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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14 18:55:17
Name 9th_avenue
Subject [일반] 근래에 본 영화감상기(매드맥스,쥬라기월드) 스포有
이래저래 최근에 본 두 편에 영화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감상평 한번 써봅니다.

가끔 영화관 가서 오전 한타임, 오후 한타임 이렇게 몰아서 2~3편 정도 보는 걸 좋아합니다. 동행자가 없는 온전히
영화만을 위한 하루기 때문에 그 날 본 영화의 만족도에 따라 당일의 행복감은 편차가 좀 큽니다.

소년들은 한번씩 거쳐간다는 공룡에 대한 열병은 저 역시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누구나 가지고 있던 과학시리즈 책들 중 공룡 파트부분은 수십 번을 읽고 읽어, 그 책 이음새 부분이 너덜너덜해진 것은 아마 저도 공룡소년 중 한 명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93년작 쥬라기 공원에서 그랜트 박사와 새틀러 박사가 공원에서 처음 살아있는 공룡을 목격하고 어지러워하는 그 장면에서 단지 영화관에서 화면만 쳐다보던 국민학생도 그와 비슷한 현기증과 충격을 느꼈습니다. 그림으로만 보던 공룡이 눈 앞에서 움직이고, 쿠아앙거리는... 그 문화충격은 성인이 되어서도 쥬라기 공원 시리즈라면 당연히 영화관에 가서 봐야만 한다는 무의식으로 변했고, 덕분에 근 10년간 훌륭한 호객이 되었네요.

시리즈 3편의 실망 이 후로 더 이상 호객이 되지 않겠노라, 이젠 속지 않겠노라 하면서 다짐을 했지만... 이번에도 저는 그 무의식을 이겨내지 못하고 쥬라기 월드를 보고 왔습니다. 복잡한 영화가 아닌만큼 감상평도 간단하게 끝나더라구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기억하고 있다면 충분히 괜찮은 영화, 다만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갔다면 약간의 실망을 느낄 영화 같습니다. 하긴 요새 시대는 외계인이 쳐들어오고, 아이언 맨이 날아다니며, 외계종족으로 변해서 사랑까지 하는 시대인데 그깟 큰 파충류가 나와서 쿵쾅거리는건 그닥 대단할 것 없는 영상이죠. 다만 영화가 시리즈 1편의 무대와 동일한 이슬라 누블라 섬인지라 1편과 연관된 부분도 꽤 등장하고 새로 등장한 인도미누스 렉스와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급인 렉시,랩터들의 대결 또한 모사사우루스의 압도적인 모습은 충분히 흥미로운 볼거리 입니다. 어릴 때 쥬라기 공원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과한 기대는 살짝 내려놓고 그냥 생각없이 본다면 꽤나 즐거운 영화임은 틀림없네요. 굳이 개인적인 흠을 잡자면, 크리스 프랫이란 배우가 가진 필모에 오웬 그래디라는 역이 묻혀버렸지않나? 라는 생각이 런닝타임 내내 들었네요. 미드 팍앤레와 가오갤에서 보여준 코믹한 모습이 떠올라 오웬 그래디역이 가져야할 느낌이 조금 퇴색되었다고 생각이 되더군요.



아무튼 개봉 후 입소문이 조금 실망스럽다는 쥬라기 월드를 만족하고 봤으니, 이미 폭발적인 반응이 있는 매드맥스를 본다면 꽤나 만족할만한 하루가 될 것 같아 오후에는 매드맥스: 분노의 거리를 보았습니다.

