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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7/12 14:02:35
Name Secundo
Subject [일반] 너에게 바치는 글.
1986년 너와 처음만난 그날
하얗고 보드랍던 두손
투명할 만큼 빛이나던 눈망울

갑작스레 다가온 네가 두렵기도 했고
우리의 앞으로가 걱정도 되었었지.


따뜻한 봄이었어
너를 안고 꽃길을 거닐었고,

무더운 여름날
큰나무 그늘 마저 감사했어.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가을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많아졌고,

서로의 체온이 더 따뜻했던 건
겨울이 있어서였나봐.


더 아름다운 꽃길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더 시원한 그늘 아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해 미안해.
더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갑작스런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미안해.
너에게 아직 다 해주지 못한것들이 많아서 미안해.


너와 함께했던 별빛과 바람, 경치와 추억
내 마음속에 새기고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매일같이 떠나보내려 했지만
오늘도 너를 떠올린다.





2016년
나에겐 아직 6살인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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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16/07/12 14:07
수정 아이콘
저는 30년만에 어떤 사람과 헤어졌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군요.
아이를 가슴에 두고 가시는 군요.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 할지.
16/07/12 14:54
수정 아이콘
아마도 Secundo님 본인 이야기는 아니실듯 해요....
이전 글 봤던 기억으론 그리 나이 많으셨던 분은 아니셨던걸로 알아서...
밀물썰물
16/07/13 05:27
수정 아이콘
저도 참 바보네요.
글 쓴 사람이 몇살인지 생각도 않고.

요즘 고전 소설 이것저것 읽다 보니 시간/세월 관념이 전혀 없어진 모양입니다.
16/07/12 15:01
수정 아이콘
가족분중에 이런 사연이 있는분께서 시를 써달라 하셔서
끄적여 보았습니다

오해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밀물썰물
16/07/13 05:26
수정 아이콘
잘쓰셨네요. 본인 이야기와 관계없이 맘에 와닿았습니다. 제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VinnyDaddy
16/07/12 14:11
수정 아이콘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해줘도 더 못 해준 것을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움 그 뒤
16/07/12 14:56
수정 아이콘
지금 늦둥이 셋째가 여섯살인데 이 아이를 떠나보낸다면 저는 제 정신으로 못 살거 같아요.
다리기
16/07/12 15:06
수정 아이콘
저는 결혼도 안했는데 오랜만에 눈물이 나네요. 마지막 연이 진짜...
Anastasia
16/07/12 15:36
수정 아이콘
암으로 죽었던 제 친척형이 86년생이었습니다.
갑자기 우울해지네요...
그 형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16/07/12 17:56
수정 아이콘
86년생이었으면 동갑이네요..
오래 되었지만 고인이 된 동갑내기의 명복을 빕니다..
동중산
16/07/12 21:36
수정 아이콘
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분께서 잘 견뎌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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