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5/05 14:27:19
Name 스타슈터
Subject [일반] '가정의 달' 5월의 추억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할 계기가 필요하다면,
가장 쉽게 감사를 전할수가 있는 '감사의 달' 이기도 하다.

난 사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타입은 아니다.
다만 가족에게 만큼은 심각한 츤데레 성향을 보였다.
'고맙다' 라는 말이 타인에게는 쉬워도 가족에게는 그 어느 말보다도 어려웠고,
'미안하다' 라는 말은 더더욱 어려웠다.

7년전의 5월은, 절대로 잊지 못할 괴로운 추억의 시작이였다.
아버지께서 5월초 입원을 하시고, 결국 5월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 돌아보면 사람마다 언젠간 경험할 법한,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이지만,
그 당시 아직 고3 수험생이였던 나에겐 너무나 큰 부담이였다.

입원을 하고 계신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아버지가 쉽게 나을 병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 이성은 몹쓸 정도로 솔직해서, 3주쯤 계속된 입원 치료가,
3달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라는 현실적인 계산부터 반복하고 있었다.

없는 돈 빌려가며 아버지의 입원비를 충당하고 있던 가족 형편이 너무 훤히 보였기 때문이였을까?
나는 "사람이 연약해지면 이기적으로 변한다"는 뜻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그런 어려운 5월을 보내던 한편,
학교에서는 모 대학에 견학을 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지망하던 대학이였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고,
조심스럽게 부모님에게 여쭤보았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내가 아프다고 너까지 기죽으면 안된다고 하시며,
견학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다녀오라고 하셨다.

견학 날짜는 5월 24일 이였고,
아버지는 정확히 5월 24일 새벽에 세상을 떠나셨다.

23일날, 의식 불명 상태까지 가셨던 아버님께서 갑자기 의식을 찾으셨는데,
어머니께서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라고 갑자기 그러셨다.
순간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24일날, 난 의외로 덤덤했다.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견학은 못가게 되었다"라고 학교에 전했고,
해외에 거주중이였기에, 3일에 걸쳐 장례식을 치르고,
한국에 귀국하여 다시 한번 장례식을 치렀다.

이 모든 과정이 다 끝나고,
갑자기 현실로 복귀한 나는 문득 어머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아 그러고보니 그 대학 견학을 못갔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런 우문에 어머니께서는 현답을 하셨다:
"하루쯤 못가보면 어때? 나중에 합격해서 4년동안 보면 되지"

갑자기 너무나도 울컥했다.
아버지에게 너무나도 하기 어려웠던 사랑한다는 말이,
가족에게 매일 해줘도 부족함이 없을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였다.



오늘 아침, 한국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어린이날 즐겁게 보내" 라는 카톡이 왔다.
난 이미 직장 2년차인데... 크크크;

나는 그 대학을 실제로 4년동안 매일 보게 되었고,
취직도 운좋아 순조롭게 하게 되었다.
내 자신을 돌아보며 어느새 정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런 내가 어린이로 보이는게 어머니의 마음인가 보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아버지에겐 좀 미안하지만, 감사의 표현은 어머니에게 2배로 해드려야겠다.
그 어느때보다도 많이 감사하다고, 사랑하다고, 그리고 미안했다고 해 드려야겠다.