일단 영상미는 확실합니다. 사막과 강철로 어우러진 미쟝센도 훌륭했고, 음악 역시 최고였습니다. 특히나 두프 워리어가 등장하는 추격씬과 모래폭풍의 모습, 퓨리오사가 좌절하는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도 아른거릴만큼 멋집니다. 매드맥스 시리즈답게 대화는 줄이고 장면으로 많은 걸 설명해주는데, 기존 매드맥스 시리즈를 보지 않았어도 모든 것이 이해가 갈만큼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과거의 맥스들 처럼 이번 작의 맥스 역시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탙탈 털리는 전형적인 시리즈 전통도 맘에 들었습니다. 비참해야 맥스고 가진 모든 것들을 잃어버려야 맥스니까요. 그리고 기존작들의 맥스는 조력자들이 좀 무능했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맥스가 조력자의 포지션을
차지하는 약간 비튼 전개도 흥미롭더군요. 톰 하디의 맥스 역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특히나 전작의 톰커터 역으로 등장한 휴 히스번의 임모탄 조의 연기도 그에 떨어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 엔딩 크래딧 올라간 뒤에서야 휴 히스번이 임모탄 조였다는 것을 알았는데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것 역시 흥미로울 것 같아요)

영화의 내용은 단순히 무법자에게 당하고 탈출하고 추격하여 복수하는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꽤나 따져볼 게 있는 영화입니다.
억지해석일순 있지만 커튼으로 가려놓은 페미니즘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라고 봤습니다.

무기농장과 가스타운 그리고 시타델은 각각 폭력, 사회구조, 경제력으로 치환할 수 있고 그 세가지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은 억압받고 있으며 생물적인 성역활 외에는 정상적인 대접을 받질 못합니다. 임모탄 조의 부인들은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준나체의 모습에 생활이라고는 성노예와 출산 말고는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는 종속적인 여성의 모습을 대변합니다. 그리고 그 부인들의 몇 년 뒤라고 추론할 수 있는 밀크마더들의 생활은 젖소와 다름없는 가축취급이구요. 이 여성들을 지배하는 임모탄 조는 해당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포와 카리스마로 추종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남성들의 세상이죠. 게다가 부인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태도 역시 과거 근대까지의 여성에 대한 사회인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종속적인 여성을 구원하는 인물은 생물학적 여성이지만 여성의 특징을 모조리 버리고 남성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는 퓨리오사인 부분에서 성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억압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근대의 지배적인 남성을 보여주는 임모탄 조와 대비적으로 조언하고 도와주되 군림하지 않는 맥스의 포지션은 반대로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성들의 역할을 설정해준 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드맥스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자 여타 다른 흥행작과 비교한다고 해도 꿀리지 않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주저리 주저리 귀찮은 대사는 줄이되 모든 것을 영화상 장면에서 알 수 있으며, 세계관에 대한 설명 역시 부실하지 않지만 런닝타임 내내 화려한 액션과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의 교과서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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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5/06/14 19:40
수정 아이콘
<매드맥스>는 감독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집필한 이브 엔슬러를 초빙하는 등 페미니즘에 신경을 많이 썼죠.
개봉초에는 저도 페미니즘과 퓨리오사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른 글을 쓰면서 <매드맥스>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는데,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이데올로기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궁금한게 있는데 왜 불꽃기타가 두프 워리어라고 불리는 거죠?
AD Reverse Carry
15/06/14 20:22
수정 아이콘
쥬라기 시리즈를 극장에선 처음 접한 셈이었는데 (3편때 저는 미취학 아동이었더라고요) 이번 영화는 전작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더라고요. 전작에 대한 경의와 애정으로 가득찬 점에서 고질라나 퍼시픽림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또 액션 연출도 괴수들의 싸움 스타일이었고... 개인적으로 아주 까진 아니어도 만족스러웠습니다. 1편과의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어도 2, 3편보단 훨씬 나았습니다.
매드맥스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저에게 올 여름 최고 영화일거 같아요. 화끈한 액션 영화로써 아주 좋은 영화이니까요. 다만 꽤나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페미니즘이란 테마에 비해서 다른 흥미로운 테마나 묘사는 의도적으로 좀 회피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분명 자세하게 풀어나갈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긴 한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그냥 독특한=약간 미친 세계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준에 그친 느낌이 저는 조금 있었습니다. 뭐 제가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다르게 전작을 비디오나 티비로도 못 접했기 때문에 그런 세계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못 들은 것도 있겠지만....
15/06/14 21:05
수정 아이콘
쥬라기 월드는 진짜 공룡 보러 가는 영화...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에서 어트랙션 타는 거라고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영화로서는 정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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