 잤네요. 인터넷 웃짤 중에 '아내가 잠만 자요'하는 남편의 글 그거 구라 아니더라구요.





1. 입덧

흔히들 임신 하면 생각하시는 그 입덧이지요. 하루종일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나는 개가 아닌데 하루 종일 코 끝에서 무슨 냄새가 나서 킁킁거리고 있어요. 기분 좋은 냄새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아닙니다. 음식은 특히 냄새가 강하지요. 별 생각 없으면 다행인데 냄새 나는 음식은 대부분 역합니다. 호르몬이 장난치는 건 알겠고 대체 이런 거 왜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임신 초기 태아의 존재를 모체가 모르고 있을 때 신체가 주는 알림(썰)이라더군요. '너 지금 임신했어' 혹은 '이 음식은 위험하니 먹으면 안 돼' 같은.... 아니 그런데 그걸 그렇게까지 격하게 거부할 일이야?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반대로 임신 초기 임신을 모르고 먹은 알코올이나 의약품 등등은 괜찮다고도 합니다. 이 무렵 태아는 직접적으로 모체의 양분을 나눠 받는게 아니라 계란 노른자(난황)를 먹고 자라기 때문입니다. 공평하죠? 하지만 실제로 생각보다 임신인 걸 모르고 과로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이런 저런 약을 타다 먹는 임산부가 많습니다... 많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임신한 이후로 치킨과 삼겹살을 단 한 점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냄새만 맡아도 싫고 입에 밀어 넣어도 뱉어냅니다. 몸에 나쁜가봐요 하하하하하

저는 운이 좋게도 입덧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것이 주변 경험담을 모아 보면 임신 중 신체적 변화는 90% 정도 그 어머니 되는 사람의 경험을 그대로 밟아 나갑니다. 입덧의 정도나 부종, 튼살 등등 정말로 그 엄마를 많이 닮더라구요. XX 염색체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오는데 왜 그럴까요... 어쨌거나 저는 정말 입덧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토하지는 않았구요, 가끔 양치 할 때만 토했네요. 약한 입덧이라 택시나 지하철에서 멀미를 하고 밥 대신 죽으로 삼시 세끼를 때우며 냉장고를 열 때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화장품 냄새가 역해서 돌아버릴 것 같지만 참을 만 합니다. 호르몬 영향으로 위장관이 느슨해지고 자궁의 확장을 위해 복부에 있던 소화기계가 전반적으로 위로 이동하면서 윗배가 나오고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며 종일 온 몸에 가스가 차 있지만 괜찮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죽을 것 같던 것도 지내다 보니 견뎌지네요. 그리고 위의 증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임신 말까지 지속되기도 합니다.




2. 신체 변화

초기 임산부라는 게 참 애매한 존재예요. 배아의 자궁 착상이 불안정한 시기이고 태반(모체와 태아를 잇는 동앗줄)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 유산의 위험이 높습니다. 이 외에도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자연유산의 대부분이 초기에 일어납니다. 불안정 착상으로 인한 절박유산 비율은 20% 정도이고 이 중 절반 정도가 절대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유산됩니다. 이래저래해서 임신 12주까지 유산율이 대략 12% 정도라고 하던데 열 명 중 한 명 꼴이지요. 임신 초기 유산은 자연선택이지 엄마 탓이 아니라고 하는게 저런 부분 때문입니다.(그럼 중후반은...ㅠㅠ) 초기라 임산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를 포함하면 훨씬 높아질 겁니다. 생각보다 엄청 흔하더라구요.

