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3/13 20:01:26
Name 휘군
Subject [일반] 커질 것이다 (1)
인터넷에 모든 걸 다 가진 남자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면 항상 달리는 리플이 있다. ‘그건 작을 거야...’ 그렇다, 다른 걸 다 가졌을지언정 그것이 작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얼마 전에 이런 뉴스도 있지 않았나, 백만장자가 성기 확대 수술을 받는 도중에 죽었다고. 그것의 크기가 목숨을 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게 중요한 걸 확인할 수 없으니 제 아무리 잘난 남자라 한들 우리는 멋대로 상상하며 위안을 얻으면 되는 거지.

그런데 말이다, 그게 내 얘기인 것이 문제다.

사실 난 꽤 잘생겼다. 돈도 남들 부럽지 않게 번다. 여친도 항상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작다. 여친과 관계를 할 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준 적이 없다...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없는 것 같다. 옛날 여친 중 한 명은 참 솔직한 친구였는데, 그 녀석은 나와의 관계가 끝나면 종종 자기 전 남친 얘길 하곤 했다. ‘축구선수’였다나, ‘흑인이랑 해봤다나’ 등등. 여친에게 그런 얘기 듣는 기분, 안 들어봤음 굳이 상상하지 마시라. ^^ 그리곤 꿀꿀한 마음에 인터넷을 하다가, 딴 놈 보고 날린 ‘그건 작을 거야...’라는 리플에 덩달아 얻어맞곤 하는 것이 나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 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며 지나가는 물건들의 사이즈를 체크하고, 와 저 놈 진짜 크네, 햐 저 놈은 저 얼굴에 저 사이즈? 이건 반칙이지~ 하하 쟤는 내가 이긴다, 같은 찌질한 생각을 하는 하루 말이다. 그런데 그 날 난 생전 보지 못한 것을 보고야 말았다. 보고서 처음 든 생각은 ‘탈한국인’. 그래, 저것은 분명 시커먼 색깔이어야만 했다. 근데 나와 같은 피부색인데 저 사이즈라고? 말도 안 돼!

더 놀라운 건 그 물건의 소유자가, 엉덩이 살이 늘어져 세 겹쯤 겹칠만한 노인이라는 점이었다. 뱃살은 늘어지고 무릎은 가늘어 내 팔뚝만한 데다 얼굴은 검버섯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물건이 그 사이즈였다. 운동은 안 하고 온탕과 냉탕만 오가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오만 생각이 들었다. 저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좀 날렸겠다. 지금은 쓸 데가 없겠지. 저 할아버지 가시면 저 물건은 전설로 남을 거야... 등등. 근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또 드는 거다.

저 물건 나 주면 안 되나?

아아, 그 생각이 들었을 때의 기분을 이제 와서 묘사하자면... 예수 재림을 본 기분이랄까. 빛이 내게 왔달까. 머릿 속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옛날 어디선가 성기 교환수술이 성공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할아버지 가시면 그거 내가 쓸게요! 님은 떡도 주지 않았건만 나는 이미 큰 절을 올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곤 들뜬 마음으로 비뇨기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이러이러한 수술이 가능한가요? 면역 반응이 어쩌고... 혈액형이 저쩌고... 답은 안 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빛을 본 자가 어찌 그 빛을 잊으리오? 구글을 통해 전 세계를 뒤져보니 성기 이식은, 가능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기가 잘린 군인이 다른 기증자의 성기를 이식 받은 사례가 있단다! 야, 존스홉킨스에선 된대! 한국 의술이 그렇지 뭐. 답은 천조국에 있다!

할아버지와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한 날은 짝사랑 하던 여자애 기다리는 것보다 더 떨렸다. 흥분을 가라앉히며 기다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힘없이 나타났다. 단 거 좋아하시냐니까 좋아하신단다. 파르페며 과일 주스며 이것저것 사드린 뒤 본론부터 던졌다. 할아버지, 저는 사실 물건이 작은 게 콤플렉스입니다. 평생 그것 신경 쓰며 살았습니다. 여자를 만족시켜본 적도 없고요. 내 말을 듣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기분이 안 좋으실까? 당연히 안 좋으시겠지...? 그런데 할아버지가 한참 대꾸도 없이 듣다가 그러시는 거다.

그래도 넌 해보기라도 했잖냐...
네?
난 아녀...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저런 물건을 가진 사내가, 쓸 일이 없었다니 세상에 이보다 슬픈 일이 어딨을까. 이건 마치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난 뒤 치킨집 사장을 하는 꼴, 아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국에서 태어나 미술학원 강사하는 것보다 더 큰 국가적 손실이 아니겠는가? 나는 할아버지의 아픔에 깊이 공감했다. 했으나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자와 첨부터 하지 못한 자는 그 자리에서 연대를 이루었다.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산다는 할아버지는 의외로 쉽게 허락하셨다. 내가 가면, 니가 써. 대신 나도 조건이 있어. 나도 한 번은 하고 죽자.

나도 한 번은 하고 죽자.

