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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17 16:41:42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1844년, 네덜란드 국왕이 일본 쇼군에게 보낸 친서
어느 일본 사이트에 과거 일본의 고문서를 현대 일본어로 번역해놓은 사이트가 있어서 그 중 흥미로운 것 몇개 읽고 있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구글번역기의 도움으로 (눈물)

그 중 아편 전쟁 직후 네덜란드 국왕이 도쿠가와 막부에 보낸 서신이 흥미로와서 전문을 번역해서 올려봅니다.

일본 막부의 중신들이 공유하던 해외의 최신 정보는 막부의 관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고 이들이 페리를 맞이했을 때 '개항'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존왕양이'는 세상을 알지 못하는 일부 아웃사이더들과 막부를 쓰러뜨리고자 했던 기회주의자들의 슬로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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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란다 극비 정보
오란다 국왕 서한 및 헌상물 목록

봉인장

이 봉인된 상자에는 네덜란드 국왕으로부터 일본의 國帝(정이대장군)에게 보내는 서한을 담은 상자의 열쇠가 들어있다. 이 서한을 열 것을 명령받았다. 관리만 개봉할 수 있다.
-서기 1844년 2월 15일(천보14년 12월 17일)
  네덜란드의 수도인 그라벤하그에서 적음
  네덜란드 국왕 비서청 장관
    마티아 판 라프벤
네덜란드 국가 비서청
일본제국 전하             네덜란드 국왕

서문

네덜란드 국왕, 오랑예 및 나사우, 룩셈부르크의 대공인 빌렘므 2세는 삼가 에도의 막부 최고 권위자인 전하에게 진심으로 바칩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 일독하시어 도움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본문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에도 막부의 유명한 시조 도쿠가와 이에야스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이래, 우리나라 인민들이 귀국까지 항해하고 교역하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이후 상관장 또한 환대를 받고 매년 쇼군을 알현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히 생각할 따름입니다. 우리들도 신의를 다해 변심하지 않고 이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귀국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희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국 사이에 직접 서신을 교환하지 않았던 것은 편지가 화재로 불타서도 아니고 지금까지 일반 정보는 바타비아 총독을 통해 서신을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넘길 수 없는 대사건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과 네덜란드 양국의 교역 상의 문제가 아니라 귀국의 정책에 대한 일로 걱정스러운 일이 있는데 처음 전하께 글로 전하는 것입니다. 꼭 이 충고를 듣고 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바랍니다.

최근 영국 여왕이 청나라 황제에 대해 출병을 하고 엄청난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전쟁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우리 나라의 상선이 매년 나가사키에 제출하는 풍설서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막강한 청나라도 싸움에 진 것은 유럽의 우수한 군사력에 밀렸기 때문이고 결국 영국에 화평을 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고래의 방침을 무너졌으며 다섯군데나 항구를 열고 유럽사람과 교역을 시작했습니다.

이 원인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유럽의 전란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평화가 오래가기를 원했고 그 때 각국의 지도자는 인민을 위해서 교역의 길을 열고 산업을 촉진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공업의 기술과 물리, 화학이 발달하고 각종 기계 기구가 발명되고 인력을 쓰지 않고 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상업은 발전했지만 세비는 부족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은 원래 나라도 풍부하고 산업 기술도 뛰어나지만 세비는 특히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탄탄한 장사보다 신속하게 이익을 얻는 것에 몰두하여 외국과 싸움을 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본국에 군사지원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는 곧 장사에서 청나라 관리와의 다툼이 광둥에서 일어나고 드디어 전쟁이 되었습니다. 청나라 측은 전투에서 패했고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몇 군데 도시들은 점령되고 파괴되었습니다. 또한 수백만 금의 배상금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귀국에도 이와 같은 재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해는 난데없이 오는 것입니다. 향후 일본 근해에 외국 선박이 출현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많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외국 선박의 승무원과 군인과 귀국 인민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면 그것이 전쟁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하는 현명하시므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계실테지만 저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하가 현명하다는 사실은 1842년 음력 8월13일 나가사키 봉행보다 길드 사무소 소장에게 통보된 명령서에 의해 분명합니다. 이 명령서에서 전하는 외국 선박을 정중히 대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보다 진일보한 방책이 필요합니다.

