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익명 커뮤니티로 디시인사이드와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2ch가 있습니다. '2채널(니찬네루)'이라고 읽죠. 디시나 일베처럼 2ch에서도 온갖 유머, 막장, 패드립, 정치 욕설, 지역 드립이 오갑니다. 어떤 이에게는 해우소이고 어떤 이에게는 골칫거리죠.

2ch의 대피소로 만들어진 또 다른 익명 커뮤니티가 '후타바 채널'이고, 이게 영어권으로 수입되어 '4chan'이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집니다. 4chan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큰 익명 커뮤니티일 것입니다. 분위기는 디시, 일베, 2ch 등과 엇비슷합니다. '꾸준글' 같은 문화가 거기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걸 보면 재밌죠. 예를 들어 4chan의 프로그래밍 게시판에서는 허구헌날 '왜 하스켈을 쓰지 않습니까?'라는 꾸준글이 올라오곤 합니다.

4chan은 또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서양 인터넷 문화의 선도자이기도 합니다. 디시나 일베의 유행어가 뜻도 모른 채 인터넷에 퍼져나가고, 재밌게 쓰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듯이 말입니다.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나 'Nyan Cat' 같은 몇몇은 한국 인터넷 사용자에게도 익숙할 것입니다.

오늘 4chan의 창시자 moot(크리스토퍼 풀)이 2ch의 창시자 니시무라 히로유키에게 관리자 권한을 넘긴다고 선언했습니다. moot은 지난 1월에 이미 은퇴 의사를 표명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자신의 후임으로 '조상님 사이트'의 창시자를 지명한 게 재밌습니다. 히로유키는 일본의 유명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의 이사직도 맡은 바 있으며, 지금은 2ch 운영에서 물러난 상태입니다. 다음은 발표 전문입니다:

오늘 나는 2channel의 창시자 니시무라 히로유키가 4chan의 주인으로서의 나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것을 발표하게 되어 기쁩니다.

히로유키는 익명 커뮤니티 세상의 선구자이자, 4chan의 증조부인 셈이기도 합니다. 그가 1999년에 만든 2channel은 일본에 익명 중심의 웹 문화를 촉발시켰고, 이는 후타바 채널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아무도 4chan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며, 어쩌면 익명 그림 게시판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2011년에 히로유키를 만나 곧 친구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하려는 열정은 끈끈한 유대감이 되었습니다. 그는 10년 넘게 수천만 명을 위한 디지털 가정을 제공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4chan을 이끄는 데 히로유키보다 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으며, 나는 그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을 생각해낼 수 없습니다.

4chan은 두 가지 거대한 이정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20억번째 글과 12번째 생일입니다. 4chan의 창시자이자 관리인으로서 12년 가까이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영광이습니다. 나는 히로유키의 숙련된 통솔력 아래에서 앞으로 다가올 일들이 매우 기다려집니다.

- moot

출처

[moot]


[니시무라 히로유키]

4chan은 2ch의 딸이나 다름 없으므로, 이것은 프린세스 메이커 2를 해 보셨다면 익숙한 엔딩일 것입니다. 과연 영어권 덕후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합니다. 또한 한번 2ch를 '버렸던' 히로유키가 또 다른 익명 커뮤니티를 운영할 생각을 하게 된 것도 흥미롭습니다. 2ch 사용자들은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편 김유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