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14 14:14:12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내 생에 최고의 한 곡
라디오에서 입영열차? 가 나오고 있습니다.
집시여인에 입영열차 안에서까지 연타로 들으니 괜시리 센치해져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 세워두고 끄적;;

--------

02년 1월 2일.
1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로(나중에) 배치받게 되었다.

여자친구와 사실상의 이별을 하고 입대를 해서 그런지,
1월 7일이 기일인 친구의 납골당에 찾아갈 수 없어서인지,
매일매일 돈과 씨름하는 엄마와 중학생인 동생이 맘에 걸려서였는지..

두고 온 사회의 모든 것이 사무치게 그리웠고,
모든 것이 막연하게 그저 슬퍼서 힘든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틈만 나면 노래를 불렀다.
잘 하지도 못하는 노래고, 매일같이 악을 쓰느라 목 상태도 맛이 갔지만, 아는 노래 중 가장 슬픈 노래들을 불렀다.
주로 토니 블랙스톤?의 언브뤡마이 하트와
강태공바리우스의 포에버를 불렀는데,
슬픔을 표출은 하되 그 슬픔이 직설적으로 누군가에게 전달되는건 피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캐릭터는 노래깎는 노인이 되어갔고..;
훈련소 기간에 설날이 포함되어서였는지 훈련병들 중 노래를 "잘" 하는 몇 명을 뽑아서 셀프 위문공연에 엉겁결에 포함되어버리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커서 친구 결혼식에서 김경호 노래를 열심히 짖게 된다; 부르는게 아니라 짖게;;)

-----

부를 곡을 전하는 과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쨌든 "입영열차 안에서" 로 결정이 되었고,
2번. 그러니까 10여분에 걸친 맹훈련으로 합을 맞추고 그렇게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 무대는 대충 이런 느낌이었는데..


아마 그 자리에 원곡자인 이민우가 있었다면 90미리 무반동포로 우리를 날려버렸지 싶다;;
무대 위의 우리는 모두 고스트 입영왕이 되어 이민우가 빙의된 기분이었으나
실상은 불협화음이 무엇인지, 군대 클라쓰가 무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일 뿐이었..는데,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 마음은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많이 위로받았기에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내가 내고 싶은 소리가 아닌, 남에게 들려주는 소리를 내려고 했고,
되는데로 부르고 "야이 그래서 노래 안 들을거야?" 가 아닌,
이런 노래를 들을 흔치 않은 기회를 맞은 불쌍한 노랑 병아리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싶었다.
내가 위로받은 것 처럼..

살면서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 유이한 경우로, 다른 한 번은 아이 돌잔치때 "그대 고운 내 사람" 인가 하는 노래를 불렀던게 전부다.

여튼..
전달이 잘 되었드 그렇지 않든,
위로받고,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무언가를 함으로써 스스로 더 크게 위로받았던 경험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아름다운거다 이게..
그.. 미국에 이민간 필리핀 동포들을 위해서 디씨와 딴지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노래를 불러주는 아시안프린스가 된거같기도 하고;;

https://namu.wiki/w/아시안%20프린스 참조;


그들에게 나는 위로가 되었을까?.. 가 궁금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참 간절하리만치 알고싶어진다.

-----
후일담.

며칠 후에 혼자서 노래부를 기회가 또 생겼고,
그 때는 배려나 위로따위는 쌈싸먹은 선곡 - 들장미소녀 캔디 rock ver.- 으로 중대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썰렁한 반응에 중대장은 "동기가 이렇게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데 호응도 할 줄 모르는 니들에게는 얼차려가 답이다" 라고 하면서 단체 기합을 줬다;;

