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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03 12:59:56
Name 류지나
Subject [일반]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깊은 고찰은 아니고 막 써내려가봤습니다.
담담한 어투를 위해서 반말체로 구성했습니다.




인간이 세상을 보는 기준을 크게 2가지로 나눈다면, 나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로 나눌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의'에 촛점을 맞춘다고 생각한다.
품고 있는 '이상'은 다양할 수 있어도, 그 다양한 이상들이 모두 집중되는 기준이 정의라는 것이다.
이 정의라는 것도 모호한 개념이기에, 이상주의자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묻는다면, 이상주의자들은 [내가 생각하는 정의대로 굴러가야] 옳은 세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현실주의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느냐보다는 현재 굴러가고 있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현상이다. 지표면에서 무거운 물건을 하늘로 던지면 중력의 법칙에 의해 도로 지표로 끌려가듯, 세상은 결정되어 있다.
세상의 구조가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사건에 자신의 의견을 입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주의자들은 현실이 굴러가는 과정을 파악하고, [나도 최대한 그 현실에 가까운 사람]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일제에게 강제로 합병당한 뒤, 조선은 내적/외적으로 많은 저항을 하였다.
특히나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독립군과 독립투사들의 가열찬 투쟁으로 1945년에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는다.

독립투사[이상주의자들]에게 광복은 당연한 정의다. 만물의 이치는 당연히 조선이 독립을 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제가 조선을 강제로 합병한 것 자체가 불의이며, 세상이 어긋나있고 똑바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다.
세상이 어긋나있다면, 당연히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이치일 것이다.
그 과정이[아무리 험난하고 괴롭고 어려울 지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서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분이다.


독립군과 독립투사들의 항일 투쟁이 우리나라의 독립에 얼마큼이나 영향을 줬는지는 아직도 논쟁거리다.
일단 인정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독립투사들이 독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라도 했기 때문에 강대국들이 조선을 독립시켜줘야 한다는 구상을 하였을 수 있다. 최소한 조선인들은 합병에 순응한다라는 의견에 만장일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거꾸로 강대국들이 조선이 일본땅이다라고 결정을 내렸다면, 그 순간 독립군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역산해보자.
태평양 전쟁이 일본이 유리한 선에서 종결되었다면? 그들의 이상주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이상주의를 관철했기에, 그리고 그 결과가 좋았기에 그들은 존경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 이상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쏟은 무수히 많은 생명들은,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될까?
멀리갈 것 없이 현재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의 대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애당초 그들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그것은 현실주의자의 관점이다) 독립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되돌리기 위해서 희생한 것이 너무도 많지 않았을까?


이상주의자들이 있기에 인류는 더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이 하늘을 날기를 희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비행기라는 물건은 존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이 비행하기 위해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희생의 목숨도 분명히 존재한다.
양팔에 날개를 붙인 다음에 절벽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있고, 무수히 많은 로켓에 불을 붙여 비행하고자 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목숨을 바친 시행착오로, 인류는 더 나아간 것이다.

이상주의자들이 있기에 인간은 더욱 발전했다.
지구가 둥글다고 믿기에, 배 한척만 타고도 지구를 일주할 수 있다고 믿은 남자가 있다.
그러나 마젤란의 이상주의도 [지구를 한바퀴 도는 것은 나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마 태평양의 이름도 모르는 섬에서 본인은 죽고, 자기 부하들만 살아돌아가리라고 계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운명의 책이라는 것이 있어서, 마젤란이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과연 출항의 닻을 끌어올렸을 것인가?


현실주의자들이 주판을 튕겼을 때, 조선의 독립은 아마 이해타산이 나오지 않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일제가 조선을 집어삼키고, 만주에 꼭두각시 나라를 만들고, 마침내 중국까지 진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선의 현재 모습과 비교했을 것이다.
많이 잡아도 3만명, 사실은 잘 쳐줘봐야 수천명에 불과한 광복군 독립이 대체 수십~수백만이 격돌하는 근대의 전쟁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과연 조선의 힘으로 일제를 물리치고 독립을 해낸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의미를 찾기 힘든, 아마도 찾을 수 없는 일에 투사해야 하는데, 돌아오는 보상은 [조선의 독립]이라는 굉장히 흐리멍덩한 (보상이 불확실한) 것이고, 돌아올 수 있는 대가는 아마도 찾아올 확실한 죽음인 것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적극적으로 친일을 한 친일파를 빼고라도 (애국계몽 내지는 실력을 길러 독립하자를 내세운 많은 사람들이 친일파로 넘어간 것은 굉장한 함의를 담고 있다) 적극적인 항일 투쟁을 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다 저런 계산기를 두드려보진 않았을까?