때문에 임신 초기에는 말을 아끼게 됩니다. 임신했다고 얘기를 했다가 유산되면 정정하기가 애매해지거든요. 유산 경험이 있는 경우는 더 하겠지요. 어쨌거나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예전같지는 않다지만 그래도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주변인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만큼 정상적으로 사회 생활 하는 사람이라면 좋든 싫든 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주변에 밝히기도 애매합니다. 유산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해달라는 걸까요? 말 하기 싫다며? 근데 내가 어떻게 배려해 줘?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느냐? 애매한 부분이고 각자 요령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알아주는 주당이었는데 회사에는 백만원빵 금주 챌린지를 하고 있다고 뻥을 쳤습니다. 경험상 주변의 임산부들은 12주 이전에는 아예 병원에서 침대에 드러누우라고 명령하기 전까진 임신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회사 근처 대중교통을 탈 때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본 후에야 가방 깊숙히 숨겨둔 분홍 마패(=임산부 뱃지)를 가만히 꺼내요. 그런데 이 시기가 입덧이 최고조에 올라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합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웬 아저씨/아주머니/할머니/할아버지가 앉아 있으면 돌아버릴 것 같죠. 경험상 비켜주실 분들은 처음부터 앉지도 않습니다. 임산부석 제발 비워주세요...

그 시기가 조금 지나면 뚜구둥! 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멘붕이 옵니다. 몸무게는 그대론데 입던 옷이 안 들어가요. 이 지방은 어디에서 온 거죠? 팔뚝이 가늘어진 건 아닐까 거울을 보지만 종아리도 팔뚝도 그대로입니다. 옷장을 열어봐도 입을 수 있는 옷이 별로 없어요. 점점 더 없어지겠지요. 요즘은 임신 중독 등 건강 상의 문제로 산부인과에서도 임산부의 몸무게 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정기검진 때마다 더 찌면 안 돼요, 그거 다 엄마 살이에요 등등 잔소리를 하고 예전만큼 마음 편하게 먹고 늘어져 있도록 내버려 두질 않지요. 그래서 임산부들은 다이어트 할 때만큼 항상 체중에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다이어트 할 때는 한두끼 거르고 빡세게 운동이라도 하면 조절이 되는데 임산부는 그럴 수 있는 처지도 못 됩니다. 뭐 좀 할라치면 "어디서 위험하게 임산부가!" 호령 듣기 일쑤지요.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임산부가 몸매/몸무게에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가 제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입던 옷이 안 들어가요. 사춘기 이래 열심히 몸매 관리를 해왔던 지난 세월이 허망해지면서 무력감에 빠집니다. 그 놈의 호르몬 탓 그만하고 싶지만 어쩌겠어요? 호르몬의 변화로 감정 기복이 커져서 배로 더 서러워집니다.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이모양 이꼴이네? 여기서 뭘 더 어쩌라는 거지? 그런데 애기가 있잖아?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닌 것 같고 아기 배양기 같고 등등 눈물이 나죠. 저는 일년에 한두 번 울까 말까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찔끔찔끔 웁니다. 여튼 서럽습니다. 애써 거울을 외면하고 사는데 남편이 눈치 없이 한 마디 하더라구요. "야, 너 배 나왔어!"

이 때 잘 하셔야 합니다 ^^




여담이지만 객차당 2석씩 마련되어 있는 임산부석에 대한 제 경험은 이렇습니다.

1. 텅 빈 지하철의 경우에는 두 자리 다 비어있습니다.
2. 서 있는 사람이 드문드문 발생한다면 한 자리는 노약자석/중년석이 됩니다.
3. 혼잡 시간대(주로 출퇴근)에는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누군가 앉아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2번까지는 괜찮아요. 적어도 한 자리는 비어 있잖아요. 3번이 문제인데, 이미 그 자리에 앉으신 분은 단단히 각오하고 휴대폰에 집중하시거나 주무시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앞에서 분홍 마패 찰랑거리며 서 있어봤자 아무 의미 없습니다. 99% 확률로 근처 자리에 앉으신 다른 건강한 남녀노소 분이 대신 자리를 양보해 주십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합니다. 하지만 내가 좌석 근처가 아닌 복도 중간에 끼어 있다면?! 대체로 출퇴근 시간대에는 아무 기대 없이 서서 갑니다.

여하간 인터넷에는 임산부석에 앉는 비 임산부 분들이 아무도 없는데 대체 그 분들은 휴대폰으로 뭘 그리 열심히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분명 인터넷이긴 할 텐데...




