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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12 02:41:05
Name 아루에
Subject 아간 재판 이야기 (수정됨)
교회를 다니지 않은 분들도 [여리고 성]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홍해를 건너 광야를 40년 간 헤멘 끝에 마침내 요르단 강을 건너 가나안 정복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함락한 성이 여리고입니다. 여리고 성 주위를 7일 동안 뱅뱅 돌아서 성을 무너트렸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요. 만약 7일째 무너지지 않았으면 무너질 때까지 돌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까요.]

그런데 [아이 성] 이야기는 여리고 성 이야기에 비해 덜 유명합니다. 여리고 성을 함락시키고 나서 그 다음으로 히브리인들이 쳐들어 간 성이 아이 성입니다. 이 성은 성벽도 그렇게 튼튼하지 않고, 인구도 그리 많지 않고, 악명 높지도 않아서, 히브리인들은 아이 성 쯤이야 쉽게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골리앗도 다윗을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쳤듯, 히브리인들은 아이 성 전투에서 박살납니다. 여리고 성 전투에서도 거의 없다시피 했던 전사자가 대량 발생합니다.

히브리인들은 그들의 지도자이자 야훼의 대언자인 여호수아 앞에 와서 울부짖습니다. "우리가 뭘 잘 못 했길래 졌을까." 여호수아는 야훼로부터 답을 받아 옵니다: [원래 여리고 성을 함락하고 나서 획득한 약탈물을 모두 야훼께 바치고 공유물로 삼기로 했는데, 그 약탈물을 사유화하고 감춘 자가 있어서 야훼께서 진노하셨다.]
  
그러면 이 약탈물을 숨긴 자를 어떻게 찾아내느냐? 히브리인들은 고대 사회의 가장 공정하고도 과학적이고도 지혜로운 수사 기법을 동원합니다. [제비 뽑기]입니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우연에 몸을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세인들이 '운'이라고 깔 보고, 이천 년 후의 통계학자들이 '임의성', '무작위성' 등등의 온갖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우연'의 다른 이름은 '운명', 또는 '섭리'라고도 하지요.

히브리인들은 열 두 부족을 두고 제비를 뽑습니다. 한 부족이 당첨됩니다. 다시 그 부족의 가문들을 두고 제비를 뽑습니다. 한 가문이 당첨됩니다. 그리고 그 가문의 성인 남성들을 두고 제비를 뽑습니다. 한 남자가 당첨됩니다. 그의 이름은 [아간]입니다.

(히브리인들은  대강 삼 백 년 후에 정확히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초대 왕을 뽑습니다. 그 왕의 이름이 사울입니다.)

아간은 자신이 약탈물을 숨긴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합니다. 자백합니다. 아간이 숨긴 약탈물이 아간의 천막에서 발견됩니다. 물증도 있습니다. 자백을 보강할 증거도 확보했습니다. 수사는 성공적입니다. 만사 명확하니, 공판을 거칠 것도 없이, 형집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투석형입니다. 투석형은 모두가 사형집행인이 되기 때문에, 특정한 사형집행인이 가책을 느끼며 인간 존엄성을 훼손될 위험이 없는, 아주 합리적인 형벌입니다. 21세기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의 위헌성을 검토하면서, 사형집행인들이 느끼게 될 가책이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투석형은 그럴 걱정이 덜 합니다. 모두가 형 집행인으로 참여하니까요. 법의 집행인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범죄를 방지하는 '일반 예방 효과'도 탁월하고, 법 교육 효과도 탁월한 아주 효과적인 형벌입니다.
  
아간이 죽고, 야훼는 노여움을 풀며, 히브리인들은 다시 아이성으로 진군하고, 대승합니다.

그런데 과연 약탈물을 숨긴 자가 아간 한 명 뿐일까요?

(1) [대략 1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는 히브리인 성인 남성 중에 아간 1명만 약탈물을 숨겼고, 그 1명을 처벌함으로써 선이 회복되었다.]

그렇습니다. (1) 의 경우를 논리적으로 배제할 수 없지요.

