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를 갔을때에도 이미 병사이에서 구타가 거의 사라져있었다. 다만 간부가 병을 구타하는것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었지. 나는 병사들과 두루 잘지냈지만, 행정병이라 간부와 접촉이 많았고 간부에게 꽤나 많이 맞으면서 일했다. 일 잘해서 그나마 덜 맞았는데도 꽤나 많이 맞았다. 그덕에 전역할때는 오히려 군복입은 사람을 보면 마음이 편하고 사복입은 사람을 약간 두려워하는 습성을 가지게 되었다. (군대에서 사복입고 돌아다니면 99% 간부다. 1%는 짬아저씨) 그게 약간의 사복기피증 즉 사바세계에서는 모두 사복을 입고다니니 대인기피증으로 남았다. 이거 완전히 복구하는데 반년정도 걸렸다. 게다가 군대가기 전에 만났던 여친이 자신의 길을 간 뒤로 사바세계에 미련을 버리기로 마음먹고 휴가도 안나갔기때문에 말년휴가를 한달쯤 나올수 있었던 쾌거를 이룩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그야말로 민간세계 부적응자로서 전역했다. 휴가를 안간 기한을 말하면 모두가 독한놈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 당연히 그 기간동안 여자랑 특히 또래의 여자랑은 말도 한번 안섞어봤다. 그래서 여자와의 관계도 매우 심각할것으로 예상될 수준이었다. 어느정도로 심했냐면 말년휴가를 나갔을때 역에서 기차표를 끊고, 배고파서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을 하려는데, 알바 여성분께서 "주문 도와드릴게요" 라고 한마디했는데 그 한마디에 심쿵, 그야말로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최소 1년의 기간동안 또래 여자랑 말을 안해본게 아니라, 그냥 본적이 없었으니 오죽했겠나. 사복기피증과 여자가 말만 걸면 심쿵하는 심장질환을 가지고 그렇게 전역했다. 당연히 앞으로 연애도 하고 살아야 할텐데 심각하게 걱정이 되었지만, 전역하면 가지게 되는 수많은 걱정거리중에 하나였기때문에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
도무지 실제 연애를 할수 있을거같은 상태가 아닌 상태로 전역해서 사실 그대로 뒀다면 꽤 오래 문제가 생겼겠지만 그걸 구원해준 것은 내 친구 A였다. A는 잘생긴 놈도, 말주변이 좋은 놈도, 주변에 여자인맥이 많은 놈도 아니었다. 오히려 모쏠이었지. A의 연애티어는 심각했으며, 나는 그를 단 한번도 깔본적이 없다. 깔보지도 못할정도로 너무 심각해서 항상 보호해줘야되는 놈으로 분류되어있었다. 그런 그놈이 내가 군대 가있던 사이에 그것도 말년때쯤 덜컥 여친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수업시간에 맘에 드는 여자분께 노트를 빌리는 모쏠이 하기에는 매우 발칙한 방식으로! 하지만 내가 복학하면 지 여친 소개시켜준다며 자신만만해 하던 A는 내가 복학하기 전까지 인연을 끌고 가지 못했다. 복학했더니 무슨 헤어졌다네. 상상속의 인물아냐? 라고 할수 있는데 나도 처음엔 유니콘이라 생각했지만 유니콘을 만난 다른 지인들이 몇명 있긴하더라. 근데 이야기들어보니 대충 내 생각에는, 상대 여성분이 사귀자에 일단 오케이했는데 A와 스킨십을 해보니 이건 좀 아닌거 같단 생각이 확들어서 '죄송해요 제가 성급히 사귄다고 했던거 같아요 그냥 아는 오빠로 지내요' 정도로 마무리된 연애였다. 사귀기로 합의했던 순간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사귀었다고 보기엔 민망한 그런 사이였다. A는 한번의 경험으로도 여전히 나에겐 보호대상이었고, 좋은 경험이고 다음번엔 더 잘할수 있을거라고 나는 A를 격려했다. 나도 상태 안좋았지만 격려야 누구나 할수 있으니깐.
