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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25 14:26:11
Name 일각여삼추
Link #1 http://handrake.tistory.com/40
Subject [일반] 아인(亜人, 2016)

제작 : 폴리곤 픽쳐스
감독 : 세시타 히로유키(총감독), 안도 히로아키
장르 : SF
방영 : 2016년 1월
진행 : 6화/12화 예정

아인(亜人)이란 인간의 아종(亞種)이 발견된 것은 1990년대 소말리아였다. 현지에서 ‘신의 병사’로 불리던 개체를 미군이 나포함으로써 아인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인간과 똑같이 생겼지만 아인에게는 ‘죽음’이 불가능하다. 칼로 베어도 총에 맞아도 아인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죽을 그 순간에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부활한다.

의사를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 나가이 케이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성의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필요한 것만 하고, 필요한 것만 선택하고, 필요 없는 것은 잘라 버린다.” 범죄자 자식인 친구 카이토와는 관계를 정리하고 죽어버린 개에서는 정을 뗀다. 하지만 감정을 지닌 보통 사람들에게 그런 지나친 합리성 추구는 경원시될 뿐이다.

평소와 같이 학교를 마친 나가이는 아픈 동생의 병문안을 갔다 오던 길에 과속한 트럭에 깔려 죽는다. 아니, 정확히는 사망에 이르는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뜻밖에 멀쩡하게 일어나는 나가이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외친다. 아인이 나타났다, 고.

현상금에 눈이 먼 사냥꾼들과 귀한 아인 샘플을 확보하려는 정부관계자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나가이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쫓기는 몸이 된다. 필요에 의해 절교했던 카이토에게 연락해 교통수단을 손을 넣은 나가이는 고민하다 일본 내 다른 아인 집단인 사토와 타나카 코지한테 접촉하지만, 곧 버림받고 무력하게 정부 측에 붙잡힌다.

그 후 실험을 가장한 고문에 시달리던 나가이를 사토가 다시 구출하지만 탈출 과정의 의견 차이에 의해 둘은 적대 관계로 돌변한다. 이제 아인들과 정부, 어느 쪽에도 기댈 수 없는 나가이에게 남은 선택은……?

불사는 매혹적인 주제다. 일찍이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불사신으로 유명했고 처음으로 중국대륙을 통일한 진시황 또한 불로초를 찾아 엄청난 재물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생명체의 종착점인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기에 이집트인은 죽은 이를 미라로 만들어 부활을 기원했고 인도인은 윤회란 개념을 창시해 그 공포를 잊으려 했다.

이런 초월적 공포를 자아내는 죽음을 극복한 존재가 아인인 것이다. 본디 이런 존재가 나타나면 초기 소말리아에서와 같이 신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게 일반적이다. 아인의 포효를 들은 인간들은 일시적으로 온몸이 마비된다는 설정도 D&D의 드래곤 피어를 연상시켜 아인이 인류보다 고등생물이란 추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미 신이 죽어버린 현대이기에 인간들은 그 몸에 손을 대 불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여러모로 『기생수』와 「엘펜리트」를 떠오르게 하는 설정과 전개다. 아인들이 보이지 않는 ‘IBM’을 뽑아내 전투에 응용하는 모습은 자연스레 「엘펜리트」의 디클로니우스가 ‘벡터’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학살을 벌이는 장면과 겹쳐진다. 다른 점을 찾자면 「엘펜리트」의 주인공 코우타는 디클로니우스가 아니라 루시의 방관자 역할에 그친다. 그에 반해 『기생수』의 이즈미 신이치가 오른쪽이와 섞임으로써 인간이자 인간이 아닌 존재로 거듭났듯이 본작의 주인공 나가이 또한 갑작스런 사건으로 아인임이 밝혀지면서 비인간으로 취급받게 된다. 인간에서 비인간으로의 극적인 신분과 주위 인물의 태도 변화는 「디스트릭트 9」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여기서도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기 때문에 시청자의 긴장감과 몰입감은 극대화된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한다. 인간답지 않았던 인간이었던 나가이는 비인간으로 취급당하며 오히려 잠재됐던 인간성에 눈을 뜨지만 그와 대적하는 후생노동부 소속 아인 담당관 토사키 마사루나 또 다른 아인인 사토에게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인간이기에 인간인지 인간성을 지녀야 인간인지에 관한 이 의문은 SF에서 가끔 논란이 되는 강인공지능의 인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기생수』의 뒤를 잇는 본격 SF라고 칭할만하다. 진지한 이야기와 치밀한 설정으로 SF팬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직까지 주인공 나가이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으나 큰 이야기를 그린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틀을 잘 짜고 있다고 본다. 다만 「엘펜리트」의 폭력성이 거슬렸다면 시청에 주의하는 게 좋을 성싶다. 마지막으로 3D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폴리곤 픽쳐스 작품이라 2D에 비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왔던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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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ya Stark
16/02/25 14:29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애니입니다.
토다기
16/02/25 14:49
수정 아이콘
애니로도 나왔구나.
16/02/25 15:01
수정 아이콘
이거 지금 방영중인 작품인가요?

