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4/21 01:59:35
Name 맥주귀신
Subject [일반] 너구리 귀신 이야기
일본에 어떤 여자가 있었는데 평소 '작은 운'이 많았다고 합니다.
큰 행운 말고 소소한 작은 운들요.

예컨대,

자전거가 크게 고장나서 자전거를 고치러 갔는데, 마침 자전거가 필요없어서 싸게 팔려고 그 자전거포로 온 어떤 할머니를 만나서 수리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그 자전거를 가져 올 수 있었다는 것 같은.

평생 살면서 한번도 겪기 힘들지만, 그렇지만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그 여자의 생활을 주변 사람들도 참 많이 궁금해 했답니다. 그러다가 신내림을 받았다고 알려진 가족지인이 와서 그 여자가 왜 그렇게 작은 행운들이 많았는지 얘기해 주더랍니다. 얘기인 즉슨,

여자가 어렸을 때 집에 모시던 불단(일본에는 집집마다 불단을 모시는 경우가 많이 있대요) 옆에 낙서를 했다고 합니다. 여자는 원래 말을 그리려고 했대요. 말을 그리려고 하는데 워낙 꼬맹이일 때 그리다보니 말의 형상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고, 그 불단을 지나가던 '너구리 귀신'이 그 그림을 보고서 자기를 그린거라고 착각했다고 합니다.

불단은 '신'을 모시는 곳인데 자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본 너구리 '귀신'이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작해야 귀신밖에 안되는데 왜 불단에 나를 그렸지?'

그래서 그 이유가 궁금해진 너구리 귀신은 그 그림 주변에 계속 머물렀다고 해요. 그런데 그 집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 자꾸 절을 하고 맛있는 것도 가져다 바치고 인사를 하고 하니까 너구리 귀신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고작 '귀신'밖에 안되는 자기에게 성의를 다하니 감동을 하게 된거지요. 그래서 너구리 귀신은 이 집 식구들에게 행운을 베풀자. 특히 이 그림을 그린 저 여인에게는. 이라고 마음을 먹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구리 귀신은 아직 '귀신'일 뿐이라 대단히 큰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죠.

할 수 있는 것은 일상의 작은 일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일 뿐. 그래서 너구리 귀신은 최선을 다해서 여인에게 행운을 빌었고, 그 여인은 평소 작은 운을 많이 누릴 수 있게 되었던 거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밧줄의땅
18/04/21 02:29
수정 아이콘
소소한 느낌의 이야기인데 근래 본 글 중에 가장 뭉클해요. 위 상황은 모르고 한 일이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다가가는 일화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어요.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추천 꾸욱.
마스터충달
18/04/21 02:46
수정 아이콘
너부리야 ㅜㅜ
순규성소민아쑥
18/04/22 17:55
수정 아이콘
보노보노 + 김전일 or 코난? 너부리가 피해자군요.
눈짐승
18/04/21 02:50
수정 아이콘
너구리 귀신 이야기를 맥주 귀신님이......
웨인루구니
18/04/21 02:50
수정 아이콘
령리한 너구리네요..
시나브로
18/04/21 02:52
수정 아이콘
작은 운은 이 너굴맨이 빌고 있으니 안심하라구!
eternity..
18/04/21 03:11
수정 아이콘
너구리 한마리에 소주한병 몰고가야 겠어요 크크크
18/04/21 07:08
수정 아이콘
와따시너구리데쓰네
곡사포
18/04/21 07:25
수정 아이콘
다시마 두개~!!
후따크
18/04/21 07:35
수정 아이콘
유유백서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본격 배틀물 돌입하기 이전 영계탐정으로 활동할 때요. 폼포코너구리대작전을 봐도 그렇고 너구리는 일본 전승에서 참 친근한 동물인듯. 카와이~~
18/04/21 08:46
수정 아이콘
vkrko님께서 올려주시던 일본괴담들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及時雨
18/04/21 20:46
수정 아이콘
덧글 읽다가 깜짝 놀랐네요 크크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린언니
18/04/21 09:55
수정 아이콘
타누키쨔응~
치열하게
18/04/21 11:00
수정 아이콘
너구리야. 오동통면을 사서 미안해 ㅠ
아점화한틱
18/04/21 11:16
수정 아이콘
보노보노에서 악의적으로 묘사된걸 보면 보노보노 작가는 사소한 불운들이 많을지도
이민들레
18/04/21 14:43
수정 아이콘
하지만 너구리가 자신에게 절을 하는게 아닌걸 깨닫고 배신감에....
Supervenience
18/04/22 02:28
수정 아이콘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순규성소민아쑥
18/04/22 17:56
수정 아이콘
너구리 목욕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736 [일반] 나이 서열 문화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103] shangrila4u19349 18/04/22 19349 18
76735 [일반] [영화] 내가 좋아하는 대사 한 줄 [59] 항즐이14674 18/04/22 14674 9
76734 [일반] 13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풀메탈패닉! [38] v.Serum16436 18/04/22 16436 0
76733 [일반] 술은 정말 비만의 원인이 되는가? [68] 피카츄백만볼트16430 18/04/22 16430 3
76729 [일반] 의지가 아니라 능력을 증명하라 [8] minyuhee10611 18/04/21 10611 8
76728 [일반] 강간인가 아닌가? - 당신이 판사라면?(문제 편) [145] Marcion18092 18/04/21 18092 23
76727 [일반] 2018년 4월 20일, 건담 애니메이션 신작 발표 [32] SwordMan.KT_T12458 18/04/21 12458 0
76726 [일반] 이제 와서 뒷북치는 2017년 애니 이야기 [46] 이르8844 18/04/21 8844 1
76723 [일반] 어제 새벽에 참 희한한 꿈을 꿔서 남겨봅니다. [28] 고란고란8178 18/04/21 8178 0
76722 [일반] DJ Avicii가 오늘 사망했습니다. [31] 삭제됨18797 18/04/21 18797 2
76721 [일반] 너구리 귀신 이야기 [18] 맥주귀신8368 18/04/21 8368 16
76720 [일반] ADIEU ARSENE 벵거 사임과 관련된 여러 말말말 [35] gooner9934 18/04/20 9934 17
76719 [일반] 표준어의 어려움 [83] 전문직이되자9317 18/04/20 9317 1
76718 [일반] [보드게임 소개] 배틀스타 갤럭티카 [34] Serapium9315 18/04/20 9315 6
76717 [일반] 어느 마을의 소년 이야기(1) [22] 미사쯔모7485 18/04/20 7485 1
76716 [일반] Pgr운영유감 2 [541] 사악군21649 18/04/20 21649 40
76714 [일반] (블라인드 펌)대한항공 치킨커리 논쟁.jpg [911] 성동구41972 18/04/20 41972 1
76713 [일반] [단편] 07 드래곤나이트의 선물 [35] 글곰9963 18/04/20 9963 37
76711 [일반] 영화 그날바다 후기(스포주의) [2] 히야시8851 18/04/20 8851 10
76710 [일반] 구글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앱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8] 아마데11004 18/04/20 11004 3
76708 [일반] 이번 여행을 하며 지나친 장소들 [약 데이터 주의] [26] Ganelon9257 18/04/20 9257 43
76707 [일반]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도입 철회 [120] 중태기20465 18/04/19 20465 3
76706 [일반] [수필] 거미를 안전하게 풀어주었습니다. [31] 도로시-Mk27356 18/04/19 7356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