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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25 03:40:38
Name 랜슬롯
Subject [일반] 강호동의 비상을 다시 한번 꿈꾸며. 1박2일을 추억하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MC는 분명히 유재석입니다. 누구에게도 친절하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누구보다도 착한 이미지의 MC인 유재석. 그러나, 그만큼 좋아하는 MC가 최근에 드디어 생겼습니다. 바로 강호동씨.

해외에 오랜기간동안 살다보니까, TV보는 시간이 아무래도 많습니다. 혼자 있다보니 할게없을때 항상 틀어놓는게 예능이거든요. 그중에서도 제가 최근에 가장 많이본 예능은 일박이일 시즌1입니다.

일박이일 시즌1을 떠올리라면, 여러멤버들이 있겠지요. 강호동, 이수근, 지상렬, 노홍철, 김종민, 김C, 이승기, 은지원, MC몽. (아 엄태웅씨도 있었군요 크크.) 그러나 이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를 뽑으라면 누가 뭐라해도 강호동 이수근 김C 이승기 은지원 MC몽, 그리고 김종민씨가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 8의 멤버였던 나PD까지.

저는 처음에 강호동씨를 그렇게 좋아하지않았습니다. 스타일도 너무 강할뿐더러, 너무나 약한척을 할때도 많다고 느꼈고, 방송에서 사람들을 막대하는 것처럼 보였기때문입니다. 애시당초 그가 왜 국민MC라고 불렸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어렸을때는요. 최근에 1박2일을 2007년부터 끝날때까지 쭈욱 몇번씩 되돌아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됬습니다.

사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처음의 계기는 은지원씨의 신서유기에서의 발언이였습니다. 신서유기에서 마지막날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술을 마시면서 은지원이 술에 완전히 취해서 헤롱헤롱해서 반복해서 말을 하더군요. "호동이형이 우리를 막 때리잖아. 근데 저형 다른 방송에 가면 절대 저렇게 안하거든. 우리랑, 스태프랑 너무 친하고 가족같아서 그렇게 하는거야." 완전 취해가지고 계속 이말을 반복하더군요. 이승기씨의 소원도 인상적이였지요, "이 방송이 오래갈 수 있도록."

모든 방송이 오래하면 가족같겠지만 1박2일은 정말 그 누구보다도 연기자와 스태프들의 정이 깊었던 시즌이였습니다. 이승기씨는 방송에 몇번에 걸쳐서, "저는 일박이일 오면 방송을 찍으러 오는게 아니라, 정말 놀러오는 것같아요." 라고 말했던 것처럼 누구보다 가족같다는 느낌을 맡이 줬던 방송이였습니다.

강호동씨의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 - 예를 들어 일박이일에서 고집을 부리는 모습, 복불복에서 졌는데 인정을 못하는 모습, 등은 바로 그가 방송에서 만드는 그만의 스타일이라고 몇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됬네요.

저는 강호동씨가 어떤면에선 유재석보다 더 대단한 MC라고 생각합니다. 두 MC는 워낙 서로 다른 모습으로 최고라고 전 생각하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유재석씨는 최고의 MC지만, 강호동씨는 그냥 돼지라고 폄화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강호동의 시작은 씨름선수였고, 예능은 전혀 몰랐던 사람입니다. 예능인으로써의 마음가짐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이 대한민국 최고의 MC로 거듭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강호동 , 인간 강호동으로써의 수 많은 고민들 ㅡ 예를 들어 본인이 천하장사인데 방송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잘 다가갈 수 있을까, 또는 어떻게 다양한 모습들을 위화감이 없이 보여줄 수 있을 까 하는 생각들 ㅡ 을 생각해본다면 그가 더 대단하게 생각이됩니다.