현실에 순응했기 때문에 현실주의자들은 사실 무언가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조선의 독립 기여도는 아마 0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러나 조선의 독립이 광복군의 투쟁이 아니라 강대국이 던져준 시혜에 불과하다는 관점으로 돌아가면, 현실주의자가 할말이 생긴다.
어차피 둘다 기여도는 0에 가깝다. 그러면 차라리 쓸데없는 목숨을 희생하지 않고도 독립을 하는게 낫지 않은가?

광복군의 무력 투쟁이 있었기에 독립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전쟁에서 진 일본은 어차피 식민지를 다 토해내야 했고 조선은 그 무수한 식민지 중 하나에 불과했다. 특별히 조선을 대우해준 것은 아닌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광복군이 무슨 활동을 하였든 간에 조선의 운명은 이미 남의 손에 의해 결정되어 있었다.]


현실주의가 이상주의에 비해 갖는 가장 큰 우위가 뭐냐면, 현실주의가 이상주의에 비해서 훨씬 쉽다는 것이다.

2018년의 컴퓨터 앞에서 나는 독립운동가를 찬양할 수 있고 독립운동의 숭고함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1930년대의 조선 한복판에 돌아간 나에게 독립운동을 할 수 있겠냐는 현실을 들이대면 나는 과연 순순히 참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상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불굴의 의지와 투쟁, 그리고 희생을 감수하는 정신은 사실 특별한 몇몇에게만 깃드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으니까 그만큼 존경도 같이 따라오는 거겠지만,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이 해내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또한 현실주의는 준비가 안된 이상주의가 어떤 참극을 가져오는지 실 사례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나치가 폴란드를 강제 점령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에게 밀리는 독일군을 보면서 바르샤바의 시민들은 대대적인 봉기를 일으켰다. 그들이 믿었던 건 지척까지 다가온 소련군이었다. 그러나 소련군은 여러가지 이유로 움직이지 않았고, 바르샤바에서 벌어진 것은 학살이었다. 오늘날까지 바르샤바의 봉기는 숭고하게 기리고 있지만, 거기에 참가한 사람들의 목숨이 되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또한 현실주의자는 구조론의 숭배자이기도 하다.
이미 만들어진 현실구조라는 감옥을 깨뜨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순응하는 자세를 취한다.
따라서 이미 만들어진 현실구조가 이미 불합리할 때, 그 불합리를 타파하려고 한다면 현실주의를 가져와서는 안되는 것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불변의 억압에서 저항을 찾아내는 것은 현실주의가 아닌 이상주의다.



거의 필연적으로, 이상주의자는 긍정적, 현실주의자는 비관적 성향을 띠게 된다.
내일 중요한 운동회가 있을 때, 이상주의자는 날씨가 맑기만을 기도한다. 만약 맑아야 되는데 비가 내리면 날씨에 분노한다.
현실주의자는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준비한다. 어차피 내가 날씨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체념한다.

일기예보같은 작은 일은 어쩌면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공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독립투쟁같은 거대한 관념을 들이대면, 아마 이 양쪽은 첨예한 대립만을 지속할 것이다.



요즘은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를 구분하는 재밌는 질문을 하나 생각해 봤는데, 다음 질문에 한번 답변해보면 좋겠다.


Q. 김구가 조직한 한인애국단이 벌인 의거들은 테러인가? 그리고 그 활동들은 성공하였는가?


마음속으로 자평해보고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A1. 김구의 한인애국단 (이봉창, 윤봉길 의사 등)의 행동은 테러가 아니며 정당한 투쟁 수단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의거로 목표하던 인물의 사살은 물론 중국의 지원까지 얻어낼 수 있었으므로 커다란 성과이자 성공이다.


A2. 김구의 한인애국단 활동은 명백한 테러이며 이는 현재 중동이나 아프간 등지에서 벌어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이들 활동은 부분적 성과를 거두었으나 테러 활동을 통해 일제를 물리치는 실효를 거두지 못햇으므로 실패이다.