그러나 사과 상자에 썩은 사과가 하나 있으면, 그 사과 하나만 썩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선생님이 '제군들, 제군들' 하며 들려주는, 또 [탈무드]에도 나오는 오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굴뚝에 두 사람이 들어 갔다 나왔는데, 한 명은 얼굴이 하얗고, 한 명은 얼굴이 검더라. 누가 얼굴을 씻겠는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굴뚝에 들어갔다 나왔으면 두 사람 다 얼굴에 검댕이 묻어 있겠지요.]
전쟁을 치르고 나서 군율을 어기는 자가 하나 뿐이다? 역시 그럴 법 하지 않습니다.

특히 히브리인들은 보통내기 민족이 아닙니다. 광야 생활 40년 내내 야훼와 모세를 상대로 반역했던 민족입니다. 그리고 구약성경이 끝날 때까지도 야훼를 상대로 반역할 민족입니다. 히브리인들은 스스로를 [이스라엘]이라고 하는데, '이스라''엘'이란 '엘'을 '이겨먹는다'는 뜻입니다. 고대 근동에서는 신을 '엘'이라고 했습니다. '야훼'도 여러 '엘'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스라엘은 야훼마저 이겨먹는 독종이라는 말입니다. 이들은 야훼 인증 '[목이 곧은]' 민족이며, 신을 이겨 먹으려 드는 민족입니다. 아이 성 전쟁 직후라고 달랐을까요?

[일벌백계]라는 말을 익히 들어 아실 겁니다. 한 명을 벌하여 백 명을 가르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비틀어 읽으면, 가르쳐야 할 자가 백 명인데 한 명 밖에 벌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벌해 마땅한 자가 백 명인데, 한 명만을 벌하여, 나머지 백을 가르친다고 읽히기도 합니다.

아간 사건에 들어맞는 말이 바로 이 일벌백계였을 수 있습니다.  

아간 사건의 실상은 다음과 같았을 지도 모릅니다.

(2) [대략 1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는 히브리인 성인 남성 중 아간을 포함한 백 여 명이 약탈물을 숨겼고, 그 중 아간 1명을 죽임으로써, 선이 회복된 셈 쳤다.]

또는,

(3) [대략 1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는 히브리인 성인 남성 거의 모두가, 내놓고는 아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약탈물을 숨겼으나, 그 중 아간 1명을 죽임으로써, 벌받아야 할 자 모두가 벌받은 셈 쳤고, 선이 회복된 셈 쳤다.]

  이러한 일벌백계는 벌을 받는 자에게는 굉장히 부당한 상황입니다. 나머지 백으로서는 벌은 받지 않고 (훈)계만 받으니 땡큐이지만, 남들은 (훈)계를 받는데 혼자 벌을 받아야 하는 그 한 명에게는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그러나 일벌백계는 효과적인 집단 통제 기제이기도 합니다.  

  학교 다닐 때가 떠오릅니다. 저의 경우는 남학교만 다녔기에 여학교가 어떤 지를 모르겠으니, 제가 다녔던 남학교의 경우만 놓고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들들이 수업 시간에 떠들고 소란 피는 아이들을 징계하자면 일벌백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간 재판 식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반 40명 중 20명 이상이 떠들고 난장판입니다. 아니 40명 중 40명 모두가 떠든 대도 믿을 것입니다. 흔히, 선생님은 몇 놈만 골라서 '조지는' 방법을 택합니다. 한 명 잡고, '너 이리로 나와' 한 다음에 따귀를 갈기든, 회초리를 치든,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재수 없게 걸린 우리의 '아간'은 항변합니다.

