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메탈헤드라고 제목을 달긴했지만, 밴드 음악을 전반적으로 다 좋아합니다. 블루스부터 펑크, 메탈까지. 어떻게 메탈을 좋아하면서 펑크를 좋아할 수 있냐!! 라고 화내시는 메탈 순혈주의자 분들에게는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아무튼, 90년대까지의 록 음악 사조를 전부 좋아합니다. 2000년대부터는 관심없지만요.
국내 대중가요를 무시한 건 아니었지만, 관심이 없었죠. 특히 걸그룹이라면, 그나마 군대에 있던 시절? 그러다가 프로듀스101을 보고, 아이오아이를 계기로 (정확히는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본 음신2에서의 퀵소희 양 덕분에!) 돌판에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그게 벌써 3년전이군요. 여전히 라이트한 걸그룹 덕후입니다만.
분명 록덕후 아재에서 걸그룹 덕질로 전향하신 전우들이 정말로 많으실텐데, 가볍게 그간의 소회(?)를 풀어볼까 합니다.

[밴드음악 or 걸그룹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 더 우월하다! 를 주장하는 글이 절대 아닙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 ]



1. 멤버 교체
딥퍼플의 유구한 멤버 갈아치우기를 대표적으로, 록 밴드의 이합집산은 대단한 일도 아니죠. 차차가 빠진 노브레인이나 노엘 갤러거가 빠진 오아시스처럼 멤버 교체가 밴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경우도 많았지만, 밴드에서 멤버 교체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밴드 매니아들에게는 중요한 일이긴 한데, 그렇다고 큰일이 나는건 분명 아니죠. 오지가 디오로 교체되도, 블랙 사바스는 블랙 사바스니까요(음악은 엄청나게 바뀌었어도). 그래서 교체없이 멤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밴드는 많이 없죠. 퀸이나 레드제플린, U2 정도. 그래서 밴드 멤버가 바뀐다거나 유지된다는 것만으로는 평가에 영향이 없다고 봅니다. 결국 음악만 잘 만들면 되니까.
그런데 걸그룹 계에서는 멤버 교체 썰만 들어도 큰일이 납니다. 교체가 아니라 합류 소식만 들어도, 아주 난리가 나죠. 이 현상을 인지를 못했었는데, 걸그룹을 좋아해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구요. 아이오아이를 예로 들면, 적어도 녹음에 참여했던 35인 중에서 누구를 11명으로 뽑았든 훌륭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자격이 있구요. 그런데 그러면 우리가 기억하는 아이오아이가 아닐거다....라는 느낌? 걸그룹 멤버 한명 한명마다의 케미라는게, 생각보다 중요한 거더라구요. 밴드 음악에서는 알 수 없던 것...본조비와 리치 샘보라의 케미 같은 건 신경 써본 적도 없습니다. 물론 음악은 좋았지만.

2. 팬덤 문화
걸그룹 덕질을 시작하면서 느낀게, 팬덤문화가 엄청나게 다르더라구요. 아니, 밴드의 경우에는 이걸 '팬덤'이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문화가 굉장히 이질적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조선펑크의 한복판에서 뛰어놀던 청년폭도로서, 그 당시 밴드와 밴드 팬(?)의 경계는 상당히 무의미했었습니다. 그 당시 차차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무대 위에서 쌀테니(?) 너는 밑에서 받아먹어라~하는 게 아닌, 서로 싸는(?) 관계였죠. 실제로도 공연 끝나고 밴드 멤버들과 어울리는 것도 비일비재했고, 그러다보니 나름 친분도 많이 쌓았네요. 그리고 공연장에 있는 모두는, 그냥 날뛰었죠. 지금도 록페스티벌이나 메탈 공연을 가면, 그저 모두 마음껏 즐길 뿐입니다. 나름대로의 룰은 지키면서.
그런데 걸그룹 팬덤문화는 굉장히 조직적이더라구요. 응원법을 다 맞추는 것은 기본에, 개인이 돌발행동을 하는 것도 절대 금지. 공방 한 번 안뛰어본 안방일열 덕후라서 직접 참여는 못해봤지만, 저 조직적인 문화는 참 신기했습니다. 공연보러 가서 못 뛰어놀면 좀 심심하지 않을까...혼자 생각해보는데, 이 두 팬덤 문화는 분명 다른 문화라서 제가 이상한(?) 기대를 하고 있는 거겠지요. 걸그룹 정말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 고르라면 슬램하러 갈 것 같습니다.