.. 여러분 노래가 이렇게 위험한 물건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쎌라비
16/08/14 14:38
수정 아이콘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댈 남겨두긴 싫어 어우 2년도 긴데 3년은 정말 토나오네요.
켈로그김
16/08/14 14:47
수정 아이콘
그렇게 동기들에게 얼차려를 선물하고..
저는 축구하다 다쳐서 8개월만에 의병제대를 하게됩니다 크크크크
곡사포
16/08/14 16:55
수정 아이콘
헐... 얼마나 다치셨길래 의병제대를...
밀어서 잠금해제
16/08/14 14:55
수정 아이콘
똥님은 볼때마다 진짜 유쾌하신 분 같습니다 크크크
켈로그김
16/08/14 15:36
수정 아이콘
즐겁게 살고 싶어요 크크;;
애만 커서 독립시키고 나면 진정한 안빈낙도의 삶으로..;;
무더니
16/08/14 15:20
수정 아이콘
대봑 이걸 읽고 있는데 카페에서 입영열차 안에서 흘러나오네요.. 소름
ps그와중에 깨알같은 이민우네요 크크
켈로그김
16/08/14 15:36
수정 아이콘
김민우였네요 크크크;;
16/08/14 16:12
수정 아이콘
02년도면 낭만고양이랑 서영은 노래가 군대에서 대세엿죠.
켈로그김
16/08/14 16:16
수정 아이콘
전 자대에 가니 자두노래를 시키더라고요 대화가 필요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974 [일반] 살해된 아들이 보낸 문자 [22] swear9210 16/08/14 9210 0
66973 [일반] 최강의 갑옷 - 판금갑옷 - [32] wlsak15416 16/08/14 15416 7
66972 [일반] 내 낡은 서랍속의 추억 [3] 감모여재3158 16/08/14 3158 1
66971 [일반] 내 생에 최고의 한 곡 [9] 켈로그김4553 16/08/14 4553 1
66970 [일반] "세계 평화 바라면 트럼프 찍어야…러시아와의 긴장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66] 군디츠마라8823 16/08/14 8823 4
66969 [일반] 집냥이 동영상 하나 [16] 삭제됨4575 16/08/14 4575 1
66968 [일반] 마블/DC 히어로 미드 감상평 [40] 세이젤9589 16/08/14 9589 2
66967 [일반] 학교에서 벌어지는 차별이 차등인지 고민됩니다. [119] 티타늄11291 16/08/14 11291 21
66966 [일반] 제 98회 고시엔 근황 [20] 삭제됨5563 16/08/14 5563 2
66965 [일반] 제 인생 최고의 예능인 무한도전 이야기 (영상 다수) [49] 샤르미에티미7939 16/08/14 7939 0
66964 [일반] 예비군 다녀와서 좀 억울했던 썰 [267] 정신차려블쟈야14976 16/08/14 14976 18
66963 [일반] 내가 이다지도 더위에 약했던가(feat. 제발 집에 에어컨좀..) [33] 뀨뀨6829 16/08/13 6829 2
66962 [일반] 독자가 개돼지는 아니지만 (원론적으로는) 독자가 작가를 자율검열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159] 삭제됨9109 16/08/13 9109 3
66961 [일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첫번째 장례식 [40] becker12177 16/08/13 12177 22
66960 [일반] <삼국지> 떡밥 몇가지. [13] 靑龍6072 16/08/13 6072 5
66958 [일반] 웹갤은 왜 19금 동인지 행사를 신고하나 ? [86] 아리마스14964 16/08/13 14964 20
66957 [일반] 힘을 내요 장포스! [28] 삭제됨8697 16/08/13 8697 5
66956 [일반] 한국 고령화 속도, OECD의 4배…인구절벽에 따른 경제충격 예상보다 크다 [52] 군디츠마라10094 16/08/13 10094 0
66955 [일반] 경향일보- [서민의 어쩌면]박태환과 대한민국 [24] blackroc7167 16/08/13 7167 14
66954 [일반] 괴물폭탄 (블록버스터, 톨보이, 그랜드슬램, MOP) [12] 모모스20137991 16/08/13 7991 3
66953 [일반] [축구] 리오넬메시 대표팀 복귀 [47] 이홍기9173 16/08/13 9173 1
66952 [일반] [해외축구] BBC 여름이적시장 가쉽. [26] V.serum6293 16/08/13 6293 2
66951 [일반] 바르바로사 작전 (3) - 북부 집단군 (2) [11] 이치죠 호타루6681 16/08/13 6681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