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8/08/30 00:26:57
Name
Subject [일반] Kiss Away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 라고. 아직도 보지 못한 영화지만

가장 흔하고, 또 간단명료한 이별의 형태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턱을 끌어당기고 이마에 힘을 가득 주며, 고집스럽게 네 말이 끝날 때까지 눈을 감지 않으려 애썼다.

네가 나지막히 덧붙인 미안해. 라는 한 마디를 듣고 나서야,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너는 미안하니까 등을 돌려 떠나고, 나는 오래 남겨져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아직도 네게 미안하지 않으므로,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 마음을 내주고 돌려받으려 쫓아다니다 지친 무릎을 끌어안을 때쯤,

문득 잊어버린 너를 떠올리고 미안해할 때까지.




.
.
.






미안하다는 말은 어떤 말일까

가해자로서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일까

이미 당신에게 저질러진 상처들에 대해서

돌이킬 수 없게 된 삶의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눈돌리고 한 발자국 물러서고 싶다는 말일까

나와 함께 했던 그 몇 다발의 시간들에 의해서

당신에게 가해진 어떤 것들에 대해

그걸 책임질 사람은 이제 내가 아니라

혼자 남게 될 당신이어야 한다는 고급스러운 암시일까,

그래서

나는 이제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혹은

어쨌든 그때 내가, 그때만큼은 정말, 정말 내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08/30 00:29
수정 아이콘
아직 사랑....이란걸 잘 모르는 어린 청년입니다만[...] 판님의 글에 배어있는,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사랑에 대한 시 같은 비유... 항상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보고 가요~!
고양이처럼
08/08/30 01:56
수정 아이콘
글 내용과는 다른 얘기라 죄송합니다만.. 그 대사를 저는 동성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라면 몰라도, 나는 친구끼리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요. 그때까진 저도 미처 몰랐었는데, 제가 어떤 부탁을 하게 되는 경우 늘 "미안하다"라고 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앞으로 이런 경우에 나는 뭐라고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습니다. "고맙다" 라고 하라고요. 그 이후로 저는 미안한 일이 있을 때에도 "고맙다"고하고, 고마운 일이 있을때는 "정말정말" 고맙다, 라고 하겠다고 했었죠. ^^
08/08/30 03:26
수정 아이콘
나는 언제 미안하다고 했을까... 조용히 마음을 되짚어 봅니다.
성난 그녀를 달래기 위해, 귀찮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가장 속편하고 간단히 내뱉은 말이

"그래,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누구에게는 천근의 무게를 가진 진정어린 고백이지만
누구에게는 가식의 날개를 달고 팔랑거리는 시쳇말이었군요.
이 댓글에 끝에, 정말 미안했다고 적고 싶었는데
아직은 그 말을 할 때가 아닌가봅니다. 아직은.
나두미키
08/08/30 08:49
수정 아이콘
이젠 판님의 아이디를 보면 먼가 설레임을 느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5660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619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541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7904 3
102738 [일반] 디플레화폐는 나쁜가? (조금의 비트코인 이야기도 없지는 않음) [3] lexial352 24/11/24 352 0
102737 [일반] 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10] Kaestro1331 24/11/24 1331 3
102736 [일반] [팝송] 트래비스 새 앨범 "L.A. Times" [1] 김치찌개1186 24/11/24 1186 0
102735 [일반] 하프 마라톤 거리 뛰기 성공 [12] a-ha2582 24/11/23 2582 15
102734 [일반] 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23] Kaestro3069 24/11/23 3069 0
102733 [일반] DDP 야경을 뒤로 하고 프로미스나인 'DM' 커버 댄스를 촬영하였습니다. [18] 메존일각2835 24/11/23 2835 11
102732 [일반] 잘 알려진 UAP(구 UFO) 목격담 중 하나 [13] a-ha4188 24/11/23 4188 2
102731 [일반] 지하아이돌 공연을 즐겨보자 [12] 뭉땡쓰3135 24/11/23 3135 1
102730 [일반] 노스볼트의 파산, 파국으로 가는 EU 배터리 내재화 [73] 어강됴리9361 24/11/23 9361 6
102729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외환(外患) [7] 식별3592 24/11/22 3592 16
10272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2. 윗입술/웃는모습 갹(⿱仌口)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230 24/11/22 2230 3
102726 [일반]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은 우리와 무관" [189] a-ha16860 24/11/22 16860 22
102725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4 [17] Poe4010 24/11/22 4010 30
102724 [일반] AI 시대에도 수다스러운 인싸가 언어를 더 잘 배우더라 [10] 깃털달린뱀3089 24/11/22 3089 4
102723 [일반] 러시아가 어제 발사했다는 ICBM, 순항미사일과 뭐가 다른가? [30] 겨울삼각형3629 24/11/22 3629 0
102722 [일반] 국제 결혼정보회사 이용 후기 [42] 디에아스타5456 24/11/22 5456 39
102721 [정치] 미래의 감시사회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10] Restar1564 24/11/22 1564 0
102720 [일반]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조심하세요 [9] 밥과글2101 24/11/22 2101 6
102718 [일반] 영어 컨텐츠와 ChatGPT 번역의 특이점 그리고 한국의 미래 [15] 번개맞은씨앗2423 24/11/22 2423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