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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13 14:48:05
Name 글곰
Subject [일반] 강아지를 부탁해
한 아주머니가 경찰차를 타고 구청 당직실로 강아지를 데려왔다. 털이 하얀 푸들 종 강아지는 아주머니의 손 안에서 살짝 떨고 있었다. 짧게 깎은 털에는 윤기가 흘렀고 발톱은 가지런히 다듬어져 있었다. 목줄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딱 봐도 집에서 기르는 개가 분명했다. "OO아파트에서 길을 헤매고 있더라고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말했다. "오후 세 시쯤 봤는데 지금까지 주인을 찾아 봤지만 못 찾았어요. 파출소에 데려갔더니 구청으로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아주머니 곁에 선 젊은 순경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청에서 유기동물을 인수하신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상황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이거 주인 있는 개네." 당직사령이 말했다. "주인 있는 개를 데려오시면 안되는데요. 아파트에 있어야 그래도 주인을 찾을 텐데." 아주머니는 살짝 발끈했다. "밤에 지나가던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고요. 관리사무소에서도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고요. 유기동물은 구청에서 보호해주신다면서요." 당직사령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며 눈짓했다. 당직자가 설명했다. "저희에게 개나 고양이를 데려오시면 동물구조협회에 연락드려서 인수해 가시도록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주인을 못 찾아요. 그러면 일단 2주간 보호합니다. 그 다음에는......" 당직자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는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안락사.

아주머니는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말을 잃었다. 품 속에 안긴 강아지는 눈망울만 굴리고 있었다. 젊다 못해 어리게 보이는 순경은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당직사령은 애꿎은 주머니를 뒤지다 화장실에 간다며 문을 열고 나갔다. 결국 당직자가 강아지를 받아들었다. 유기동물 인수인계 대장에 서명을 받고, 동물구조협회에 전화를 넣었다. 동물구조협회 직원은 밤 열 두 시쯤에 데리러 오겠노라고 했다. 강아지는 주차장 한 곳에 놓인 낡아빠진 철제 개집에 데려다 놓았다. 물을 가져다주었지만 강아지는 마시지 않은 채 불안한 눈빛으로 올려다볼 뿐이었다. "걱정 마. 동물구조협회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아마 주인이 널 찾아갈 거야." 당직자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예언이라기보다는 바람이었다.

이튿날 아침에 당직자는 OO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주민에게서 개 잃어버렸다고 신고가 들어오면 구청으로 안내 좀 해 주세요." 관리인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전화를 끊은 후 당직자는 주차장 구석으로 향했다. 동물구조협회에서 밤 늦게 강아지를 데려간 모양이었다. 빈 개집에는 누군가가 사다 놓은, 하지만 입도 대지 않은 애견용 간식과 생수 한 병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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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3 14:53
수정 아이콘
쩝.... 이런글은 볼때마다 씁쓸 합니다 그려...
강아지가 다시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할터인데..
절름발이이리
15/08/13 14:57
수정 아이콘
본가에서 키우는 개가 집 나가서 못 찾다가 혹시나 해서 다른 동네까지 뒤져보니 다른 동네에서 보호받고 있던.. 까딱 늦게 찾았으면 안락사 당할 뻔 했는데, 홈페이지에 개 설명에 "사람을 매우 잘 따름" 이라고 써 있더군요. 지 위기도 모르고 뭐가 좋아서 어휴 멍청한 놈..
동물병원4층강당
15/08/13 15:00
수정 아이콘
근데 실제로 버려지지 않고 단순히 잃어버린 개들도 꽤 됩니다. 특히나 잃어버린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구요.

강아지의 경우에는 혼자서도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기 때문에 보호소에 데려다 주는게 찾을 확률이 높고.. 고양이의 경우에는 영역 본능이 있어서 원래 잃어버린 위치에 계속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냥 원래 위치에 두는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려고 마음 먹으시는 분들 부디 그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 등을 고려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린 아이 하나 키운다고 생각 하셔야 됩니다.
곧미남
15/08/13 15:33
수정 아이콘
흐~미 진짜 이런글보면.. 저희집도 유기견 2마리를 키우지만 부디 주인 찾길
소독용 에탄올
15/08/13 16:34
수정 아이콘
등록대상 의무동물이라도 꼭 등록을 했으면 합니다. 내장형이건, 외장형이건, 등록인식표건 사용해서 관계기관이 대응할 수 있고, 가출시 찾기 쉬워지니까요.
카롱카롱
15/08/13 16:43
수정 아이콘
근데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강아지면 버린거 같진 않네요..

이런걸 보면 반려동물 DNA강제 등록제가 시행되면 좋겠습니다. 미국 어느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는데 응가하고 버리고 가면 dna검사해서 주인에게 비용 왕창 청구 한다고--; 관련 산업 육성도 하고 강아지 건강 연구로 수의학 발전도 하고 창조경제의 길인데!
15/08/13 23:14
수정 아이콘
저도 고양이 잃어버린적이 있어서 그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상상이 되네요. 부디 주인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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