명령서의 취지는 태풍이 발생하거나 음식 또는 식수가 부족해서 귀국 해안에 배가 좌초한 경우로 한한 것이고 예의를 다해 또는 다른 정당한 이유로 귀국을 찾은 배는 처리가 어떻게 될지 불분명합니다. 만약 이와 같은 배를 맹목적으로 배척한다면 반드시 다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다툼은 결국 전쟁으로 발전하고 전쟁은 국가의 황폐를 초래할 것입니다. 200 여년 동안 우리나라가 귀국에서 받은 은혜에 감사히 생각하기 때문에 귀국에 이런 재난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옛사람 말로는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을 가까이 하고 평화를 추구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세계의 인간은 서로 교류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인력이 못 미치는 증기선이 생산되고 세계 가국의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국만 나라를 닫아 다른 나라와 교류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노자(老子)는 현자가 지도자가 되면 특히 평화의 유지에 마음을 다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래된 계명을 굳게 지키는 것이 오히려 난의 원인이 된다면, 그 규칙을 부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전하에게 가장 충고하고 싶은 것은 이 점에 있습니다. 먼저 현재 행복한 상태에 있는 귀국을 전쟁으로 인한 폐허로부터 지키고 싶다면 외국인을 엄격히 배척하는 법을 철폐하십시오. 이는 진실로 성의를 다해 신청하는 것이고 절대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평화는 친하게 교류하는 것이고 친하게 교류하기 위해 교역하는 것입니다. 청컨대 지혜로이 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충고를 채택하신다면 전하의 친필 답장을 받고 싶은 바 심복 신하를 보내주십쇼. 이 편지에는 개략적으로 서술하고 있을 뿐이므로 사절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고 싶습니다.  

저는 멀리에 있는 귀국의 행복과 평화를 몹시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로 말씀드리자면 재위 28년 후 4년 전에 양위한 부친 빌헬름 1세 왕이 사망한 슬픔을 겪었습니다. 전하도 이것을 물으면 제 마음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드리기 위해 군함을 파견한 것은 전하의 답장을 경호하고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의 초상화를 드리는 것은 참된 신의를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기타 별지 목록에 있는 물건은 우리 영내에서 번성한 산업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조품이지만 우리 국민이 장기 신세를 진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부탁하고 싶습니다.

고명한 아버님은 오랜 기간 평화를 유지하셨습니다. 신의 인도로 전하도 역시 행복하고 일본의 평화를 위해 다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1844년 2월 15일,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에서.

네덜란드 국왕 빌헬름 2세
네덜란드 식민지 사무관장 마다

일본 전하(정이대장군)에 헌상하는 물품

-네덜란드 국왕 초상화
-크리스탈 촛대
-크리스탈 꽃병
-6연발 권총 박스 세트
-카빈 소총
-기타 책, 지리, 천문학 관련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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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서양의 군주가 일본의 쇼군에게 노자(老子)를 운운하니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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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형
16/03/17 17:10
수정 아이콘
이야...누가 썼을까요.
1800년대에 지구 반대편의 군주에게 보내는 서찰의 내용이 요즘 외교 문서보다도 깔끔하고 정중하네요.
파랑베인
16/03/17 17:10
수정 아이콘
캬 선물도 그렇고 서신 하나 읽는데 흥미진진하고 많은 것이 느껴지네요
Jannaphile
16/03/17 17:17
수정 아이콘
행간 사이에서 숨겨진 속내야 어쩔지언정 얕은 지식의 제가 읽기엔 퍽 진정성이 느껴지는군요.
도연초
16/03/17 17:20
수정 아이콘
잼있은것은 정작 이 편지의 원문을 일본어로 번역한 막부관리 시부카와 로쿠조는, 노자가 저런 말 한적이 없다고 했죠. 하하
메피스토
16/03/17 17:24
수정 아이콘
세알못이라 전후관계를 전혀 모릅니다만.. 네덜란드가 영국을 꽤나 싫어했나보군요...
싸우면 털릴테니 문호개방 하고 영국을 견제해달라로 보이네요.
겨울삼각형
16/03/17 18:30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의 독립을 도와준게 영국입니다만, 네덜란드가 독립이후 엄청난 상업의 힘으로 열강으로 성장하자...

그 네덜란드를 침몰시킨게 또 영국입니다.
영란전쟁이라고... 영국과 프랑스가 20세기 세계대전이 벌어지기전에 유일하게 동맹을 맺고 네덜란드와 전쟁을 벌였지만(3차영란전쟁) 100년을 버텨냈습니다.(!!)

결국은 네덜란드의 경제가 망하고 영국이 원조 촌조국이되어 승천을 하자 어쩔수없이 밀려납니다만..
Judas Pain
16/03/17 20:32
수정 아이콘
19세기 네덜란드의 극동 외교문서 수준에 깜짝 놀랐습니다.

노자는 대충 비슷한 말을 남기긴 했습니다.
6년째도피중
16/03/18 23:03
수정 아이콘
매우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덕택에 잘 읽었습니다.
단순외교문서라기에 어려운 글일거라 예상했는데 전혀 다르네요. 일단 글로는 진정성마저 느껴지는 듯해서 놀랐고 노자 인용에 두 번 놀랐습니다.
16/03/19 11:12
수정 아이콘
노자의 문구에 저런 부분이 있을지 하네요. 그런데. 허허허 백서노자가 있거나, 죽간노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니, 그냥 왕필노자 정도인 걸건데, 뭔가 직역 아닌 의역 수준에서 이해된 무언가의 구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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