"다른 애들도 떠들었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지극히 정당한 항변입니다. [법치주의] 원리의 파생 원칙 중 하나는 [평등의 원칙]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등의 원칙에 엄격히 따르면, 죄를 지은 자가 모두 벌 받거나, 죄를 지은 자가 모두 벌을 받지 않던가 해야지, 아무 이유 없이 그 중 한 명만 벌을 받아서는 불평등합니다. 본질적으로 같은 이들을 자의적으로 달리 취급할 수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같은 학생들 중 자의적으로 한 명만 골라내어 매를 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간'은 교권이라고 하는 공적 권력의 행사가 평등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수사와 재판에는 한계가 있어, 평등의 원칙은 100% 달성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인간의 형벌은, 잡지 못한 자는 벌할 수 없으며, 잡더라도 모든 이를 벌할 수 없습니다. 검사가 모든 범죄자를 이를 기소할 수 없고, 판사가 모든 범죄자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고, 검사가 모든 범죄자를 남김 없이 벌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불가피함이 평등의 원칙 위반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학생을 혼쭐 낼 수 밖에 없습니다. 평등의 원칙을 관철하자면 우리의 '아간'을 벌하지 말거나, 학생 전원을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간'을 벌하지 않고, 그래서 아무도 벌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학생 전원을 벌하자면, 수업 내내 체벌만 하다가 수업 시간이 끝날 지 도 모르고, 선생님의 팔이 남아 나지 않을 지도 모르고, 심지어 학생 전원이 단체로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이 한 명만 혼내기를 강행합니다.

선생님은 이 한 명을 호되게 혼쭐 냅니다. 퍽 소리 나게 빠따를 때리는 것이지요. 교실의 분위기는 얼어 붙습니다. 위축됩니다. 경색됩니다. 이 한 명은 이렇게 항변하고 싶을 것입니다.

"아니 겨우 떠들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혹하게 벌을 주나요?"

지극히 정당한 항변입니다. [법치주의] 원리의 또 다른 파생원칙 중 하나가 [비례의 원칙]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형벌권의 행사를 포함한 국가 공권력의 행사는 수단이 상당해야 합니다. 죄의 정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1을 잘못했으면 1만큼 혼나야 하고, 10을 잘못했으면 10만큼을 혼나야지, 1을 잘못하고서 10만큼을 혼나서는 비례적이지 않지요. 정의롭지 않습니다. 수업시간에 떠든 정도로 볼기짝에 빠따를 때린다니, 아무리 보아도 비례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노리는 것은 '응보'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노리는 것은 '예방효과'입니다.

형법학자들의 논의에 따르면, 형벌의 목적에는 '응보'도 있지만 '예방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형법학자들은, 죄를 지은 자가 다시는 재범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을 '특별예방효과'라 하며, 죄를 짓지 않은 자가 죄를 지을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일반예방효과'라고 한답니다.

선생님은 이 순간 응보는 따지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예방효과를 노립니다. 우리의 아간에 대한 벌에 비례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느냐는 차순입니다. '저 선생 저거 "미친" 놈이네. '재수 없게' 걸렸다가는 나도 또다시/저렇게 가혹한 벌을 받을 수 있겠구나. 저 '재수 없는' 새끼에게 걸리지 않으려면 떠들지 말아야 겠다.' 나머지 39명, 49명, 59명의 학생들의 머릿 속에는 그런 생각이 맴돌 것입니다. 떠들던 학생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며, 소위 면학 분위기가 잡힙니다.  

다시 이 천 년 전으로 돌아가서, 만약 (2) 내지는 (3)이 진상이었다고 한다면, 아간 사건에서도 아마도 논리는 동일했을 것입니다.
  
아이성 전투에서 히브리인들은 패전했고, 전의를 잃었습니다. 전쟁은 사기입니다. 사기를 올리려면, 패전의 원인을 찾고, 패전의 원인을 해결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지도부에게 통제력이 있음을, 전쟁의 신 야훼가 여전히 이 전쟁을 장악하고 있음을 히브리인들에게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지도부는 이 기회에 군율을 다잡기로 합니다. 약탈물을 숨긴 자들이 적지 않아 골칫거리였었는데, 바로 그 약탈물을 숨긴 자들을 패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입니다. 약탈물을 숨긴 자를 찾기 위해 고대의 위대한 CSI, 과학적 범죄 조사 방법인 제비뽑기가 동원됩니다.

제비뽑기가 실패하면 어떻게 할까요? 우연히 약탈물을 숨기지 않은 무고한 자가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그럴 걱정은 없습니다.
(2)에 따르면 상당수가,
(3)에 따르면 사실 모두가 암암리에 약탈물을 숨긴 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제비 뽑기는 실패하지 않습니다.

