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13 14:04:36
Name Apocalypse
Subject [일반] 아빠 마법사 멘붕에 빠지다

저는 딸과 장난을 좀 많이 치는 편입니다. 뭐 딸이 잘 받아주니 재밌지요. 하루는 주말 아침에 딸과 제가 같이 쇼파에 누워 있었는데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 창문을 세차게 때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딸이 제 얼굴을 보더니 눈은 놀랐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상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누가 왔나봐! 무서워!”

네.. 딸이 장난을 치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저도 바로 응답을 했지요.

“결이야.. 조그만 기다려봐. 숭구리당당 숭당당~ 마법의 힘이 너를 물러나가게 할 것이다!”

바람도 우리이 장난이 재밌었나 봅니다. 제가 마법의 주문을 외우자 창문의 요동이 감쪽같이 멈췄습니다. 저는 딸에게 속삭였습니다.

“결이야, 이제 너도 6살이 되었으니 아빠의 비밀을 알려줄 때가 왔다. 아빠는 원래 과거, 세상이 괴물에게 괴롭힘 당했을 때 세상을 구한 위대한 마법사였어. 그런데 아빠의 마법은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면 사라지게 되. 그래서 너한테만 알려주는거야. 이 비밀 지킬 수 있지?”

“아빠~ 그럼요!”

저는 이 장난이 잘 먹히고 있나 몇 분 후 엄마를 불러 실험을 했습니다.

“결이야, 오늘 엄마한테는 우리끼리의 비밀을 이야기해주자. 생각해보니 엄마도 알아야겠네.”

“아빠, 괜찮겠어?”

“웅.”

“엄마, 아빠가 옛날에 세상을 구한 마법사였대. 이걸 세상이 알면 마법의 힘이 사라지니까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안돼~!”

네.. 장난은 아주 잘 통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저는 이것 때문에 멘붕에 빠지는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서울에 계시는 결이 할머니와 같이 가족 모임을 할 때였습니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저는 그때 했던 장난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자기 분위기를 잡고 결이에게 말을 했죠.

“결이야~!, 오늘은 주말이라서 그냥 가족끼리 모인 것은 아니야. 결이에게는 아빠와 관련된 큰 비밀이 있지? 그거 할머니에게도 이야기해줘.”

“아빠, 정말 괜찮겠어? 말하기 싫은데..”

“아니야 결이야. 괜찮아. 할머니도 알 때가 됐어. 결이가 얘기해 줘.”

“아빠, 정말 괜찮아? 정말?

“웅.. 편하게 말해도 돼.”

“할머니.. 실은… 저..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아요!!”

...

쿨럭….. —;;

갑자기.. 딸이 아빠 마법사 장난은 까맣게 잊고 자신이 6년 동안 지켜왔던 진짜 비밀을 이야기해 버린 것입니다.

멘붕과 함께 솔직히 갑자기 서운한 감정이.. ㅠㅠ

우리 어머니는 박장대소를 하시며…

“크크크, 그렇지~ 이 나이때는 아빠보다는 그래도 엄마가 더 좋지~ 나중에는 바뀔 수 있으니까 더 노력해라 크크크크”

....

....

겨우 멘붕을 추스리며 집에 가는데 마눌님이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며 귀를 좀 가까이 데라고 했습니다. 결이가 들으면 안되는 내용인가 해서 귀를 가까이 댔죠. 

그러더니 하는 말..

...

“결이가 너보다 내가 더 좋데~^^”

