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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17 11:23:31
Name Andromath
Subject [일반] 중국 IT 산업과 광폭 행보
PGR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몇 개 쓴 것 같은데 최근 본 재미있는 뉴스가 있어서 이를 계기로 올려봅니다.
짤막짤막하게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드리는 것 위주로 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1.

지난 주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이 SPIL (Siliconware Precision Industries)를 인수했습니다. SPIL은 대만의 2위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과 테스팅을 하는 업체로 지분 24.9%이 17억 달러에 인수되었습니다.

또다른 업체인 ChipMOS 또한 3억 6천만 달러에 지분 25%가 인수되었습니다.

지난 달 11월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대만의 파워텍 지분의 25%를 6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한국경제신문]

칭화유니그룹이 이루어낸 이 정도 규모의 기업 인수는 웨스턴디지탈을 통해 190억 달러에 우회 인수한 미국 기업인 샌디스크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샌디스크는 낸드 플래시 (NAND Flash) 생산에서 점유율 3~4위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위 그림의 표에서 보시듯이 현재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점유율이 높은 분야입니다.

또한 얼마 전 칭화유니그룹은 DRAM 생산 기업인 마이크론 (Micron)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주주들의 반대 + 미 의회에서 인수가 허가되지 않아 무산된 경험이 있습니다. DRAM 역시 삼성과 하이닉스가 세계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중국계 펀드 기업인 서밋뷰캐피털 컨소시엄이 DRAM 디자인 기업인 ISSI를 6억 3950만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국유자금이 컨소시엄의 핵심이고, ISSI는 DRAM 분야에서 10위권에 해당하는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굵직한 인수 사실이 많지만 모두 다 열거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인수가 이루어질 것이라 봅니다.



2.

이와 같은 중국의 광폭 행보에는 얼마 전 중국의 국가 주석인 시진핑이 발표한 반도체굴기와 큰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요약하자면 국가 주도의 반도체 산업 육성입니다.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굴기의 선도에 있는 기업으로,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자 국립 대학인 칭화대가 출자한 칭화홀딩스와 베이징-쟝군 인베스트먼트가 합작투자한 회사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인텔이 투자를 결정하면서 칭화유니그룹 내의 인텔 지분이 20%입니다.

반도체굴기의 목적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로는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아주 높다는 것과, 국가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킬 필요성이라고 봅니다.
중국의 반도체 수요는 2008년 전세계 기준 39.5%에서 2014년 56.6%으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수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요. 이런 이유를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은 타당해 보입니다.

또한 현재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이라 보아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좁게 보면 국방에 필요한 군사 장비에도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길을 만든다고 보면 됩니다.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 반도체에도 얼마든지 사보타지가 일어나거나 숨겨진 백도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방성 발표). 미국만 해도 군사 장비에 들어가는 제 3세계 (라고 읽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짝퉁 반도체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고요.


<이런 식으로 생산(?)되서 시장에 유입되는 반도체도 있습니다>

또한 국가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수출입이 막히면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는 사태를 대비하고자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구소련의 경우 기술 격차에 따른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프로세서를 카피하거나 혹은 공개된 아키텍쳐를 토대로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예: 엘브루스).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서도 이와 같은 전통이 계속되어 엘브루스 시리즈들을 생산하고 있는데, 성능은 낮지만 자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용도로 생산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과거 소련과 러시아와의 차이점은 중국 자체가 거대한 반도체 시장이기도 한 점입니다. 중국은 단순한 자체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넘어서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기업을 키우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개발, 생산할 기반 시설 및 기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삼성과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서 지금 위치까지 올라왔음을 생각해 보시면,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타국의 반도체 산업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의 기업들을 인수 합병하는 것이고, 중국이 바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3.

반도체굴기의 목표는 크게 볼 때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모두를 중국산화하고 세계 시장을 석권할 기업을 만들거나 인수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 기업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입니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RAM (DRAM)이나 낸드 플래시 (예를 들어 SSD) 등이 있습니다. 삼성 하이닉스 모두 DRAM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전체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지만 낸드 플래시는 그 보다는 아주 약간 부족한 상황입니다. 대략 50%.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 예를 들어 데스크탑용 CPU나 모바일용 AP 등등을 통칭하는 용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CPU야 많이 아시는 것처럼 인텔이 시장의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모바일 AP의 경우 ARM 아키텍쳐 베이스로 한 게 거의 시장의 전부이므로 (애플 A시리즈, 삼성 엑시노스, 퀄컴 스냅드래곤, 미디어텍 등등등) ARM으로 다 통일되어 있다고 봅니다. 중국 회사들인 화웨이, 레노버 등등은 퀄컴 칩으로 많이 만들고요.

기타 비메모리 반도체 중 서버용 프로세서는 엔터프라이즈 레벨에서는 인텔로 거의 통일되어 있고, 그 위로 올라가도 IBM, 썬 (현 오라클) 등이 있겠으나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에서의 인텔의 아성은 깨기가 불가능에 가깝고 하이엔드 서버 시장은 전체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변화폭이 작으므로 논외로 합니다. 그 외 여러 ASIC 등 시장이 많겠으나 생략합니다. 사실 잘 모릅니다...

