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
2017/08/07 13:44:38 |
Name |
마음속의빛 |
Subject |
[일반] (스포) 택시운전사 감상! 역시 영화는 아무 것도 모른 체로 봐야 제맛! |
개인적으로 5ㆍ18 민주화운동 시기에
아버지(당시까지만해도 어머니와 깊은 교제는 안 하셨지만...)께서
광주에 잠깐 올라가 계셔서
자칫 제가 태어나지도 못할 뻔 했다는 얘기를
몇 번 들어서인지 이런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곧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개봉후 반응보고 판단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언론이 탄압되고 외국 기자분이 목숨 걸고 찍은 사진 덕에
광주의 상황이 세계에 알려졌다는 건 들었었지만,
거기에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의 존재까지는 몰랐던 터라
뒤늦게 개봉했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cgv에 갔는데 군함도 사태로 택시운전사는 상영관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더군요.
2시 영화를 보려했는데 저녁까지 모두 매진 상황이더군요.
답답한 심정으로 매표소에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려보는데
30분쯤 줄서서 겨우 제차례.
입석하면 안 되냐는 질문에 그건 안 된다는 답변과 함께
3시 상영관에 한 자리 있는데 괜찮냐고 묻기에 바로
표를 끊었습니다.
영화 시작부!
1980년 5월 18일 오후~
자막을 읽으며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송강호가 아직 서울에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벙벙~ 무대는 준비되어 이야기는 시작되었는데
배우가 아직 무대에 도착해있지 않은 상황?
송강호는 소시민 택시기사를 연기하며
능청스럽게 일상물을 찍고 있는데
제 머리는 자막을 읽었을 때부터 멀티프로세서로
'화려한휴가'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한산한 고속도로.
그리고 등장하는 군인들!
제 군생활 때도 그랬지만, 군인입장에서 시민들에게 존대하고,
시민이 된 지금은 존대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린 친구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에 나온 군인들은 제가 아는 군인들이 아니더군요.
20대 초반의 군인이 40대쯤으로 예상되는 택시기사에게
반말하는 모습과 m16소총이 겨누어질 때
군인들 표정을 보니 영화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영화관 전체가 적막에 휩싸였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군용 헬리콥터를 보니
최근 금남로쪽에서 도청방향으로
공중사격이 있었던 사실을 보도한 뉴스내용이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도시 재현도 훌륭했고, 광주시민들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다만, 영화 중반부에 독일기자의 사진만이 모든 진실을 알릴
유일한 수단으로 취급되던 게 안타깝고 이해가 잘 안 되었습니다.
국내 기자들이 찍은 방대한 사진들도
시간이 지나 군사독재가 사라지는 날,
진실을 알리는 자료가 될 수 있을터인데
너무 쉽게 외국기자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 말도 많은 후반부 레이싱 장면을 없애고
국내 기자들이나 다양한 업종의 광주 시민들 모습이
좀더 많았으면 어땠을까요?
송강호의 택시가 광주를 빠져나가려는 그 때,
제 머리 속에서는 '화려한휴가'때처럼 교복입은 학생들이
생각났고, 도청에 모여들 시민들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후반부 레이싱이 없었더라도) 광주 택시 기사분들은
그날에 도청 안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싶어
기사분들이 활약할 때마다 안타까움이 함께 했네요.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는 같은 시간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라 한 쪽 작품을 보신 분은 다른 한 쪽 작품도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엄태구님이셨던가요?
저는 예고편이나 영화내용을 사전에 보고듣지 않았기에
짧지만 강력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혹시나싶어 찾아보니 그 부분도 실화라구요?
김사복씨가 생존해 계신다면 80대 어르신이 되셨겠네요.
부디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네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