그때부터 우리의 고달픈 여정은 시작됐던 것이다. (계속)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테비아
19/03/13 20:04
수정 아이콘
아니 이 완벽한 기승전결은 뭐란 말입니까ㅠ_ㅠ 크크크크크 2부 기다리겠습니다
잊혀진영혼
19/03/13 20:06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네요 크크
Thursday
19/03/13 20:09
수정 아이콘
좋네요.
By Your Side
19/03/13 20:1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미치겠다.
외력과내력
19/03/13 20:13
수정 아이콘
뭐죠 이건 덜덜덜 비뇨기과 문학이라니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9/03/13 20:15
수정 아이콘
야망 얘기가 아니네
오'쇼바
19/03/13 20:33
수정 아이콘
(엄격, 진지) 야망보다 더 중요하죠...
39년모솔탈출
19/03/13 20:44
수정 아이콘
야망 이야기 맞는데요?
페스티
19/03/13 21:01
수정 아이콘
야망 그 자체의 이야기 같은데요.. 남성은 황혼에도 야망을 불사른다는 뜨거운 대감동 서사시가 다음편에 펼쳐질 것을 기대 마지 않습니다.
스타니스
19/03/13 20:22
수정 아이콘
그리고 마술사를 찾아 그곳을 착탈식으로 개조하는데..
스테비아
19/03/13 20:58
수정 아이콘
어? 안 붙네?
복슬이남친동동이
19/03/13 20:25
수정 아이콘
Size does matter.
여러분, 중요합니다.
나와 같다면
19/03/13 20:33
수정 아이콘
노벨문학상급 필력
츄지Heart
19/03/13 20:39
수정 아이콘
아니 뒷편이 전혀 예측이 안됩니다!
19/03/13 20:40
수정 아이콘
정장추남저엔딩 기대합니다.
우중이
19/03/13 21:01
수정 아이콘
"엄마"
돼지도살자
19/03/13 20:51
수정 아이콘
필력 도랏
리듬파워근성
19/03/13 21:10
수정 아이콘
다음 편 빨리 좀...
19/03/13 21:21
수정 아이콘
다..다음편좀...
19/03/13 21:30
수정 아이콘
이 글 한번 추천 더 하기 위해 세컨아이디가입하겠습니다
19/03/13 21:39
수정 아이콘
아니???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크크크
人在江湖身不由己
19/03/13 22:39
수정 아이콘
아이디를 보니 다음편은 휘어서 들어오겠군요 크크
빠따맨
19/03/13 22:53
수정 아이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시다
크기가 문제인게 맞습니까?
켈로그김
19/03/13 23:02
수정 아이콘
그렇게 둘은 켄타우르스가 되어..
Placentapede
19/03/13 23:05
수정 아이콘
적절한 사이언스 픽션 굳 이것이 SF다
명란이
19/03/13 23:1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재밌네요 다음부탁~~
Zoya Yaschenko
19/03/14 08:25
수정 아이콘
볼까지 이식하는걸까요.
페라리에 모닝 엔진은 아니길..!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441 [일반]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국 보수의 스펙트럼 (1) [96] Danial12618 19/06/09 12618 41
81432 [일반] 최근 며칠간 이어진 고위공직자들의 몰카 러시 뉴스모음 [175] 괄하이드14990 19/06/09 14990 16
81249 [일반] 해군 청해부대 입항 환영행사서 사고…군인 5명 사상(종합) [80] Lucifer12000 19/05/24 12000 8
81230 [일반] ??? : 난 쓰레기야! 하지만! [70] 2213740 19/05/22 13740 90
81204 [일반] 세월호 사고 때도 계엄령을 검토한 기무사 [40] 말다했죠9617 19/05/21 9617 8
81076 [일반] [8] 페르시아의 왕자 [8] Farce8169 19/05/09 8169 5
81020 [일반] 한국의 저출산 문제 [276] 브라운15058 19/05/03 15058 8
80999 [일반] 유튜브에서 잊을만하면 다시 보는 영상들. 영상편 [14] 잘생김용현11102 19/04/30 11102 5
80868 [일반] (약혐)전쟁도 스트리밍으로 보며 후원하는 세상 [50] 오리공작14437 19/04/23 14437 22
80821 [일반] 연금술과 현실인식의 역사. [32] Farce12331 19/04/17 12331 47
80754 [일반] 하청노동자는 더 많이 죽을까? 팩트입니까? [76] 삼공파일11801 19/04/11 11801 12
80702 [일반] 국방부 사지방 PC 중 절반만 운용한다는 계획 내놔.gisa [40] 홍승식10800 19/04/08 10800 0
80655 [일반] 제주 4.3사건에서 수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던 유재흥 [30] 신불해12583 19/04/04 12583 42
80627 [일반] 한국(KOREA)형 성공학모델(2) [64] 성상우10301 19/04/01 10301 51
80569 [일반] 공익요원이 없어질 수도 있다? [96] 카루오스11977 19/03/27 11977 1
80501 [일반] (안 진지, 이미지) 과몰입과 가능성의 역사. [22] Farce10616 19/03/21 10616 22
80493 [일반] 인생 [18] happyend7302 19/03/20 7302 30
80484 [일반] (망퀄, 이미지) 캡틴 마블과 원더우먼 [59] OrBef12766 19/03/19 12766 15
80439 [일반] 5·18 헬기 사격 그날, 전두환 광주에" 39년 만의 증언 [13] Jun91110630 19/03/15 10630 23
80416 [일반] 커질 것이다 (1) [27] 휘군8049 19/03/13 8049 33
80303 [일반] 어떤이의 총 20여년에 걸친 스토리 작가 도전 실패담. [62] i_terran17586 19/03/04 17586 81
80273 [일반] 건국훈장 독립장 3인 [39] 1028531 19/03/01 8531 17
80257 [일반] 이념적 정치는 언제쯤 종언을 지을 수 있을까 [40] Brandon Ingram7363 19/02/28 7363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