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7/04 18:38:21
Name 좋아요
Subject [일반] [스포] 이제와서 쓰는 영화단상 - 미스트
세상 어느 유명영화라고 안그렇겠냐만은 미스트는 정말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찬반과 호평, 혹평이 많았던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일단, 원작하고도 결말이 다른데다가 저 유명한 '그 엔딩'은 많은 영화관람객 및 평론가들에게 의견이 분분하기 충분한 그 무엇이기도 했죠. 


그 중 찬사이자 엄청난 욕의 대상으로 저 사이비 광신도 아줌마는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면을 끄집어내는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그냥 존재-_-자체가 짜증나는 캐릭터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마냥 미친 존재로 보기에 이 아줌마가 상징하는 것은 의외로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세기말 하니 문득 생각나서 노래 하나 툭>

저의 경우에는 90년대말의 세기말스러운 영화들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니 뭐니하니 하는 종말론, 2000년이 되면 컴퓨터 다 멸망한다는 루머 아닌 루머 등등이 많이 떠오르게한 사람이 바로 이 아줌마였거든요. 기억하실 분들은 하실겁니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이비 종교들이 구원을 목적으로 돈을 요구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종말에 맞춰 자살을 했는지. 2000년으로부터도 15년 이상 지난 지금에 와선 헛웃음이 날 지경이지만 심지어 지금조차도 어디선가는 종말론과 그에 따른 구원론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실상 미스트에 나온 괴물들도 없는 세계에서도 그러할진데 영화속 세계에서는 저 아줌마가 그 미침을 아름답게 펼쳐보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겠죠. 어떻게 생각해보면 광고마케팅 교재에 나오는 프로파간다나 프레이밍이론을 설명하는 적절영화인 것같기도 한 것이, 그녀 나름의 프레이밍과 자기어필로 초반의 시궁창스러운 대접과는 반대로 영화막판에 메시아까진 아니어도 메신저급의 대접을 받는 모습을 보이는데. 아마 그녀 인생 최고의 전성기가 아닐까 싶네요.


여튼, 그런 그녀가 날뛰기 좋은 환경안에서 처음엔 그녀를 미친 사람취급하다 점점 빠져드는 다수의 인물들은 바로 아마 우리를 상징하는 것일 겁니다. 
인간이 '알수 없는 공포를 규칙화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예언적 존재'에 빠지기 쉬운가는 이미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그녀에게 현혹된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평소에 자신을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쉽게 넘어가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을지 짐작해본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블랙코미디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잔인하긴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역사적인 엔딩>

이러한 관점에서 영화를 본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그래도 삶을 추구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포의 괴물들과 싸워서 죽기도 하고 사고도 나고, 그래서 공포에 떨고 이윽고 종말론에 의지해버리지만 따지고 보면 종말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이 무엇이 있겠어요. 그냥 다죽는다 죽기전에 구원비스무리한 것이라도 받아두자라는건데, 주인공일행이 정말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 상황을 제대로 탈출하려는 모습과 대비 됩니다. 그리고 이런 대비 이후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와서 딱한번 포기했더니 모든 것을 잃는 장면은 비극성의 강화와 더불어 '삶을 과 사람을 포기해도 좋은 타이밍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탈출에서 죽은 줄 알았더니 살아남은 인물을 굳이 클로즈업하는 것도 그렇고. 


<미스트가 상징하는 것은 불안한 현재와 미래, 불확실한 확률에 대한 공포 같은거라고 봅니다>

다만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상황이 나에게 최선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미래는 늘 불안하고 공포안에서 괴물의 모습으로 우리를 놀래키고 잡아먹을 준비가 되어있으며, 그것이 안정화되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물론 괴물들도 씹어먹는 미군느님은 짱짱입니다만) 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삶과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야한다는 것이죠. 해볼만큼 해봤다고 다죽이고 자살시도하다가 멘붕하는 것이 아니라.


<뭐 이런 엔딩이 나왔더래면 이 해석은 완전히 뒤집었어야 됐을수도...?>

이것이 미스트에 관한 이야기판이 열리면 찬사 쪽에 가까운 저의 해석입니다. 휴먼감동실화로 온갖 포장을 한 그 어느 영화보다도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아주 깊게 심어준 영화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 해석이 동의하지 않으실 분들도 많기는 하시겠습니다만은 '저는 그랬다'가 이 글의 결론이니 이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orschach
15/07/04 18:47
수정 아이콘
저도 찬사요.
미스트 원작을 읽어보면 결말 직전까지는 각색 전혀없이 원작 그대로를 시나리오로 쓴 것 아닌가 싶을정도로 원작을 재현하고 있는데 마지막 결말이 어마어마하게 다르죠 크크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결말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미스트의 저 아줌마는 제가 지금까지 본 모든 이야기(영화, 소설, 드라마 등등 모두 포함해서)에서 본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짜증났던 캐릭터입니다;;;
드류 베리모어 감독의 위핏을 볼 때 앨런 페이지 엄마로 나오는데 처음에 동일배우인지 인식못한 상태에서 엄마가 나오니까 왠지 짜증이 나서 이유를 모르고 있었는데 영화 중반쯤 가서 깨닫게 됐죠 크크. 얼마나 미스트가 강렬했으면 캐릭터의 성격이 배우의 외모에 투영되어버려서...
닭강정
15/07/04 18:53
수정 아이콘
이 모든 것을 마트 직원으로 위장한 아르님 졸라가 계획... 응?
저도 결말이 참... 나쁜 의미 없이 진짜 보고 벙쪘던 결말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주인공들이 떠난 후, 저 마트에 남는 사람들을 보니 영화 2012에서 화산폭풍이 몰려오는데 공항에 남은 사람들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폭풍이 덮치니 고열에 공항이 파묻히고 분해되어 버리던... 미스트에서 남은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클리셰마냥 괴물들에게 당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래나 저래나 과정부터 결말까지 통수 참 많이 쳤죠.
15/07/04 19:05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이거 정말 좋아해요 크크
심야로 보고 나왔는데 소름이 쫙!