3. 운동

진짜 쓰려던 건 이 부분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한탄만 줄줄 쓴 것 같네요. 본론입니다.
문화적 차이나 생활체육이 보편화되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초기 임산부는 <깨짐주의> 딱지가 붙은 유리상자처럼 다뤄집니다. 이것도 하면 안 되고 저것도 하면 안 되고 여하간 하면 안 됩니다. 숨만 쉬어야 하구요, 걷는 것도 조금만 걸어야 합니다. 마사이족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사이 임산부는 소젖짜기 장작준비하기 등 온갖 노동에서 면제입니다. 물론 앞서 말한 초기 유산의 위험성 때문이긴 합니다. 저도 그랬고 초기엔 거의 대부분의 임산부가 출혈과 높은 유산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는 임신 사실을 알기 전, 그러니까 임신 5주차 정도까지 열심히 헬스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루 50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주3회 에어로빅을 했으며 주 4~5회 정도는 한시간 이상 야외에서 자전거를 탔고 가끔 조깅도 했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하던 운동을 계속해도 될까요? 라고 세 번 물어봤다가 세 번 다 핀잔만 들었습니다. 두 번 더 간호사 분에게 물어봤다가 두 번 안쓰런 눈빛만 돌려받았습니다.

물론 고혈압이 있거나 조기진통이 있거나 출혈이 있거나 등등 고위험군 임산부는 누워만 있어야 합니다. 한 점 농담 없이 정말 화장실 갈 때 빼고는 누워만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정말 임산부는 확찐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안그래도 소화불량에 변비에 죽을 것 같은데 먹고 앉아만 있나요? 마사이 임산부는 사자가 잡아 먹겠다고 달려들면 걸어서 피하나요? 인간이 인간이라 불리기 전 야생에서도 그랬을까요? 임산부는 이동하는 수렵 채집 무리를 쫓아가지 못하고 낙오하고 말았을까요? 선사시대는 말 그대로 기록 이전의 시대이므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멸종하지 않았고 대신 임산부의 운동에 대한 서구의 관점은 Pregnancy Exercise 등의 키워드로 구글링해보면 손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하던 운동은 계속 해도 된다." "하지만 고강도 운동은 안 된다."

배우 이시영 씨는 임신 7개월 차에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고 해외 사례로는 임신 8개월차 여성이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사례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이게 "하던 운동은 계속 해도 된다"의 의미입니다. 그런데 저 임신 8개월차 여성은 풀코스를 완주한 일주일 뒤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건강했다지만 일단 조산에 해당합니다. 이게 "하지만 고강도 운동은 안 된다" 같네요.

여러 가지 팩터가 있겠지만 임산부의 운동 위험도는 우선 심박수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고강도의 운동은 태아에 전해지는 혈액의 산소포화도를 떨어뜨리고 흔한 말로 '애가 놀라게' 됩니다. 급격한 자궁 수축으로 배가 당기는 거지요. 진짜 아파서 이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언제 겪었냐고요? 인터벌 할 때요. 하던 거 계속 해도 된다길래 그래도 되는 줄 알았죠... 원래 머리가 무식하면 몸으로 배우는 겁니다.

뒤집어 말하면 심박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는, 원래 "하던 운동"의 강도로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원래 하던 '수영'이 괜찮고 '조깅'이 괜찮은 건 그게 하필 수영이고 조깅이어서가 아니라 신체가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강도이기 때문이지요. 이시영 씨가 하프를 어떻게 달렸나는 모르지만 심박계를 달았다는 걸로 보아 아마 페이스가 평소보다 빠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적절히 조절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고강도 운동일 수 있지만 이시영 씨에게는 고강도 운동이 아닌 셈입니다. 저도 평소 조깅하는 속도로 한시간 달려보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더라구요.

대부분의 임산부 운동 가이드는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상태를 권장합니다. 러닝으로 따지자면 회복주나 수영으로 따지자면 영혼 없는 수영장 뺑뺑이 같은 게 여기 해당할 겁니다. 절대 전력질주 섞인 인터벌이나 접영 10바퀴 그런게 아닙니다. 원래 웨이트를 해 왔다면 복압 등을 고려해서 무게 조금 내려 하던 만큼 하는 건 괜찮지만 1RM을 잰다던가 돌고 나면 너갱이 나가는 서킷 트레이닝 같은 건 안 됩니다.

