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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06 23:48:36
Name 별빛서가
Subject [킹치만클럽] 제목이 선을 넘는데... <야구는 선동열>
- 킹치만클럽은 '읽을 마음은 없지만 궁금하긴 한 책' 소식을 전해드리는 1인클럽입니다.
- 가입을 원하시는 분은 누구든 피지알에 읽은 책 리뷰를 남겨주세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투수는 000, 타자는 000, 야구는 000.

취향과 평가기준에 따라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각각의 자리에는 어느 정도 주인이 있습니다...만 인생은 이호준이죠. 아무튼 '야구는'에 자리에 오르려면 좋은 투수, 좋은 타자로 선수생활을 마치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은퇴 이후의 행보나 지도자 시절의 모습, 게다가 인성 등 정밀한 필터를 거쳐야겠죠. 그렇지 않다면 전투민족이 모인 이곳에서는 싸움 뿐입니다. 킹치만클럽의 두 번째 책, <야구는 선동열>은 여기에 돌직구를 던지는듯한 제목을 내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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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은 건가요 안 넘은 건가요 선 감독님?)

라이트팬인데다 타팀 응원팬이지만 투수 선동열은 제가 아니라도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감독으로도 우승도 해 봤고, 국대에서도 코치로서 인정할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프리미어12때 투수교체라든가.. 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을 맡았을 때 거쳐간 팀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는 '야구는'에 이름을 넣어 주긴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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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 정후는 절대 인정을 안 할 거임!)


하지만 뭐 본인 자서전인데 누가 뭐라 해도.. 굉장히 돌직구 스타일이라는 기분이 들긴 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 하려다 어마어마한 스압글을 만들고 다시 간추려 적습니다. (다 지웠습니다ㅠㅠ)


1부. 나는 국보가 아니다

선동열의 이야기는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순간 대신 가장 처참했던 순간에서 시작합니다. 1996년 주니치 드래곤즈에 입단해 5승 1패 3세이브를 기록한 순간인데요. 마무리투수니까 5승을 하려면 블론을 5번은 해야겠죠. 결국 한국 최고 투수라는 마음을 버리고 기초부터 다시 쌓아나가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담담하게 과거를 돌아보며 감사할 일들을 찾아 가는 느낌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길을 걸었던 사람의 당당함과 자신감, 후회없음이 절제된 형식으로 담겨져 있어서 읽기 편했습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했던 일들에 대해서 몇년도에 어떤 일이 있었다 나열하는 형식으로 짧게 쓰여 있습니다. 놀랍게도 선수 시절의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과감하게 자기 이야기를 잘라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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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이야기는 다 잘라낸 1부지만, '메이저리그'이야기는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프로야구 출범 전 이미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었지만, 군사독재정권의 권유를 가장한 협박에 실패했다고 해요.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치고 싶었는데 휴학을 못 하게 했다고 합니다. 데뷔 후에도 몇 번 더 시도를 했지만 무산됐고,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꽤 미련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부. 선동열의 9회말 리더십

1부가 야구 인생에 대한 짧은 소회였다면, 2부는 야구로부터 선동열이 배운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동열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꾸준히 야구일기를 써 왔고, 그 일부는 KBO 야구박물관에도 있다고 합니다. 꾸준히 기록하고 성찰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내기가 훨씬 쉽겠죠? 두꺼운 책이라 대필작가가 붙지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이런 일기가 있다면 편집자만 붙어도 충분할 겁니다. 직접 쓴 책일 확률이 높습니다.
2부의 의의는 제 생각에 '강연용'같습니다. 각각의 챕터를 따로 떼어서 강의를 하러 다녀도 충분할 만한 컨텐츠들이에요. 물론 연사가 선동열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들이 많겠지만, 개인의 생각을 가장 많이 담고 있습니다.
지난번 책에 이어 이번에도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일본에서 투구 밸런스를 잃었을 때 결국 러닝으로 밸런스를 찾았다고 합니다. 가장 재미없는 운동이고, 그래서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운동이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이외에도 최동원 선수에 대한 생각을 포함, 이만수 등 존경하는 한국 야구선수들 이야기가 당시의 사진들과 함께 담겨 있습니다. 한국야구의 역사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의 책이에요.

3부. 나는 연장전을 기다린다.

앞에서 과감히 잘랐던 일대기들을 하나씩 짚어 가며 풀어냅니다. 열일곱에 백혈병으로 죽은 형 이야기, 국정감사장에 선 이야기, 뉴욕 양키스에 간 이야기에 이어서 앞으로의 한국야구에 바라는 것과 개혁할 부분에 대해 제시합니다.


#평가
두꺼운 분량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읽어볼 만 합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소장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은 양질의 사진들도 많아요. 인간 선동열과 야구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들어 있어 튼실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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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로는 꽤 중구난방이고 군더더기도 많은 편입니다. 글을 쓰는 형식 자체는 담담하고 담백한데, 의식의 흐름도 아닌데, 이상하게 뭔가 붕 뜨는 기분이… 특히 중간중간 공 잡는 '그립법' 사진이라든가, 롱 토스 사진이라든가 등등 사회인야구용 교본인가 싶은 매뉴얼이 섞여 있습니다.
국정감사장 이야기도 꽤나 길게 서술되어 있는데요, 손혜원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실어 두었습니다. 제 생각에 이건 편집자가 빼자고 했는데 선동열 감독이 우겨서 3부에 넣지 않았나…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마다 관련자료를 들고 와서 팩트체크를 충실히 해 둔 건 좋았지만, 이걸 책으로 담아야 하나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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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계의 필리버스터..?)