그런 A에게 내가 어떻게 구원을 받을수 있었나. 이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자. A와 나는 그저 평범하게 공부 열심히하는 복학생이었고, 집 도서관 알바만 반복적으로 오고가던 인생이었으며 나는 몇번의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다른 곳에서는 또래 여자들과 여전히 대화도 제대로 못해본 상태였다. 나와 A는 그날도 학교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학교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담배피면서 지나가는 여자구경 하고있었다. 요즘 신입생들은 왤케 이쁘지? 저여자 이쁘지 않냐? 이쪽이 더 이쁘지 않나? 본인이나 누가 들으면 불쾌할 노골적인 몸매품평은 진짜 안했다. 그건 안했고 열심히 그 순간 가장 이쁜 여자를 찾으며 대화를 하는 시간이었다. 나름 행복한 휴식시간이었지. 이런 시덥잖은 잡담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나 " 아~ 연애하고싶다아아아아~"
그저 평범한 이야기였는데 A의 반응은 의외로 도발적이었다.
A " 말만하지 말고 연애쫌해 색히야 학교에 널린게 여잔데 번호따~ 나처럼~"
뒷통수에 궁을 직격으로 쳐맞은 뜨끈한 느낌이 들었다. 선제 공격하셨는데 나도 이대로 물러서면 안되는거 아니겠나. 나도 질수는 없지.
나 " 야. 너처럼? 니가 한게 그게 무슨 연애냐. 그런건 연애도 아냐. 너처럼 될까봐 겁나서 나는 못하겠네~(깐죽깐죽)"
A도 지지 않고 부딪혔다.
A " 내가 한게 연애가 아니라 까인거라 해도 나는 최소한 말은 걸어보고 까인거야. 너는 말도 못하는 븅신색히잖아~ 말하고 까이면 인정!"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남자에게는 피할수 없는 싸움이 있다던가. 나에게도 그 순간이 왔구나. 나 비록 심쿵병이란 지병과 약간의 대인기피가 있지만, 내 비록 칼 한자루밖에 없는 상태지만 기관총으로 무장한 상대에게 덤벼야 한다. 당연히 전사하겠지. 하지만 전사하기 위해 돌격을 해야될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둘에게는 몹시 명예로운 죽음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두 덤앤더머의 바보짓이겠지만.
나 " 오케이 그 도전 접수해주마. 댓가는 오징어회 콜?"
A " 도전은 니가 하는게 도전이고. 오징어회는 콜! 기한은 다음주 이시간까지. 까이고만 와도 내가 사준다."
나 " 디펜딩챔피언께서 베푸시는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콜입니다!"
내가 택한것은 전사, 그것도 명예로운 전사다. A한테 이런 취급받느니 차라리 죽고 홀오브 발할라에 가자. 그리고 어차피 죽을거라면 강적에게 죽자. 그 순간 바로 떠오르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B. 그녀는 내가 들었던 수업과 같은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약간 도도해보이는 스타일의 냉미녀타입이었다. 그 교양수업은 주로 1학년이 듣는 수업이어서 많은 학생들이 몰려다녔는데, 그녀는 항상 수업을 혼자다녀서 내가 심심할때마다 수업시간에 그녀를 쳐다보곤 했었다. 난 그녀가 1학년은 아닐거란건 알고있었다. 그녀정도의 미모면 1학년이면 아싸가 될수가 없다. 그리고 패션도 신입생보단 나이가 있게 입고 다니셨다. 복학생이 1학년한테 번호달라고 하면 추하다는 생각을 그때는 하고 있었다. 미모도 훌륭하고 나이도 적절한 여러모로 명예로운 죽음에 정말 걸맞는 그녀. 그녀가 나를 홀오브발할라로 이끌어줄 사신으로 낙점되었다.
일주일에 두번있는 교양수업이라 기회는 딱 두번뿐. 나는 나름 힘줘서 입고 첫번째 기회를 맞으러 갔는데, 도무지 심쿵병으로 인해 말을 걸지 못했다. 실패. 저녁때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 A의 깐죽거림은 덤. 절대 이대로 물러설순 없다. 두번째 기회에는 너무 심하게 힘주지 말고 깔끔하게 입고 편안하게 들어가보자고 다짐했다. 두번째 시간에 B는 수업이 아직 5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더라. 너무 초조했다. 내가 준비했던 멘트도 너무 븅신같았다. 까여도 불편하지 않게 수업들으러 가는거까지 고려되서 너무 븅신같았다. 그치만 어쩔수 없다. 이번엔 이걸로 해야한다. 다른 멘트 짤 시간도 없다. B는 끝남과 동시에 일어날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고 나는 그녀보다 조금 늦게 건물을 나왔다. 좌우로 둘러보니 B가 오른쪽으로 갔더라. 난 달려가서 B를 추월하고 B앞에 서서 B에게 말을 걸었다.
나 " 저기요!"
B " 네?"
그녀는 살짝 놀란듯했다.
나 " pgr의 이해 수업 들으시죠?"
B " 네~그런데요?"