그리고 그 외에 반도체 공정 및 후공정/테스팅 회사들이 있습니다.




4.

현재까지의 상황을 봤을 때 당장 예상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우선 중국이 샌디스크라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회사를 우회적으로나마 소유하게 됨으로써 현재 한국 기업들이 상당부분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건들여볼 여지가 생겼습니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DRAM에서만큼 낸드 플래시 시장을 완벽하게 쥐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샌디스크에 앞으로 어느 정도의 투자가 이루어지냐에 따라서 시장 판도가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마이크론급의 거대 기업은 아니더라도 DRAM 분야에서 추가 인수가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합작 형태로 DRAM 시장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자체를 흔들면서 더 작은 대만 회사들을 잡아먹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인텔이 칭화유니그룹에 투자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인 결과 어느 정도 지분을 챙겼고, 앞으로 인텔이 추가 생산 공장을 중국에 지을 계획도 있고 어느 정도 협력 관계가 생성되었다고 봅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기술 유출은 아마 철저히 막으려고 할 것이라 보입니다만. 인텔은 CPU 시장이 작아지면서 생기는 타격을 입으면서 거대 시장인 중국을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CPU 시장에서 줄어드는 파이를 모바일 프로세서 (몇 년 죽을 쒔지만)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재진입한 것으로 만회하고자 할 것이고, 특히나 모바일 분야의 경우 중국 회사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자 할 생각일 것 같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얻어가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인텔의 아성을 깨기는 쉽지 않아도, 이를 통해 자체 수급용 프로세서를 생산해도 성공이라고 봅니다. 이를 통해 시장에 조금씩 조금씩 비집고 들어가면 될테니까요.

모바일 분야에서는 중국이 최근 퀄컴 라이센싱에 9억 75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때리면서 자국 내 회사들에 활로를 더 터주었다고 봅니다. 원래 퀄컴은 크로스 라이센싱 정책과 함께 본인들이 가진 라이센스 전체를 번들로 팔아먹는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었으나, 이번 사건 이후로 개개의 특허를 개별적으로 라이센싱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면서 화웨이 같은 회사들은 라이센스 피에 들어가는 돈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특허 그런 것 없이 날로 먹고 있던 샤오미 같은 회사들은 좀 타격을 입을 수 있겠지만요. 제가 보기에 샤오미 같은 회사는 특허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보다는 이미 기반을 다져놓은 화웨이나 레노버 같은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볼 때 더 무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니 화웨이가 전직 군인 소유였나 그랬네요.

마지막으로 반도체 공정과 후공정 분야인데, 공교롭게도 각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들이 대만에 위치해 있습니다 (TSMC와 ASE). 앞서 말씀드린 SPIL 인수로 후공정 및 테스팅 분야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되리라 봅니다. 또한 후공정 분야에서 전체 4위 정도에 해당하는 STATS ChipPAC같은 회사는 JCET라는 중국 회사에 이미 팔린 상황입니다. 공정 분야에서 있어서는 인텔을 비롯해 상당한 숫자의 팹이 중국에 이미 위치해 있는데다가 중국 회사도 있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자체 공정 회사를 성장시키냐 아니면 어느 회사를 또 인수하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5.

이와 같은 중국의 행보에 걸림돌이라 한다면 미국 기업의 경우 미 의회의 인수 허가 거부나 아니면 중국발 변수로 중국 정치 형세 변혁이나 혹은 중국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투자 자체가 고꾸라지는 등의 변수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경제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 언급하는 정도로 넘어가고 싶습니다. 봐주세요.

미국 기업의 경우 예를 들어 인텔은 인텔 내 많은 부서에서 이란 중국 같은 나라들의 외국인 고용은 백그라운드 체크에서부터 막고 있을만큼 기술 유출에 민감해 하고있고 위에서 말씀드린 마이크론의 경우 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중국 기업이 미국 대기업을 인수하려는 경우 의회에서 막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만 기업들의 경우 어떨까요? 역시나 정치 경제 부분은 잘 모르니 두리뭉실하게 넘어가고자 합니다.




결론: 중국은 돈이 아주 많기 때문에 여러 회사들을 이미 인수했거나 앞으로 더 인수할 것이고, 현 반도체 메이저 회사의 상당수가 중국과 관련이 있으며 (중국 자체가 큰 시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 회사가 발을 빼지 못할 것이고, 아니면 아예 중국이랑 협력을 하거나), 반도체 전 분야를 석권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아주 강하기 때문에 중국이 강자가 될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덧: 제목을 중국 IT 산업이라고 쓰고 본문에는 하드웨어 부분만 쭉 적었네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소프트웨어 분야로도 글 올려보겠습니다. 클라우드 쪽이 중점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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