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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31 20:22:50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도서추천] 아랍세계의 팽창과 이슬람 제국의 형성

아랍세계의 팽창에 대한 훌륭한 도서가 있어 이에 대해 짧은 정보를 공유합니다.


제목은 "In God's Path: The Arab Conquests and the Creation of an Islamic Empire"




아랍세계의 정복, 특히 서기 7세기 아랍인들이 주인공으로 부상한 시기에 대한 로버트 호이랜드의 책은 세계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챕터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독서 목록이다. 아랍의 팽창에 대한 전통적인 서사는 종교적 광신이 어떻게 두 초강대국을 무너뜨렸는가에 치중되어 있다. 본 저서의 저자는 무슬림 사료 뿐만 아니라 비무슬림 세계의 사료(시리아, 아르메니아, 동로마, 심지어 중국 등지의 사료)를 인용하면서, 진실은 이보다 복잡했다고 밝히고 있다. 


유명한 역사학자 피더 헤더(Peter Heather)는 자신의 저서 "로마의 부활(the Restoration of Rome)"에서 무함마드를 훈족 아틸라에 비유했다. 아틸라가 쇠락하는 로마제국을 유린한 것처럼 쇠락하는 비잔틴 제국을 유린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로버트 홀리랜드는 이와 마찬가지로 아랍의 군사적 팽창과 부흥을, 쇠락하는 두 제국 사이에서 나타난 신흥세력의 부상,즉 하나의 <국가간설 이론>의 렌즈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핵심 포인트에 주목한다.


(1) 서기 7세기의 아랍인들은 사막에 고립되어 있거나 반야만 상태의 유목민이 아니었다. 그들은 로마(비잔틴)제국과 페르시아의 제국의 봉신국가였으며 이들은 이 두 제국과 폭넓고 깊은 문화적 및 상업적 교류를 맺었었다. 이러한 교류는 두 부족, 특히 가사니드(Ghassanids)와 라흐미드(Lakhmids) 부족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들은 각각 로마와 페르시아의 속국으로서 이들 대신 대리전을 수행했던 부족들이다. 이는 몇몇 아랍부족들에게 풍부한 군사경험과 부를 축적하도록 도왔는데, 이는 후일 그들의 상국들을 향한 부메랑이 되었다. 문화적으로 또한 7세기 무렵 아랍의 토착신앙이 다양한 기독교계 및 유대계 종교들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시대 때 자행되었던 비칼케돈 종파들, 또는 정통 교리에 반하는 다양한 종파들에 대한 탄압은 이들로 하여금 아라비아의 사막에 재정착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물론 이슬람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Arabworld6thC.jpg



(2) 초기 아랍의 팽창은 "불신자"에 대한 계획적이거나 일관된 정복전쟁이 아니었다. 이보다는 몽골이나 다른 중앙아시아의 유목민과 마찬가지로 쇠락하는 로마나 페르시아 부를 약탈하기 위한 우발적 충돌들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당시 아랍인들은 서로마를 약탈하고, 종국에는 로마를 정복하고 서로마 전역으로 팽창한 5세기의 고트족과 유사했다. 이와 약탈 및 정복 행위는 아랍인들만 자행한 것이 아니라 아바르족, 하자르족, 그리고 튀르크족들도 자행한 것이다. 단, 이들의 팽창은 지리적인 장벽으로 제한되었을 뿐이다. 반대로 아랍인들은 남쪽에서 북으로 북상했고, 이들을 가로막는 자연적인 방벽이 적었다. 


(3) 아랍인들의 약탈은 만약 로마와 페르시아가 재정적으로 파산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국력을 소진하지 않았다면 그저 약탈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다. 페르시아는 황제 마우리키우스에 대한 쿠데타와 콘스탄티노플의 혼란을 기회삼아 이집트, 시리아, 그리고 예루살렘을 정복했고, 반대로 로마의 신임 황제 헤라클리우스는 페르시아의 수도 크테시폰을 정복하고 파괴했다. 이와 같은 상호파괴에 더해서 양국은 전염병의 직격탄을 맞아 크게 약화되었다. 하지만 아라비아는 유목민이라는 특성과 사막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전염병의 파괴로부터 비교적 안전했다. 따라서 약화된 제국들의 속주를 쉽게 접수할 수 있었다. 