그동안 너무 가정의 달을 어렵게 생각한 것도,
이 시절만 되면 힘들던 생각만 나던 것도,
이제는 다 감사와 사랑으로 돌려드려야 할것 같다.
그러라고 있는 '가정의 달' 이자, '감사의 달' 이니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파란코사슴
15/05/05 16:38
수정 아이콘
따뜻하며 깊이있는 글 감사합니다. 해피 어린이날 되세요 ^^
스타슈터
15/05/05 21:03
수정 아이콘
해피 어린이날 되세요. ^^
15/05/05 19:07
수정 아이콘
저보다 연세가 많으시겠지만 해피 어린이날 되세요!
갑자기 건강한 부모님께 감사한 생각이 드네요
스타슈터
15/05/05 21:05
수정 아이콘
건강하신게 최고죠. 흐흐
그런 생각을 가지시게 만들었다면 제가 글을 쓴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요. :)
그대가부네요
15/05/05 20:07
수정 아이콘
눈물 찡 했어요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어요
스타슈터
15/05/05 21:05
수정 아이콘
부모님이 기뻐하시면 그게 최고죠. 흐흐
15/05/05 20:44
수정 아이콘
좋은 닉네임이시네요
스타슈터
15/05/05 21:06
수정 아이콘
좋은 닉네임이죠. 크크
15/05/05 21:40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고맙다, 미안하다 말 해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980 [일반] 첫문장과 끝문장의 중요성 (바위처럼님과 poeticWolf님 글에 부쳐) [22] Eternity7209 15/05/05 7209 22
57979 [일반] [스포일러有]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45] 주먹쥐고휘둘러8802 15/05/05 8802 2
57978 [일반] '가정의 달' 5월의 추억 [9] 스타슈터2529 15/05/05 2529 4
57977 [일반] 1 [25] 삭제됨12254 15/05/05 12254 3
57976 [일반] 민족에 대한 생각 [32] swordfish-72만세6161 15/05/05 6161 8
57975 [일반] [이벤트] 한가한 공휴일 다같이 퀴즈를 풀어보아요 [7] 금천궁2894 15/05/05 2894 0
57973 [일반] <스물> - 유치하니깐 청춘이다. [15] 마스터충달4364 15/05/05 4364 2
57972 [일반] [어린이날] 거짓말하면 손이 썩는 약 [10] 박진호4561 15/05/05 4561 16
57971 [일반] [야구] 야구병법 1화, 택재편 이야기 [2] Leeka4721 15/05/05 4721 0
57970 [일반] MBN 이어 TV조선·채널A도 협찬 계약 맺고 대가성 뉴스 보도 [23] 어강됴리7701 15/05/05 7701 11
57969 [일반] 수학강사가 알아보는 "주위 상황이 어떻던지 될놈은 된다." 라는 말의 근거 [50] 악비11008 15/05/05 11008 10
57968 [일반] 복싱이 펜싱이 아니었을 때... [21] Neandertal8712 15/05/05 8712 4
57967 [일반] 티베트인은 중국인과 같은 민족일까? [33] 군디츠마라7745 15/05/04 7745 3
57966 [일반] [DATA주의] 환율도 떨어졌는데 일본 여행을 가볼까? - 6.<도요쿠니 신사><니시키 시장> [7] 페르디난트 3세4990 15/05/04 4990 2
57965 [일반] [야구] 지난 주말의 대형 트레이드와 롯데 투수진 교통정리 [67] giants7777 15/05/04 7777 0
57964 [일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주부를 꺾을 경쟁자를 찾아라! [113] 안자 이라라12541 15/05/04 12541 0
57963 [일반] 문재인이 이번엔 역으로 가네요. [99] 삭제됨13129 15/05/04 13129 0
57962 [일반] 창문 열리던 기차의 추억 [33] 짱구11157 15/05/04 11157 3
57961 [일반] 양상문 감독님.. "독한야구" 보여주신다면서요.. [110] iloveus10459 15/05/04 10459 0
57960 [일반] 해외 공연 투어 수익 TOP 20 [9] 비타에듀9402 15/05/04 9402 0
57959 [일반] [야구] 2015년 프로야구 현재까지 시청률 탑 15 [8] 천재의눈물5399 15/05/04 5399 2
57958 [일반] [KBO] 어린이날 잠실더비 직관을 하루 앞두고.... [25] SKY924783 15/05/04 4783 2
57956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강정호 시즌 1호 솔로 홈런) [11] 김치찌개5610 15/05/04 561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