- 사실 이 점 때문에 저는 (3)의 설명이 신빙성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여호수아와 지도부는, 제비뽑기가 실패할 가능성을 전혀 걱정하지 않고, 과감히 제비뽑기에 나아갈 수 있었을까요? 제비뽑기가 결코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 잠재적 아간의 숫자와 비중이 충분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간만 처벌 받는 것은 불평등하지 않은가요?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나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히브리인들은 다음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같은 죄를 저지른 모든 자를 색출하여 같게 취급할 여유도 역량도 없습니다. 지도부가 약탈물을 숨긴 모든 자를 색출해 벌하려 든다면, 다음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내전부터 치뤄야 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간이 처벌 받는다 하더라도, 약탈물을 숨긴 것 때문에 죽기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은가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나요? 어쩔 수 없습니다. 겨우 한 명을 벌하는 것인데, 가볍게 벌한다면, 벌하나 마나 하게 될 것입니다. 군령이 서지 않을 것입니다. 군율이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응보를 포기하더라도, 예방효과를 택해야 합니다.

아간을 벌하는 것은 단지 아간 개인을 벌하는 것이 아닙니다. 백계를 위한 일벌입니다. 아간 한 명을 죽음으로 벌하여, '응보'에는 어긋나더라도, '예방효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는, 약간 더 심오하게는, 아간 한 명을 벌함으로써 모든 히브리인들이 함께 벌을 받는 것입니다.

예수를 체포하기 전 날, 어느 대제사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명이 죽어 온 민족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기억해야 합니다.']

아간이 죽고, 야훼는 노여움을 풀었습니다. 아간에게 가해진 벌은 의심의 여지 없이 야훼의 벌이었습니다. 만약 (2), (3)의 상황이었다면, 야훼의 정의는, 신의 정의는, 인간의 정의보다도 평등성과 비례성에서 멀리 있었던 것입니다. 신의 정의가 인간의 정의보다도 더 정의롭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신의 정의]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사후 세계에서는 모르겠으나, 최후의 심판에서는 또 어떨 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인간만사만을 놓고 보면, 신의 정의, 신의 사법은 결코 평등하게도, 또 결코 비례적으로도 행사되지 않습니다. 죄 지은 모든 자가 벌을 받는 것도 아니며, 때로는 죄가 덜한 자가 - 신 앞에서는 죄 없는 자가 하나도, 하나도 없다고 하므로- 벌을 받기도 합니다. 그것도 죄에 비해 아주 과도한 벌을 받기도 합니다.

아간 재판만이 아닙니다. 이 땅에서 이뤄지는 신의 모든 재판이 마치 아간 재판과 같습니다. 평등하지도, 또 비례적이지도 않습니다. 제비뽑기 같습니다. 운이, 우연이 판결을 선고하고 형을 집행합니다. 이 가혹한 우연을 어떤 이들은 운명이라고 또 어떤 이들은 섭리라고 부릅니다.    

P. S. 저는 개인적으로 현대 법치주의를 긍정하고, 민주주의를 믿고, 인권의 실현을 추구하고, 평등을 긍정하고, 고대 사회에 비해 현대 사회가 더욱 합리적이고 정의롭고 그래서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신을 믿지만, 무신론의 자유를 포함한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그만큼 강력하게 믿고, 종교가 낳은 선은 긍정하고, 해악을 부정하며, 원리주의에 반대하고, 학교 체벌에 반대하고, 교권 상실은 문제이기는 하지만, 학생 인권은 더욱 신장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인생에는 계획이 중요하다고 믿고, 단 한 번도 복권을 사거나 만 원 이상의 판돈을 건 도박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위 글의 내용들 중,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있다면, 그건 일종의 반어법이거나 실패한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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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방정
19/11/12 07:28
수정 아이콘
성경의 제비뽑기를 합리적으로 보려는 것이 얼마나 유효할까요? 사무엘상에 나오는 사울의 제비뽑기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처럼 백성들이 모두 사울의 맹세를 어기고 음식을 먹었기에 사울이 일벌백계를 꾀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사울이 무리를 자기와 요나단 무리와 나머지 백성 무리로 나눠서 제비뽑기를 한 것이 너무나 수상합니다.
안수 파티
19/11/12 08:00
수정 아이콘
아간 재판이 뭔가 하다가 글을 읽으면서 아 시리즈로 올려주시는 구약 이야기구나 알았습니다.