늦게나마 나온 블루레이를 샀는데 흑백버전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5/07/04 19:06
수정 아이콘
끝까지 올바른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주제를 도출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장 이상적인 대응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비극은, 이성과 합리의 실패와 한계를 의도했다고 보는게 더 맞지 않을까 시프요.
tannenbaum
15/07/04 19:43
수정 아이콘
극장에서 심야로 보고 뒤통수 쎄게 맞은것처럼 멍하니 있다 박수 쳤습니다.
저만의 개똥 해석이지만

니깟것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저 촉수괴물들보다 잘난거 없다
마이클조던
15/07/04 20:18
수정 아이콘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제목인 안개처럼 인간은 순간순간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래는 한치앞을 볼 수 없다는것을 알려주는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이유로 욕먹는거 보면 아쉽더군요.
와이어트
15/07/04 20:39
수정 아이콘
저에게는 다크나이트와 투탑을 이루는 영화입니다. 정말 재밌었고 결말도 마음에 들었어요
제리드
15/07/04 21:59
수정 아이콘
그래서 미군은 저 큰 괴물 이겼을까요? 궁금하네요
해원맥
15/07/04 22:29
수정 아이콘
루티드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모지후
15/07/04 22:39
수정 아이콘
전 영화를 먼저 접하고 원작을 나중에 봤는데, 원작 결말을 더 선호했습니다.
극장 가서 볼때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었는데... 당시 어렸던 저에겐 힘을 빼게 만드는 영화였었죠;;;
제 감정을 뒤로 하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오빠나추워
15/07/05 01:22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결말 때문에 정말 재미없는 영화라 생각 했는데 결말 보다 과정이 포인트란걸 알고 다시 보니 정말 명작으로 보이더군요.
15/07/05 13:32
수정 아이콘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영화네요.
영화 엔딩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박수쳤습니다.
차안에서 총 쏘고 절규하는 장면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끝내려는건가 했는데...안개속에서 탱크 나타나는 거 보고 정말 소름돋았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9583 [일반] 각인과 X염색체 [23] 삭제됨3798 15/07/05 3798 8
59582 [일반] [NBA] 알드리지 to 샌안 [34] 웅즈5778 15/07/05 5778 1
59581 [일반] 방통위에서 청소년 유해 애니메이션을 선정했습니다. [175] 저 신경쓰여요19534 15/07/05 19534 2
59580 [일반] 여러분은 여러분의 장점을 알고 계신가요? [65] Ataraxia16028 15/07/04 6028 2
59579 [일반] [해축 오피셜] 팔카오, 첼시 임대 [20] 반니스텔루이5596 15/07/04 5596 0
59577 [일반] 취향 존중과 시민 문화 [181] 팟저11471 15/07/04 11471 66
59576 [일반] 피지알의 먹이 사슬 [36] Tad9148 15/07/04 9148 19
59575 [일반] [스포] 이제와서 쓰는 영화단상 - 미스트 [12] 좋아요5094 15/07/04 5094 3
59574 [일반] 해도해도 너무하는거 아닌가 싶다. [32] 하정우10789 15/07/04 10789 3
59573 [일반] 카와사키 마요, 박상철 무조건을 리메이크 발매 M/V [9] 여자친구8075 15/07/04 8075 1
59572 [일반] 이동건 지연 열애중.. [33] 삼성전자홧팅10155 15/07/04 10155 1
59571 [일반] 강원도 횡성에서 피라냐 일족 발견 [17] swordfish-72만세9812 15/07/04 9812 0
59569 [일반] 1 [263] 삭제됨17895 15/07/04 17895 85
59568 [일반] [해축] 어제의 bbc 이적가십 및 선수이동 [14] pioren4061 15/07/04 4061 2
59566 [일반] 쓰레기유전자와 유전자감식 [22] 삭제됨4603 15/07/04 4603 14
59565 [일반] 퀴어 퍼레이드가 불편한 분들께 고함 [397] 王天君25283 15/07/04 25283 23
59564 [일반] [야구이야기] 메이저리그 약물의 역사와 효과 [34] 화이트데이8067 15/07/04 8067 18
59562 [일반] [책추천] 잠못이루는 제국: 1750년 이후 중국과 세계 [8] aurelius5697 15/07/04 5697 8
59561 [일반] 택배 초보가 써보는 택배 회사 이야기 [41] 굼시12934 15/07/03 12934 9
59560 [일반] 1 [41] 삭제됨9182 15/07/03 9182 1
59559 [일반] 소녀시대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약간의 정리글) [23] 효연광팬세우실6759 15/07/03 6759 6
59558 [일반] [WWE] Moment of the Year 2015 상반기 #1 [12] 태연­3271 15/07/03 3271 0
59557 [일반] CMA 우대수익을 이용하여 1달에 치킨 1마리 더 먹기 [20] style11211 15/07/03 11211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