벌써 지병이 도진다. 내 심장소리가 내귀에 너무 크게 들린다. 안돼 심장아 버텨줘.
나 " 저도 그 수업듣는 수강생입니다!"
B " 네~크크"
그때 B가 살짝 미소짓더라. 쿵쾅쿵쾅 지병이 아예 발작을 시작하려했다.
나 " 저 사실 혼자 수업듣는데 혹시 혼자 들으시지 않나요?"
B " 네~~~ 저 혼자 들어요 크크"
아까보다 더 입꼬리가 올라가더라. 도도해보였는데 아까부터 계속 웃는데 웃으니깐 더 이뻐.
나 " #$%#$%#^$^#$^$#^$##$"
뭐라 말하려했는지는 아는데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안나는 이야기를 횡설수설하고있는데 그녀가 내 말을 잘랐다.
B " 잠깐만요. 혹시 식사하셨어요?"
예상 외의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나 " 아..아니요?"
더 활짝 웃으며 B는 말을 꺼냈다. B의 얼굴 뒤로 해가 떠있어서 말그대로 눈부셨다.
B " 그럼 우리 밥먹으면서 천천히 이야기해볼까요?"
나 " 네??? (잠시 얼음) 네!!!!"
그렇게 그녀와 나는 계획에도 없는 밥을 먹으러 갔다. 일단 학교식당이었지만. B는 본인은 그 수업이 끝나면 항상 밥을 혼자 먹는다면서 오늘은 동료가 생겨서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밥을 내가 사려했는데, 본인은 혼자먹는데 식권줄까지 서기 싫어서 미리 사둔다며 나에게 식권한장을 건넸다. 제가 나이도 많을 건데 초면에 얻어먹기 그렇다고 다시금 밥은 제가 산다고 했는데, 그녀는 '풉!' 하면서 웃더니 자기가 먹으러 가자고 했으니 자기가 사겠단다. 그러면서 정 사주고 싶으면 밥먹고 있다 까페가서 커피사달라더라. 그렇게 그녀와 식사도 하고 까페에 가서 커피도 마셨다.
그녀는 삼수생이었다. 삼수생인 2학년. 전형적인 너무너무 좋은 나이지만 자기는 뒷방늙은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다니는 여자. 그녀는 예측대로 아싸였다. 원래도 아싸기질이 없는건 아닌지만, 본인이 삼수생이라 1학년때부터 소수의 아는 몇명만 알고지냈고 2학년때 학부에서 과가 갈라지면서 알고지낸 모두와 떨어지게 되어서 학교 혼자다니던 중이라 그랬다. 일단 예측성공. 그녀와의 대화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내가 앞으로 같이 다니자는 이야기도 안했는데 최소한 이 수업은 이제 나랑 같이 다닐수 있게되서 좋다느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연락처도 알아야되니깐 달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원래 나한테 연락처 물어보려고 한거지?' 라며 웃으시던데 심쿵병이 다시 도졌다. 으으으 이놈의 쿵심이 쾅심이. 누가 물어보면 내가 뭔가 번호따거나 할거면 학교다닐때 하라고 항상 이야기하는데, 꼭 이 에피소드 때문만은 아니고 여러 경험상 학교만큼 모르는 사람이 말걸어도 경계없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곳이 없다. 모르는 사람과 뭔가를 도모할거면 진짜 한살이라도 젊을때 학교에서 해야된다. 나가서 똑같은걸 해보면 진짜 정글이 뭔지 체험하게된다.
그렇게 분위기 좋게 이야기가 오고 갔고, 상대의 이야기도 듣고 내 이야기도 하고 빵빵 터져서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는데, 이 여자도 나처럼 호구조사를 안하는 여자였다. 나도 이 여자가 스스로 말해줘서 삼수생인걸 안거다. 마지막에 학번 이야기해주고 이름 이야기 해줬는데, 학번 듣고 좀 놀라더라. '훗 군대에서 2년 얼굴을 갈아넣었지만 아직은 그래도 동안이군!' 이라며 스스로를 뿌듯해했다. 근데 자주 겪는 반응이라 이때는 '이분도 이런 반응이 나오네' 정도로 평범하게만 생각했다. B는 '아 그러면 제가 그동안 너무 말 편하게 한거같은데 실수 한거 아닌가요?' 라고 하더라. 나는 괜찮다고 서로 말 편하게 하자고 이야기했고 웃으며 알겠다고 하더라. 커피타임의 마감인 수업시간이 임박해서 서로 웃으면서 이내 헤어졌다.