저는 성경, 특히 구약 성경이 그 시대, 그 지역이 낳은 위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근본적인 의문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정수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약 성경도 그 지역과 그 시기의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에 그 나름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간의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어떤 면으로서 현명한 판단이었지만, 한편으로 고대에서나 쓰였을 방법이지 현재에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방법이죠. 우리가 야만적으로 볼 수 있는 당시의 모습이 알고 보면 그 시대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은, 사실은 구약 뿐 아니라 현대 들어서 재조명되는 전세계 많은 신화와 전설의 해석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구약 성경은 창세기의 놀라운 은유와 여러 직설적인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중동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중동을 세계 어느 지역보다 종교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주요 종교의 발상지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저는 제 생각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유교, 불교는 기독교, 이슬람교에 비하면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나 윤리라고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중동 사람들이 특별히 신성이 높아서라기 보다는 그 지역인들은 다른 지역에서 법, 윤리, 철학으로 사회의 기틀을 잡을 때 종교가 아니면 안되었거나 하는 민족성(?)이 있었던 거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이런 저의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생각에 대한 비난은 얼마든지 감수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갈수록 구약 성경이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곤 합니다. 신약은 그보다는 훨씬 나아서 생명력이 구약 보다는 길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쓰다보니 뭔가 딴지를 건 거 같은데 올려주시는 이야기 재미있게 보고 있으니 계속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노스윈드
19/11/12 08:38
수정 아이콘
볼때마다 '야간의 범죄' '야간의 재판' 으로 잘못보게되는..
마약남생이
19/11/12 09:18
수정 아이콘
글솜씨가 좋으시네요.
잘읽었습니다.
19/11/12 09:23
수정 아이콘
저는 예수가 진짜 신의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업적을 생각하면 신의 할아버지가 되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대단한 사상가에요. 본인이 나타나서 한방에 민족 종교가 세계화 된거니까...
닉네임을바꾸다
19/11/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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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뭐 정확히하면 아간 일가를 날렸을겁...(뭐 이 시대 관점이면 아간 날리거나 일가를 날린거나 동치겠...)
뭐 당시 행정력으로 남성인구 대충 호왈 백만 신명기즈음에 마지막점고시 60만 3천인가 1천인가 언저리였는데...가물가물하다 그걸 전부 털고 들어간다는건 말이 안되긴하죠...
복타르
19/11/12 09:32
수정 아이콘
조조가 보급을 빼돌렸다며 군량보급관을 처형한 후, 마침내 수춘성을 함락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닉네임을바꾸다
19/11/12 09: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모든 제비뽑기가 성경에서 단일목적으로 사용되었지는 않겠죠...
사울과 요나단을 분리한건 이스라엘에서 3대 기름부음받는 계층인 선지자 제사장 왕 중 하나라 따로 떼놨다면야 뭐...
결국 특권층이 생겨있다는거지만...
버터핑거
19/11/12 09:50
수정 아이콘
구약 스토리 풀어주시는것 너무 재밌습니다! 혹시 구약 관련해서 서적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기독교적 관점 , 무신론적 종교역사학 관점 둘다 좋습니다만..
별빛서가
19/11/12 10:18
수정 아이콘
매번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Knightmare
19/11/12 10:22
수정 아이콘
보급관은 시키는 대로 한건데 ㅠㅠ
metaljet
19/11/12 10:42
수정 아이콘
애초에 신은 합리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신의 섭리라는 것은 지아비의 죄를 아내와 자식에게 묻고 주인의 복을 종들에게 내려주시는 불가해하고 변덕스런 결과요 신의 의지는 가끔씩 권선징악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방향으로 많은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순수한 제비뽑기야 말로 어쩌면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재판에서 가장 합당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거기에다가 본래 이데아에 속한 로고스를 삼위일체이자 신성의 요소로 붙여 숭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독교는 합리주의와 인본주의의 영역으로 점차 나아갔으니 구약과 신약에서의 신에 대한 관점은 정말로 완전히 틀립니다.
잠이온다
19/11/12 11:06
수정 아이콘
뭐...기독교가 세계 종교로 거듭난 건 예수라는 위대한 존재가 있었으니까... 그 전엔 다른 종족 입장에서는 편협한 수많은 신 중 하나였죠. 뿌리때문에 구약을 버릴수는 없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은 아예 다른존재로 느껴질 정도에요. 당장 여리고의 전투만 봐도 아이 여자까지 몰살시키는데 신약의 예수(삼위일체만 봐도 신과 동일시하니)가 이런 명령을 내릴 존재로는 안보이죠. 국가 민족 구별없이 약자를 보호하라는 말을 하면 했지.

