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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0/19 15:01:31
Name 一言 蓋世
Subject [일반] 감시 (수정됨)
중국의 판빙빙이나 인터폴 총재 때문에 말이 많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솔직히 우리도 그런 시절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감시받던 사람들 이야기 들은 것을 조금 해보려 합니다.

제가 겪은 일이 아니라 그냥 들은 것들이라, '니 말 책임질 수 있어?'라고 하신다면 단호하게 꼬리를 내리겠습니다.

1. 김대중이 야당 지도자이던 시절입니다.
저희 직원 하나가 호기심에 김대중의 기록을 조회했답니다.
  * 참고로 저희 업무에 컴퓨터가 쓰인 것은 83년부터라고 합니다. 관공서 가운데에서는 빠른 축이었다네요.
그러자 책상의 전화기가 울리더랍니다.
별 생각없이 받았더니, 들려오는 위압적인 목소리.

-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그 다음에 끌려갔다는 말은 없는 것으로 보아, 큰 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2. 제 아버님은 교사셨습니다. 아버지 동료분이 겪은 일입니다.
장태완 장군 기억하시죠? 12/12 때 전두환 무리를 진압하려다 실패하신 분- 뒤에 아드님이 알 수 없는 일로 자살 당했죠.

그 분이 장태완 장군 아드님의 담임이셨답니다.
말썽만 피우던 제자가 제 잘못으로 죽어도 안타까울텐데, 서울대간 제자가 그런 죽음을 당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그래서 용기를 내어, 장태완 장군께 위문전화를 하기로 했답니다(담임이었으니까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겠죠).
신호가 세번 갔을까... 저쪽에서 전화를 받지도 않았는데,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선생님이시지요? 전화하지 마십시오.

새하얗게 질려서 수화기를 내려놓으셨답니다.


3. 제 아버님 고향 친구분이, 중정(중앙정보부)에 계셨답니다.
부마항쟁 당시, 김재규는 부산의 상황을 파악하러 내려갔다죠. 서울 상황이 궁금했던 김재규, 서울로 전화를 겁니다.
정말 운 나쁘게도, 그 전화를 아버님 친구분이 받아버린 겁니다.

- 야, 서울 상황 어때?

당시 서울 사정은 뻔했다죠. 유신정권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느끼던.
감히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김재규의 말투가 바뀌더랍니다.

- 귀관의 판단을 중요하게 참고하겠다. 지금 서울 상황은 어떤가?

어쩔 수 없이 답을 하긴 해야겠는데......

- 저.... 부산은 어떻습니까?
- 부산? 부산은 글렀다.
- 부산이 안되면, 서울도 안됩니다.
- 그래?........ 알았다.

김재규는 서울로 돌아와서 박정희를 쏴버리죠.
10.26이 끝난 뒤, 아버님 친구분은 사모님께 말씀하셨답니다. 내가 사라져도 찾지 말라고.
김재규와 뜻을 함께 했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만, 조사하면 다 나오고 문제 삼기라도 하면 끝나는 상황 아니었겠습니까.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고 길을 찾다가.....
서독에 보내던 간호사 명단에 은근슬쩍 사모님을 넣으셨답니다(서독에 간호사와 광부를 보내던 시절이죠).
그러자 바로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합니다.

- 너 이 色喜 죽고싶어?

어찌어찌 무사히 나오셨답니다.
그리고 안기부를 거쳐 국정원 시절까지 근무하시다가 정년퇴임하셨죠.



*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만, 반드시 말씀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조금 덧붙입니다.
얼마 전 댓글을 보다보니, 여권 사증란이 모자라면 붙어있는 사증 떼어내고 쓰면 된다는 분이 계셔서요.
개인저격인가 싶기도 해서 쓸까말까 망설였는데, 따라하시는 분 계실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절대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세상 모든 일이 안걸리면 그만이고 걸려도 잘 넘어가면 되긴 합니다만, 저러다 걸리면 일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됩니다.
여권에 심사인이 아니라, 숫자/간단한 문구/기호가 기재/날인되는 일이 종종 있죠. 별 거 아닌 것도 있습니다만, 범죄 등의 사유로 인한 강제퇴거 또는 입국거부와 관련된 내용도 있습니다.
만약 입국심사관이 사증이든 뭐든 붙었다 떨어진 자국, 아니면 여권 사증란 가운데 낙장을 발견하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당연히 입국거부 등 여권소지자에게 불리한 사항이 표시된 사증을 떼어버렸거나, 강제퇴거와 관련된 내용이 날인 또는 기재된 사증란을 찢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입국심사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죠.

** 개인사정으로, 덧글에 답은 내일 해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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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전설
18/10/19 15:22
수정 아이콘
그당시엔 불법이 참 만연하던 시절이죠.
더 옛날에 박정희 시대때 어머니께서 겪으셨던 얘기를 들어보면 참.. 그땐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었을 것 같더라구요.
오늘날 와서 저한테 낮은 목소리로 겨우 얘기해주시는걸 보면 최근까지도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게 큰 공포로 다가왔나 봐요.
앙겔루스 노부스
18/10/19 15:57
수정 아이콘
와 하나하나 다 오모시로이한 이야기들이네요.

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참 재밌네,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헛짓거리는 당연히 하지 말고 살아야죠. 세상이 좋아졌으니까 그만큼 더 책임감있게
콩탕망탕
18/10/19 17:04
수정 아이콘
"귀관의 판단을 중요하게 참고하겠다. 지금 서울 상황은 어떤가?"
서늘하면서 의미심장한 말이네요.
쭌쭌아빠
18/10/19 17:20
수정 아이콘
와...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교자만두
18/10/19 18:05
수정 아이콘
와..정말 무서운 세상.
Foxwhite
18/10/19 18:38
수정 아이콘
1번은 지금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요. 개인정보를 다루는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없는 이유로 개인의 신상조회를 할 수가 없죠. 물론 법적으론 그렇습니다만 경찰쪽은 잘 안지키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에 많이 걸린다고...
18/10/19 19:41
수정 아이콘
올해 돌아가신 제 아버님도 저 고등학교 때 기관에 끌려가서 일주일 고문받다 나오셨습니다. 전두환 정권 때죠. 이유는 6.25때 월북한 형님이 간첩으로 내려와서 접선했을 거다,라는 황당한 추측 때문. 그 일로 큰댁 식구들 줄줄이 끌려가고. 웃기는 건 아버지는 철저한 새누리-한나라 계열 지지자였죠. 당시 유선 전화만 있던 시절인데 81학번 형님, 86학번 누님 전부 운동권인 콩가루집안인지라... 전화 하려고 수화기 들면 치직- 도청하는 느낌 강하게 납니다. 형님-누님 둘다 대학시절 친구도 없고, 그시절 사진도 전혀 없습니다. 형사들이 찾아온다고 연락받고 누나 사진첩은 제가 다 불태웠죠. 뭐 그런 시절이었죠.
Zoya Yaschenko
18/10/19 21:21
수정 아이콘
2번이 진짜 섬뜩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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