개선장군으로 돌아온 도전자는 디펜딩 챔피언을 만났다. A는 도발할때의 깐죽은 온데간데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너의 좋은 일에 오징어회는 너무 약하다며 활어회를 쏠테니 먹으러가자더라. 어이 친구 나는 오징어회를 좋아한다구. 심지어 아직도 사당역 청X산오징어가 내 단골집이라구. 친구의 축하를 받으며 의기양양해하며 술한잔 기울이고 있는데 A는 "잘되서 다행이다. 본인 생각엔 본인보다는 그래도 잘하던 놈이 찔찔대서 그보다 못한 본인은 정말 답없어보이는 느낌이라 짜증났는데 기 살아 있는거보니 보기좋다"며 자신도 곧 따라가겠다며 그날 술을 달렸다. 그렇지만 친구A는 사실 그뒤로 몇년동안..못따라왔다.....
예상외로 여자 B는 그뒤로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번호받고 저녁때 문자 한번 보냈더니 단답으로 오더라. '그럼 문자를 더 보내지말고 수업시간에 친해져야겠다. 상대가 같이 듣자고했으니'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나의 오산이었다. 수업시간에 마주쳤는데 인사도 건성으로 받고 피하는 눈치였다. 수업시간에 만나고 나서야 뭔가 문제가 생긴건 당연히 알게됐다. 사실 나는 서로 호감이 있다고 확인이 정말 확실히 되더라도 진행이 잘안되면 거기서 엎어버린다. 그건 호감이 없는것과 다른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건 원래 성격이었고 그때도 그건 똑같았다. 그래서 그 카드는 그냥 덮었다. 기말고사 치기전에 B에게서 같이 공부하자는 연락이 온적은 있는데, 내 시간에 맞추시면 하겠다고 했더니 시간이 안맞다는 답을 들었고, 시험끝나고 마주쳐서 인사했더니 그때도 건성으로 받길래 더 연락하지도 않았다. 내가 한건 첫문자, 인사두번 그리고 기말치기전에 보낸 문자에 대한 답문자들 거기서 끝이었다. 난 이유도 모르고 번호 물어볼랬더니 밥먹자던 여자와의 접점이 사라진것이다. 이게 얼마나 괜찮은 시그널인데도 불구하고 엎어진거냐면, 그뒤로 지금까지도 번호 물어봤는데 밥먹자는 여자는 만난 적이 없는 최상급 접수였다. 그렇게 좋은 시그널이 왔어도 엎어진건 엎어진거다. 미련이 없진않았지만 미련이 있어도 버릴 패는 버리기 때문에 덮어버렸다. 여기서 더 할수 있는 것은 없었을까? 있긴 있었을거다. 확률은 낮지만 어떻게든 기대값을 만들 방법. 그런거 안하고 그냥 덮으면 억지로 진행하려는 와중에 생기는 불편함이 없고 호감만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살리기는 좋다. 죽은 인연을 부활을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 살아있는 사람을 관짝에 집어넣고 관뚜껑을 닫는거다.
보통 해피엔딩은 끝을 쓰지 않고자 하는데 본 이야기는 목적에 의해 쓴 글이니만큼 끝을 좀 써야겠다. 윗 사건이 일어난지 2년쯤 뒤의 일이다. 2년뒤의 난 이미 당시 지병이었던 심쿵병도 고쳤고 사소한 대인기피도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난 B에게 연락을 했고 그녀를 다시 만날수 있었다. 그렇게 만나던 와중 함께 술을 먹었고 분위기가 좋았을때 그때 이야기를 B에게 물었다. 그전에 만났을때도 대충 첫만남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었다. 그 당시에는 나를 피하려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이 마이너스가 될까봐 그랬던 것인데 지금이면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 화제로 웃으면서 들으며 풀어나갔을거 같다. 그게 훨씬 더 빨리 좋은 분위기 만들었을 것 같다. 여튼 내가 물어본 그녀와 나의 첫만남 이야기는 의외로 나만큼이나 그녀도 그때 일을 매우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도 매우 임팩트 있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나 " 그때 번호 물어보려했었을때, 밥먹자고 왜 그랬어?"
B " 아,, 나 사실은 대학오면 남자들이 막 나한테 다가오려하는 로망같은거 있었거든. 근데 삼수를 해버려서 그런지 아무도 나한테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어. 과에도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은 모임에도 잘 안나오고 우리가 학부에서 과가 너무 빨리 나뉘어서 선후배 연계가 좀 잘 안되기도 하고"
나 " 그건 근데 삼수 아니라 니 인상 때문아냐?"
