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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31 19:54:59
Name 토다에
Subject [일반] 프랑스 최초의 버블
17세기 프랑스는 중상주의자 장 바티스트 콜베르(1619~1683)를 재무장관이 시행한 보호주의 무역으로 프랑스 산업 기반을 닦았다. 그는 프랑스의 부를 늘리는 방법으로 수출증대와 수입 억제 우선으로 정책을 시행했다. 상선대와 해군력의 증강, 생산시설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콜베르는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네덜란드에서는 조선공을, 스웨덴에서는 광산기술자를, 이탈리아에서는 유리 제조공들을 불러들여 산업을 키웠다. 특히 콜베르는 위그노를 탄압하면서도 무역과 제조업, 조선업에 종사하는 위그노(프랑스 개신교, 주로 상공업에 종사했다.)에 대해서는 차별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나라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하지만 1683년 콜베르가 죽고, 1685년 루이 14세가 위그노에 대한 차별을 조건부로 폐지한 낭트칙령(앙리 4세가 1598년 4월 13일 선포한 칙령으로, 프랑스 내에서 가톨릭 이외에도 칼뱅주의 개신교 교파인 위그노의 종교적 자유를 인정하였다.)을 폐지하면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짐이 곧 국가`라며 왕권신수설을 신봉했던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을 짓 등 사치와 전쟁으로 나라의 재정을 낭비하여 재정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이 양반 궁전에 운하를 파고 카누를 탓었다. 나라말아 먹는 인간들은 왜 이리 다들 물을 좋아하는지.) 무려 72년 동안 재위한 루이 14세가 다섯 살 난 증손자 루이 15세를 남겨두고 1715년 사망했을 때 정부의 채무는 30억 리브로에 달했다. 연간 재정수입이 1억 4,500만. 리브로 였다는걸 고려하면 엄청난 빚잔치를 한 셈이다.

이자도 내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국가 파산 위기에 직면하자 루이 15세의 섭정 오를레앙 공 필리프 2세는 부유층에 은닉 자산을 찾아내(지하경제 활성화??) 세금을 늘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혼란만을 키웠다. 이때 고민하던 필리프 2세 앞에 존 로(1671~1729)라는 인물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타났다. 로가 제안한 요지는 통화 공급이었다. 영국이나 네덜란드처럼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주화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통화 부족 생겨난다며 자기에게 기회를 준다면 채무를 다 갚아줄 뿐 아니라 프랑스를 강대한 국가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로버트 할리 백작이 연상되는건…. 에이 아닐 거야)

-존 로는 스코틀랜드의 전당포 겸 금세공업자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금융 실무를 접했다. 하지만 그는 23살 때 애정 문제로 벌어진 결투에서 상대방을 죽여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곧 과실치사로 밝혀져 벌금형으로 형량이 낮춰졌다. 하지만 로는 잠시 구속되어 있던 런던 감옥을 탈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첨단 금융기법을 익혔다. 로는 토지은행을 설립해 토지를 담보로 지폐를 발행하면 상업과 무역이 발달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말을 들어 준건 발등에 불이 떨어진 프랑스밖에 없었다.-

결국, 프랑스는 1716년 로가 제안한 은행의 설립을 허용하여, 세금은 로가 설립한 은행이 발행한 지폐로만 납부하도록 했다. 자본금 600만 리브로로 설립된 프랑스 최초의 은행, 방크 제너럴이 발행한 지폐는 초기에 대성공을 이루며 경제가 원활히 돌아갔다. 이에 로는 필리프 2세에게 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프랑스 정부 소유인 아메리카 대륙에 루이지애나에 식민지 개발권과 교역권을 독점 소유하는 미시시피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우고, 주식을 일반 공모한다는 계획이었다.

로의 아이디어로 설립한 은행 덕에 재정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고, 특히 필리프 2세의 마음을 끈건 주식매각대금을 프랑스 국채로 받겠다는 것이었다.(이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골치아픈 채무관계도 해결하고 식민지도 개발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대효과에 필리프 2세는 로의 계획을 승인함과 동시에 담배 판매, 프랑스 동인도 회사, 중국회사, 세금청부회사 설립까지 허락 받은 로의 은행은 더욱 번성했다.