여기서 한국과 외국의 산부인과에서 하는 말이 왜 서로 다른지 감이 살짝 옵니다. 원래 하던 운동이 없는데 새로 운동을 시작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는 거죠. 숨을 헐떡이는 고강도의 운동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워낙 생활체육 기반이 약한 한국이다보니 임산부가 운동을 한다는 말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한 시간만 걸어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은 사십분만 걷는 게 맞는 거죠. 생수통 20kg 들고 계단 5층 오르는게 보통 임산부는 안되겠지만 만일 내가 장미란이라면? 은퇴했어도 20kg은 너끈하실 겁니다.

이러저러한 서치 끝에 저는 몇 주 전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은 문을 닫았지만 정기적으로 한 시간 정도 강변을 뛰고 자전거를 타고 가끔 배드민턴도 칩니다. 강도 조절에 한두 번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적절한 수준을 찾은 것 같아요. 나가서 뛰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도 풀리고 닥쳐온 신체 변화와 이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몸이 변해도 안에 든 알맹이가 나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데 체력 검증만한 게 없어요. 특히나 요즘 같은 가택감금 상태에서는 바깥 바람 쐬는 게 야외운동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배가 더 나오면 운동용 복대를 알아봐야겠지만요.

아, 예전과의 차이라면 운동 후 피로가 급속도로 밀려듭니다. 잠이 많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예전엔 운동하고 뛰어서 집에 왔다면 이제는 운동하고 기어서 집에 온 다음에 죽은 듯 잡니다. 운동 수행 능력 자체가 떨어진 건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몸이 무거워요. 낮잠 자는 시간이 그렇게 아까웠는데 이제는 낮잠이 필수입니다. 회사에서는 밥도 안 먹고 자요.

혹시 임신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계신다면 운동을 강력 추천하는 바입니다. 단순 체력 문제가 아니라 잘 챙겨먹고 운동할 때 호르몬이 가장 균형 잡히기도 하고 위에 썼듯 임신하고 나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남편이 문명하시는 바람에 혼자 뛰러 나가지만 부부동반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여기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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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den Ring
20/03/09 17:02
수정 아이콘
2번 마지막 문단 -> 인터넷에는 꽁초 버리고 길빵하는 흡연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바보왕
20/03/09 17:11
수정 아이콘
조별과제 안 하는 대학생도 없죠!
스위치 메이커
20/03/09 17:10
수정 아이콘
코로나 조심하시고 임신 기간 힘내시길!!
니가가라하와��
20/03/09 17:1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쉽게 잘 읽히고 내용도 알차네요.
이후 과정도 시리즈로 연재해주시면 큰 도움될거 같습니다.
순산을 기원합니다~~
20/03/09 17:15
수정 아이콘
운동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좋네요!^^
전 운동부족의 댓가를 관절들이 치루고있습니다. ㅠㅠ
100일된 아가가 벌써 무릎과 손목을 뿌시는중이네요. 크크
도들도들
20/03/09 17:20
수정 아이콘
첫 아이 임신 축하드립니다. 8월 중순~말쯤 출산하시겠네요. 건강하고 귀여운 아이 태어나길 바랄게요.
20/03/09 17:21
수정 아이콘
순산 기원합니다 짝짝짝! 힘내세요~~
순간삭제
20/03/09 17:25
수정 아이콘
막줄핵심
스타나라
20/03/09 17:26
수정 아이콘
글이 미괄식이었군요 ^^
코로나로 운동을 못해 신음하고 있는 핼창으로써 심심치 않은 위로를 보내봅니다.
6달 후 순산을 기원할게요~
달달한고양이
20/03/09 17:29
수정 아이콘
저도 슬....슬....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데 이런 글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됩니다 ; _ ; 임신 축하드리고 몸 건강하시고 엄마 너무 힘들지 않게 아가도 잘 자라고 순산까지 하시길 한방에 기원드립니다!!
사업드래군
20/03/09 17:34
수정 아이콘
임신 축하 드립니다~~.