아.....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flowater
15/04/13 14:08
수정 아이콘
마법에 좀 더 정진하셔야 겠네요 마인드컨트롤을 배우는 그날까지 화이팅~~!
라라 안티포바
15/04/13 14:10
수정 아이콘
어쩌면 아빠의 마법을 지키고자했던 딸의 마음일수도...!!
Colorful
15/04/14 13:03
수정 아이콘
캬~ 이거네요
15/04/13 14:11
수정 아이콘
이런이런 모전여전이네요.
몽키.D.루피
15/04/13 14:11
수정 아이콘
이제보니 딸이 아빠를 조련시키고 있었네요. 좀 더 노력하라는 따님의 일침 크크
터치터치
15/04/13 14:14
수정 아이콘
친구에겐 비밀을 털어놨을거에요.
'우리 아빠 마법사래... 울 아빠 이상해...크크'
15/04/13 14:15
수정 아이콘
세계의 평화를 위해 아빠가 마법사임을 세상에 알리지않은 딸의 위대함!!!
15/04/13 14:26
수정 아이콘
이분 마법의 힘 이제 사라지셨답니다.
회색사과
15/04/13 14:29
수정 아이콘
일단 아빠를 들었다 놨다 하는 거 봐서....
커서 인기가 많을 것 같네요!
냉면과열무
15/04/13 14:39
수정 아이콘
딸이 똑똑합니다... 정말로.. 흐흐흐흐흐
블랙탄_진도
15/04/13 14:42
수정 아이콘
이렇게 딸바보가 되는길을 글로 배웁니다...............
종이사진
15/04/13 15:20
수정 아이콘
그쵸, 사람은 관심 밖의 사람에 대한 것을 쉽게 잊습니...
15/04/13 15:29
수정 아이콘
아... 이래서 딸을 낳아야 되는데 ㅠ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제발요!
15/04/13 15:39
수정 아이콘
헛 아포칼립스님.. 제가 페이스북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분이셨군요....크크크 페이스북, 블로그, 그리고 책도 잘 보고 있습니다 ^^
히히멘붕이넷
15/04/13 17:24
수정 아이콘
으앙 진짜 서운하셨겠어요 크크크크크크 그치만 아포칼립스님도, 아내분도, 따님도 모두 커엽습니다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531 [일반] 맥을 쓰게 된 계기 및 잡담들 [41] Leeka7194 15/04/14 7194 1
57530 [일반] 종합변원에 취업하다. 첫 번째 황당함 [26] 삭제됨5623 15/04/14 5623 5
57529 [일반] [후기] 어쩌다 진행한 재능기부 [23] 동네형7467 15/04/13 7467 17
57528 [일반] EXID의 MV와 달샤벳/니엘/M&D/데프콘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클릭전 뒤주의) [16] 효연광팬세우실4603 15/04/13 4603 0
57527 [일반] 작은 소모임 운영하는데 참 힘드네요.. [28] 플랜맨7856 15/04/13 7856 1
57526 [일반] 종합병원에 취업하다. [53] 삭제됨6824 15/04/13 6824 9
57525 [일반] 안녕하십니까 뉴비입니다 [15] 이순신정네거리4018 15/04/13 4018 1
57524 [일반] 처음으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57] 삭제됨5259 15/04/13 5259 7
57523 [일반] 2년이 지나고 쓰는 여유증(여성형유방증) 수술기 [65] 이명박78196 15/04/13 78196 13
57522 [일반] 노동자의 자존이야기와, 사냥개의 그 비화 [26] 삭제됨3421 15/04/13 3421 12
57521 [일반] 같은 집에 또 아내 외의 여자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다 [26] 파란무테8498 15/04/13 8498 7
57520 댓글잠금 [일반] 장동민 논란을 통해 돌아본 나의 하찮은 페미니즘 [216] 王天君17199 15/04/13 17199 7
57519 [일반] 아빠 마법사 멘붕에 빠지다 [15] Apocalypse5322 15/04/13 5322 8
57518 [일반] 애플워치, 6시간동안 북미에서만 100만대 판매 추정 [73] Leeka8452 15/04/13 8452 0
57517 [일반] 이문한 전 롯데 운영부장의 인터뷰 기사가 났습니다. [19] The xian9279 15/04/13 9279 2
57516 [일반] '동네형'님의 재능기부 경험- 운동 후기 [30] JHfam6517 15/04/13 6517 5
57515 댓글잠금 [일반] "맞힐 수 밖에 없었던 이동걸은 또 다른 피해자" [89] 삭제됨12342 15/04/13 12342 0
57514 [일반]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High Frequency Trading - 1 [19] Elvenblood6730 15/04/13 6730 13
57513 [일반] 박진영/박효신/크로스진의 MV가 공개되었습니다. [4] 효연광팬세우실3454 15/04/13 3454 0
57512 [일반] 나는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29] Abrasax7571 15/04/13 7571 35
57511 [일반] k팝스타 시즌4 결승이 끝났습니다. [13] 공룡5385 15/04/13 5385 1
57510 [일반] [야구]2011년 8월 17일 그일이 없었다면? [45] 오바마7353 15/04/13 7353 0
57509 [일반] 대학생, 직장인 유용한 엑셀 정보 모음.jpg [22] 김치찌개15215 15/04/12 15215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