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0/31 10:58:32
Name 카미트리아
Subject [일반] [리뷰+잡설] 골든 아워_시스템
이국종 교수님이 쓰신 골든 아워를  1권을 다 읽고
다음 권을 잡는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읽는데 어려운 책은 아닌데...
책을 다시 잡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1권의 시작에서 부터 이국종 교수님은 모든 기대를 접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요..

흔히 생각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열정이나
죽어가는 사람을 살렸을떄의 희열 같은 것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에세이 전체에서 나타나는 것은
해야되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라는 것과
본인 스스로 그만두지는 않겠다는 모습 입니다.
(중간에 한번 정도 그만 둘려고 했었지만, 결국 그만두지 못했습니다.)

첫 시작은 한국에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갇추겠다 였지만,
이제는 다음에 자기와 같은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정도로 줄었습니다.

최초에 중증 외상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같이 노력하던 사람들은 다들 떠나고...
그 자리에 새로온 사람은 앞사람의 행하던 일을 축소하려고 하고..
해보겠다고 같이 노력하던 팀원들은 과로로 인한 질병으로
점점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20년을 나름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언론에 반짝할때 잠시 진행되는 듯 하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던가 진행이 멈춰버리죠...

이 내용을 글을 보면서 더 답답했던 것이..
사실 저것이 중증 외상 의료 시스템 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얼마전에 이국종 교수님이 소방 헬기 소음 민원 문제를 이야기 한적 있지요
새로 부임하신분이 싫어해서 어쩔수 없다...
이재명 지사는 그런적 없다. 라고 했고요..

사실 이재명 지사가 그런 지시를 한 적은 없을 겁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아마도 경기도민들이 반복적으로 올리는 민원에 대해서
근본 원인을 해결해라. 단순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대처하기 말라 정도 했겠죠..
사실 소방핼기 민원 같은 건이 아닌,
공무원들이 대충 처리해서 반복되는 건 같은 경우에는 맞는 말이죠
다만, 시스템이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 것 뿐이지요

(이걸 공무원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이...
일단 제가 몸 담은 곳은 다 저랬습니다.
학교, 군대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도요...)

제가 느끼는 한국의 시스템의 특징은..
(일단 저는 외국을 나가본게 워킹 홀리데이와 배낭여행이 다인지라
외국의 시스템과 비교는 불가능합니다.)
실패를 해서는 안된다 입니다.

어떤 목표를 새우고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실패는 용서 받지 못합니다.
물론 성공하는게 가장 좋고 중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개인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목표 선정의 문제나 불가항력적인 한계 또는
현실과의 불정합성등으로 실패가 발생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패를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저렇게 발생해서 실패인데도 성공한걸로 화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게 보고가 되고 그렇게 진행되지요..

물론 실패한 건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적당히 밑에게 뭉겔수 있을떄 까지 뭉게보다가
결국 안될 것 같은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생하죠
그 새로운 프로젝트도 앞서 성공했다는 프로젝트 기반으로 시작하니까
다 뒤집어 엎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땜질만 하고 끝나죠..그리고 반복됩니다.

이게 반복되니까 시스템과 현실이 안 맞습니다.
고칠려고 보니까 복마전이 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부터 고쳐야 할지 알수 없어진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죠

이국종 교수님이 그렇게 노력하시던 중증 외상 의료 시스템도 그렇게 되어가고
그것 보다 더 큰 한국 의료시스템도 그러하고
지금 한창 시끄러운 유치원도 비슷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auseball
18/10/31 11:28
수정 아이콘
막 읽은 참이라 반가운 글이네요.
책 시작부터 느껴지는 먹먹함은 끝날 때까지 줄어드는 일 없이 점점 커져갑니다.
생각과 사실의 기술만으로 이렇게까지 몰입되는 책이 있구나 했습니다.
한국에서 살다가 이나라 저나라 다니면서 살고 있는데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하는건 너무나도 공감가더라구요.
빨리 업무를 진행하려는 문화, 당장의 목표만 달성하고 앞뒤를 살펴보지 않는 결과주의, 이슈가 되지 않는다면 개선이 없는 사회 등등등..
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알지만 이국종 교수님의 책에 많은걸 느끼고 얻어갑니다. 읽고나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카미트리아
18/10/31 11:51
수정 아이콘
이슈가 된다고 해서 개선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것 처럼 보이게 하기위해서 하고
해결되지 않더라도 해결되었다고 결론이 나니까요
그나마 이슈가 안되면 변화도 없겠지요
Pauseball
18/10/31 12:22
수정 아이콘
이슈가 되어야 개선이 시작되고 개선이 잘못되는건 다른 문제니까요.
어떻게든 해결되었다는 결과만을 원하지 실체를 원하는 사람은 당사자가 아니면 없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슈조차 안되는것들은 조용히 사라져가구요.
여러모로 꼬여들어간거 같습니다. 아니 꼬여있는지조차 모르겠네요.
18/10/31 11:36
수정 아이콘
의료부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개개의 선의에 기대는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취약하니 인센티브 설계 측면에서 제도적 개선을 해야한다고 합니다만... 대부분은 '의사 돈 잘벌지않냐' 로 귀결되는 결론에 막히더라고요. 물론 이국종 교수님에 대한 인식은 그정도는 아니겠지만요.
카미트리아
18/10/31 11:47
수정 아이콘
이국종 교수님 케이스가 선의로 굴러가는 케이스니까요..

개인적으로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유인을 기반으로
시스템이 설계되야 한다고 봅니다.

(양심 어겨가면서 도둑질 할 사람은 적겠지만
양심 지켜가면서 손해볼 사람도 적은건 마찬가지니까요)
18/10/31 11:44
수정 아이콘
의사들이 늘 하던 이야기네요.... 어차피 안될겁니다
카미트리아
18/10/31 11:49
수정 아이콘
의사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소방도 그렇고 요양원이나 유치원 문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꼬여있고
그걸 풀려고 하지도 않아보이니까요.