흥미로운 문제긴 해요. 이 부분에서의 신도 신약에서 나오는 초월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신약과는 딴판이니...
빛사람
19/11/12 12:19
수정 아이콘
그런주제는 사실 성경속에도 나옵니다. 인간만사가 정의롭지 않죠. 그 시대 사람들이라고 해서 글쓴분이 생각하는걸 못한건 아닙니다. 망루가 무너져서 모두가 죽는 사건이 일어나자 제자들이 왜 이런일이 일어나냐고 예수에게도 묻죠. 그리고 많은 수세월의 기독교역사속에서 사람들의 그런 질문들과 답변들은 수 없이도 나옵니다. 그런 걸 보면 사람 생각은 시대가 흘러도 다 비슷한가봐요.
아루에
19/11/12 14:38
수정 아이콘
말씀해 주신 바에 다 동의합니다.
중동 사람들의 민족성이 특히 극악(?)스러워서 종교의 기능이 더 필요했다는 말씀이 와닿네요. 종교와 민족성, 그리고 지리의 혹독함은 같이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구약과 신약에 관하여는, 저는 구약도 신약만큼 계속해서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약이 '영혼'과 '내세'의 문제를 깊이 다룬다면, 구약은 인류의 현실적인 관심사인 땅, 상속, 섹스, 권력, 전쟁 등등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결론에 있어서는 구약에 담긴 함의를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구약에 담긴 그 문제의식만큼은 신약 못지 않게 현대인들과 공명하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시해주신 시각이 글에 큰 보탬이 되고 많은 응원이 됩니다.
아루에
19/11/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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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루에
19/11/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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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제가 신학, 종교학, 성서해석학 등에는 읽은 바도 아는 바도 현저히 부족해서, 문외한이 제가 쓰는 글들이 전공자 분들께 불편함을 야기할까 걱정이 큽니다. 제가 읽고 많이 영향받은 인상 깊었던 관점을 담은 글들로 생각나는 것으로는, 신과 히브리 민족의 관계를 계약 개념으로 풀어 버리는 [리바이어던]에서 홉스의 관점이라던지, [관용론]에서 볼테르의 성경 해석이 신선했습니다. [안티크리스트] 등에서 니체의 관점 도 인상 깊었구요. 개인적으로는 [신의 정치 인간의 정치]를 쓴 자크 엘룰의 열왕기 해석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은 다 신, 종교, 성서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본격 신학, 종교학, 성서해석학 책이라고 할 수는 없는 책들이지요. ㅜㅜㅜ
아루에
19/11/12 14:45
수정 아이콘
그 시대 사람들이 제가 생각한 바를 못 생각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잘 깊이 이해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욥기, 시편, 집회서, 예레미야, 하박국 등의 책 곳곳에서 그런 고민들을 깊이 담고 있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안수 파티
19/11/12 17:16
수정 아이콘
사실 바울의 공이긴 한데... 그냥 넘어가죠....
안수 파티
19/11/12 17:48
수정 아이콘
아 극악까지는... 그냥 열혈민족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신학이나 종교를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 평소 생각을 갑자기 필 받아서 적었을 뿐입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생각하시던 대로 글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9/11/13 13:11
수정 아이콘
야간 재판인 줄 알았는데..
한량기질
19/11/13 15:09
수정 아이콘
불법의 평등은 주장할 수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꺄르르뭥미
19/11/19 06:14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아간의 뜻이 아이 아, 간음할 간으로 예상하고 성경엔 정말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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