3. 음반 판매
좋은 음악이 있으면, 옛날 사람답게 CD를 삽니다. 그리고 사면 음악을 열심히 듣는 것으로 끝. 요즘 시대엔 바로 리핑떠서 아이폰에 넣지만요.
그런데 걸그룹은 포토카드와 화보를 사면 CD를 주더라구요? 포토카드도 전부 달라서, 그거 다 모으려고 여러 장 사야되는 경우도. 제 경우에는 포토카드에 흥미가 없어서 좋아하는 팀 앨범은 한장씩만 사는데, 이 시스템(?)을 밴드 멤버에 도입하는게 상상이 안되서 참 재미있습니다. 슬립낫 9명 포토카드 모으기 귀찮을 것 같아요. 슬립낫이 뭐야, 크림만 되도 1장 사고 말 것 같은데. 에릭 클랩튼이 나오든 진저 베이커가 나오든.

4. 열애설
밴드 멤버들의 열애설과 사생활은 신경도 안씁니다. 누구랑 사귀든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뭐 커트 코베인이나 코트니 러브, 빌리 코건 같은 가십거리 정도는 있지만 그야말로 가십거리 수준.
걸그룹의 열애설은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개인적으로는 뭐 연애 좀 하면 어떠냐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분위기니까요)

5. 리스너의 폐쇄성(?)
아이돌 음악은 그냥 안듣고 거르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건 본격적으로 걸그룹 덕질을 하기 전에도 느꼈던 건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것 같아요. 아이돌 음악이 안 좋은게 아니라, 안좋은 아이돌 음악은 안좋고 좋은 아이돌 음악은 좋습니다. f(x)의 핑크테이프는 진짜 끝내주듯이. 그래서 아이돌 음악을 거르는 사람들이 음악에 편견이 있다-고 흔히 생각할 것 같은데요.
근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오히려 아이돌 음악을 듣는 분들이 더 음악적 스펙트럼이 좁은 것 같습니다. 걸그룹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께 가끔 메탈을 들려드리면, 일단 귀에 통증을 호소하십니다. 데스나 블랙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고전 메탈만 들어도요. 이런 음악을 왜 들어? 하는 눈빛 공격은 덤. 비단 메탈 뿐 아니라 킹 크림슨, 핑크 플로이드 같은 밴드를 추천해드려도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뭐 사실 이건 록 매니아들도 마찬가지죠.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 꼰대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음악을 편견없이 듣는 사람은 다 듣겠죠.
물론 절대로 일반화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저 제 좁은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절대로 일반화하자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6. 소속사에 대한 관심
밴드를 좋아하면서 소속사를 생각해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나마 있다면 비틀즈와 애플 레코드나, 그때 그 시절 믿고 듣는 동아기획 정도?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밴드 이야기를 하는데 소속사가 나올 일이 없죠.
걸그룹을 덕질하기 시작하면서... 일단 회사의 이름과 사장 이름을 안 외울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걸그룹은 모든 활동이 회사와 연계되서 진행되기 때문에, 잘되도 회사 덕 못되도 회사 탓. 멤버 선정부터 트레이닝, 전체 그룹의 컨셉을 잡는 기획, 좋은 곡을 받아오는 수완까지. 소속사의 입김이 안 닿는 부분이 없는 듯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속사는 신기할 정도로 욕 먹을 짓을 많이 하더라구요.
그에 더해 팀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경우-이 때도 대부분의 경우 회사가 욕을 먹더라구요. 방금 말했듯이 걸그룹 관련해서 회사의 영향력이 막강하니까 그런 셈이겠죠. 반면 갤러거 형제나 제임스 헷필드가 마약에 쩔었어도, 회사를 욕하지는 않잖아요? 이런 차이가 또 은근히 재밌었습니다.

7. 덕밍아웃의 난이도
압도적으로 걸그룹 덕밍아웃이 훨씬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