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북핵 위기가 한창일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엔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란 말이 떠돌았습니다. 그 어떤 약속도 핵만큼 확실한 보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죠. 저 개인적으로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그 어떤 안전보장도, 그 어떤 경제개발도 핵만큼 확실한 효과를 담보해주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지금 북한은 매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죠.

그래서 원랜 5년 뒤든, 10년 뒤든 미국이 신경 못 쓸 상황이 온다면 북한이 뒤통수를 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핵능력 후퇴시키는 것만 해도 어디냐, 북한이 개방에서 폐쇄로 돌아가지 못하게 최대한 핵능력 후퇴시키고 최대한 개방시켜야 한다... 이런 요지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중국이 생각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핵을 갖는 게 북한에겐 개혁개방과 경제개발보다 훨씬 더 이득이지만, 그 핵을 얻을 가망이 중국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사라진 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지금까진 중국이 뒤에서 부추겨서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중국은 이걸 이용해 미국과 북한과 협상을 유도하여(쌍중단 같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는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지만, 사실은 중국이 생각보다 훨씬 더 북한의 핵개발을 싫어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협박이나 MD 협박 같은 게 주요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중국 스스로가 싫어서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고 강렬한 반대의지를 전달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왜냐면 중국으로선 북한을 자기 속국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북한이 정말로 핵을 갖추게 되면 건드릴 수가 없게 되니까요. 한국은 아무리 끌어들이려 해도 제대로 돌아가는 민주국가라는 점과 미국과의 오랜 동맹의 역사 때문에 완전한 친중으로 끌어들이긴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을 확실한 친중으로 바꿔서 주북중군을 만든다든지, 동해로 나가는 항구를 확보하든지 해야 남중국해에 펼쳐진 미국의 포위망에서 벗어나고,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데, 북한이 핵을 완성해서 중국에게 안보적으로 의지하지 않게 되면 북한을 종속시키기 어려워진단 말이죠.

즉 중국이 미국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북한이 핵무장 하는 꼴 너무너무 보기 싫어서 스스로의 의지로 막은 거라면, 우린 북한이 생각보다 훨씬 더 중국과 거리를 두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가 내 핵무장을 막아? 잘 생각해라. 우리도 미국과 가까워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주북미군까진 너무 중국과 척을 지는 것이기에 어려울 거고, 등거리 외교로 최대한 자기 가치를 높이려 하는 걸 정말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생기고, 그게 실패해도 핵을 현실적으로 가지는 게 어렵다면 최대한 지원을 받아 경제라도 발전시켜야 하니까요.
반대로 중국의 제재가 미국에 의한 울며겨자먹기 식이었다면, 지금 이러는 거야 북한의 투정 정도고 조만간 다시 끈끈한 관계로 돌아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