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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28 11:51:08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NYT 칼럼: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미 완성된 다에쉬이다.
http://www.nytimes.com/2015/11/21/opinion/saudi-arabia-an-isis-that-has-made-it.html?_r=0

알제리의 진보적 언론인 Kamel Daoud가 기고한 글입니다. 그는 세속적 이슬람을 주장하며, 알제리의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언론인입니다. 알베르 까뮈의 소설 <이방인>을 비판하는 소설로 프랑스 문학계에서 대히트를 쳤습니다. 까뮈가 그저 <아랍인>이라고 부른 한 피해자에게 <이름>을 부여하여, 그의 입장에서 서술한 하나의 풍자소설입니다.

아무튼 그가 올린 글을 번역해서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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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는 ISIS가 이미 완성한 국가

검은 다에쉬(Daesh), 하얀 다에쉬. 전자는 목을 자르고, 죽이고, 돌을 던지며, 손을 절단시키고, 인류문화유산을 파괴하며 고고학, 여성, 그리고 비무슬림을 혐오한다. 후자는 더 나은 옷을 입고 깨끗하지만 사실상 같은 짓을 벌인다. 이슬람 국가와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테러에 맞서는 투쟁에서 서방세계는 전자와 전쟁을 벌이지만 후자와는 악수를 나눈다. 이런 모순에는 대가가 따른다. 서방세계는 사우디와의 전략적 동맹을 맺고 있는데 반대로 사우디는 다에쉬가 정신적 원천으로 삼는 와하비즘을 포교하는 성직자들과 동맹고 있기 때문이다.

와하비즘은 18세기에 발흥한 메시아적 극단주의이다. 그리고 메카와 메디나를 거점으로 삼아 순수한 칼리프 국가 건설을 주장한다. 학살과 선혈로부터 태어난 이 이념은 여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관계를 주장하며, 비무슬림이 성지의 땅을 밟는 것을 불허하며, 그리고 매서운 종교법을 집행한다. 이는 다시 모든 종류의 형상(imagery) - 따라서 예술 - 에 대한 혐오로 나타나며, 육체와 자유에 대한 혐오로 발전한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결국 다에쉬가 지향하는 국가를 이미 완성한 나라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자기부정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은 사우디의 신정체제(神政)를 지지하면서도 이들이 포교하고 있는 이념에 대해서는 모른척한다. 아랍세계의 젊은세대는 지하디스트로 태어나는 게 아니다. 그들은 파트와 골짜기(Fatwa Valley) - 성직자들과 성경,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발행물을 생산하는 일종의 이슬람 바티칸 - 에서 지하디스트로 육성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사우디도 이슬람국가의 타깃이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이는 사우디 왕가와 성직자들 간의 끈끈한 동맹, 따라서 왕국의 안정 - 또는 불안정 - 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우디 왕가는 완벽한 함정에 빠져있다. 그들은 불안정한 왕위계승을 보완하기 위해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왕가와 성직자 간의 동맹을 강조한다. 사우디 왕가가 지원하는 이슬람 극단주의는 왕가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대신 국가를 불안정에 빠뜨린다.

종교가 사회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무슬림 국가에 한 번 살아봐야 한다. 특히 사회의 약한 연결고리 - 가정, 여성, 농촌 - 에 대해서 말이다. 이슬람 극단주의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말리, 마우레타니아 등 많은 나라에 널리 퍼져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설파하는 수천가지의 신문과 성직자들은 세상에 대해 하나의 관점만을, 하나의 전통만을, 하나의 의복양식만을 주장하며 심지어 정부의 법과 사회의 의례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와 관련해서 파리테러에 대한 이슬람 신문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서방세계는 "불신자"들의 땅으로 그려지며, 파리에서 일어난 참극은 이슬람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비롯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세속주의와 유대인은 무슬림과 아랍인들의 적이 되며, 팔레스타인 문제는 이라크의 강간(rape of Iraq), 그리고 식민지배의 트라우마와 함께 지속적으로 환기된다. 이러한 기억들은 메시아를 갈망하는 메시지와 함께 포장되어 대중을 현혹시킨다. 지배계층이 프랑스에 위로를 보내면서 반인륜적인 행위를 규탄하는 와중에 아래층에서는 이러한 담론이 오고가고 있다. 이는 사우디에 대한 서방세계의 모순만큼이나 모순적인 일이다.

따라서 서방세계가 열정적으로 주창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전쟁은 근시안적이며 그들은 증상에 대해 행동을 할뿐,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ISIS는 무장단체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이다. 지하드를 설파하는 성직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면서 다음 세대가 지하드 문화에 물들지 않기 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러한 병리적 현상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서방세계 입장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는 중동의 체스판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다. 이란보다 회색 다에쉬가 낫다는 말이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자기부정은 균형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낸다. 지하디즘을 세기의 악으로 규탄하면서도 누가 이를 만들어냈으며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는 체면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

다에쉬는 어머니가 있다. 이라크 전쟁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도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그들의 성직자들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전투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쟁에서는 이길 수 없다. 지하드전사들을 죽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은 계속 재생산될 것이다.


파리에 대한 테러는 이 모순을 다시 들춰냈지만, 9.11때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는 우리의 분석과 양심에서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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휀 라디엔트
15/12/28 12:02
수정 아이콘
결국 중동의 서방 세계를 향한 증오자체를 제거해야만 이 피의 연결고리가 끊길수 있다는 말인듯하네요.
또한 중동국가들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그 증오심을 계속적으로 유지하려 할테구요.

