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대학가는 피지알러입니다.

1. 예전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신입생들이 입학 전에 단톡방(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재학생과 친목도 하고, 정보도 나누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입생들만 있는 단톡방이 형성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재학생들이 '엑스맨' 또는 '스파이'라는 이름으로 신입생인 척하고 신입생 단톡방에 들어오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단순히 신입생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일까요? 그런 목적도 있지만, 스파이는 단순히 숨어서 엿보는 것만 아니라 어그로를 끕니다. '저 선배 난 이상한 거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감이 오시죠? 여기서 동조해서 나도 저 사람 싫어! 하면... 무려 선배"님"의 뒷담을 했다는 증거가 남는 거죠. 캡처파일은 선배들 톡방으로 여행을 가고요. 그렇다고 엄격 근엄 진지하게 정색하면서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나요. 진짜 신입생이라면 어쩌려고... 그저 살얼음판을 걷듯 '아니 난 잘 몰라서...'라고 두리뭉술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죠. 물론 그래도 까이긴 할 테지만요.

2.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의 대나무숲,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인공이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대나무숲에다가 몰래 말해버렸죠. 그 유례대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대나무숲 페이지는 익명으로 자신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 신입생들은 스파이를 자제해달라고 말합니다. 개중에는 다소 공격적인 글도 있고 염려가 묻어나오는 글도 있습니다. 이런 글이 올라오면 사과가 올라옵니다. 하지만 그만큼 비난도 올라옵니다. '내가 당할 때는 재밌었는데?'라는 논리를 가장한 비논리부터 '16학번들 세네^^ 나중에 얼굴 함 보자^^'라는 고도의 비꼬기까지 별 비난이 다 나옵니다. 이런 거 당당하게 이름 까고 말하세요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내가 학교에 들어온 건지 디시에 들어온 건지 분간이 안 됩니다. 디시도 말이 디시지 차라리 쌍욕을 하지 만나서 보자^^라는 협박은 안 합니다. 막말로 막 자대배치 받은 이등병한테 자기도 어제 왔다며 거짓말하는 전통적인(?) 군 가혹행위랑 다를 게 뭔지 싶기도 합니다.

이런 장문을 쓴 이유는 제가 들어갈 학교가 요즘 그걸로 시끌시끌해서...입니다. 걱정이 좀 되네요... 아니 많이 되네요. 해당 학교 대나무숲의 링크와 스크린샷은 문제가 될까봐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올려다보니 여전히 글쓰는 기술이 많이 부족하네요.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분명히 일부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일부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생 대다수는 걱정을 안게 됩니다. 일부라고 치부하기엔, 피해가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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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