몇 가지 첨부하면


1. 유산

전체 임신 중 유산의 확률은 약 15%입니다.
유산을 일으키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절대적인 요소는 임산부의 나이입니다.
일례로 만 35세가 되면 유산의 확률이 약 20%, 만 40세가 넘으면 약 50%, 만 45세가 넘으면 유산의 확률이 90%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산의 10주 이내, 특히 6~8주 경에 가장 많습니다. 15주가 넘으셨다면 유산의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2. 입덧

임신입덧 (Hyperemesis gravidarum)은 임산부의 3/4이 겪는 증상입니다. 대개 평균적으로 5주 정도 지속되고, 임신 14주가 되면 절반이 사라지며, 임신 22주 전까지는 90%에서 증상이 없어집니다.

임신입덧에 효과적인 약으로는 디클렉틴이라는 항구토제가 있습니다. 효과도 좋지만 임부 안정성에서 무려 A 등급 (Category A)를 받은 약입니다. 전 세계에서 식약처 허가를 거쳐 승인된 약 중에서 A 등급을 받은 약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안전하다는 타이레놀이나 페니실린계 항생제도 B 등급입니다. A등급은 철분제나 엽산 정도에 해당하는 등급입니다.)

수십년 전에 임부 구토억제제로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을 사용하다가 팔다리가 없는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는 끔찍한 비극을 겪은 후에 이번 디클렉틴이라는 약에 대한 승인과정에서는 FDA에서 아주아주 엄격하게 심사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복용하셔도 됩니다.

하루 4알까지 안전하게 복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복용시 약간 졸음이 올 수는 있습니다.
또한 이 디클렉틴이라는 약으로도 조절이 안 되면 더 강한 항구토제들도 있는데 역시 임신중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운동

산과학 교과서에서도 가벼운 강도의 운동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간혹 임신 중에 절대 운동을 하지 않고 집에 누워만 계시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계속 누워있게 되면 오히려 혈전의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혈전이라는 것은 혈액이 응고되어 혈관을 막는 현상입니다.
심부정맥혈전이 발생하게 다리의 통증이 생기거나, 태아로 가는 혈류가 막히게 되면 유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혈전의 위험은 임신중에 12배까지 증가합니다. 따라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혈전예방에 도움에 됩니다.
참고로 이렇게 혈액의 응고성이 증가되는 것은 나중에 분만시 대량의 출혈을 예방하기 위한 생리적인 기전입니다.

알아서 잘 운동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건강하게 아기 잘 낳으세요~~.
가스불을깜빡했다
20/03/09 17:37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건강이제일
20/03/09 17:37
수정 아이콘
31개월 애기 엄마입니다.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저는 냉장고 냄새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참 싫었죠. 허허
저도 20주부터 막달까지 요가를 했었습니다. 그나마 그덕에 허접한 몸뚱이로 임신시기를 버텨내지 않았나 해요.
정말 힘들지만 정말 예뻐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24시간 아이랑 같이 있느라 좀 죽을 것 같긴 하지만ㅠ 예뻐요.
건강하고 즐겁게 남은 시간 잘 보내시고 순산하시길 바랄게요^^
40년모솔탈출
20/03/09 17:42
수정 아이콘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732955&no=27&weekday=sun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를 올릴 기회가 왔군요.
20/03/09 21:43
수정 아이콘
25개월 딸 엄마에요. 제 주변에서는 알리지도 않았는데 다들 경험자라 그런가 5주차에 원치 않은 축하세례도 받았어요. 냄새란 냄새는 왜 그렇게 숨막히게 났는지.. 자고 일어나서 쉬는 숨 속의 공기냄새도 역했어요. 막달에는 뭘 먹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살이 쪄서.. 먼산.. 요가 하고 싶었지만 이미 굳은 뼈관절들이 협조를 안해주더군요. 그래도 건강하게 잘 태어나서 껌딱지인생을 살고 있는 딸이 예쁘고 사랑스러우니 그 시절 그랬었나 싶기도 합니다.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태동이 귀여웠는데 지금은 자면서 엄마 걷어차서 깨우고, 동생은 없다며 아빠를 노리고 가격하기도 하는 재간둥이에요. 크크. 전염병때문에 여러가지로 조심해야 하는 지금, 스트레스없이 건강하게 순산하세요.
고분자
20/03/09 23:03
수정 아이콘
순산하십시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03/10 00:27
수정 아이콘
200일 애기아빠입니다. 요맘때 겪는 분들이 다들 그러하듯이 요새는 항상 아가랑 아가의 것에 대해 관심이 폭발하네요.
약 1년 2개월전 쯤 매일같이 280 days 앱을 함께 보면서 와이프와 함께 지나온 임신기간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제가 임산부는 아니었지만, 함께 준비해가는 아빠 입장에서 느끼고 기억나는 것들이 많네요.

