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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02 20:49:57
Name 토니토니쵸파
Link #1 http://vitaminjun.tistory.com/92
Subject [일반] 사고
10대 후반의 어린환자가 어머니와 함께 응급실로 들어왔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죠?"
"몸살이 심해서요. 열도 나고 목도 좀 아프구요."

흔한 감기 환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상기도 감염을 고려하며 증상에 대해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불편하셨죠?"
"이틀전부터요"
"기침이나 콧물, 가래는 있나요?"
"그런건 없어요."

차근차근 질문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질문하지 못한 다른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왼쪽 팔에 두드러기가 좀 심했어요. 많이 붓고 빨개지고 그랬거든요."

응? 웬 두드러기?
다시 해당 증상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을 듣는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다.


두드러기는 3주전부터 있었다.
3주전 친구들이 놀러왔길래 환자의 어머니가 밖에서 놀라고 용돈을 줬고,
그 용돈으로 외국인이 많이 있는 지역의 노래방을 갔다고 했다.
노래방에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는데 왼팔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단다.
돌아봤더니 소파사이에 주사기가 꽂혀져 있는걸 발견했다.
사고였다.
그것도 매우 불운하고 불길한.


찔린 뒤 발생한 두드러기와 발적.
3주뒤 발생한 발열, 근육통, 인후통등의 증상.
머릿속에 한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급성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증후군(acute HIV syndrome)]


우선 환자와 보호자에게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병력을 자세히 적은 진료의뢰서를 드렸다.
그리고 대학병원 감염내과에 반드시 가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더 안타까웠던 것은 일주일전쯤 아이가 병원에 가보겠다는걸  환자의 어머니가 그냥 있으면 가라앉는다고 참으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보통 어머니가 병원에 가보라고 하고 아이가 안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상황이 반대였다.
만에하나 내 추측이 맞았다면 아이는 어머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때 가보라고 할껄이라며 후회하시는 어머니께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고 이야기드렸다.
균이 발견되는 검사시기도 있고, 단순한 세균감염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고 말해드렸다.
그러나 차마 최악의 경우를 설명하고 이야기 해드릴 순 없었다.
아직은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니깐...


얼마 뒤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을 떠났다.
그냥 단순한 감기였기를,
부디 내 추측이 틀렸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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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2 20:52
수정 아이콘
허...
17/06/02 20:52
수정 아이콘
으아..ㅜㅜ
軽巡神通
17/06/02 20:53
수정 아이콘
비약이길 빕니다...
토니토니쵸파
17/06/02 21:55
수정 아이콘
저도 기우였기를 바랍니다.
유부초밥
17/06/02 20:53
수정 아이콘
아... 어린 학생에게 부디 아무일 없길
서동북남
17/06/02 20:55
수정 아이콘
모텔에서 원나잇 하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여자는 없고 화장실 거울에 'Welcome to AIDS' 라고 써있었다는 괴담이 생각나네요.
토니토니쵸파
17/06/02 21:58
수정 아이콘
사실 원나잇정도면 남성의 감염확률은 0.04%정도라...
17/06/02 20:56
수정 아이콘
글쓴분한텐 죄송하지만 아 괜히 읽었다 ;;ㅠ
지나가다...
17/06/02 20:56
수정 아이콘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기를...
송하나
17/06/02 20:58
수정 아이콘
너무 무서운데요...
윤가람
17/06/02 21:00
수정 아이콘
와..................
유지애
17/06/02 21:10
수정 아이콘
괴담 급의 얘기네요 ㅜㅜ
그만큼 소설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재석
17/06/02 21:11
수정 아이콘
이런글을 주작이라고 믿어야할듯 하네요ㅠㅠ
오렌지망고
17/06/02 21:12
수정 아이콘
어지간한 괴담보다 훨씬 무서워요...
17/06/02 21:13
수정 아이콘
사고가 아니라 테러아닌가요
토니토니쵸파
17/06/02 22:01
수정 아이콘
주사기가 왜 그곳에 있었는지 추측해보면 저도 왠지 테러이지 않을까 의심은 들긴합니다.
달토끼
17/06/02 21:15
수정 아이콘
소설...이죠? 제발..
토니토니쵸파
17/06/02 22:03
수정 아이콘
결과가 정상이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제 추측이 그저 소설이었기를...
17/06/02 21:17
수정 아이콘
아무 일 없길 바랍니다.

제가 에이즈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일주일 전에 혹시 바로 병원에 갔더라면 더 나아질 여지가 있었나요?
17/06/02 21:31
수정 아이콘
Post exposure prophylaxis로 감염성 질환의 전파 위험을 낮출수 있습니다.hiv역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매우 효과적으로 예방할수 있습니다
문제는 위 경우가 hiv보균자가 썼던 바늘인지 모르는 상태이므로 약제투여가 애매하다는 점이죠
17/06/02 21:45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카서스
17/06/02 21:22
수정 아이콘
설마... 경험담 인가요?
토니토니쵸파
17/06/02 22:02
수정 아이콘
네.
카서스
17/06/02 23:26
수정 아이콘
뒷일은 알수없으시겠죠?
별일 아니길 ㅠㅠ
토니토니쵸파
17/06/02 23:38
수정 아이콘
다시 한번 병원을 찾아오신다면 알 수 있겠죠.
그리고 다시 오신다는건 나쁜 소식은 아닐 가능성이 더 높지않을까 생각합니다.
17/06/02 21:28
수정 아이콘
HIV 감염인이 썼던 주사바늘에 찔린후 HIV에 감염될 확률은 0.3%정도 됩니다
적은 확률이지만 가능성 있는 일이기에 검사 권유하신건 아주 잘하신것 같습니다
사실 needle stick injury때 가장 문제가되는건 b형 간염 c형간염이죠
토니토니쵸파
17/06/02 21:59
수정 아이콘
추가적인 설명 감사합니다.
17/06/02 21:38
수정 아이콘
참내.
17/06/02 21:46
수정 아이콘
주작이었으면 하지만.... 하필 닉네임이 닉네임인지라...........
YanJiShuKa
17/06/02 21:57
수정 아이콘
이런글이 주작이어야 하는데...
cluefake
17/06/03 02:46
수정 아이콘
에구구..제발 아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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