본 글에 쓸려다가 말았는데..
세월호 직후 광역버스 승차 문제 반응보고..
아직 한국에서는 원칙과 안전을 위해 비용 지불할 생각이 없다는걸 뼈저리게 느겼죠
팔라듐
18/10/31 12:47
수정 아이콘
이번에는 제발 확실한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또 중간에서 끊길 것 같네요...
카미트리아
18/10/31 14:36
수정 아이콘
일단 이국종 교수가 바라는 방향으로의 개선은
이번에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 중증 외상 센터가 설립될때 부터
이국종 교수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진행되었고
추가로 검토되는 방향에서도 그건 여전하다고 하더군요..

그나마도 중간에 끊기겠지만요..
사악군
18/10/31 13:39
수정 아이콘
사실 개선이 되려면 이국종 교수같은 사람이 없어야 하죠.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치는데
이국종 교수 같은 사람이 쓰러져가는 외양간을 어떻게든 붙잡고 있으니까..-_- 소가 어찌어찌 죽지는 않아서요.

뭐 벌써 조금씩 파열음 나오기 시작하고는 있으니까..피부케어는 잘 받을 수 있고 라식수술은 3일 내에 할 수 있는데
암수술은 두달 세달 기다려야 하고 전이되어 있고 그걸 몸으로 겪는 사람들이 소수가 아닌 다수가 되면
그때서야 고쳐볼 수 있겠죠.
카미트리아
18/10/31 14:41
수정 아이콘
어떤 문제에 대해서 최종 소비자까지 인식되는 순간에는..
이미 뒤로 돌리기 힘든 상황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가 걱정입니다.

중증 외상 센터의 경우는 지금이 그나마 나은 상황이 된거고..
산과 같은 경우는 이미 외지에서는 차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아예 없는 곳도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체감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그게 체감 될 정도면 어느 정도 상태일지 걱정입니다.
18/10/31 15:19
수정 아이콘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개선의 여지는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위험하다는 걸 인식 할때 쯤이면 늦었을 확률이 높구요. 그때가서 [왜 그땐 말 안했냐] 같은 이야기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카미트리아
18/10/31 15: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동의합니다.

그런데 중증 외상 센터의 효용이 뼈저리게 느껴질 정도의 상황은.
전시 말고는 생각나는게 없네요..
그래서 조용히 사멸하지 않을까 합니다.

+ 이야기 했었다하면 들은적 없다. or 몰랐다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냐 하겠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707 [일반] 위디스크 양진호 사장과 한국미래기술의 거대로봇 [56] 삭제됨12573 18/10/31 12573 5
78706 [일반] 정신병 걸리기 직전입니다 [83] 삭제됨12005 18/10/31 12005 21
78705 [일반] Case Study : 포드 핀토(Ford Pinto)에 관련한 세 가지 입장 [13] Danial6706 18/10/31 6706 18
78704 [일반] [강력추천] 경제 팟케스트 신과함께 32화, 45화 임형록 교수편 [24] Bulbasaur6592 18/10/31 6592 1
78703 [일반] [리뷰+잡설] 골든 아워_시스템 [13] 카미트리아4579 18/10/31 4579 3
78702 [일반] 미국,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손목 꺽기 [32] 치열하게12402 18/10/31 12402 7
78701 [일반] 이 나라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488] Helix Fossil21751 18/10/31 21751 38
78699 [일반] 네이버페이, 12월27일부터 상품권으로 포인트 충전 불가 [23] 인간흑인대머리남캐10137 18/10/31 10137 3
78698 [일반] (푸념) 지극히 개인적인, 정책의 역차별 [37] 에스터8014 18/10/31 8014 42
78697 [일반] [뉴스 모음] No.207. 채널A의 거짓말,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나라 망가뜨리기 외 [11] The xian8759 18/10/31 8759 32
78695 [일반] 아이패드 프로 새 모델이 공개되었습니다. +@ 가격 추가 [31] Leeka8856 18/10/31 8856 0
78694 [일반] 쫄아야 한다(feat.궁극의 오징어무국) [17] 치열하게6534 18/10/30 6534 4
78693 [일반] 기승전 여가부(feat, 아니 이걸...?) [154] 파이어군13809 18/10/30 13809 23
78692 [일반] 정수론의 복잡성, 그리고 우주론 [20] 나는모른다7798 18/10/30 7798 1
78691 [일반] 무협 작가 김용 향년 94세로 타계 [113] 검은우산10115 18/10/30 10115 16
78690 [일반] 100만명 이상 기초자치단체가 '특례시' 가 된 답니다 [49] 홍승식10408 18/10/30 10408 0
78689 [일반] 한 시대의 마감 - 앙겔라 메르켈의 퇴장 [41] KOZE9221 18/10/30 9221 1
78688 [일반] 독일에 대한 환상을 깨라. [85] 고통은없나13345 18/10/30 13345 17
78687 [일반] 영국 감사원, "'노 딜' 대비 이미 늦었다"…국경에 허점 우려 [24] 베라히8090 18/10/30 8090 0
78686 [일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원인을 게임으로 몰아간 국감 [66] 삭제됨8890 18/10/30 8890 0
78685 [일반] 그가 내게 말했다. ''Happiness Happening'' [1] 쩍이&라마3553 18/10/30 3553 2
78684 [일반] 대법 "강제징용 피해자에 日기업이 1억씩 배상" [95] 잰지흔8992 18/10/30 8992 3
78683 [일반] 스타 이즈 본 (스포없음) [20] 걷자집앞이야4995 18/10/30 499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