강호동이라는 MC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 편은 바로 1박2일 광양편이였습니다. 지금 새로운 1박2일의 PD, 유호진PD가 신입PD였던 시절 강호동이 했던 몰카가 있는데, 바로 김C와 강호동이 몰카로 서로 싸우는 것이였습니다. 거기서 내용이 대충 뭐였냐면, 김C의 딸이 아프고 그래서 김C가 방송을 놔두고 딸에게로 간다고 하고 강호동이 그럼 방송은 어떡하냐 라는 식으로 꼬투리를 잡아서 서로 싸우는 내용의 몰카였습니다. ()

물론 몰카였지만 여기서 강호동이 했던 말이 그가 했던 행동을 생각해보면 되게 인상적인데, 강호동이 "나는 안가. 나는 방송이 먼저야" 라는 말이였습니다. 실제로 강호동씨는 후에 광양편에서 아내가 산모의 고통으로 출산을 할때 1박2일의 방송중이였는데, 아내의 곁으로 가지않고 끝까지 방송을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볼때 강호동의 책임감은 정말 대단하고, 방송인으로써, MC로써 얼마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하는 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로 강호동가 역시 국민MC구나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이건 유재석씨도 가지고 있는 부분인데, 바로 모든 방송에서의 우선순위는 본인 ㅡ 즉, 연예인이고 방송인인 그 자신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둔다는 겁니다. 방송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않고 매 편마다 시청자들을 언급하고 시청자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방송을 이끌어 가려는,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을 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는, 절대로 일박이일이 단순히 당신들 (연예인들) 끼리 웃고 떠드는 그런 방송으로 만들려고 하지않습니다.

예를 들어, 1박2일 연평도편에서 강호동씨는 이수근씨와 함께 요리대회에서 승리해서 연평도 꽃게를 탑니다. 사실 이런 상을 아무생각없이 받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않는데, 그는 굳이 당신들이 방문했던 예전 할아버지 할머니댁을 기억하고 그분들께 꽃게를 보냅니다. 그에게 있어서 방송에서 최우선 순위는 , 마치 유재석처럼, 연예인인 자신이 아니라 바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기때문입니다.

마지막은 그의 겸손함이겠죠. 1박2일이 최고를 달리던 2008년 후반 겨울 혹한기 대비캠프에서 방송중에 강호동씨가 질문을 받는 타이밍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실 강호동의 주가는 최고를 달리던 때였습니다. 기자가 질문을 하죠, "유재석씨와 본인과 비교를 하면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나요?" 강호동은 대답합니다. "유재석씨는 정말 대단한 MC고 저는 거기에 비교할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천하장사로써의 본인과 방송인으로써의 본인, 그 부분들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그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비상하는 모습을 전 보고싶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예능을 좋아하시지않는데, 그 이유는 "지들끼리 웃고 떠드네." 라고 생각하시기때문입니다. 예능이란게 사실 그렇습니다, 잘못하면 시청자들은 내팽개치고 연예인들끼리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그런 방송으로 생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런 방송이 되면 예능으로써의 완벽한 실패지요.

1박2일의 시즌1을 몇일동안 보면서 전 정말 강호동씨의 멘트에 힘이 났습니다. "국민여러분! 시청자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여러분! 여러분의 배꼽을 훔치러 돌아왔습니다. 일바아아아악! 이이이일." 재미있는건, 한 번 실수로 외출하기전에 일박이일을 틀어놓은 상태로 밖에 나갔다 온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전 그걸 모르고 밖에 나갔다 왔는데, 집 문에 도착했는데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리더군요. 다른 예능을 켜놓고 외출한적도 많은데 그렇게 잘 들리는 목소리는 없었는데, 집에 들어와서 보니 바로 강호동씨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시절, 벌써 몇년전과는 다르게 예능또한 변화가 있었고, 더 이상 강호동씨처럼 소리를 질러가며 방송을 이끌어가는 것은 안타깝지만 더이상 환영받지못합니다. 신서유기에서 이승기씨가 말했던 것처럼, "형 더이상 방송 그렇게안해요." 더이상 일박이일의 강호동씨를 방송에서 보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고 다시 한번 보고싶습니다. 일요일에, 강호동씨와 나영석PD, 그리고 일박이일 멤버들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곳을 소개해주며 저같은 해외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ㅡ 물론 지금은 새로운 일박이일이 유호진PD와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정말 잘 하고 있긴하지만.

곰곰히 글을 적는 와중에 생각해보면 그런 면에서 일박이일은 강호동씨에게 정말 맞는 스타일의 예능이기도 했네요. 강호동씨의 넘치는 그 활력을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그런 정말 두번다시 오지 않을 예능.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이지만, 앞으로 예능인 강호동의 멋진 활약을 바래봅니다.

버라이어티 정신을 외치며 방송계를 뒤집어놓던 그가 다시 한번 비상했으면 좋겠습니다.

강호동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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