(1) 입덧
와이프는 특별히 심각한 입덧은 없었어요. 다만 평소보다 고기가 더 많이 생각나고 또 임신기간 내내 어릴적 집에서 먹던 음식이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 집음식은 달리 조달한 방법이 없어서 임신 초기(15~20 주 사이) 한달 정도는 장인께서 집에서 같이 계시면서 와이프를 돌보고 음식을 챙겨주셨고 막달 출산까지의 약 한달반은 장모님께서 같이 사시면서 와이프를 챙겨주셨어요. 제 직종분야가 바쁠 때 종종히 늦은야근이 많은데 장인 장모님께서 계시니 여러모로 안심도 되고 음식도 잘 먹어서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2) 영양관리
임신 초기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를 했는데 비타민 D가 다소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찾아보니 많은 임산부가 공통된 진단을 받는 것 같습니다.) 다만 초보아빠 마음에 걱정이 되서 그 이후로 주차별로 필요한 영양성분과 임산부들의 섭취 패턴, 실제 대상 영양제에 대새 나름 열공을 했습니다. 임산부 종합비타민과 16주 이후의 철분제, DHA에 대해서 실제 상세 성분구분이 어떻고 공정이 어떻고 제조사는 믿을만한가 등등에 대해 열심히 찾아서 직구로 계속 안떨어지게 갖다줬거든요. 종종 와이프가 '그렇게 까지 해야하냐' '이걸 지금 하루에 다 먹으라는거냐(DHA 하루 3번 나눠서 / 비타민D는 마그네슘과 2:1 비율 혼합 태블릿으로 하루 4개 등) 몇번 핀잔을 주긴 했는데 나중에 다시 혈액검사하고 건강 체크하고 할 때 많은 부분 상태 좋고 건강하다는 이야기 들으니 내심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3) 엄마와 아가에게 아빠가
저는 나름 일많고 바쁜걸로는 상당히 상위권에 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임신기간이라고 해도 꽤나 많은 날들을 야근하고 늦게 들어가서 잠든 와이프 얼굴 보는 날도 많았어요. 웬지 임신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이에 대해 별달리 불평한번 안하는 와이프가 고맙기도 해서 주말이나 조금 일찍 들어올 때는 아빠가 읽어주는 태교동화책 같은걸 많이 읽어줬습니다. 정말 뱃속의 아이가 듣고 있는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아가를 기다리는 아빠의 마음과 임신한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2달 즈음은, 아마 산부인과에서 들으시겠지만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 배 무겁다고 눕지말고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강조하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 해서 평일 일찍 집에와서 함께 저녁먹고 집근처 공원을 하루 40분 즈음 거의 매일 함께 산책했어요. 무거운 배를 이끌고 걷는게 귀찮고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둘이 함께 여름밤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다니면서 또 나름의 추억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이는 표현 그대로 빛과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아기 덕분에 저희 부부는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고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임신의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아이는 매일 저희에게 새로운 이벤트를 끊임없이 만들어주는 존재거든요. 무엇보다 평안한 임신기간 보내시길 바라고 건강하게 아이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제가 워낙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태교여행도 느므느므 즐거웠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20주 즈음 해서 갔던 것 겉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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