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기업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A1, A2, A3..세 가지가 있는데 이중 돈이 되는 품목은 A1뿐이고
나머지 A2와 A3는 사회복지차원에서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A1이 더 좋고 맛있다는걸 알면서도 돈이 없는 서민들은 A2,A3라는 물품이라도 그나마 먹을수 있어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A1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정부에서 '경쟁체재 도입'이라는 이유를 들어
B회사를 설립하여 B1 물품을 판매하게 합니다.
다만 B2, B3는 돈이 되질 않으니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B1품목은 적자가 나는게 뻔할 B2, B3품목을 판매하지 않으니 A1품목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팔 수가 있습니다.
어떤이는 사회복지고 나발이고 B1을 싸게 살 수 있으니 대만족을 합니다.

이 와중에 웃기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B회사를 차리는데 돈 한푼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B회사 생산라인을 A회사 직원들이 '파견'형식으로 들어가서 돌립니다.
생산이며 유지, 보수, 사후 처리까지.
당연히 A회사를 운영하며 쌓였던 노하우를 B회사는 아주 싼 가격에 거의 날로 먹을 수가 있으니
이런 땅짚고 헤엄치기가 따로 없네요.

'경쟁체재'라면서 B회사의 물건을 A회사에서도 팔게 만듭니다.
진정 경쟁이라면 같은 동네에 B회사도 판매점을 차려서 따로 자신들의 물건을 팔아야 하건만
A회사에서 B회사의 물건을 팔아주니 B회사 입장에서는 이 또한 땅짚고 헤엄치기입니다.
물론 B회사도 A회사의 물건을 팔아주게 해서 서로 약간의 수수료를 받아먹게 하지만
전국에 유통망이 갖추어진 A회사와는 달리 B회사는 그나마 판매점도 몇개 갖추질 않았네요.
그 몇개 만들지도 않은 B사 판매점에서 판매한 A회사 물품의 수수료 또한
A회사가 판매한 B회사 물품 수수료의 4-5배를 챙겨 갑니다.

A회사는 이제 죽을 맛입니다.
A2, A3물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그나마 돈이되는 A1제품만 생산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그동안 A2, A3제품을 잘 사먹던 전국의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날게 뻔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쯤되면 어느 회사 이야기인지 대충 감이 오시겠죠?
네,,코레일과 SRT이야기 입니다.
결국 회사의 흑자유지를 위해 남는건 인건비를 짜아내는 것 뿐.
평소에도 돈에 여유가 없어 대체근무를 허하지 않았기에 근무여건상 제대로 연차도 내질 못했던 직원들에게
대체근무는 불허하나 적극적으로 연차를 사용하라..대신 부족한 인원은 알아서 하라,,는 지시를 내려
관리자급들은 연차를 낸 후 출근을 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그나마 대체근무가 용이했던 기관사들이나 여객전무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
기관사나 여객전무의 공백이 발생하면 본부나 본사 직원들이 토,일 쉬지도 못하고
추가 수당도 한 푼 받지 못한 채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또한 안전운행에 막대한 차질이 벌어지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현장 사업소 서무담당들..일이 차고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한달에 시간 외 수당 8시간도 달지 못하게 합니다.
관리역 직원들 여유가 남는것도 아닌데 소속역 직원들 연가, 병가, 교육 등 부재시엔
매번 파견 근무를 나가야 합니다.
소속역보다 오히려 관리역에서 직원이 적게 근무할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네,,이런 현실을 전혀 몰랐다면 저라도 KTX보다 저렴하게 SRT이용하는걸 좋아라 할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내막을 조금만이라도 들여다 본다면,
과연 이게 제대로 된 '자유경쟁체재'인건지 의구심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이 시간에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연 이틀 연속으로 야간근무를 했음에도,
오늘 아침 9시에 퇴근하면 비번임에도,
추가 수익을 위한 관광열차 고객 안내를 해야하기에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귀가해야하는,,
한 코레일 직원이 푸념글을 늘어놓았습니다.

새벽이라 정신 집중도 안되고,
아래 코레일 적자글을 보고 순간적으로 필받아 쓴 글이기에 엉망일 수 있으며,
야간 작업 후 7시에 관광열차 안내를 해야하기에 피드백도 못할;;것 같지만,
밤 늦게라도 들어와 달린 댓글들 정독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