B " 크크. 여튼. 나에게도 드디어 그런 날이 온거지. 캠퍼스에서는 번호도 따고 막 그런다는데 딱보니 그거더라고"
B " 일단 뒤에서 안부르고 앞으로 와서 말을 걸려고 뛰어왔더라고 귀엽고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했어. (이건 지금 봐도 잘한짓) . 말을 막 하는데 떨면서 이야기하더라고 너무 귀여웠어.(이건 지금보면 별로) 신입생들 주로 듣는 수업이라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누나 이쁜건 알아가지고 번호 물어보려고 하는거잖아. 얼마나 귀여워~ 근데 그 귀여운 애가 너무 떨면서 이야기하니깐 밥이라도 사주면서 이야기하려고했지."
나 " 근데 복학생이어서 안귀여워졌어? 크크 내가 밥먹을때부터 나이 더 많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는데.."
B " 난 사실 나이 더 많다고 오빠가 이야기했을때 얘도 한 재수쯤하고와서 지가 나이 많다고 생각하는 애구나 싶었지. 근데 나중에 들으니 복학생이잖아. 너무 귀여운 스토리가 너무 안귀여워진거야. 그래서 좀 부담됐어. 원래 나 아직 어려보이나봐 어린 애가 번호물어봐 이러면서 친구들한테도 엄청 자랑할랬는데 친구들한테 말하기도 쫌...."
나 " 근데 기말전에는 시험관련해서 도움청하려고 연락은 하셨고?"
B " 내가 그랬나? 그건 기억이 안나네."
그녀가 나에게 연락을 피한건 별 시덥잖은 이유였다. 사람이 그대로인데 그냥 자기 혼자 상상하다 자기 생각과 다르니깐 깨버린거지. 동생이 번호따려는게 귀여웠니 어쩌니 타이틀을 붙혀도 딱봐서 비호감이면 밥먹자고 했겠나. 최소한 작업이 안될 위치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별 시덥잖은 이유로 나와의 교류를 끊어버린거다. 물론 시작도 하지 않은게 더 정확하겠지. 그리고 이걸 내가 생각해서 알수 있었겠냐. 난 안물어봤다면 절대 몰랐을거다. 난 이미 나이를 사실상 오픈했다고 생각했거든. 혼자 머리싸매봐야 그 시덥잖은 이유 뭔지 알수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고 하나 더 생각할 것이 있다. 어차피 그녀가 번호를 주고 밥을 사준다고 한것도 별 시덥잖은 이유라는거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왔다가 마찬가지의 이유로 간것일 뿐이다. 내가 잘한것은 그 시덥잖은 이유에 대해서 별로 궁금해 하지 않은 것이다. 혹자는 여기서 궁금해할 분들 있을것이다. 어떻게 다시 그녀와 연락이 닿게 됐냐고. 정답은 마찬가지로 별 시덥잖은 이유일거다. 별로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3-6개월에 한번씩 죽은 인연들 연락하는데 그간 응하지 않다가 2년뒤에 별 시덥잖은 이유로 응답해서 다시 만난거지 뭐.
나 "결국 어린 친구 호감있는 마음 농락해볼랬는데 복학생이라 쉽게 걸려들지 않을거 같았던거구나?"
B " 뭐래~ 그냥 귀여웠는데 안귀여워진거라니깐!"
나 "누나 뽀뽀해주세요. 저 이제는 다시 귀엽죠?"
B " 으이그! 아까 했잖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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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 경우, 저는 방점을 “남친 있는”에 두었거든요. 즉, “남친 있는” 여자의 피함.
해서 저는 “아 남친만 없었어도 잘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럽교수님은 제가 방점으로 생각한 부분에 크게 주안점을 안 두시는 것 같아서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제 경우도, 여자의 “피함” 케이스 중 하나로 이해하면 될까요?
일단 교수님은 아니고요.
남친이 없었다면 잘됐을거란게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서로 호감이 있는게 확실하다 해도 진행이 안되면 그냥 호감이 없는거랑 마찬가지라 보고 엎는 사람인데요!
남친 여부가 의미가 있는 이유를 잘모르겠어서 아무 코멘트 하지않은겁니다.
저는 잘안되면 다 똑같아요.
방패만 안들었어도 칼이 들어갈수 있었던 상대와 방패를 안들었는데도 칼로 찌를수 없는 상대를 구분하고 추후 대응 하고 싶으신거같은데
칼안들어가면 저에게 결과는 다 똑같고요.
어떤 사람이든 내 칼만 잘갈아두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는 아니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