개인적으로는 A1은 이상주의자, A2는 현실주의자의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상주의자들은 '테러'라는 단어 자체에 들어가 있는 부정적인 어감에 집중한다. 항일투쟁이라고 하는 숭고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어감을 덧붙이는데 저항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목표를 [민간인이 아니라 적군]에게 집중했다는 점을 높이 산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으로 돌아온 반향을 평가하며 이러한 테러를 성공으로 여긴다.

현실주의자들은 '테러'라는 단어의 어감에는 관심이 없다. 테러의 단어를 사전적으로 정의해보고 한인애국단의 행동은 폭력을 사용해서 상대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행위임을 확인하고, 사전적 단어와 행위가 일치함을 확인하면 테러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군인에게만 한정해서 테러를 사용한다는 방식 자체가 나이브한 사상이며, 기왕 테러를 할거면 대규모, 전방위적 테러를 감행해서 진짜로 일제에 공포를 심어주지 못하는 한 실패라고 여긴다.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처럼)


여러분은 어느 쪽 사람일까?



*글 말미에 덧붙입니다만 이 글 어디에도 이상주의, 또는 현실주의처럼 살아야 된다는 당위는 없습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인터넷 상에 안 어울릴지는 몰라도, 서로의 가치관을 비난하는 형태가 되면 안되겠습니다. 댓글 파이어 미리 방지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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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3 13:15
수정 아이콘
만약 불이 붙는다면 [테러] 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 50플 이상 넘어갈 것 같네요.
제 입장은 사람 개개인의 [이상]이 판이하게 다르고, 또한 [현실]조차도 그에 대한 인식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무 자르듯 명확하게 양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류지나
18/06/03 13:28
수정 아이콘
물론 사람의 양상이 전부 다르니 당연히 이런 기준만으로 무쪽 나누듯 나눌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상]은 확실히 사람마다 품고 있는게 다 다르기 때문에 양상이 다 다른 반면에 [현실]은 어느 정도 가치관이 공유하는 면이 있죠.

예컨데, 현재 한국의 입시교육제도를 놓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상주의자들은 수능 확대라던가 수시 변별력 강화 등의 교육 정책에 대해 논하고 있다면
현실주의자들은 현재 입시교육제도를 분석해서 가장 대학에 보내기 쉬운법을 찾고 있다... 뭐 이런 느낌일까요.
18/06/03 17:52
수정 아이콘
문득 생각이 나서 몇 줄 더 적어봅니다.
결국 죽고나서, 지나고 나면 아무 소용없는 바위에 던져진 계란처럼 터져버린 이상주의자들이였지만
그들의 이름은 후세와 역사에 남아 길이 전해지고 빛날겁니다.
현실을 살고 재산을 모으고 자손을 번창시킨 현실주의자들은 이 땅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생명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본문에도 예를 든 몇몇 현실주의자는 몇몇 이상주의자 처럼 천고에 남을 악명을 얻고 만고에 걸쳐 씹히겠지요.
허나 이름이야말로 물질이 아닌 것이니 물질의 세상에선 그저 부유 할 뿐인 덧없는 관념일 뿐이겠지요.
누가 절더러 살라하면 그리 덧없이 죽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죽지 못해 구차하게 살아가고 있지요.
고타마 싯다르타
18/06/03 13:31
수정 아이콘
현시대 한국인들에게 [테러]라는 어감이 중동 이슬람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어감이 아주 않좋은 단어일뿐 그시대 독립투사들의 테러행위가 지극이 당연한 행동입니다.

애초에 일본이 조선을 꿀꺽삼켰고 그에 대한 저항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한것뿐입니다. 일종의 자위적 행위인거고 테러가 나쁘다고 하면 그냥 상대방이 나를 때리던 말던 폭력은 나쁜거니 그냥 얻어맞기만 해야한다는 말과 다른 게 없습다.

