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05 15:06:12
Name 파란코사슴
Subject [일반] 학교 성적(학점)과 미래 교육
더우니까 뻘글 하나 써봅니다.

입시에서 성적, 취업에서 학점에 관하여 생각해봅니다. 고령화가 진행된 피지알에서는 성적과 학점의 의미는 많은 분들께 잊혀지고 있겠지만, 아이들이 진학할 즈음하야 성적에 대하여 다시 고찰할 기회가 생기셨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성적은 개인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표상하는 지표이다.

성적, 학점은 한 집단에게 표준고사를 치르게 하고 성과의 수준을 객관적인 수치로 변환한 것입니다. 성적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능력이 있다”,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다”는 것을 표징하지요.

그러나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첫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인 과정을 설계할 능력
둘째, 하기 싫은 일을 참고 계속 할 능력
셋째, 한계를 마주했을 때 돌파할 용기와 끈기
넷째, 실수를 복기하고 보완할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합니다.

정규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정을 세우고, 족보를 구하고,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선생님(교수님)이 강조한 부분을 캐치하고, 날씨가 좋아도 참고 도서관에 앉아 책을 봐야 하고,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 순간 한 글자라도 더 알려고 하고, 틀린 문제를 다시 살펴보며 왜 틀렸는지 분석하고 다시는 틀리지 않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것.

이것들은 단순이 그 교과과정을 ‘안다’는 것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저런 능력이 고루 뒷받침 되어야지 비로소 그 교과과정을 인지할 수 있고 평가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지요.

이러한 능력은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됩니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효율적인 일정을 짜고, 선행 프로젝트를 살피며 시행착오에 관해 점검하며,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고, 친구들과 카톡으로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업무에 한 번 더 집중을 하고, 사수에게 지적을 받으면 스스로를 개선할 능력이 있어야 하지요.

기업(또는 상급학교)은 이런 능력이 두루 우수한 지원자를 선발해서 일을 맡기(거나 가르치)고 싶을 것이고, 지원자가 그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보기 위해 성적을 봅니다.

이처럼 성적은 단순히 배움의 양을 측정하는 지표가 아니라 사람의 전반적인 퍼포먼스 능력을 표상하기에 개인의 객관적 능력을 표상하는 좋은 데이터임과 동시에 다른 방법으로 지원자의 퍼포먼스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면 곧바로 대체가능한 지표가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적이 평가기준으로서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방법 =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방법’의 본질적 속성이 일치하는 경우에 한정될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성적을 잘 받는 데 필요한 자질이 특별히 요구되지 않는 영역에서는 학점이 평가기준으로서 무의미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수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익힌 학습 내용 안에서 정답으로 가장 적절한 답을 골라내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창의성이 중요한 직업이 있다고 가정할 때, 평가기준으로서 수능성적의 가치는 상당히 낮아지겠지요.

대다수의 평범한 상급학교, 평범한 직장은 현행 교육제도(입시→대학) 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규칙을 지키고, 한계 순간에 인내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일이지요. 부모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킵니다.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을 얻어내는 체제에 익숙해지면, 향후 사회에 진출해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질테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단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봅니다. 잘 해내는 아이들은 고통이 덜 하지만, 타고난 성향이 체제에 맞지 않는 아이들은 고통스럽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타고나야 할 역량을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에 흥미가 없는 아이, 노력은 하는데 영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 본인 스스로와 부모의 경제력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 등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세상에서는 상위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모종의 패배감을 갖고 살게 됩니다. 물론, 상위권 내에서도 스스로를 등급매기고 더 잘해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전세계 1등 말고는 누구나 크고 작은 패배감을 안고 살게 되지요.

#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한 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버려본다면

그런데,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세상’ 밖에 펼쳐진 바다가 훨씬 광활하다면요? 목표를 세우고, 과정을 인내하고, 실수를 수정해 같은 일에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요?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가치롭게 여겨지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어서 꾹 참고 할 필요가 없다면, 매일같이 반복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곱씹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 어떨까요. 아니, 그보다 모두가 한 가지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평가받기 위하여 일렬로 줄 서서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꽂히는 것, 나를 기쁘게 만드는 것에 집중을 하는 세상은 어떨까요.

학교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과, 내가 이 과목을 아는게 흥미로워서 이 분야를 공부했고 그 결과 00한 성적을 얻게 되었다는 것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아이들과 대학생들을 스스로의 인생의 주체로 만들어 줄 것이고, 모두가 한 목표를 위해 달려가지 않게 되므로 사회는 다양화 될 것이고, 어쩌면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분야가 쑥쑥 성장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경제적 손익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적어도 그 사람은 평생을 스스로의 욕구와 즐거움, 능력에 집중할 수 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아쉬워 하는 시간을 자신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게 말처럼 쉽냐고요?

