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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9 04:32
모 카페에서 논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모릅니다만 여하간 본문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백성 고기방패설'은 사실 고증과는 별개로 '문학적' 해석에 활용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대충 '기본적으로는 선량하고 호의로운 성격이었던 유비는 인정에 이끌려 백성들도 함께 데려가 돌보기로 결정했으나, 바보가 아니었던 이상 한편으로 이러다 X되는 거 아닐까하는 염려가 당연히 있었고, 2차적인 보신책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렴풋하게 무의식적인 수준으로는 고려한 상태였다. 가능하다면 찌질한 결론을 피하고 만민 구제라는 이상을 실현하면서 자신의 도덕욕 내지 윤리적 허영도 충족하고 싶었으나 막상 현실로 닥쳐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 되자 반쯤 패닉에 반쯤 타산적으로 백성들이 학살 당하는 틈을 타서 자기 목숨만 살려 도주하는 것을 택했다. 겨우 안위를 확보한 뒤에는 자괴감과 수치심이 느껴졌고 동시에 스스로의 체면을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자살 소동도 벌이고,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추한 욕망과 내면을 억압하려 했지만 그것을 아예 의식할 수는 없었기에 조운이 살려 돌아온 유선에 대한 공격성으로 드러났다' 라는 식으로 유비가 완전한 개아가도 의인도 아닌, 윤리의식이 있지만 현실인지 능력과 자기보존욕도 겸비하고 있고 중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신의 진면모를 감지할 줄 알며 이것을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위장하기 위해 애쓰는 입체적인 보통 사람임을 묘사해서 중드나 장르 소설 내면 흥미롭긴 할 것 같네요.
17/07/09 04:33
모 카페에서 논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모릅니다만 여하간 본문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백성 고기방패설'은 사실 고증과는 별개로 '문학적' 해석에 활용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대충 '기본적으로는 선량하고 호의로운 성격이었던 유비는 인정에 이끌려 백성들도 함께 데려가 돌보기로 결정했으나, 바보가 아니었던 이상 한편으로 이러다 X되는 거 아닐까하는 염려가 당연히 있었고, 2차적인 보신책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렴풋하게 무의식적인 수준으로는 고려한 상태였다. 가능하다면 찌질한 결론을 피하고 만민 구제라는 이상을 실현하면서 자신의 도덕욕 내지 윤리적 허영도 충족하고 싶었으나 막상 현실로 닥쳐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 되자 반쯤 패닉에 반쯤 타산적으로 백성들이 학살 당하는 틈을 타서 자기 목숨만 살려 도주하는 것을 택했다. 겨우 안위를 확보한 뒤에는 자괴감과 수치심이 느껴졌고 동시에 스스로의 체면을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자살 소동도 벌이고,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추한 욕망과 내면을 억압하려 했지만 그것을 완전시 직시할 수는 없었기에 조운이 살려 돌아온 유선에 대한 공격성으로 치환되어 드러났다' 라는 식으로 유비가 완전한 위선자도 의인도 아닌, 윤리의식이 있지만 현실인지 능력과 자기보존욕도 겸비하고 있고 중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신의 욕망 사이의 충돌을 감지할 줄 알며 이것을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위장하기 위해 애쓰는 입체적인 보통 사람임을 묘사해서 중드나 장르 소설 각본으로 활용하면 흥미롭긴 할 것 같네요.
17/07/09 04:37
한가지 지적하자면 유비는 평생 자살 같은거 생각 안 한사람입니다, 그런 퍼포먼스 같은거 한적도 없고요(오히려 조조가 뜬금없이 그런적은 있음) 끝까지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 한 사람이지.
17/07/09 04:42
아 저건 걍 각본 콘티로 즉석에서 임의로 떠올린 겁니다. '사실 고증과는 별개로'라는 게 그런 의미고...어차피 삼국지 연의만 해도 이미 이런저런 인물들의 역사적 실재와는 부합하지 않는 재해석이 상당히 이뤄져 있죠. 하지만 문학적으로 캐릭터 개연성이 있으니 잘 먹히고.