완전 제 취향 저격인데... 완결 기다려야겠네요 ㅠㅠ
핸드레이크
16/02/25 15:04
수정 아이콘
작화도 좋고 내용도 좋죠..
극장판 나오고 이어서 티비에서도 시리즈로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
王天君
16/02/25 15:08
수정 아이콘
이 작품은 정말 이상합니다. 일단, 아인이라는 존재를 두고 작품은 윤리적 문제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정의를 묻죠. 지극히 현실적인 톤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품이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서는 너무나 무성의하게 넘어가버립니다. 우리는 현실 속이라면 누구든 죽지 않건 어쩌건 우리와 같은 삶을 살고 같은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는 존재들을 인간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인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공포를 납득시키는 묘사가 없어요. "그냥 원래 그렇게 되었다" 라면서 정부의 초월적인 뒷공작이 있을 거라고만 암시를 하고 있죠. 하물며 인종차별,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우리는 같은 인간으로서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양심적인 돌파구를 찾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인을 비인간적으로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배경과 조건이 설명이 안되어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 에 대한 질문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거죠.

그러니까 작품이 이 부분에서 다소 조악해집니다.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니까 고어씬으로 비인간적인 일이 일어난다!! 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거죠. 상식적으로 죽지 않는 존재를 상대하면서 정부가 뭐하러 저렇게 언론 통제하고, 대규모 군기관을 유지하는 엄청난 비용을 치뤄야 할까요? 고작해야 하는 게 "인체실험" 입니다. 인체실험 하나 할려고 저렇게 잡기도 어렵고 색출도 어려운 존재한테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게 말이 안됩니다. 그 인체실험을 해서 정부가 대체 어떤 이익을 얻을 수나 있으며 그게 꼭 아인을 붙잡아서 해야 하는 문제냐는 현실적 질문이 생기는데 이 작품은 거기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답을 못합니다. "이익을 위해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는 권력기관"의 이미지만 있지 그 이익이 뭔지, 왜 이렇게까지 이익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심각한 고민은 다 합니다. 인간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이 작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런 고민을 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고민 따위는 다 집어치우고 아인이라는 존재의 특수한 능력들로 현존하는 방위 시스템을 무너트리는 "밀리터리" 측면으로만 빠진다는 겁니다. 비행기 테러도 하고 총싸움도 하고 이것 저것 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정치적 의미나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쓴 티가 난다는거죠. 그래서 작품은 결국 무슨 초인 대 초인의 싸움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서 주인공 나가이 케이는 나약한 청소년 포지션에서 갑자기 시니컬한 이기주의자로 돌변하고, 주인공이 대적하는 아인 집단의 우두머리도 싸이코패스라는 설정이 급히 붙고요. 그냥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과 사회 속에서 이능력자들이 싸움 하는 이야기로 시작했으면 더 간단했을 텐데 여기에다 무슨 정치니 인권이니 어설픈 폼을 잡다가 갑자기 싸이코패스끼리의 싸움으로 그 함의가 급락합니다.

이쪽 계통 이야기는 오쿠야 히로가 제일 잘 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진짜 딱 중2병느낌.
일각여삼추
16/02/25 16:07
수정 아이콘
확실히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 정부는 왜 아인들을 포획하려 드는지, 주변 인물들은 왜 아인을 적대시하는지 설명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간 자신과 본질적으로 다른 타자에의 공포, 겉모습은 닮았지만 죽는 순간 되살아 나는 모습에서의 불쾌한 골짜기, 연구로 그 불사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욕망까지 합쳐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이익은 제약업계와 밀착한 '불사성의 획득'이 될 것 같습니다.

만화책 전개에서 뜬금없이 능력물 배틀로 흘러가면서 루즈해졌다는 지적에는 일부 동의합니다.
16/02/25 16:10
수정 아이콘
저도 공감합니다..길게 쓸말은 없지만 좀 보다보니까 너무 폼재는 중2병 느낌이 나서...공들여 그린거 같은데 거기서 다 깎았어요.
코나투스
16/02/26 03:45
수정 아이콘
덕분에 좋은 작품 알아갑니다!
공유는흥한다
16/02/26 04:20
수정 아이콘
지금 만화책으로 보고있는데 정말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아인관련 사건이 진행될수록 매스컴에서는 온갖 헛소리가 다 나오지요 범죄자의 30퍼센트가 아인화 가능성이 있다는 등등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헛소리인데...
사악군
16/02/26 09:04
수정 아이콘
주인공의 사이코패스성향은 나중에 설정변경, 리부트한거라 생각합니다. 별로 치밀한 sf라 보지 않아요. 딱 엘펜리트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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