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7/07 23:24:49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누군가 나에게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수정됨)
  솔직히 내가 내세울 장점이 무어가 있겠는가.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은 많다.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걸 잘하는 천재도 아니다. 늦어도 서른을 넘기면 누구나 깨닫는 진실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장점이 있다. 이것 하나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잘한다. 그것은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나는 절대 고집부리지 않는다.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언제든지 변할 준비가 되어있고, 빠르게 변화한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기회주의자로 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줏대 없는 인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자존심도 없고, 줏대도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나는 아직 미생이다. 많은 사람이 그럴듯한 말투로 완생이 무언지 설교한다. 하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해본 적도 없이 말만 앞서는 현학자이며, 그러고 나서 남은 일부만이 이론과 경험을 결합한 근거를 제시한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조차도 완생이라 생각지 않는다. 나에게는 나만의 완생이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제자리에 서 있는다면 절대 완생의 길을 찾지 못한다. 일단 걷고, 부딪히고, 깨지고... 그렇게 너덜너덜해지도록 털리고 나면 뒤돌아보았을 때 걸어온 길이 남는다. 완생은 그 길의 끝에 있다.

  일단 걸어갈 수 있는 원동력. 그것은 바로 나를 버리는 것이다. 이 길이 나의 길인지, 그 끝에서 내가 웃을 수 있을지, 이런 고민 탓에 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길은 없다. 길을 걷기 전의 나는 그 정도로 대단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걸어라. 아무것도 없는 잡초투성이 황야일지라도 걷다 보면 길이 난다. 걸어야 길이 난다. 그게 나를 위한 길이다.

  오늘 나는 또 한 번 나를 내려놓았다. 자존심을 구겨서 잘근 씹어 삼켰다. 그리고 일단 걸어보기로 했다. 그 길은 결코 위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코를 막고, 시선을 돌리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완생이라는 산봉우리가 보이는 언덕 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점화한틱
18/07/08 00:25
수정 아이콘
면접준비하면서 제 장점이 뭔지만 거의 한시간가까이 고민한것같습니다 크크
루트에리노
18/07/08 12:41
수정 아이콘
장점 없이도 잘 사는 것이 장점입니다
마스터충달
18/07/08 12:58
수정 아이콘
잘 사는 게 장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531 [일반] 누군가 나에게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3] 마스터충달5084 18/07/07 5084 5
77530 [일반] [초스압, 14mb] 썰전 - 노회찬 의원 특집(?) [79] 렌야12727 18/07/07 12727 11
77529 [일반] 남한 언론 최초로 북한에 지국이 생길지도 모르는 jtbc.. [51] 키토14965 18/07/07 14965 0
77528 [일반] 프듀48 일본어 번역 자막에 대해 [33] 재즈드러머9702 18/07/07 9702 11
77527 [일반] 한국의 트럼프는 가능? [60] minyuhee12196 18/07/07 12196 5
77526 [일반] (납량특집) 군대 영창에서 겪은 일 1부. txt [60] 위버멘쉬12618 18/07/07 12618 49
77525 [일반] 한밤 중 페미니스트와의 대담 [33] 시드마이어11319 18/07/07 11319 23
77524 [일반] 여러분의 스트레스는 안녕하신가요? (『브레인 룰스』와 『제5도살장』을 읽고) [12] 두괴즐5420 18/07/06 5420 4
77523 [일반] 내 취미 이야기 [키보드] [25] O2C4R.H.Sierra10565 18/07/06 10565 2
77522 [일반] 내일 혜화역에서 3번째 시위가 있을 예정입니다. [177] 치느16630 18/07/06 16630 6
77521 [일반]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 [38] 글곰8429 18/07/06 8429 4
77520 [일반] 헬스장 몇년 다니면서 느꼇던 점들.txt [24] 살인자들의섬34383 18/07/06 34383 7
77519 [일반] 약 4개월간의 운동 후기 (극혐주의) [64] 삭제됨12691 18/07/06 12691 16
77518 [일반] 구급차 사이렌소리가 잘 들리시나요? [40] 걸스데이민아7878 18/07/06 7878 3
77517 [일반] "그 자칭 언론"의 근황 : 슬슬 본색 드러내네요. [101] Lucifer14724 18/07/06 14724 5
77516 [일반] 기무사만 문제가 아니었네요. [139] 마징가Z13155 18/07/06 13155 7
77515 [일반]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향하던 구급차가 사고가 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77] k`13176 18/07/06 13176 15
77513 [일반] 일본정부, 아사하라 쇼코 사형집행. [99] 후추통17400 18/07/06 17400 2
77512 [일반]  [뉴스 모음] No.185. 손이 아니라 목을 씻어야 할 기무사령부 [21] The xian14791 18/07/06 14791 35
77511 [일반] 개인적으로 국내파가 영어를 불편함없이 할수 있는게 가능한가 의문이 듭니다. [62] CE50013352 18/07/06 13352 3
77510 [일반] 태국 동굴 실종 소년들 발견 현장 모습 [36] 한박12858 18/07/06 12858 27
77509 [일반] 사실상 내란음모죄가 터진게 아닐까 싶습니다. [110] 치킨너겟은사랑21461 18/07/05 21461 31
77508 [일반] 아 키보드 사고 싶다 [57] 미캉11100 18/07/05 11100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