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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01 19:30:51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열등감..

운동겸 해서 초등학교 트랙을 돌다 라스트 국민학교 졸업생인 나(83년생)의 어릴적이 생각났다.


연락이 닿지 않은지 20년이 되어가는 관계라 친구로 불러야 하는지 조금은 애매하지만 그 친구는 나의 국민학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다.



친구의 이름은 손동현...국민학교 6년내내 그녀석과 등하교를 같이했다. 꼬맹이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리던 학교를 6년을 같이 다니는데

안 친해지면 그게 더 이상한게 맞긴하다. 같은반 이었던 적은 1학년 일년 뿐이었지만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았는지 매일 같이 서로서로

쉬지않고 주절주절, 나불나불, 낄낄 거리면서 우정을 쌓아나갔다.




녀석은 금수저 였다. 어느 정도 수준을 금수저라 지칭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당시 그녀석의 집은 단독주택의 2층이었다. 1층은 세주고

있었고, 할머니까지 살고 있다곤 해도 집에 방이 4개, 운동장 같은 거실도 있었으며 밥은 드라마에나 나오는 큰 식탁에서 먹고

결정적으로 컬러로 출력되는 모니터가 있는 매직스테이션 컴퓨터와 슈퍼컴보이가 있었다. (팩도 많았다)

우리집은 단칸방에 연탄보일러를 떼는 집이었다. 가끔 우리집에 라면먹으러 온적이 있긴 하지만 비교해 보면 내가 그녀석 집에서

보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다. 동현이네 엄마는 우리엄마와 비교해서  젊고 예뻤다. (심여사 미안) 형제들과 나이차이가 많아 집에는

나혼자 밖에 없었는데 동현이는 예쁜 여동생도 있었다. (시집갔겠지...)



제목에 열등감이라고 해놔서 아아~ 그게 열등감이 있었겠구나 하겠지만 사실 그런쪽으론 하나도 그녀석이 부럽거나 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때가 많이 묻었다면 뭔가 자격지심도 있었을거고 동현이도 아마 조금은 불편했을거다. 하지만 그 때는 그런거 없었다.

자격지심이란 단어의 의미를 몸으로 체감한건 중학교나 들어가서 였고 그 시절은 그냥 천방지축 날뛰고 뒹굴고 노는게 전부였다.

오히려 가끔 동현이네 엄마가 저녁먹고가라고 해서 그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우리엄마와 비교되는 아줌마의 음식솜씨에 동현이가

안쓰럽기 까지 했다. 이른바 엄마 솜씨 부심....(근데 나중에 동현이네 엄마 식당 차린건 함정...)




열등감은 다른곳에 있었다.








그녀석은 나보다 아주 약간 달리기가 빨랐다. 체격으로 따지자면 그녀석이 나보다 조금 크긴 했지만 어른들이 보면 그게 그 수준이었다.

그런데 참 그 약간 달리기 빠른게 6년내내 극복이 안되더라. 공으로 하는건 내가 좀 잘한 기억이 난다. 캐치볼 같은거 하면 내가 글러브질도

좀 잘하고 배드민턴 같은것도 내가 좀 더 민첩하게 잘했던것 같다. 그런데... 달리기... 정확히는 단거리 달리기의 벽이 있었다.

그 시절엔 놀게 없으니 학교 끝나고 공터 같은데 동네 아이들이 모이면(나랑 동현이가 가장 어렸다) 명수는 12살에 나왔던 그런 놀이들을

하고 놀았는데 마지막은 항상 팀을 나눠 하는 이어달리기 였다. 운동신경 좋은 형 둘이서 가위바위보로 편을 가르면 막내인 나와 동현이가

항상 끝까지 남아 선택받길 기다렸다.

그럼 꼭 동현이가 먼저 선택되었다.  남은 쪽에선 아쉬워 하며 나를 데려갔다. 지금으로 말하면 드래프트 꼴픽이었다는 건데 그게 너무

자존심상했다. 양팀의 1번으로 동현이와 내가 스타트를 끊어 한바퀴를 돌아 다음차례에게 바톤을 넘겨줄때즘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 발만큼 내가 늦었다. 1인당 두바퀴로 중장거리로 룰을 바꾸면 이기고 지고 했었는데 단거리 그 한 바퀴에선 6년내내 딱 한 발

만큼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그게 진짜 분하고 억울했다.





막 무작정 계속 해보자고 하고 신발도 바꿔보고, 스타트 방법도 바꿔보고 녀석의 인코스 아웃코스 진입전략을 연구하고 하면서

중학교 들어갔을 시점에 드디어 그녀석을 한번 이겼다!!! 하면 너무 상투적이지 않을까 싶어..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다.

와 저색히는 못이기겠네... 하고 인정하니.. 6년의 한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정신승리랄까...

내가 동현이에게 달리기로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을때 아마 그녀석도 나에게 게임 열등감을 느꼈을 것이리라...

스파2, 킹오브95... 그 녀석은 하루하루 오락실에 돈 갖다 받치는 풋내기 였으니까....







여튼 초등학교 트랙을 돌다 축구골대를 사이에 두고 달리기 시합을 하는 두 꼬맹이를 보고 어릴적 추억이 생각이 났다.



서로 "준비 시작~" 지가 말하겠다고 한참을 투닥투닥 거리다가 룰 정리가 되었는지 드디어 게임이 곧 시작 되는듯 했다.


시작~!! 하고 동시에 튀어나가더니 스무걸음을 채 가지 못하고 한 친구가 넘어졌다. 승리를 쟁취한 친구는 결승점을 찍고

넘어진 친구쪽으로 비웃음을 섞어가며 되돌아 왔다. 넘어진게 분한건지 진게 분한건지 여튼 씩씩 거리는 친구에게 승리자인 친구는

트랙에서 스트레칭 하고 있던 나에게 까지 들리는 목소리로 넘어진 친구를 위로해주었다.


















"하체고자 인정? 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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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usel
16/02/01 19:46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좋아요. 크크크 잘 읽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건너건너라도 연락이 안되나요?
저라면 근황이 궁금할거 같네요.
여동생이..;
16/02/01 19:46
수정 아이콘
아... 휴먼급식체가 이 글의 포인트네요 크크크
윤열이는요
16/02/01 19:54
수정 아이콘
만우절 이벤트때 글이었다면 추천도 더 받고 댓글도 풍성했을텐데 아쉽네요
코코볼
16/02/01 21:14
수정 아이콘
아름다운 글입니다 크크크크크
월터화이트
16/02/01 21:51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크크크
바보미
16/02/02 13:18
수정 아이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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