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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07 15:33:48
Name 에버그린
File #1 http___i_imgbox_com_FU5UMErC.jpg (382.8 KB), Download : 59
Subject [일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대한 아쉬움 (스포있음)


1.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두 남자 캐릭터는 두 여인의 사랑을 꾸며주는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 점에서 히데코와 숙희의 캐릭터성이 도드라지고 다른 두 남자 캐릭터는 조금은 전형적인 캐릭터로 묘사된것에 대해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두 남자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이 부족해지는건 어쩔수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두 여성 캐릭터 특히 히데코의 캐릭터성이 워낙 뛰어나기에 남자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은 상쇄될수 있다고 봅니다.






2. 하지만 이 영화가 두 여성 캐릭터의 관계가 중점인 영화임에도 두 여성 캐릭터의 서로간의 행동이나 감정은 그렇게 개연성있게 잘 묘사된거 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히데코와 숙희가 서로에 대해 끌리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습니다. 원작 핑거 스미스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어서 두 여성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이해가 되고 감정이입이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영화에서는 왜 사랑에 빠지는지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대놓고 돈 욕심을 드러내는 대도의 딸 숙희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태도가 바뀌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돈을 벌기위해선 백작과 히데코를 연결시켜줘야함에도 불구하고 백작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너무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고 질투를 여과없이 보여주는데 쟤 갑자기 왜 저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돌변할 뭔가 에피소드나 이벤트가 좀 나와줬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보니 급작스럽게 백작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부분이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같이 히데코 돈 털어먹기위해 짜고 입을 맞춰서 들어왔을텐데 갑자기 히데코와 사랑에 빠지고 노골적으로 백작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 이해가 안가더군요. 제가 백작 입장이었으면 대체 얘 뭐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3. 히데코가 숙희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도 사실 너무나 급작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뭐 이건 세상물정 모르고 누구에게 정 한번 느껴보지 못해서 처음으로 잘해준 숙희에게 쉽게 마음을 허락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되니 숙희보다는 좀 더 이해가 되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급작스럽다는 느낌은 접을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둘 사이에 왜 서로 끌리고 서로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묘사와 에피소드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특히 숙희는 한탕 크게 벌기위해 백작과 짜고 들어온이상 그러한 마음이 왜 바뀌었는가에 대한 에피소드가 더욱 필요했습니다.

혹자는 영화는 소설과는 달리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소설처럼 자세한 묘사를 하기 힘들다며 변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가씨의 러닝타임은 그 스토리의 밀도나 양에 비해선 상당히 긴 편입니다. 사실 아가씨의 스토리는 그렇게까지 복잡하거나 방대하지 않고 상당히 명쾌하고 간략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씨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용을 잘 추스리면 충분히 히데코와 숙희사이의 에피소드와 감정묘사는 더 넣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뒤에도 언급할테지만 필요없는 뒷부분 잘라냈다면 더 자세한 묘사도 가능했을 겁니다.






4.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이미 다 끝난 영화를 왜 이렇게 질질 끄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백작이 코우즈키에 잡혀서 고문당하는 신 이후는 제가 생각할땐 다 사족입니다. 제가 편집자였다면 그냥 백작이 코우즈키에 잡힌뒤 끔찍한 고문을 당할것이다라는 암시만 주고 거기서 다 잘라냈을 겁니다.

어차피 이 영화는 히데코와 숙희에 대한 이야기이지 두 남자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히데코와 숙희가 백작 뒤통수치고 배를 타고 도망갔을때 이미 영화는 끝나고도 남았습니다. 이제 여기서 끝나겠구나 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닌데 영화는 정말 계속 안끝나고 계속 뭔가를 더 보여주려고 애쓰더군요.

오히려 그렇게 질질 끌다보니 남자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이 급격히 붕괴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 초중반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코우즈키는 계속 구질구질하게 자보니까 어땠나? 부드러웠나? 촉촉했나? 를 묻는 변태 노인네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노인이 지금까지 온갖 광기와 에너지를 보여주며 다른 캐릭터들을 짓눌렀던 흑막이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냥 코우즈키가 백작을 처참히 고문하고 겁에 질린 백작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면서 화면이 전환되는걸로 끝나는게 나았습니다.

마지막 히데코와 숙희의 정사신도 나중가서는 사족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중요한게 아니라 히데코와 숙희가 어떻게 마음이 끌리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묘사가 더 중요했지 방울소리내며 정사하는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죠.
오히려 영화가 끝나지 않고 하염없이 질질 끌다보니 거기에 지쳐 마지막 정사신도 아름답고 매혹적이기 보다는 지겹다 라는 생각밖에는 안들더군요.


[Otroscines.com] 영화는 그리 나쁘진 않고 마지막 반전이 있으나 이미 100분이면 다 끝났어야 영화를 비주얼 스타일을 보여주느라 질질 끌었다.


로튼토마토에 올라온 평가글인데 너무나도 공감되더군요. 이미 100분이면 다 끝났을 영화를 너무 질질 끌었는데 차라리 그 질질 끈 부분 다 쳐내고 남은 시간에 위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묘사를 더 충실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5. 이건 여담인데 영화 자체의 수위는 확실히 셉니다. 노출 협의 불가라는 오디션 내용으로 노출에 대한 기대치가 다들 상당히 높았을텐데 분명 그 기대에 맞게 노출수위는 상당합니다. 헌데 많이 야한가 하면... 이상하게 그렇게 야하고 흥분되지는 않더군요.
두 배우가 둘다 지나친 슬렌더여서 인지 굳이 얘기하면 소년들간의 정사신같은 느낌도 들더군요.