당시에 식민지 건설은 곧 황금 유입으로 인식되던 시절이고(에스파냐가 볼리비아 포토시 광산에서 가져온 은이 7,000톤 가량 된다)로가 왕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미시시피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었다. 1718년 액면가 300리브로로 시작한 주가가 1719년 2만 리브로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약세를 보일만 하면 계속된 대형 호재로 반등세를 이끌었다. 외국인 죄수 출신의 존 로는 프랑스 재무총감 자리와 공작 직위까지 따내며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자산도 없이 주식 물량을 너무 많이 공급하고 덩달아 불환지폐까지 남발했기에 문제가 생겨났다. 게다가 주가가 급등하면서 덩달아 오른 물가는 새로운 재무총감 로를 압박했다. 빵과 우유 등 기본 식량이 6배, 의복류는 4배나 올랐기에 사람들은 물가가 더 오를 거라고 예상해 차츰 미시시피회사 주식과 로의 은행이 발행한 은행권을 부동산이나, 금화나 은화로 바꾸기 시작했다. 교환을 요구할 경우 내줄 금이나 은이 지폐 발행고에 2%에 불과한 상황에서 로는 지폐만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거액의 금과 은은 거래를 제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배당할 재원이 없으면 회사들을 합병하고, 더 많은 은행권을 발행하는 구도 속에 4년 새 통화량이 4배로 뛰자 물가는 더욱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돈의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결국, 1720년 6월, 파국이 찾아왔다. 미시시피회사 주식이 수백 리브로까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에 시달린 시민들이 들고일어나자 로는 재무총감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달 뒤 모든 죄는 외국인 로에게 돌아갔다.

4년 동안 프랑스에 몰아쳤던 투기 광풍은 재정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고 물가폭등을 야기해 시민들은 더욱 곤궁으로 몰아넣었다. 로 이후에 다른 재무총감들은 세금제도를 개혁해 재정난을 피하려 했지만 번번이 귀족들의 반대로 무산되며 계급 간의 갈등은 심화 되어 결국엔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

미시시피회사 버블로 인해서 프랑스인들에게는 미시시피나 루이지애나는 쓸모없고 손해만 입히는 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1803년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팔아버리는 데 일조했다. (아깝다) 매각한 크기는 현재 미국 영토에 1/3가량을 차지하는 넓은 땅이다. (투기의 광기 속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한가에 주식을 내 던진 심정이랄까?) 로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프랑스는 은행의 이름을 방크(back)라고 쓰이는 곳이 거의 없다. 200년 전에 쓰라린 실패는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굳어졌다. 대신에 쏘시에테(회사)나 그레디(신용)이라는 이름이 은행 대신에 쓰인다. 만약 방크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면 외국계 회사일 경우가 많다.


-출처 부의 역사-
17~18세기 3대 버블을 소개했네요. 다음에는 대항해시대를 연 포르투칼이 바다로 나선 이유를 한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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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velvet
16/08/31 20:16
수정 아이콘
재밌고 보고 갑니다!
경제, 금융에 대해서 문외한인데 궁금한 점이 있어서 댓글을 달아봅니다.
초기 로의 성공이 이루어진게 고액권? 종이 통화의 유통이 성공적인 것에서 시작된 것 같은데요. 통화의 변경이 그정도로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조선의 경우만해도 쉽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토다에
16/08/31 20:18
수정 아이콘
세금을 지폐로만 받았으니까요.
Redvelvet
16/08/31 20:34
수정 아이콘
조선의 저화의 경우에도 태종 때 등 세금을 저화로 내라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았다하더라구요.
시대, 기술의 차이가 있겠지만 고려-조선에 거쳐서는 안됐던 것이 신기하네요.
16/08/31 20:31
수정 아이콘
조선이 실패한 이유는 세금을 해당지역 특산품 + 쌀로만 받았으니까요.
Redvelvet
16/09/01 01:50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Je ne sais quoi
16/08/31 22:07
수정 아이콘
http://blog.naver.com/alsn76/40199001811 읽어보세요~ 간단히 요약하면 생산성이 낮으니 화폐가 유통될만한 경제력이 없었던 거라고 봅니다.
Redvelvet
16/09/01 01:49
수정 아이콘
아하 감사합니다! 각자의 사정들이 재밌네요 크크크
품아키
16/08/31 20:25
수정 아이콘
버블~버블~
열역학제2법칙
16/08/31 20:37
수정 아이콘
저런 쓰레기같은 왕을 왕권 좀 쌨다고 태양왕이니 뭐니 하면서 빨아주는게 이해가 안가네요... 똥이 무슨 우리나라 전 대통령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인데
다혜헤헿
16/08/31 21:08
수정 아이콘
로가 쏘아 올린 작은공...
나비효과가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게 엄청나네요
드라고나
16/08/31 21:27
수정 아이콘
이 이야기 처음 본 게 국민학교 3학년 시절 학습만화를 통해서였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주식의 무서움을 참으로 잘 알 수 있게 해주었죠.
창조신
16/08/31 23:2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고 갑니다
16/09/01 00:05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불대가리
16/09/01 08:29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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