보통 스스로의 욕구, 선호, 행복에 집중하여 내 인생을 항해하다 보면, 내가 미처 얻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줄어들지 않나요. 열매만을 바라보고 달린 경우에 비하여 과실의 크기는 작겠지만, 열매를 키우는 과정에서 충분히 즐거웠으니까요. 그래서 남들보다 덜 가져도, 뒤쳐저도 삶이 대체로 풍족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은, 아니 적어도 제 아이만큼은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살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판단력을 길러주고, 삶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자세를 알려주면 그 이후의 삶은 자기가 알아서 살며 스스로를 책임 질 수 있도록요.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8/05 15:47
수정 아이콘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는 비율이 전체 5%정도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확실치 않음...)
그렇다면 전체의 95%는 꼭 성적이 좋아야만 하는 일들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파란코사슴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고등학교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학교를 다녀야하는데, 공부를 못한다면 학교에서 자존감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즐기던 일로 먹고살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어찌해야하나하는 걱정도 생길 것 같구요..
다른 분야에서는 먹고살만한 수준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 더 높잖아요. 특히 운동같은 건 상위5%정도로는 먹고살기 어렵지않나요?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최초의인간
16/08/05 16:19
수정 아이콘
성적과 자존감 간에 어느정도 상관관계는 있지만 성적이 높은 자존감의 원인이 되지는 않고 오히려 자존감이 높은 학생이 높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존감 형성에는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고요.
물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분야든 경쟁에서 상위권에 자리잡지 않더라도 높은 자존감을 형성할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이 별개로 우선되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네요.
16/08/05 17:09
수정 아이콘
공부를 못하는 경우 주위 모든 사람이 자신을 공부못하는 사람으로 대하는데 자존감이 높기는 쉽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성취감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끼거든요.
아무리 당구가 재미있어도 몇년간 하루종일 쳤는데도 80에서 늘지 않는다면 그걸 온전히 즐기거나 자신감을 가지기는 어렵겠죠.
1년간 레이드를 뛰었는데 템을 하나도 못먹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일거구요..
최소한 난 머리는 좋다. 성격은 좋다. 이런 내세울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는 자존감이 높기어렵고
아무것도 없이 항상 자신만만하다면 그건 근자감이겠죠.
부모가 아무리 기를 살려준다해도 본인 스스로 내새울 것 정도는 있어야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855 [일반] [MLB] 이치로 3,000안타 달성.jpg [48] 김치찌개6587 16/08/08 6587 0
66854 [일반] 바르바로사 작전 (1) - 작전 수립 과정 [48] 이치죠 호타루12077 16/08/08 12077 11
66853 [일반] 김제동씨, 세월호 아이들을 함부러 언급하지 말아주세요. [89] 사도세자16094 16/08/08 16094 13
66852 [일반] 유튜브 조회수 통계와 각 나라의 언어에 대한 상관관계 [8] bigname6540 16/08/08 6540 2
66851 [일반] 주목 할만한 신규 앨범 하나. [1] albatross3343 16/08/08 3343 0
66850 [일반] LG G5는 무엇이 문제인가? [65] 릴리스13841 16/08/08 13841 2
66849 [일반] 회사다니면서 발매한 두번째 디지털 싱글 음원 [7] bongfka5104 16/08/07 5104 3
66848 [일반] 독서 초보의 고전 감상 - 죄와 벌 [7] 불꽃이대세3789 16/08/07 3789 6
66847 [일반] [야구] 2016프로야구 19주차 감상 [19] 이홍기4358 16/08/07 4358 1
66844 [일반] [해축 오피셜] 포그바, 맨유 복귀 [63] 반니스텔루이7003 16/08/07 7003 0
66843 [일반] 아버지, 제가 아니라 쟤가 잘못했다구요. [13] 토다기7546 16/08/07 7546 9
66842 [일반] [영화공간] 배우 곽도원과 조진웅을 말하다 [27] Eternity7789 16/08/07 7789 23
66841 [일반] 서울시 불법 노점 합법화 추진 예고 [185] 릴리스11965 16/08/07 11965 2
66840 [일반] 소소한 바르셀로나 여행 팁(스압주의) [18] Jedi Woon9011 16/08/07 9011 5
66839 [일반] 바둑이야기 - 박정환, 최근 바둑계 소식 [43] Dow9463 16/08/07 9463 12
66838 [일반] 강아지 목줄, 배변 [31] 어느새주말5510 16/08/07 5510 1
66837 [일반]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쉬운 만화 [69] 써니지12929 16/08/04 12929 2
66836 [일반] 2016년 여름 걸그룹 노래 음원성적 정리 [11] 삭제됨5991 16/08/07 5991 0
66835 [일반] 역사상 피해가 큰 전쟁 및 학살(스압, 데이타 주의) [21] 홍승식13955 16/08/07 13955 36
66834 [일반] (스포가득리뷰) 사랑이 넘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7] 라방백3888 16/08/07 3888 3
66833 [일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대한 아쉬움 (스포있음) [14] 에버그린5183 16/08/07 5183 1
66832 [일반] 4박5일간 오키나와 여행기(데이터폭탄 주의) [48] 기네스북11010 16/08/07 11010 38
66830 [일반] 3분 말하기 [3] Eternity5556 16/08/07 5556 3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