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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8/30 00:26:57
Name
Subject Kiss Away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 라고. 아직도 보지 못한 영화지만

가장 흔하고, 또 간단명료한 이별의 형태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턱을 끌어당기고 이마에 힘을 가득 주며, 고집스럽게 네 말이 끝날 때까지 눈을 감지 않으려 애썼다.

네가 나지막히 덧붙인 미안해. 라는 한 마디를 듣고 나서야,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너는 미안하니까 등을 돌려 떠나고, 나는 오래 남겨져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아직도 네게 미안하지 않으므로,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 마음을 내주고 돌려받으려 쫓아다니다 지친 무릎을 끌어안을 때쯤,

문득 잊어버린 너를 떠올리고 미안해할 때까지.




.
.
.






미안하다는 말은 어떤 말일까

가해자로서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일까

이미 당신에게 저질러진 상처들에 대해서

돌이킬 수 없게 된 삶의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눈돌리고 한 발자국 물러서고 싶다는 말일까

나와 함께 했던 그 몇 다발의 시간들에 의해서

당신에게 가해진 어떤 것들에 대해

그걸 책임질 사람은 이제 내가 아니라

혼자 남게 될 당신이어야 한다는 고급스러운 암시일까,

그래서

나는 이제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혹은

어쨌든 그때 내가, 그때만큼은 정말, 정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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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30 00:29
수정 아이콘
아직 사랑....이란걸 잘 모르는 어린 청년입니다만[...] 판님의 글에 배어있는,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사랑에 대한 시 같은 비유... 항상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보고 가요~!
고양이처럼
08/08/30 01:56
수정 아이콘
글 내용과는 다른 얘기라 죄송합니다만.. 그 대사를 저는 동성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라면 몰라도, 나는 친구끼리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요. 그때까진 저도 미처 몰랐었는데, 제가 어떤 부탁을 하게 되는 경우 늘 "미안하다"라고 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앞으로 이런 경우에 나는 뭐라고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습니다. "고맙다" 라고 하라고요. 그 이후로 저는 미안한 일이 있을 때에도 "고맙다"고하고, 고마운 일이 있을때는 "정말정말" 고맙다, 라고 하겠다고 했었죠. ^^
08/08/30 03:26
수정 아이콘
나는 언제 미안하다고 했을까... 조용히 마음을 되짚어 봅니다.
성난 그녀를 달래기 위해, 귀찮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가장 속편하고 간단히 내뱉은 말이

"그래,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누구에게는 천근의 무게를 가진 진정어린 고백이지만
누구에게는 가식의 날개를 달고 팔랑거리는 시쳇말이었군요.
이 댓글에 끝에, 정말 미안했다고 적고 싶었는데
아직은 그 말을 할 때가 아닌가봅니다. 아직은.
나두미키
08/08/30 08:49
수정 아이콘
이젠 판님의 아이디를 보면 먼가 설레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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