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번 글을 올렸지만 지난달 즈음에 아버지가 머리 좀 아픈듯하다 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니, 뇌동맥류 진단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혈관에 꽈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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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린 글.
다행히 터지기 전에 발견했는데, 터질 수도 있고 터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터지면 왠만하면 몸 성하기 힘든 그런 병이라고 하더군요.
몸에 시한폭탄 생기는 셈이니 왠만하면 수술하는게 낫지 않을까 했는데, 지역 조대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할때는 의사가 계속 말을 빙빙 돌리더군요.
의사 : "약간 위치가 깊어서 수술을 하는데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족 : "그럼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의사 : "터질지 안터질지는 그때 가봐야 압니다."
가족 : "그럼 수술하면 괜찮나요?"
의사 : "수술해서 걸어서 나올수도 있고 죽어서 나올수도 있습니다."
가족 : "그럼 가만히 놔둬야 하나요?"
의사 : "일단은 될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가족 : "지켜보다 터질 수도 있지 않나요?"
의사 : "그건 가봐야 압니다."
가족 : "그럼 수술해야 하나요?"
의사 : "저라면 좀 지켜보고 싶습니다."
가족 : "그럼 지켜보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
의사 : "그건 경과를 좀 봐야..."
가족 "그럼 수술해야 하지 않나요?"
의사 : (실실 웃으면서) "그러면 서울이나 미국 같은데 가는것도 방법이구요."
수술을 해야 할까요 하면 "글쎄 수술하면 잘 될수도 있고 잘못될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놔두면 터지지 않게 관리 가능할까 하면 "글쎄 터질지 안터질지는 가봐야 압니다."
수술하면 괜찮겠느냐 하면 막 죽어서 나올수 있다 이러고,
놔두고 관리하면 괜찮겠는가 하면 터질지 안터질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식으로...
보니까 수술을 하긴 부담스러워 하는것 같은데 뭐라고 명확하게 말을 해서 책 잡힐까 두려워 그러는듯 한데 심정은 이해하지만 환자 가족 입장에서는 답답하더군요.
일단 서울 아산 병원이 그쪽에서는 가장 유명하다고 해서 가서 안재성 교수라는 분을 봤는데,
아버지가 여전히 활발하긴 하지만 60대도 넘어서 곧 70세 가까워지고 전에 병원에서 너무 간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솔직히 수술 하긴 힘들겠다라는 생각도 했고, 어머니랑 같이 이야기 해서 "일단 거기도 가보고, 혹시 의사 선생님이 수술 안해주려고 하는 인상이면 우리도 그냥 그 말 따르고 알아서 조심하자(터질지 안터질지 가봐야 안다는데 뭘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고 마음먹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쪽 교수님이 같은 자료 보더니
"5mm 좀 넘네요. 이 정도면 시술을 해야 할것 같네요."
"예?"
같은 자료 봤을때 조대병원에서는 3mm 안되니 그냥 지켜보자는 식으로 이야기 하던데... 아무튼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그러면 수술해야 하나요?"
"수술은 아니고 시술하면 됩니다. 하실거죠?"
"하면 해야죠."
"몇가지 검사 더하고 날짜 잡으시게요."
그리고 어제 아버지가 어머니랑 같이 병원 가시고 오늘 아침부터 시술하고, 부모님이 장사 하시는지라 전 직장에 며칠 휴무 좀 내고 집 지키고 가게 열고 있는데, 방금전에 "시술 잘 되었고 오늘 중환자실 누워 있고, 한 3일 정도 입원하다가 봐서 괜찮으면 퇴원하면 된다." 고 연락이 왔네요.
혹시 나중에 후유증이 안남았는지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일단 잘된것 같아서,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황당한 기분입니다.
물론 조대병원 의사님도 자기 여건에 맞는 상황에서 최적의 조언을 해주신거겠지만 막 "수술 하면 죽어서 나올수도 있다." 막 이렇게 겁을 주어서 방법이 없나 보나까지 생각을 했었는데,
서울 병원 가니 무슨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마냥 쉭쉭 검사하고 시술하더니 며칠 있다 퇴원하면 된다니...
지방 살면서 주위에서 아프면 무조건 병원은 올라가서 해라 라는 말 귀에 딱지가 나게 주위에서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체감이 되니 참 묘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