그리고 펙트체크가 들어간 부분도 있으나 야구팬으로서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선수들과의 마찰이나 프렌차이즈 스타 대우 등등.. 하지만 자서전에서 다루기에 어려울 것 같긴 하네요.


#내가독자라면
구입은 하고 후회까진 안 할 텐데 정독은 아마 못 할 듯.


#디자인 /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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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80-90년대 선동열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며, 내지디자인도 통일성이 있습니다. 폰트는 물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색상 두 가지를 배합해 만든 표지가 깔끔하면서도 인상깊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디자인적으로 만점! 박수를 주고 싶어요. 과하지 않게 제목에만 살짝 넣은 홀로그램 처리도 마음에 듭니다. 종이를 고르는 것부터 후가공까지 하나하나 신경쓴 흔적이 보이는 책입니다.

작은 사진들을 애매하게 우겨넣기보다는 사진을 넣고 배경을 넣고 설명을 넣어서 한 편의 앨범을 보는 듯한 내지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1인출판 또는 자비출판을 하시는 분들께 당부드리는데 여행에세이나 사진에세이는 제발 이런 식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넣으니까 무미건조하다고 무슨 파워포인트에서나 쓸 만한 액자에 사진을 넣거나 그러지좀 말아주세요ㅠㅠ

400페이지인데 지난 번 소개한 철수형 책보다 저렴한 16,000원입니다. 레이아웃을 살펴봐도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오래된 사진들이지만 야구사에선 역사적인 사진들로 꽉 차 있다 보니 소장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책입니다. 자꾸 지난 책을 설명해서 미안하지만… 애초에 철수형만 아는 사람들하고 사진 찍은 거, 철수형 달리는 사진, 이런 것보다는 훨씬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이잖아요.


#다른 이야기

1부 메이저리그 이야기에서 살짝 언급됐지만, 프로야구 초창기의 해태 타이거즈와 선동열은 광주 사람들에게 야구 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
1980년 5월, 군부독재에 저항하여 광주 시민들이 주도했던 '광주 민주화운동'과 야구인으로서의 나의 삶은 묘한 접점을 이루게 된다.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이 군사정권의 총칼 아래 목숨을 잃었다. 호남 사람들은 슬픔과 고통과 정치적 한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만 했다. 해태 타이거즈로 대표되는 프로야구는 일종의 위로였다. 승리는 이들에게 때론 한풀이였고, 씻김굿이었다. 국가 폭력과 군사독재에 절망한 호남 사람들에게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은 오지 않는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일과 같았다.
P.115.
===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영화가 한 편 생각났습니다. 임창정, 엄지원 주연의 <스카우트>인데요. 코미디 영화처럼 홍보됐지만 굉장히 먹먹하게 봤고,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어쩐지 이 책을 읽으면서 스카우트를 다시 보고 싶은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킹치만클럽 다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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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본업으로 돌아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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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랜드
19/11/06 23:55
수정 아이콘
감상을 주저리주저리 쓰려고 하려는 찰나.. 다음 책 예고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책 선정이 기가 막히시네요.
及時雨
19/11/07 00:00
수정 아이콘
난도형은 좋겠다 매년 베스트셀러 팔아서
롯데올해는다르다
19/11/07 01:02
수정 아이콘
선동열이 마이너 오퍼가 들어왔다는건지 메이저 오퍼가 들어왔다는건지도 궁금하고, 국정감사 얘기도 궁금한데 돈주고 사기는 좀 아깝기는 하네요.. 진짜 적절한 책 선정인듯 해요 크크
19/11/07 01:04
수정 아이콘
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책을 선정 하십니까???? 다음 편도 어마무시하게 기다리겠습니다.
19/11/07 07:19
수정 아이콘
귀신같이 어제 들었다 놨다 한 책 2권이 다... 크크
서쪽으로가자
19/11/07 07:54
수정 아이콘
읽어보려고 생각중인 책입니다 흐흐
19/11/07 08:26
수정 아이콘
책 선정 선구안이 훌륭하십니다
증심사
19/11/07 10:26
수정 아이콘
선구안 10점 만점에 10점!
트렌드코리아는 왜 매년 나오는지 궁금하네요
19/11/07 12:52
수정 아이콘
아 김난도 극혐...어우...
예루리
19/11/07 15:18
수정 아이콘
82년 야구 월드컵에서 미국 대만 일본 상대로 선발 출장하여 3승 29이닝 (불펜 등판 포함) 1자책으로 MVP 였는데다 아마때 패스트볼이 154km 까지 나왔단 기록이 있으니 정황상 오퍼가 왔다면 메이저였지 않을까요. 81년에 인터콘티넨탈 MVP였던 최동원도 메이저 오퍼였었죠.
DownTeamisDown
19/11/07 16:08
수정 아이콘
트렌드코리아는 어느순간부터 기업계(재계)에서 트랜드로 밀어붙이고 싶은 쪽을 써주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읽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읽으면 아예 도움 안되지는 않을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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