독립운동에 무력을 동원한 테러활동보다는 실력양성과 교육활동 문화운동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할수는 있지만 애초에 무력을 통원한 테러활동은 나쁜 행동이라고 말하는게 말이 안되요. 애초에 일본이 강제로 조선을 합병했고 그에대한 저항활동입니다.
蛇福不言
18/06/03 16:57
수정 아이콘
저도 독립투사들이 '테러'를 옹호/찬양한 바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20년대 이후에요.
역사에는 문외한이라서,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류지나
18/06/03 18:55
수정 아이콘
사람마다 다 달랐습니다. 옹호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이승만 같은 사람은 대표적인 비판론자였죠.
마스터충달
18/06/03 13:38
수정 아이콘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

극단적 현실주의자도, 극단적 이상주의자도 위험하겠죠. 중요한 건 역시 적절한 균형.
저격수
18/06/03 13:42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항상 강조했던 것이 있습니다.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을 동시에 갖추라는 것입니다.
글쓴이께서 해석하신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는 사실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표현된 것입니다. 글쓴이가 말씀하신 이상주의는 문제 해석에 있어서의 이상주의, 현실주의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현실주의입니다. 여기에 있어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는 단지 어느 지점에서의 해결책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어떤 것을 이상, 어떤 것을 현실로 볼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가 게임 사이트이니 게임으로 해석하자면, 스타크래프트를 이기기 위해서 5드론이라는 철저하게 초반 지향적이고 보상이 초반에 몰려 있는 빌드를 선택할 수도 있고 12앞마당을 선택하여 보상이 중후반에 몰려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둘 모두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다만 5드론을 통하여 게임을 승리하면 결과적으로 합리적이었으며, 12드론을 통해서 패배했으면 결과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받는 것입니다. 1944년 일본의 패망 직전까지 친일을 외치던 이들이 오히려 문제 해석에 있어서의 이상주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행동과 그 결과에 선악의 프레임을 덮어씌우기 전에, 우리는 딱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1) 그들이 무엇을 지향했는가
(2) 그 지향한 목표를 그대로 이루어 내었는가
많은 친일파들은 사실 (1)에 있어서 한민족의 실력 양성론을 주장했던 사람들이며, 단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2)를 실패했을 뿐입니다. 같은 논리로, (1)에서 무력 투쟁을 통한 국제 사회에서의 한민족 발언권 향상을 원했던 (저는 무력 투쟁 운동가들의 목표가 무력 투쟁을 통한 독립이 아닌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봉길 의사도 밝혔던 바가 있고요.) 이들이 결과적으로 (2) 발언권 향상에 실패했다면 장제스가 카이로 회담에서 (맞나요?) 한국의 독립에 힘을 실어줄 이유도 없었기에, 무력 투쟁은 결과적으로 올바른 노선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모든 것이 끝나기까지 알 수 없습니다.
류지나
18/06/03 13:51
수정 아이콘
전체적인 말씀은 동감합니다. 다만 우리의 독립투쟁은 결과가 해피엔딩이었기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평할수 있을거 같아요.
(일단 한국의 저항과 발언권 향상이 얼마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느냐의 해석은 뒤로 하고)

우리의 무력투쟁이 옳은 수단이라면, 그러면 북아일랜드의 IRA나 아프간의 탈레반, 오사마의 알카에다에도 비슷한 정당성을 줄 수 있냐가 고민거리가 되겠죠. 그들도 똑같이 자기 민족의 세계적 발언권 향상을 노리고 있으니까요.
18/06/03 13:42
수정 아이콘
A1은 이상주의보다는 민족주의라고 하고 싶네요.
테러의 사전적 의미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테러'라는 단어의 뜻은 중동 이슬람 국가의 미치광이가 자유민주주의 선진우방국에 가하는 공격을 말합니다. 한인애국단은 우리가 공격했기 때문에 테러가 아닙니다. 또한 대상이 일본이기 때문에 테러가 아닙니다. 원래 역사는 내로남불이죠.

아, 물론 저는 민족주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지영
18/06/03 13:42
수정 아이콘
독립투사들의 이상이 현실이 된 이후 (지금), 독립투사들은 이상주의자일까요 현실주의자일까요?
이상과 현실의 대상 범위가 '은하제국 건설' 부터 '화장지는 변기에 버리기'까지 너무나도 넓고 많으며, 이 또한 제각각 개인적이라서 판단을 어렵게 만드네요.
류지나
18/06/03 13:54
수정 아이콘
예나지금이나 독립투사는 전부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광복 이후에 찾아온 정치권의 대분열이 시작된 것이지요.
이상주의자들끼리 반발했기에, 오히려 더 타협점이 없었던 결과랄까요.
bemanner
18/06/03 13:48
수정 아이콘
이상/현실론이 목표를 높게 설정하냐 낮게 설정하냐 로 나눠볼 수도 있고 목표 달성의 수단이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로 나눠볼 수도 있을 텐데
목표를 높게 설정하냐 낮게 설정하냐만으로는 가치관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만 목표 달성의 수단이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는 우열을 가릴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이어트의 목표가 식스팩이냐 정상체중이냐를 놓고 어느 쪽을 욕할 필요는 없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체계적으로 병행하는 사람과 다이어트 하겠다면서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를 외치는 사람을 비교하면
후자가 명백히 바보인 거니까요.
류지나
18/06/03 13:53
수정 아이콘
이것은 다시금 현실을 인식하는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깨닫게 하는 말씀이신듯 합니다.
가령 100년 전만해도 사람이 달에 간다는 거 자체가 비정상이고 바보같은 발상이지만 지금은 아니니까요.
목표달성 수단도 굉장히 발달하고 있는 지금 무언가를 단언하긴 어려울거 같습니다.

