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주말 갓오브워를 꽤 오래 달렸습니다. 구석구석 여행하는 재미도 있고 경치 구경도 하고 어려운 엔드 콘텐츠 중 일부도 즐기면서 정말 간만에 나에게 딱 맞는 갓겜을 즐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생각엔 이제 중간쯤 왔나보다 싶었고 다음 주 주말에 나머지 다해서 엔딩을 볼 것으로 예상했죠. 물론 당연히 제 착각이었습니다.
평일 동안 역시나 저는 월급루팡질 하며 PGR을 즐겼고 제 목표는 어벤져스3 스포를 당하지 말자였습니다.
간단한 거였죠. 질문 게시판을 들어가지 않고 자유게시판에 어벤져스3 소감 글들을 보지 않으면 됐거든요.
유머 게시판에도 지뢰는 넘쳐났지만 친절한 피잘 분들을 믿고 [스포 주의]만 피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을까요? 유머게시판의 한 글을 아무 생각없이 클릭하곤 저는 벌을 받았습니다.
[갓오브워]와 [어벤져스3] 두 단어가 들어간 아주긴 제목이였죠.
그 글은 그 둘에 대해 스포일러를 아주 농도 깊게 써논 짧은 글이였습니다.
뒤통수가 얼얼해진 상태로 제목을 보니 갓오브워와 어벤져스3 뭐시기뭐시기뭐시기 스포 주의
라는 제목을 가졌더군요.
글 쓰신 분에게 댓글로 스포주의를 그 긴 제목에 뒤에 붙이시는 건 너무하신다는 댓글을 달았고
글 쓰신 분은 추후 제목을 바꾸셨더군요.
이미 당한 스포 최대한 잊어 보자며 디제이 맥스를 플레이해보고 헤드셋 끼고 라디오 헤드를 들으며 미친 듯이 발버둥도 쳐봤지만
그 스포는 점점 제 뇌리에 깊게 더욱 깊게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간만에 회사도 일찍 끝난 기념으로 플스를 키고 갓오브워를 즐겼습니다.
제 예상엔 절반 정도 왔고 오늘 스토리 조금만 진행해보자 생각하고 10분이나 됐을까요?
제작진의 일부가 캐릭터 옆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들이 심혈을 기울였던 결말이 나왔고 조금 있으니 엔딩이 나오더군요.
저는 정말 아무 감흥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결말에 감흥은 없었지만 정말 미친 듯이 빡 이라는 게 차오르며 패드를 집어 던져 버리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다행이 어느 정도 정줄을 잡았는지 침대 위로 던져서 잠깐 패드가 말을 안 들었다가 다시금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이 화가 가라앉지가 않습니다.
천천히 누워서 화를 가라앉히며 갓오브워 제작진에게 진심에서 올라오는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정말 잘 만든 엔딩이였다며.
모르고 있었을 때 느꼈을 감동과 앞으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늘 밤 잠을 잘 못 이루었구나 싶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 감동과 기대감은 온데간데없이 제가 느꼈을지 모를 그 감정들을 상상하며 담배나 뻑뻑 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쯤 정줄을 놓고는 이글을 왜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갓오브워를 즐기시는 분은 스포절대 당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일단 오늘 밤새서라도 엔딩보시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글엔 유머가 없었습니다.
영화든 게임이든 그 어떤걸봐도 실웃음도 안나올 내용이었죠.
오늘 밤은 글렀습니다.

게임의 엔딩을 곱씹어보며 맛있게 즐겼을 그 감정들 대신 그 글을 쓰신분에 대한 분노를 쌓으며 오늘 하루를 마감합니다.

당신에게도 스포의 행운이 따르기를 정말 간절히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