문제는 그 증오를 없애는 일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은데...
앙토니 마샬
15/12/28 12:19
수정 아이콘
중동의 일은 정말 여러 이해관계가 물려있어 당사자가 아니고선 뭐라 쉽게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IS가 하는 행동들이 나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그런 단체가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지 납득되기도 하고요. 아무튼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느낌입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어니닷
15/12/28 12:34
수정 아이콘
누구나 다 알고있지만 참 해결하기 어려운 중동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글이네요.
사우디아라비아란 나라 자체가 사우디 왕가와 와하비즘 성직자간의 동맹을 통해 생겨난 곳이라.. 사우디 왕가가 날라가지 않는한 답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우디 왕가가 날라가도 문제이긴 하죠. 사우디판 케말파샤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는한..
aurelius
15/12/28 13:18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정말 큰 딜레마입니다. 사우디는 그런 측면에서 계륵같다고나 할까. 셰일혁명이 미국으로 하여금 사우디에 덜 의존적으로 만든다면, 이도 하나의 구조적인 변화를 도출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반대로 위기감을 느낀 사우디가 더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파르티타
15/12/28 12:5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하심군
15/12/28 13:05
수정 아이콘
하필이면 이슬람의 중심인 메카의 주인이 그 모양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죠.
15/12/28 13:12
수정 아이콘
이슬람에 먼치킨의 종교 개혁가가 등장해야 할텐데 하긴 할까요??...
코나투스
15/12/28 14:03
수정 아이콘
좋은 칼럼 소개 감사합니다.
15/12/28 14:27
수정 아이콘
중동문제가 해결되려면 우선
1. 수니파, 시아파 분파 해결
2. 이슬람과 정치의 정교분리 (와하비즘에서 탈피)
3. 쿠르드족의 독립으로 IS 분쟁지역을 이라크, 시리아, 쿠르드로 3분할

3번은 현실적이나 1,2번은 거의 해결될 기미가 없으니, 중동은 21세기 내내 전지구적 분쟁지역으로 남을 듯합니다.
Time of my life
15/12/28 14:31
수정 아이콘
터키마저 에르도안이 원리주의로 가자고 하는것 같던데
이 와중에 이란은 이슬람인이 무기를 버리고 굶주린 이슬람인
을 도우자고 대통령이 말하고 이미지개선하자고 했는데
아랍 입장에서는 아랍도 아니고 시아파 놈들 꼴갑떤다고
할듯요
aurelius
15/12/28 14:46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최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를 반대하고 이슬람 세계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내년 1월에는 심지어 바티칸에 가서 교황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다분히 사우디를 겨냥하고 있는 제스쳐인 거 같아요.
Time of my life
15/12/28 15:02
수정 아이콘
이란의 행보가 궁금하네요 서방세계보고 우리 핵포기할테니 우리 좀 잘바줘 이러면서 서방의 룰을 따를것 처럼 하면서 중동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는게... 중동의 지역패권에 관심이 많나 보네요.... 하긴 그 덩치로 패권에 관심없다는게 말이 안되지만요... 그러면서 이참에 미국이 이스라엘 심기를 꽤 긁는짓을 하는것 같네요. 이란에게 돈과 정보를 줄테니 이란은 피를 흘리고 다에쉬를 치워줬으면 하는 바램 같은데...
이란은 아직 관망만 하는것 하는것 같구요...
밴가드
15/12/28 17:15
수정 아이콘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계기로 로하니 대통령과 자리프 외무장관은 서방과 관계계선을 하려는게 눈에 보이는데 문제는 그들의 행보를 가지고 이란이라는 나라의 외교 방향에 대해 평가를 하기 힘든게 실질직 권력은 종교지도자인 하메네이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서 가장 두각되고 있는 이슈인게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이란내 수감 문제인데 로하니와 자리프는 기자의 석방쪽으로 노력해보겠다라고 제스쳐를 보냈지만 하메네이가 비토권을 행사해서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죠.
BetterThanYesterday
15/12/28 17:59
수정 아이콘
근데 이란이라는 나라는 전문가회의라는 최고기구로 구성되더라고요,, 그 기관에서 심지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탄핵할 수 있죠;;

근데 이 전문가회의 선거가 불과 2달여 앞인데 심상치 않습니다,, 서방과 손을 잡는 개혁파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국민의 열망도 변화와 개혁을 향하고 있다는 기사를 엊그제 봤습니다,, 암튼 이란이라는 나라의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더이상 시아파의 맹주가 아니라 이슬람과 아랍 전체의 맹주로 등극할 수 있을지,,,
밴가드
15/12/28 18:50
수정 아이콘
지금 하메네이가 암 투병중이라 언제라도 저세상으로 떠날수 있는 상황이라 그 전문가회의가의 역활이 매우 중요해질겁니다. 하메네이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임무가 그 기구에게 주어져 있거든요. 개혁파들이 후보들의 주를 이루고 있고 민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해도 문제가 하메네이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들을 사전에 탈락시켜 버릴수가 있다는 사실이죠.

지금까지의 모양새를 보면 하메네이도 전 대통령 라프산자니나 로하니같은 중도파들이 더 영향력이 커지는것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반대인것 같지는 않습니다. 90년대말,2000년대초 정권을 잡았었던 개혁파들에 비하면 이들은 하메네이와 개인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이란 혁명의 수호에 있어서 상당한 공헌을 세운 인물들이기 떄문에 사상이 의심받는다거나 그런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란이 중동,이슬람권의 패자가 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이란은 민족적,종교적,문화적으로 아랍권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죠. 시리아,이라크,레바논에 대해 영향력을 공공히 하는 것만으로도 이란은 벅찰겁니다. 경제가 너무 낙후가 많이 된 상태고 저유가의 악영향은 이란 역시 피해갈수 없죠.

내년 이란에서는 전문가회의 선거뿐만 아니라 의회선거도 있고 하니, 어떤 중요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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