주호민 작가의 무한동력이라는 만화가 생각나네요. 거기서는 불가능한 꿈이지만...
교육공무원
18/06/03 14: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현실인식이 부족한 사람이 이상주의자죠
그걸 미화해 봐야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보편적인 선악갘은것도 없어요.
18/06/03 14:3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현실주의자이며 질문에는 1번입니다.
정의를 추구하는것이 옳고 바람직하나 나에게 큰 피해가 온다면 정의를 피해갈 것입니다.
님의 예시는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를 구별할수 있는 질문이 아닌듯합니다.
내 부모를 강도로 죽인놈이 있다면 그 놈을 때려죽이고 싶은것은 모두가 같습니다.
그 강도를 우리형이 죽도록 조팼다고 내가 우리형 깡패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우리형을 이상주의자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나한테 올 피해를 두려워 하는것이지 무엇이 정의롭고 정의로운 행동을 존경해야 되는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현실주의자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류지나
18/06/03 14:48
수정 아이콘
현실주의자를 가르는 기준은 '정의'와는 별 상관없습니다.
이미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옳고 바람직하나] 부분부터 후아님은 현실주의자와는 거리가 있군요.

부모님을 만난 강도를 만났습니다. 이상주의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 놈은 내 부모님을 죽였어. 때려죽여도 무방해!"
"저 놈은 내 부모님을 죽였어. 하지만 아무리 못된 범죄자라 해도 사적 제재는 옳지 않아. 법의 처벌을 기다리자."

같은 상황이면 현실주의자는
"저 놈의 신장과 체중을 봤을 때 내가 때려눕힐 수 있겠군. 저 놈을 때려눕힐 수단을 찾자"
"부모님을 죽인 강도를 때려 죽였을 때 같은 법적 사건에서 어떻게 내 형량을 감소시킬 수 있을까?"

라는 차이라는거죠.
18/06/03 15:06
수정 아이콘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 하다. 라는 극히 보편적 가치를 현실주의자와 거리가 있다고 말씀하시는게 이해가 안가네요.
"현실주의자를 가르는 기준은 '정의'와는 별 상관없습니다" 이부분도요.

"저 놈의 신장과 체중을 봤을 때 내가 때려눕힐 수 있겠군. 저 놈을 때려눕힐 수단을 찾자" 
님 기준에서 이게 왜 현실주의자인가요. 때려눕히면 깜방갈텐데요.
깜방가더라도,그리고 폭력은 잘못됐지만 내 원수를 때려눕혀야 하는게 현실주의자 스럽다는 건가요?
모호합니다.
류지나
18/06/03 15:16
수정 아이콘
오해하시지 않으셔야 하는게, 이상주의=감정적, 현실주의=이성적 이 등식이 맞지를 않습니다.
이성적인 이상주의도 있고 감정적인 현실주의도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정의로 두고, 정의가 이루어지냐마냐를 토대로 판단하는 사람을 이상주의자
세상을 보는 관점을 구조로 보고,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굴러가느냐를 토대로 판단하는 사람이 현실주의자라는 거죠.

