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
2016/07/15 17:46:44 |
Name |
종이사진 |
Subject |
[일반] [괴담] 컨테이너. |
중학교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지방에 있는 외가에 방학마다 드나들었다.
지금도 그곳은 5층짜리 건물이 없을 만큼 한적한 곳이라, 이리저리 주차장으로 쓰는 공터가 많다.
어린 나이에는 처음 보는 녀석들하고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지라,
방학 때마다 근처 할머니 댁으로 놀러 온, 처음 보는 녀석들과 공터에서 놀았다.
열 살이었던가.
그해 여름 방학에 갔던 외가 근처 공터에는 컨테이너가 있었다.
창문에는 비닐이 붙어있어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그 컨테이너는 공터 옆집을 지을 때 인부들이 숙식했던 곳이라 했다.
물론 내가 뛰어놀던 그 당시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고, 문은 커다란 자물쇠가 녹이 슨 채로 잠겨있었다.
공을 차건 던지건, 남의 집 담벼락을 넘어가지 않게 해주던 그 컨테이너 덕분에 그 공터는 인기 있는 놀이장소였다.
어느 날 나는 이름도 모르는 녀석과 함께 테니스공과 각목으로 야구를 하다 보니 저녁때가 되었다.
벌겋게 지는 노을을 보며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다시 만나자-면서 각목을 컨테이너 뒤에 숨기러 갔다.
'쿵'
뭔가 컨테이너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야, 너 이거 발로 찼냐?"
"아니, 나는 네가 막대기로 두드린 줄 알았는데."
그 공터에는 우리 말고도 노는 애들이 많았으므로, 그냥 누군가 돌을 던져서 컨테이너를 맞췄겠거니...하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다시 그 공터에서 만났다.
컨테이너 뒤에서 각목을 가져다가 어제 결판이 나지 않은 야구를 하고 있었다.
한참 야구를 하다가 따가운 여름 오전의 햇빛에 우리는 좀 쉬었다 하자며 컨테이너 박스에 기대어 앉았다.
'쿵'
전날과 비슷하게 컨테이너를 두드리는 소리.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있었기 때문에 우리 둘 중 누가 컨테이너를 두드렸다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우리는 아니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우리 말고 다른 애들은 없었다.
"뭐지?"
"누가 돌을 던졌나..."
'쿵'
같은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여전히 우리 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우리는 그늘에서 나와 컨테이너의 출입문 앞으로 갔다.
예전에 우리 주먹만 한 자물쇠로 잠겨 있는 문.
"안에 누가 있을까?"
"야, 밖에 자물쇠가 잠겨 있는데 어떻게 사람이 들어가냐."
"창문이 있잖아."
"창문으로도 사람 못 들어 갈걸."
그랬다. 그 컨테이너의 창문에는 도난 방지를 위해 방범창이 설치되어있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 우리는 더는 야구를 할 맘이 없어졌고, 그대로 서로의 할머니 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비가 내려, 우리는 야구를 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날씨는 좋았지만, 흙바닥이었던 공터는 진흙탕이라 놀 수가 없었고, 나는 할 수 없이 외가에서 방학 숙제를 했다.
혹시나 하고 오후에 공터에 나가봤지만, 여전히 진흙탕인데다가 이름도 모르는 그 녀석은 집으로 돌아갔는지 나타나질 않았다.
결국, 나는 종일 외가의 마루에 엎드려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방학 숙제를 해야 했다.
다음날 저녁.
동네 수퍼에 가서 간장을 사다 달라는 외할머니 심부름 때문에 나는 밖으로 나왔다.
해 질 녘 비포장길이라 이제 막 불이 들어오는 가로등 아래, 군데군데 웅덩이가 있는 시골 길을 걸어 동네 슈퍼로 갔다.
간장병을 들고 돌아오는 길, 혹시나 이름 모를 그 녀석이 있지 않나 싶어 나는 공터 쪽으로 돌아서 가기로 했다.
그 녀석은 없었고(있다 해도 집에 돌아갔을 것이고) 어두컴컴해진 공터에는 컨테이너만 덩그러니 있었다.
물끄러미 컨테이너를 바라보던 나는, 바닥에서 돌을 집어들어 공연히 그 컨테이너로 던졌다.
'쿵'
아마 엊그제 우리가 들었던 소리도 지나가던 아이가 돌을 던지고 달아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돌아서던 찰나.
'쿵'
응? 나 말고 지금 누가 또 있나?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날이 저물어가는 공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공터 집들의 창문에도 불은 꺼져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돌멩이를 들어 컨테이너에 던졌다.
'쿵'
이번에는 좀 더 빠르게 반응이 있었다.
'쿵쿵'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연달아 두 번...
한꺼번에 돌멩이를 두 개 들어 던져야만 나는 소리인데, 여전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그 사이 누가 자물쇠를 풀고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두워진 공터에 산재한 웅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컨테이너 앞으로 갔다.
여전히 녹슨, 커다란 자물쇠로 잠긴 컨테이너 출입문.
왜 여기서 소리가 나는 걸까.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문에 노크를 해보고 싶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는 노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리고는 잽싸게 문에서 떨어져 문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당연히 응답이 있을 리가 없다.
왠지 나는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가지고 있던 간장병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고 웅덩이 중 한 곳으로 가 소변을 봤다.
뽀골뽀골뽀골...거품을 일으키며 흙탕물이 일어나는 것을 나는 괜히 골똘히 바라보았다.
'똑똑'
응?
지금 분명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고, 이제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길가에만 가로등이 환할 뿐 공터는 완전히 어두워졌다.
나는 조심스레 간장을 들고 다시 한 번 컨테이너 출입문앞으로 갔다.
'똑똑'
'쾅!!!!!'
누군가 컨테이너 출입문을 힘껏 걷어차는 듯한 소리였다.
깜짝 놀란 나는 움찔하면서, 마치 내가 안에 있는 사람인 것 마냥 더듬거리며 말했다.
"누...누구세요?"
대답은 없었다.
조금 전 소변을 봤는데도 마려운 소변을 참으며 약 5초간 대답을 기다리던 나는,
내가 뭔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하고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문득 너무 늦었다 생각이 들어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아 뒤돌아 보니, 컨테이너 출입문 손잡이가 움직이고 있었다.
밖에서 만지는 사람은 없으니 분명 안에서 만지는 것인데 마치 문을 열려는 듯, 거칠게 손잡이를 돌리는 듯했다.
덜컥 겁이 난 나는 뒤돌아서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웅덩이가 있어, 빠지지 않으려면 조심해서 가야 했는데,
그 순간 컨테이너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 본 나는 3~4m쯤 떨어진 컨테이너 출입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들고 있던 간장병은 어디론가 던져버리고, 정신없이 뛰다가 웅덩이에 몇 번 빠져 신발도 젖고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 뒤로는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는데 그때 일을 여동생은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오빠가 무릎에 피를 흘린 채 흙투성이로 돌아와 안방으로 뛰어들더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면서 울던데?
그리고는 연달아서 공터 집에 누가 있어, 공터 집에 누가 있어, 라고 울부짖었어."
다음날, 외할아버지와 삼촌 두 분이 그 공터로 갔지만,
여전히 컨테이너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여전히 몇 년 동안 열지 않은 듯 녹이 슬어 있었다고 한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