17/07/09 04:44
전문가 고증 없는 역사논쟁은 재미로 보고 넘어가야지 눈 시뻘개져서 자기가 맞다고 우길 필요가 없습니다. 환독의 폐해를 자주 겪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99.9%의 경우 정설이 아니면 안믿습니다.
17/07/09 04:51
사실 그렇습니다. 근데 이 글 자체가 기본적으로 눈 시뻘개져서 화풀이 용으로 쓴 거라서요.
그리고 저는 형주 장판파가 사실 저기였다라는 '정설'을 말한거 뿐 입니다.
17/07/09 09:54
우기는지 안우기는지는 글의 논지를 통해서 확인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근거가 주어지고 이를 통해 논지를 전개하는 것인데 이 어찌 우기는 것인가요?
17/07/09 17:18
음.. 너무 제가 압축적으로 글을 적었군요. 글쓴이님은 '정설'에 가까운 말씀을 하고 계시는데 모 카페 분들이 전문가 고증도 없는 논쟁을 하셨던 것이거든요.. 눈이 시뻘개진건 글쓴이가 아니라 그분들입니다.
17/07/09 09:46
개인적으로 장판파에서의 유비의 모습이야말로 백성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던 사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고기 방패라니 재밌네요 크크 정반대로 제갈량을 비롯한 신하들이 백성들을 버리고 강릉에서 조조에게 대항하자는 제안을 단번에 거절한게 유비죠. 결국 강릉도 잃고 손권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던 유비였지만 장판파에서의 유비의 행동은 나중에 유비가 형주를 차지했을 때 백성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조차 없던 어마어마한 이점을 가져다줬죠. 물론 관우가 통치한 후에 이야기는 달라졌지만요.
17/07/09 13:00
정사에선 딱히 백성 버리고 강릉가자는 신하가 누군지 나온적은 없습니다(이 사태 이전에 제갈량이 유종쳐서 아예 양양 먹어버리고 대항하자고 한 적은 있음)그 관우조차 여몽이 '관우는 은혜와 신의를 널리 베풀어 도모하기 어렵다'라고 했을 정도고, 후일 유비가 이릉으로 들어올때 무릉, 영릉, 계양의 이민족과 그곳 백성들, 관우의 잔당들이 죄다 호응하려고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보즐이랑 반준이 이릉대전 내내 거기 틀어막고 있어야 했습니다.
17/07/09 12:55
옛날 디시 어느 갤이 망했을때 살려보겠다고 백업하던 곳입니다. 최근에 얘기 들어보니 운영진 자리가지고 소송나고 개판이더군요. 2014년 삼도는 양반일 정도로요.
17/09/10 14:32
어디서 봤던 글이 다시 올라와서 이렇게 좋은 글을 쓸수 있는 분이 또 계신건가, 퍼온건가, 아니면 다시 쓰신건가 하고 봤더니...
17/09/10 15:54
삼국지에 유비는 조조에게 쫓겨 강릉으로 도망을 갔다고 나온다.
모두 알다시피 강릉은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도시이다. 중국의 유비가 한반도 동해안으로 도망을 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7/09/10 21:46
그럴리가요.
우리 조상들이 세운 환국은 한반도가 아니라 대륙 한가운데! 결국 우여곡절끝에 반도로 들어온 조상들은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17/09/10 21:51
백성들 방패로 삼을 사람이었으면 이미 유표 사망 직후 형주 접수를 했거나, 입촉때 방통의 성도 기습 작전을 받아들여 삼국지의 역사가 바뀌었겠죠.
너무도 우직하게 명분을 앞세우다 어정쩡한 업을 세운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으니...
17/09/10 23:48
애당초 그것만이 대업을 이루는 길이라고 믿은 사람이니까요. 결국 그렇기 때문에 유비가 '유비'인채로 오늘날까지 남은 것으로 봅니다.
17/09/11 11:04
그래서 이룬 업적에 비해 이렇게도 인기가 많은 것 같네요. 따지고 보면 어정쩡한 지방군벌에 불과한데.. 참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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