(4) 무함마드는 당시 존재했던 수많은 군주들 중 하나아였고, 그는 거대한 일신교 연합을 구성했다. 그리고 그가 헤자즈의 아랍인들을 이끌고 팔레스타인으로 진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통적인 이슬람 사료에는 그가 팔레스타인 정복 이전 서기 632년에 죽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비무슬림측 기록인 독트리나 야코비(Doctrina Jacobi)와 세베오스(Sebeos)는 그가 당시 살아있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초기에만 이를 이끌었고,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정복 이전에 는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5) 아랍인들은 또한 페르시아를 공격하였고 이라크를 넘어 이란의 심장부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이는 무함마드와는 별개의 세력이 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나중에 아부 바크르에게 패한 이후에 비로소 이슬람세력에 완전히 편입된 것일 수 있다. 물론 무슬림 사료는 무함마드에게 충성을 맹세한 세력이 잘못된 신앙에 빠져(Ridda: heresy)벌어지는 전쟁을 기록하고 있지만, 애초에 무함마드에 대한 충성맹세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6) 아랍인 군대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첫째, 로마와 페르시아 제국들이 서로 간의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지쳤기 때문에 많은 도시들을 무방비 상태로 남겨두었다. 따라서 이들 도시들은 처음부터 저항하기를 거부하고 아랍인들에게 조공을 바쳤다. 둘째, 저항을 택했던 도시들은 자원부족으로 효과적인 저항군을 육성하지 못했으며 제국으로부터 구원군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당연히 패배했다. 하지만 정복이 언제나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아랍인들은 트란스옥시아나(Transoxiana)의 부족들, 서튀르크족, 그리고 구자라트의 왕국들의 맹렬한 저항에 시달렸다. 아랍제국의 팽창이 멈춘 것은 그들의 정복욕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강한 상대를 만난 후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랍의 팽창이 멈추고 국제관계에 일정한 균형이 이루어지자 이들은 통치와 정치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제국은 분열하고 내전이 벌어졌다. 무아위야는 무함마드의 후계자 하산을 패배시키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수도를 옮기면서 우마야드 칼리프 시대를 열었다. 이슬람 세계는 이때부터 배타적인 아랍부족연맹에서 다문화적이고 보편적인 제국이 되었다. 우마야드 왕조는 이슬람 교리를 체계화시키고, 노예와 상류층 모두에게 개종을 권유했다 (그전까지는 비아랍인에 대한 개종은 권장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피정복민을 개종시키면 정복민과 피정복민의 구분이 사라질뿐더러, 중요한 특별세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록 무함마드 개인에 대한 서술은 부족하지만, 아랍세계, 그리고 이슬람의 팽창에 대해 서술한 훌륭한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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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직 읽고 있는 중인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일독을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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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열무
15/12/31 20:45
수정 아이콘
책 하..한글로 된 건 있나요?
Lightsaber
15/12/31 20:55
수정 아이콘
가사니드(Ghassanids)와 라흐미드(Lakhmids)는 영어식 표기이므로 우리말로 쓸 때엔 갓산, 라흠으로 쓰는 게 나아 보입니다. (사사니드 페르시아->사산 조 페르시아처럼)

크루세이더 킹즈에 저 시대도 DLC가 발매된다면 과연...? 선지자께선 별도의 포트레이트까지 구현되어 있으신데! 하지만 선지자를 플레이할 순 없을테니 안될거야 아마...
무식론자
15/12/31 20:56
수정 아이콘
몽골제국의 급격한 팽창과 정복에 비해 그에 못지않는 속도로 성장한 이슬람 제국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더군요.
옹기종기 모여살던 놈들이 갑자기 하나로 뭉쳐서 침략을 시작하는데 이건 뭐 재해 수준...
닉네임을바꾸다
15/12/31 21:05
수정 아이콘
환경전사들에 비하면 임펙트가...응?
팽창속도라면 몽골이 아주 압도적으로 빨랐을거 같지만서도요...
sen vastaan
15/12/31 23:26
수정 아이콘
결국 포카스의 꼴통짓이 나비효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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