말씀하신 예시에서, 강도를 쥐어패든, 경찰에 신고해서 붙잡혀가든 그것을 가치판단을 하는 사람을 이상주의자
기왕 내가 취할 해결책이 결정된다면, 그 해결책을 빠르기 실행하기 위한 수단을 모색하는 사람을 현실주의자로 보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현실주의자가 취하는 해결책의 선택은 그야말로 개인의 몫인 겁니다.
긴 하루의 끝에서
18/06/03 15: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상을 추구하되 냉철히 현실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 누구에게나 이상은 있습니다. 크게는 세상의 모습, 작게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꿈들이 각자 있기 마련이죠. 이상이 없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삶의 목적과 이유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상이 없는 인간의 삶이란 하루살이와 같은 한낱 미물의 삶에 불과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꿈꾸는 이상이 무엇이냐는 것이죠. 이상은 정의를 바탕으로 한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이상을 정의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정의의 기준과 범위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단 하나로 상정되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합리한 현실을 두고 대립하는 것이 반드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일 필요는 없으며, 이는 이상주의와 이상주의의 대립일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불합리한 현실이라는 것조차 각자 인식하는 합리와 정의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현실을 동일하게 인식하더라도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은 또한 다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없이 이상만을 추구하는 것은 이상에 대한 무책임함이며 어린아이와 같은 태도이고, 현실의 논의들을 오로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대립, 더 나아가서 정의와 불의의 대립으로만 치환하고 인식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한 시각에 근거하여 현실을 왜곡되어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다수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주의일지라도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현실주의인 것도 많이 있습니다. 현실에서야 실제로 생각하던 바, 꿈꾸던 바가 실현되었느냐 아니냐 하는 결과로서만 둘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 이전에 후자를 지칭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전자를 지칭하는 다수의 사람들보다 더 통찰력이 있고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에는 굳이 운이라는 요소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후자의 사람들이 충분히 이상이 아닌 현실을 이야기하던 것으로 볼 수도 있을 테죠.
18/06/03 16:25
수정 아이콘
이글의 이상주의자-현실주의자 구분은 어떻게 행동할지를 기준으로 잡는다. 일반적인 기준도 그렇다. 예를 든 일제강점시대에서 이상주의자를 독립을 위한 행동, 현실주의자는 현실을 위한 관조로 본다. 그러나 이상주의자는 궁핍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진정한 현실주의자다. 반면 현실주의자는 현실을 회피하는 회의주의자 또는 실용주의자일뿐이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오는 고통을 오롯히 직시하며 행동하는 이들이 이상주의자로 매몰될 때 남겨진 시간은 현실이라는 핑계로 순응으로 가득할 것이다.
18/06/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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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테러라고 생각하지만 효과가 있었다....인데, 사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긴 하죠.
처음과마지막
18/06/03 16: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김구 같이 살것인가? 이완용 같이 살것인가?
물론 중간도 있습니다만 둘중하나만 택하라면?

지금도 마찬가지죠 김기춘 우병우 같은 매국노들도 있고 그래도 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많죠
친일파 매국노들은 포장해봐야 친일파 매국노죠
똥을 포장해봐야 똥이고
황금을 신문지로 대충 포장해도 안에든건 황금이죠

현실적으로 적극적인 친일파들은 해방후 운이 좋았어요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나치에 협조한 사람들 철저하게 처벌했고 지금도 찾아서 처벌 하고 있죠

친일파나 독재쿠데타 협조한 세력들 운이 좋았던거죠 제대로 법대로 정의롭게 심판하면 다들 처벌 받아야되지만 우리 역사가 꼬이면서 전두환이나 그 부하들이 아직 살아있는 현실이 올바른 현실은 아니죠

일제시대 전범되서 전쟁터에서 죽는것보다야
독립군되서 일본놈들 하고 싸우는게 더 현실적으로 똑똑한거죠
물론 박정희 같이 일본군육사 졸업하고 해방후에는 남로당 간부하다가 쿠데타한 인간도 있지만요
앞으로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고 의식이 높아질수록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나빠지겠죠
본인도 독재하다가 여러사람 다치게 하고 겨우 술판벌이다가 총맞고 죽고 별로 행복한 말년도 아니죠

이완용 같은 매국노들 변명이 그거죠
대한민국이 해방될줄 몰랐다는거죠
당시 전 세계 흐름을 잘 모른거죠 그 누가 이완용같이 이름을 남기고 싶을까요?
세종머앟괴꺼솟
18/06/04 16:38
수정 아이콘
너무 이분법이네요
아니아니
18/06/06 06:55
수정 아이콘
A1의 답변은 "이상주의자는 독립운동을 테러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 이라고 하는편이 이해하기 쉬울것 같습니다. 물론 작성자도 부연설명에서 그 점을 말하고 있지만 댓글을 보아하니 잘 전달되지 않은것 같거든요.

그리고 언급하신 질문 보다는 이 글에 대한 반응으로 구분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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