김혜수와 신세경이 영화를 찍었다면 어마어마했을꺼 같다는 생각은 들기는 합니다. 캐릭터는 사실 잘 맞지 않지만....





6. 지금까지 계속 혹평을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잘 본 좋은 영화입니다. 박찬욱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보니 그 기준에 맞춰 영화를 보게되서 다른 영화들에 비해 평가가 가혹한 느낌도 있다는걸 인정합니다.

영화 자체는 간략하고 명쾌한데 이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뒷부분 좀 잘 쳐내고 군더더기 줄이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데로 미쟝센 하나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양식과 일본식이 혼합된 이런 건물양식을 좋아하는데 그점에서 이 영화는 정말 취향을 저격하더군요.

솔직히 곡성보다 더 나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곡성에 비해 훨씬 더 명쾌하고 깔끔했던 영화였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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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자
16/08/07 15:41
수정 아이콘
근데 원래 박찬욱 감독은 서사 캐릭터보다는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내는 데에 훨씬 관심이 많고 조예도 깊은 감독이었다 라고들 하더군요. 그래서 이해합니다. 거장이 됐으니 자기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보는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사에서 쉽게 보기힘든 괜찮은 페미니즘 영화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거의 무슨 남성들의 레즈비언 판타지를 묘사해놓은 듯한 베드신들은 확실히 비판 받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특히 방울은 남성들의 압제의 도구가 여성들의 사랑의 도구로 바뀐다는 점은 알겠는데 그래도 좀;;; 너무 나갔다는 느낑이;;
무무무무무무
16/08/07 15:57
수정 아이콘
원작이 철저하게 여성의 시선에서 본 반면(정사씬은 거의 없는대신 둘의 감정선이 엄청나게 길죠)
영화는 반대로 철저하게 남성의 시선에서 봤다는 차이가(그 어마어마하게 길고 긴 정사씬이라니) 재미있더군요.
특히 원작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인 골무씬을 그렇게 건성건성 넘어갈 줄은.

이야기 전개에 있어선 원작이 좀 쓸데없이 긴데다, 원작 2부 중간부터는 지리멸렬한 수준이라 다 잘 쳐내고 갔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의외로 김민희가 이 영화에서 별 매력이 없더군요.
그전까지의 영화에선 참 매혹적인 여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찍기가 싫었나 싶은 느낌까지 들 정도로 별로였죠.
16/08/08 04:50
수정 아이콘
둘의 본격적인 감정선의 시작이자 공들인 티가 팍팍 나는 욕조에서의 골무씬과 너무나도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살렸던 탓에
개봉하고 3주도 안되서 김민희 데뷔 16년만에 첫 팬미팅 하고 덕후몰이 장난 아니었는데요.
그냥 영화가 별로셨던거 아닐까요
릴리스
16/08/07 16:01
수정 아이콘
야동보는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섹스신은 전혀 필요가 없었죠.
펠릭스
16/08/07 16:16
수정 아이콘
무슨 소리! 슬랜더는 진리입니다!
16/08/07 16:14
수정 아이콘
김혜수와 신세경이었으면..... 와닿습니다..
경미네
16/08/07 16:19
수정 아이콘
후반 고문 장면에서 조진웅이 한국어로 얘기하는 장면은 많이 좀 어색하긴 했습니다.
동성애 정사장면은 저는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하기에 매우 마음에 들던데요.
경미네
16/08/07 16:20
수정 아이콘
그리고 한국배우들의 일본어 대사 대신에 일본어 부분은 모두 더빙 처리했으면 더 좋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루키
16/08/07 17:39
수정 아이콘
젊은 배우가 노인 역할 좀 안했으면... 목소리 연기가 너무 어색하게 들립니다.
타임트래블
16/08/07 17:44
수정 아이콘
숙희는 한 눈에 반한 거에요. 첫만남에서 한 눈에 반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스터충달
16/08/07 17:58
수정 아이콘
저도 이리 생각합니다. 대사가 그랬죠. 문제는 현실에서 한 눈에 반하는 경우야 많지만, 픽션은 그 마저도 공감가도록 설명을 해야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할 것 같아요.
미사쯔모
16/08/07 21:30
수정 아이콘
끝장면이 좋더군요.
남자분들이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더군요.

박찬욱 감독표라고 너무 기대치가 높아서 그렇지 망작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킹링 타임용으런 잘 만든 영화에요
16/08/07 22:42
수정 아이콘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엔딩곡도 여운이 많이 남더군요.
최초의인간
16/08/08 09:28
수정 아이콘
저랑은 아쉬운 포인트가 좀 다르신것같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1.사랑은 원래 비합리적이고 급진적
으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첫눈에 반했든, 자꾸 보며 끌렸든 극중 드러난 몇몇 미쟝센만으로도 감정변화를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폴링인러브 자체가 메인디쉬가 아니었기 때문에..

2.다소 극단적인 가부장적 남성상이 공격의 대상
이었기 때문에 코우즈키는 잘 만든 캐릭터였다고 봅니다. 엄격근엄진지하고 우아한 척 하지만 사실은 왜곡되고 과도한 욕망에 사로잡혀있는 추악한 면모가 있는 이 캐릭터를 통해, 다소 단순하지만 설득력있고 주인공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3.백작은 근본없는 캐릭터
라고 느꼈습니다. 하정우씨의 연기는 매력적이었지만, 캐릭터 자체가 뿌리가 없었어요. 아가씨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시선과 아가씨에 대한 순애보, 사기꾼적인 면모 등이 하나의 맥락 속에 묶이지 않아 다소 산만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저도 2에서 느낀 바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고문 장면이 사족처럼 느껴졌고요.

물론 에버그린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그림 잡는 능력은 정말 후덜덜을 넘어 후달달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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