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를 처음 본건 제가 다섯 살이었을 때 입니다.

종류는 잡종인지 혈통 있는 개는 아니에요. 전체적으로 까만색에 눈 주위에만 갈색 줄무늬가 있습니다.

눈물 자국처럼요.

동네 친구들이랑 쫄랑쫄랑 놀고 있으면 이따금 와서 같이 놀았던 개입니다. 불량식품 같은 것도 나눠 먹고 그랬어요.

초코볼이라고 해서 게임에서 이기면 나오는 과자 있죠? 그거 되게 좋아하던 개입니다.

전 떠돌이 개인 줄 알았는데 사실 동네 주민이 키우던 개였죠. 근처에 어슬렁어슬렁 거리던 개 그냥 주워다 키운다면서 10년 정도 키웠다네요.

어른들이 그 말 하면서 사람 나이로 치면 이미 할아버지라고 해서

제가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어감이 별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학교에 갈 때쯤 자전거 타면서 같이 놀다가 자전거 앞바퀴에 머리 쪽이 감기는 바람에

머리 쪽에 상처가 크게 났어요. 엄청나게 큰 상처. 근데 보이는 것보다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인지 약 몇 번 바르니까 나았다고 주인이 그러더군요.

학교 입학하고 난 후에 이사해서 그 뒤로 본적이 없는 개인데




오늘 봤습니다. 20년이 지났는데요. 그냥 떠돌이 개처럼 보였는데 생긴 거랑 상처가 너무 똑같은 거에요.

그래서 아저씨라고 불렀더니 가만히 저를 쳐다보다가 눈인사하고 갈 길 가더군요.

못해도 지금 30살인데 20년 전이랑 변한 게 없던데요.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개들 평균수명 10년 정도라는데 나이 먹는 건 그렇다 치고 쌩쌩한 게

주인은 또 어디간건지.

고기나 좀 줄 걸 그냥 보내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